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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3/24 00:05:07 |
Name |
Davi4ever |
Subject |
[D4 Replay](8)4년 전의 노트를 꺼내어 |
D4 Replay 오늘 글은 바로 pgr 첫 글의 재탕이다.
pgr 첫 글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인터뷰란걸 해봤던 그날이 문득 떠올라
부끄럽지만 4년 전 그 글을 찾아 다시 올려본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고 수준낮은 질문 잡담도 있어서...조금 우스울 수도 있지만...
나는 솔직히 지금 글 올리면서 많이 웃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2002년 1월 19일 토요일로 시간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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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툼의 주제는 게임이다. 우리는 최근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직업, 프로게이머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으며, 본인은 감격스럽게도 평소 존경해 마지 않았던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1월 19일 오전 11시, 본 기자와 본 기자의 이종사촌동생(사진촬영을 위하여 급구)은 신림동에 있는 IS 팀에 도착했다. 원래 약속은 12시였지만, 공적인 약속에 1초라도 늦으면 실례라는 신조를 가진 본 기자의 '오버' 때문에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본 기자는 IS 팀에 그냥 사무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곳은 사무실이자 연습실, 그리고 숙소였다. 숙소는 최근 IS팀의 확장 때문에 곧 이사를 갈 예정이어서인지 조금은 정리가 안 된 모습이었다. 한편에 임요환 선수의 화려한 트로피가 쭉 정렬되어 있었으며, 책상에는 최근 임요환 선수 징크스의 원흉(?)이라고까지 불리는 마린 프라모델과 최근 홍진호 선수가 들고 다니는 히드라리스크 프라모델이 있었다. 매니저 분이 임요환 선수가 자고 있다는 말을 했다.
조금 뒤 임요환 선수가 부시시한, 잠에 깬지 얼마 안된 모습으로 본 기자 앞에 섰다. 솔직히 많이 미안했다. 어제 아쉬운 경기 끝에 조정현 선수에게 지고 나서 피곤했을 텐데...요즘 건강도 좋지 않다는데...
그러나 본 기자, 보다 의미있는 인터뷰를 만들어 피곤한 인터뷰가 되지 않게 하리라 마음먹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영진(이하 김)- 최근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하는데...몸 관리는 어떻게?
임요환(이하 임)- 될 수 있으면 지금 사장님께서 스케줄을 많이 빼 주시고 있어요...건강도 건강이고, 실력도 실력이고, 많이 떨어진 상태니까 몸을 일단 잘 챙기고 연습 위주로 (게임 외의) 스케줄을 많이 빼서게임적 강화, 몸 강화...(웃음)쪽으로 많이 신경을 써 주고 계세요.
김-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 건 언제?
임- 98년 8월...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네 집에 공부하러 갔다가 친구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을 거 같아서 그 친구한테 게임을 배웠어요.
김- 테란이라는 종족의 매력이 있다면...
임- 일단 인간이라는 점이 애착이 가는 것 같고요, 다른 종족들, 공격하는 종족인데 비해 테란은 좀 방어하는 종족이에요. 그래서 느낌이 좀 다른 거 같아요. 재미있는 것 같고, 하나하나의 유닛을 컨트롤해주는 재미가...테란은 너무나도 유닛이 약하기 때문에 그런게 더 특별해요. 그런 부분도 재미있지만 모이게 되면 화력이 세지거든요. 그런 것들이 테란을 할 수 있는 매력 같아요.
김- 혹시 다른 종족은 안 해보시는지...
임- 잘 아는 게이머들끼리 랜덤전을 할 때 종족을 특별히 골라서 하지는 않고 연습게임으로 가끔 하죠.
김- 프로게이머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임- 특별히 프로게이머가 꿈은 아니었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 프로게이머 이기석이 많이 날렸어요. 지금은 기석이하고 친구인데, 야, 나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구나 라고 마음 속에 담아 두기만 했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표현은 안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쉬면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아는 형이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를 시작한다는 친구 분을 소개시켜 줘서 그때부터 같이 해 나가면서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되었죠.
(앗...쌈장과 임요환이 동갑?)
김- 전 이기석 선수가 형이라고 생각했는데...(웃음)
임- 네, 동갑이에요.
김- 프로게이머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임- 지금은 같은 팀에 있는데요, 홍진호 선수와의 코카콜라배 결승전 경기가 가장...
(게임경기 최초로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서 임요환 선수는 3대 2로 정말 어렵게 이겼다.)
김- 아, 저도 그 때 직접 갔었는데...
임- 네...(웃음)
김-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임요환 선수가 혹시 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순간도 있었고...특히 4차전 라그나로크에서 홍진호 선수가 앞마당에 성큰 콜로니 만들어 놨을 때는...
임- 그거는 효민이(같은 팀의 박효민 선수, 아이디는 ComBi)가 연습할 때 마지막 판, 진짜 마지막 판에 저한테 한번 써먹었던 건데 우연히 홍진호 선수가 그걸 생각했더라구요.
(이것을 듣고 당시 중계를 맡았던 정일훈 캐스터가 했던 명언이 있다. "이래서 공부는 끝까지 해야 하는 거다")
김- 그거 막은 다음에 마린메딕 파이어뱃으로 버로우 저글링과 싸우는 걸 못 본 걸 사람들이 되게 아쉬워하더라구요. 하필 그 때 관중석을 비춰줘서...진짜 멋있는 장면이었을 텐데...
(그 밖에도 많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관중석을 비춰 왔다. 왕중왕전에서는 그래서인지 경기 중에 관중석을 거의 비추지 않았다.)
임- (말없이 웃음)
김- 큰 무대에 많이 서서 이제는 익숙할 거 같은데...
임- 네, 큰 무대에도 많이 섰고 라디오 같은 방송에도 많이 뛰었고 그러다 보니까 아무리 내성적인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해 가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말하는 부분에는 많이 미숙하니까 떨리지만 게임하는 프로에서만큼은 떨리지 않아요.
김- 긴장감을 풀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임- 바로 앞에 관중들이 들을 수 있는 곳일 때는 가만히 게임을 해요. 그런데 큰 무대같은 곳에 올라가면...관이 있어요...선수들이 들어가는 통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는 바깥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잖아요. 그냥...노래불러요. 흥얼흥얼...
(관, 통...저 표현이 이상해 보여서 본 기자 다른 표현으로 바꿔 쓰려 했지만 적절한게 생각나지 않아 그냥 넘어감...)
김- 작년 봄 1.08패치가 나왔는데, 1.08패치 이후 자신의 플레이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면?
임- (조금 고심하다가) 플레이에 그다지 변화된 건 없고, 변화된 거는...거의 유닛 때문에 좀 공격적이고, 공중유닛을 거의 안 뽑죠. 거의 지상유닛 위주로만 상대하는 경향이 많아졌어요, 종족과 1.08패치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김- 현재 IS 팀에 프로토스 유저가 부족한데 대 프로토스전 연습은 어떻게?
임- 현재 우리 IS팀에 임효진 선수라고요, 애니삐(Anyppi)라는 아이디를 쓰는 선수가 들어왔고요, 그 선수 스타일이 김동수 선수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일단 왕중왕전에서는 큰 걱정은 없을 거 같구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선수들을 받아들일 거 같아요.
(임요환 선수는 왕중왕전에서 대 프로토스 전이 이번 주 금요일 김동수 선수와의 경기뿐이다.)
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임- 여러분이 알다시피 자원을 많이 남겨서, 후속타가 많이 늦는 거 같아요. 힘이 많이 약하다는 거죠. 그런 약점이 약간 있는 거 같은데요. 강점이라면...만들어 놓았던 유닛으로 정말...본전뽑을 만큼 뽑고, 그리고 그 유닛을 일단 소비하고, 그 정도 이익을 저는 자원으로써 남기는 거죠. 그렇게 되면 뒷치기로 내 기지가 파괴당하지만 않는다면 그 자원을 다 쓸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상대보다 병력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거죠. 그러니까, 적은 수의 유닛으로 본전을 뽑는다는 것, 그게 제 강점인 것 같아요.
(약한 생산력과 힘을 게릴라와 소수 유닛간의 싸움으로 커버한다는 것이다.)
김- 예, 소수정예...
임- 예...
김- 하루에 연습 시간은 어느 정도?
임- 저는 쉬는 시간이 특별히 없구요, 쉬고 싶을 때 쉬어야 하는데, 쉬는 시간도 게임에 쏟아부어요. 나가는 일만 없으면, 연습 시간은 한 10시간 정도 돼요.
김- 친한 프로게이머...
임- 우리 팀 선수들(홍진호, 박효민, 이재항, 이윤열 등등) 모두 친하구요, 다른 팀 선수라면 김정민 선수하고도 친하고요, 그리고 조용호 선수, 박상익 선수...음...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웃음)...어쨌든 여러 선수들과 많이 친해요. 아, 주진철 선수와도 친한 편이에요.
김- 예전에 게임큐 게시판에서 임요환 선수 플레이에 대해서 몇몇 프로게이머들이 "정공법이 아니다""변칙이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많이 이해를 하는지...
임- 사장님과 저도 그걸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어...이제는 뭐 인정해주잖아요, 그게 자신들 생각에는 변칙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자꾸 먹혀드니까, 저건 변칙이 아니다, 전술이다 인정을 해줘서 저는 좋죠.(웃음)
김- 왕중왕전...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을 제외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가장 두려운 상대는?
임- 같은 팀 진호(홍진호 선수)가 가장 유력한 거 같아요. 이번에 맵 추첨에서 약간 불운했지만 정말 (저그한테) 아닌 맵에서도 이기고...진호가 웬만하면 이변이 없는 한 우승할 거 같아요.
(홍진호 선수는 현재 왕중왕전에서 1승을 기록하고 있다. 홍진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 말대로 정말 저그가 죽어난다는 소리를 듣는 맵에서도 승리하며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KPGA 투어 위너스 챔피언십에서도 치열한 재경기 끝에 결승에 진출, 성학승 선수와 24일 결승전을 벌이게 된다. 과연 홍진호 선수가 두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우승할 것 같다고 확고히 얘기하는 것에 놀라서 본인의 우승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임요환 선수는?
임- 저는 약간...지금 대 저그 전에서 어떤 감을 잃어버렸는데요...그걸 복구할 수 있다면 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구요. 근데 그거 복구하기 전까지는 아주 힘들 거 같아요. 정말 많이 잃어버렸어요.
김- 이번에 프로토스와만 너무 많이 경기하셔서 그런게 아닐지...
임- 좀 그런 것도 있고...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까 저그한테 정말 많이 지더라구요.
김- 이번에 스카이배 때 대 저그전이 한 번밖에 없더라구요. 조창우 선수 경기밖에...
임- 아...그랬나요?
김- 네...나머지는 테란 아니면 프로토스...
(임요환 선수의 신체적 피로 외에 가장 큰 부진의 이유는 임요환 선수의 최대 강점이었던 대 저그전 감각을 잃어 버린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임요환 선수는 10월 스카이배 개막전, 조창우 선수와의 경기, 외에 이렇다 할 중요한 대 저그전이 많지 않았다. 이후 스카이배에서는 저그전 없이 김정민, 김대건 등과의 대 테란전, 김동수, 박정석, 세르게이 등과의 대 플토전이 전부였다. 12월 마산MBC 대회에서 저그의 강자 강도경 선수에게 졌으며, 올 들어 KPGA 투어 위너스 챔피언십에서도 성학승, 강도경 선수에게 연패하며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다행히 왕중왕전에서 대 저그전(홍진호, 장진남 선수와의 경기)이 리그 후반부에 있으므로 어느 정도 감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들은, 임요환 선수는 아무리 바빠도 경기 중 스팀팩을 먹이면 피로가 싹 풀린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많은 않는다.)
김- 게임 외의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드라마에도 한 번 나오셨고, 라디오에 게스트로도 나오시는데 그런 활동들...어떠신지?
(임요환 선수는 KBS 일일드라마 '사랑은 이런거야'에 특별출연했으며, SBS 파워FM 김동완의 텐텐클럽에 게스트로 출연중이다.)
임- 처음에는 정말 떨렸는데, 방송을 나가고 팬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저는 뭐...부담스러워 했었는데 팬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니까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차차 해 나갈수록 재미있어요. 말하는 것도 재미있고, 가수들 하는 것도 보니까 괜찮고, 정말 하나하나 배워나갈 수 있죠.
김- 그럼 혹시 연예인 중에 친구는 생기셨는지...
임- 친구도 그러니까...그렇게 친해지지는 않았지만 언제 뭐 술 한 번 하자, 그 정도로 말이 나온 정도예요. 누군지 말해 드릴 순 없을 거 같아요. 현재로써는...제가 친하다고 말했는데 그 사람은 안 친하다고 그러면 제가 너무 무안할 것 같아서요.
김- 임요환 선수는 카페가 10만이 넘을 정도로 많은데, 게이머 중에서도 독보적인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임- 제가 저번 한 해 동안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에 성과도 따랐고 또 운도 따라 줬어요. 큰 대회만 싹 입상을 했는데, 아무래도 방송을 연달아서, 그것도 큰 대회에서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런 거 같아요.
김- 이 게이머의 이런 점이 부럽다, 배우고 싶다 이런 것이 있다면?
임- 조정현 선수의 자원을 남기지 않는 생산력이 부럽고...현재로서는 생산력이 가장 부족한 것 같아요.
김- 자신의 성격이나...습관 같은 것들 중 고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임- 속이 좁은 거 같은데요...그걸 좀 고치고 싶어요.
김- 별로 속 안 좁은 거 같은데...
임- 속 안 좁은 척 하는 거예요.(웃음)
김- 임요환 선수가 게임 중에 쇼맨쉽같은 플레이를 자주 보여 주시는데...그런 플레이를 할 때 팬들을 의식하는 것도 약간 있으신지?
임- 게이머한 후 처음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무조건 이기기 위한 게임을 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비슷한 플레이를 자주 했어요. 그 때는 팬서비스 차원...그런 건 못 느끼고 이기기 위해서 하다가 연습할 때 게임하는 선수들하고 그냥 긴장도 풀 겸해서 장난식으로 한 건데 지금은...쇼맨쉽으로 많이 느낄 때도 있어요. 억지로 쇼맨쉽으로 그렇게 할 때도 있고...많이 바뀌더라구요. 게임 스타일이...
김- 봉준구 선수같은 경우 스타크래프트를 떠나서 다른 게임도 많이 하는데...임요환 선수는 스타크래프트 외에 도전하고픈 게임은 없는지?
임- 쥬라기원시전 2라는 게임이...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레벨 업도 하고, 한번 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나면...
(스타리그가 끝나게 된다면 쥬라기원시전 2를 하고 있는 임요환 선수를 볼 수 있을지도...)
김- 프로게이머 전체에 관한 질문을 몇 가지 하겠습니다. 프로게이머란 직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임- 일단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일단 그거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뭐 어떤 프로라도, 프로축구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그 방면에서 이름을 남기면 더욱 좋은 거고...첫번째 이유는 간단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죠.
김- 프로게이머가 아무래도 직업의 생명이 짧은 편이잖아요...프로게이머 이후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임- 아직은...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잠깐잠깐 생각한 건데 현재 컴퓨터게임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게임도 상당히 좋아하고 게임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 중의 일부인데 게임을 그만하게 되면 그런 즐거움을 더 이상 못 드릴 거 같아요. 대신 게임을 만듦으로써 즐거움을 이어드리고 싶어요.
(아직은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현재에 가장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김- 프로게이머에게도 직업병이 있다면?
임- 일단 만나는 사람들이...친구를 거의 못 만나요. 바깥의 사람들은 거의 못 만나구요, 개인 시간도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거의 다 게이머를 만나면서 다니게 되는데요, 만나면 거의 다 스타 얘기만 해요. 자기들에 대한, 게임만 얘기...그러다 보니까 다른 얘기는 안 나오고...얘기가 재미없어지는 거죠. (웃음)
(프로게이머들간의 대화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오해를 사는 게 이것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친하기 때문에 과격한 말도 장난처럼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친구에게 하는 죽~었어와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죽~었어의 의미가 다르듯 말이다.)
김- 많은 사람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하는데,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임- 프로게이머도 만만히 보시면 프로게이머 성공하기가 힘들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면서 하는 직업이다"라고 옛날에 인식을 했는데 많이 바뀌었잖아요. 지금은...참 노력이 많이 필요하구요...개인시간도 없는 스트레스를 많이 감수해야 돼요.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일단 연습을 많이 해서 아마츄어 상태로 대회에 많이 나가서 입상을 해야 되요. 프로필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야 다른 에이전트사나 구단에서, 감독님께 스카웃이 돼요. 자기가 직접 들어가도 되지만, 대부분의 아마츄어들이 연령층이 낮아서 구단에 들어가서 "제 프로필입니다" 그렇게 말하긴 어려울 거 아니에요. 자기 삼촌이나 아버지나 연줄이 돼서 그렇게 되지 않는 한...일단 대부분의 보통 프로게이머가 되는 방법이 대회에서 많은 성적을 쌓고, 많이 자기 모습을 보인 다음에 스카웃이 되는 거죠.
김- 요새는 기존 게이머들이 점차 실력이 높아져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신인들이 잘 안 나오잖아요...지금 신인 중에 유망한 프로게이머가 있다면...
임- 예...현재 성학승 선수가 가장 유망한 것 같은데, 연습량이 정말 엄청나요.
(성학승 선수는 KPGA 투어 위너스 챔피언십 8강에서 임요환 선수를 꺾었으며, 결승에 진출하여 홍진호 선수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 프로게이머란 직업의 현실과 전망을 해 보신다면...
임- 프로게이머가 한 번은...물론 여러 번이었지만 크게는 한 번 정말 위기가 있었어요. 여러 리그들이 많이 없어진 게 컸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프로게이머계가 다시 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많은 매니저 분들과 프로게이머들이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어서, 그리고 여러 방송 매체들도 인식 자체가 바뀌어져 가고 있어요. 매니저, 프로게이머, 방송 매체 이 세 분야가 서로 열심히 하고 서로를 아끼면서 열심히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그렇게 망할 것 같진 않고, 점점 더 커 나갈 것 같아요. 다른 프로축구나 프로야구보다 훨씬 빨리...
김- 경기 중 징크스가 있으시다면...
임- 그렇게 큰 징크스는 없지만, 군청색 옷을 입고 경기를 하면 왠지 경기가 잘 되고, 많이 이기는 것 같아요...그리고 한 번 방심을 한 게임은...거의 져요. 그래서 방심 안하려고 항상 최선을 다해서 게임을 해요.
김- 최근 마린 프라모델을 자주 가지고 나오시는데...특별한 이유라도?
임- 아카데미 뉴클리어라는 유통기업의 협찬을 받았어요. 그래서 가지고 다니는 거죠.
김- 어떤 사람들은 저거 들고 나오고 난 다음부터 많이 진다고...갖고 나오지 말라고...안타까워서...
임- 네...저거 들고 나가서 많이 진 거 같아요...진짜로...(웃음)
김-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데...전망해 보신다면?
임- 이번 세계대회...WCG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대거로 스카웃이 됐는데요. 뭐...좋은 현상인 거 같아요. 잘하는 선수들이 외국에서 용병으로 들어오고, 그러다 보면 우리 나라 선수들도 해외로 용병으로서 나갈 수도 있고,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상당히 느낌이 좋아요.
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강력하다 할 만한 선수를 꼽는다면?
임- 역시 뭐...베르트랑 선수가 가장 강력하죠.
(베르트랑은 프랑스 출신 선수로, WCG에서 준우승을 한 선수이다.)
김- 외국인 선수와 많은 의사소통을 하시는지?
임- 긴 말은 많이 해오는데, 뭐라고 답할 수가 없으니까 말로써 의사 소통은 많이 안 하는데요...거의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게임하면서 채팅할 때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김-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현실이 순탄치 않은데...어떻게 보시는지?
임- 남자 프로게이머들은 항상 열심히 하지만, 여자 프로게이머들은 열심히 못하고 많이 자기 개인 시간을 챙기려고 하는 경향이 옛날에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남자들에 비해서 실력이 너무 처지고 방송으로 나가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많은 팬 여러분들이 지적을 해 주셨고 그 점 때문에 여자 대회도 많이 없어진 거 같은데...여자 선수들이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잘 해야지 여러 리그가 생길 거 같아요.
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많은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 진짜 꿈이라면...간단하게, 진짜 꿈이면 자신의 인생을 내던져야 돼요. 모든 걸 다 걸고 열심히 해야 되요. 프로게이머란 거...성공률도 상당히 희박하고, 좀 힘든 직업이기 때문에...열심히 하는 것밖엔 없어요.
김-이제부터는 좀 가벼운 질문을 할께요...제가 인터뷰하면서 이 질문은 진짜 유치하기 때문에 안하려고 생각했는데(웃음)...여자친구 있으신지...
임-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서 나왔듯이 아직은 없구요. 제 개인 시간이 있어야 사귀죠...아직은 없는데 여자친구 사귈 맘도 아직은 별로 없어요. 만나면 헤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아직은...모든 걸 다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가 있으면 괜찮죠. 너무 미안하고, 보기도 안 좋을 것 같고...
김- 그래도...장진남 선수같이 여자친구있는 프로게이머 보면 부러우시죠?
임- 음...같은 프로게이머라서 그런지 잘 이해해주는 거 같아요. 부럽네요...참...
김- 이상형이 있으시다면?
임- 성격은 일단 접고, 외모만 따지자면 핑클의 성유리씨를...성유리씨가 이상형인데요.
이 때 골수 젝키팬, 강성훈 팬이었던 내 이종사촌동생의 안색에 변화가 생겼다. 나는 눈치를 줬으며, 임요환 선수도 눈치를 챈듯,
임- 예, 알아요. 알아. 무슨 말 하려는지...웬지 느낌이 있기 때문에...(웃으며)...그냥 외모만 따지자면...깨끗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이거죠, 한 마디로...성격은 절대 좋아하는 건 아니구요...성격은 그냥...똑똑하고 착하고 나만 바라봐 줄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김- 얘가 싫어하는 가수는 극단적으로 싫어해 가지고...노래방에서 친구가 god 노래 고르면 바로 꺼 버리고...(웃음)
임- 하하...
김- 음악이나 영화 좋아하시는지?
임- 영화 상당히 좋아하고, 음악도 듣는 건 상당히 좋아하는데 제가 부르는 건 싫어해요. 남들 앞에서...못 부르기 때문에 아직은...잘 부르게 되면 좋아하겠죠.
김-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있다면?
임- 좋아하는 배우는...박중훈씨 좋아하구요. 외국에서는...액션배우는 다 좋아하고, 남자배우는 유명한 배우는 거의 다 좋아해요. 여자배우는...카메론 디아즈. 기네스 팰트로 정도...거의 남자배우를 좋아해요. (이런...우리 나라 여자배우는...)
김- 아...내심 여자배우를 많이 말씀하시길 기대했는데...(웃음)
김-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시는지...
임- 1학년 초기에는 자주 나갔거든요. 근데 갈수록..그때가 무명이었고 갈수록 유명해지다 보니까 스케줄이 많이 생기고 학교를 많이 빠지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거의 못 다니고 있죠.
김- 혹시...자신의 신체 중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임- ...그다지...숨기고 싶은 곳은...
김- 그렇다면 컴플렉스는...
임- 콤플렉스도 없고 제 신체에 대한...(무언가 중요한게 생각난 듯)...아, 있어요. 머리가 커 가지고...그거도 있고, 특이한 점이라면 엄지발가락이 아직 나보다 큰 사람을 못 봤어요. 축구를 많이 하다 보니까 발가락이 커진 거 같아요.(웃음)
김- 축구 많이 하셨어요?
임- 예.
김- 공격수?
임- 아무데나 그냥... 포지션 없이 막 동네축구 하듯이...
김- 저는 운동을 반에서 한 50등 해서 축구하면 맨 뒤에 서 가지고 부동의 수비수라고 해 가지고...(웃음)...안 움직여요...못 움직이는 거죠. 운동하면 맨날 뒤처져 가지고...요새는 체육이 없어서 정말 좋아요.
임- 체육이 없어졌어요?
김- 예? 아니...대학이니까...
임- 아...
김- 대학에서 무슨...교양신청과목으로 테니스 같은 거 듣는 애들 보면 정말 이상해 보이고..(웃음)
임- 저는 참...체육 있는 거 하나로 버텼는데...(웃음)
김- 저도 운동 잘했으면 뭐 했겠지만...(웃음)
김- 유닛 컨트롤 하는 거 보면 정말 빠르신데, 타자는 몇 타 정도?
임- 독수리...한 150에서 200타?
(엥? 본 기자가 독수리로 200에서 250인데...그럼 그 손놀림은 대체...)
김- 프로게이머 중에 타자 빠른 사람이 혹시 있는지...
임- 저희 팀 선수들도 상당히 빠르더라구요. 저만 그런거 같아요. 저는 게임을 배우면서 컴퓨터를 처음 알게 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독수리죠.(웃음)
김-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게이머 중 최고 미남은?
임- 어...최인규 선수. 정민이(김정민 선수)도 잘 생겼고...황성욱 선수도 잘 생겼죠.
김- 그러면 본인은 어느 정도...
임- 저는 뭐 그냥...봐도 메슥거리지 않을 정도?...(웃음)
김- 연예인 뺨칠 정도로 끼가 넘치는 프로게이머가 있다면?
임- (주저하지 않고)장진남 선수.
(이건 게임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다 동의할 것이다.)
김- 음...임요환 선수는?
임- 저는 끼하고는 상관없는 거 같아요. 인연이 없는 거 같아요. 장진남 선수가, 장진남, 장진수 선수가 끼가 많은 것 같아요.
김- 쌍둥이 분들 얘기 나와서 그런데, 장진남, 장진수 선수 혹시 구분 못한 적 있으신지...
임- 처음엔 못했는데, 가면 갈수록 어딘가 많이 다르더라구요. 아무리 쌍둥이라지만 구분이 돼요.
김- 둘다 자기가 잘생겼다 그러는데, 누가 잘생겼다 생각하시는지...
임- 음...(상당히 고심하다가, 인터뷰 중 가장 고심)...누굴 꼭 집어서 잘 생겼다 못 생겼다 하면 똑같아지는 거잖아요?
김- 장진수 선수가 한번 게시판에서 묻더라구요...
임- 아니...쌍둥이가 자기들 중에 누가 잘 생겼는지 물어봐요? 참...(웃음)
김- 겜비씨에서 보면 두 선수가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 하는데 보셨어요?
임- 예...(웃음)
김- 온게임넷에서는 임요환 선수가 직접 하시고...(웃음)
임- (웃음)...그렇게 나가는 줄은 알았는데...재미있더라구요.
(참고로 임요환 선수의 불법복제 CD 방지 캠페인은, 불법CD를 사서 게임을 하고 있던 어린이의 컴퓨터가 갑자기 고장나더니 갑자기 귀신이 컴퓨터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그 귀신이 가발을 벗으니 임요환 선수 얼굴로 변신!! "불법복제 CD, 팔지도 사지도 맙시다"라고 말하는 조금은 황당한 내용이다. 최근 2편, 아이템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김- 먼 훗날,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임- 축구황제 펠레처럼...축구하면 펠레가 떠오르잖아요? 골프하면 타이거 우즈...게임이면 임요환, 그렇게 기억되길 원해요.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겠죠.
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임- 2002년 들어서 약간 힘이 없는 플레이와 새로운 전략 전술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성적도 그다지 안 좋습니다. 어디서부터 해 나가야 될지는 알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만들어지지 못해서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이제부터 차차 만들어 나가면 되고...보여드리겠습니다. 저에게 연습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를. 여러분들도 많이 도와 주셔야 할 것 같구요...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정말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임요환 선수와 본 기자는 서로의 성공을 빌며 헤어졌다....
임요환 선수는 '정말 이 사람이 그만한 인기를 얻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통 옆집에서 볼 수 있는 형같은, 친근감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인터뷰 후반부에는 처음의 긴장감을 많이 풀 수 있었다. 자던 중에 깨어나 풋내기 기자의 인터뷰에, 다소 어이없는 질문이라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준 임요환 선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본 기자, 맨 처음에 자기 소개를 빼먹는 등 정말 정신없었다. 약간은 피곤해 보였지만, 마지막에 팬들에게 한마디 할 때, 그의 눈에서 예전의 그의 서슬퍼런 기세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 연습시간을 되찾은 황제의 무서움을 아마도 우리는 머지 않아 다시 볼 수 있을 듯 하다. 황제의 양위는 아직 가까이 있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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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면, 그때는 아직 누구도 '타임머신'이란 단어를 쓰지 않던 때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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