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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3/31 16:08:20 |
Name |
한니발 |
Subject |
스타인 이야기 : 통신사 더비의 역사 |
1. 제국과 동맹
일찍이 KTF MagicNs가 펼친 갈락티코 정책은 한 때 축구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구상하였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상에서 시작되었으며, 두 판의 크기 차를 감안한다면 그 규모 역시도 그와 비슷하였다. 어디서 누구를, 어디서 또 누구를, 이런 식으로 일일이 말하는 것은 번거롭기에 생략하겠으나 어쨌거나 KTF MagicNs가 완성한 진용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하나의 정점을 손에 넣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마지막 대어를 낚아 올리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그리고 그 대가를 실로 장절한 것이었으니, 그 놓친 대어가 지금껏 그 어떤 스포츠 업계에서도 -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 실현된 바 없는 승부수를 기도하였기 때문이다.
‘왕’은 모험가였고 승부사였다. 그는 그 천성적인 기질에 따라 위대한 갈락티코의 일원으로써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대신에 그는 한 명의 현역 플레이어로서, ‘일개’(그에게 이런 표현이 적합할 런지는 모르겠으나)한 명의 선수로써 자신의 군단을 창설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그는 ‘천왕’들과, ‘3대 프로토스’, ‘조진락’, 그리고 다른 우승자급 테란들, 그 누구 하나 불러들이지 못했다. 어쩌면 애시 당초 그는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미 빛나고 있었던 그 수많은 별들 - 대부분이 KTF의 갈락티코에 몸담게 되는 - 그들 모두가 왕 그 자신을 찌르기 위해 벼려진 창들임을 알고 있었기에.
생각해보라. ‘폭풍’ 홍진호는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는 왕의 맞수였으며, ‘영웅’ 박정석은 프로토스가 자랑하는 왕의 대척점이었다. ‘귀족’ 김정민은 비열하고 능라한 카이사르를 대적하는 정통파 폼페이우스였고, ‘천재’ 이윤열에 이르러서는 이미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제정(帝政) 패러다임을 박살낸 장본인이었다. 그들 모두는 왕의 세계에서 성장하여, ‘적수’란 관계로서 왕의 세계에 귀속된 동시에 언제라도 두 번째 제위를 계승할 준비가 된 이들 - 황제를 찌르기 위한 창들이었다.
그렇기에 왕은 그에 맞서 자신의 창들을 벼려내었다. 그가 모은 이들은 갈락티코의 대극점에 선 자들, 변방과 지하에서 온 빈객들이었다. 팀 내에서 설 자리를 잃은 자, 한 번 이판을 떠났다가 막 돌아온 탕아, 상부와의 불화로 선수 생명을 더 이상 잇기 어렵게 된 자, 재야의 무례한 고수. 그런 자들이 왕의 군단으로서 부름 받았다. 모두가 이 품위 없는, 그러나 파격적인 군세를 비웃는 사이 이들은 첫 번째 진격을 감행하여 시작과 그 시작과 함께 첫 번째 패도를 이룩하였다. 왕이 이끌고 온 무리들은 점차 세를 키워, 단 시간 내 기존의 갈락티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웅들로 성장했다. 이윽고 사람들은 왕과 그 지휘 하의 군세를 일컬어 제국이라 이름하였다.
이렇듯, 제국 T1에서 임요환이란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에이스라거나, 프랜차이즈 스타라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갈락티코에, 자신의 세계에 대해 반역을 기도하여 음지의 거목들과 결탁하였고 그들을 지휘하여 이 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을 건설한 주모자였으며 실행자였다. 그와 같은 강력한 구심점만이 최연성이며 박용욱 같은 자부심 높은 거물들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답이었다.
반면 이에 비해 KTF는 왕의 후계를 노리기 위해 각기 다른 배경에서 자라난 군웅들의 집단이었다. 그들은 명가 STARS, 영광의 Greatest One, 저그군단 Soul이 각기 자랑하더 s에이스들이었으며 그들 각자가 걸어온 길들이 서로 다른 빛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자연히 KTF는 어떤 한 명을 중심으로 앞세우기 어려웠으며, 찬란한 거성들의 연합 내지는 동맹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음지에서 시작된 제국, 양지에서 이루어진 동맹. ‘악의 제국’ SKT, '빛의 연합‘ KTF라는 당시의 우스개는 이러한 두 적수의 이미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SKT가 사파, 기략, 비책, 급습, 술수 등의, KTF가 정파, 정공, 전통, 정석 등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사실 어느 정도 여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홍진호는 ’정석‘적일뿐인 저그가 아니었으며, 강민은 더욱 그런 프로토스가 아니었다. 박용욱이 다크 아콘으로 이름을 날렸다지만, 마이큐브의 박정석이 그에 뒤졌던가? 임요환과 벙커링과 조용호의 5드론에 이르자면 또 어떤가?
어쨌거나 이 ‘제국’과 ‘동맹’의 대두는 프로리그 흥행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제국’을 중심으로 왕의 지지자들이 결집했고, ‘동맹’을 중심으로 그 적수들의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본좌론’ 이전에 이 세계를 휘어잡았던 담론, ‘포스트 임요환’ - 누가 왕을 찌를 것인가? 누가 왕위를 계승할 것인가? - 이 이제 ‘제국’과 그를 막는 ‘동맹’의 대결로 변용되어 이어진 것이다. 개인리그 일변도의 스타판은 그 스토리의 연장선상에 놓인 이 대결 구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프로리그 체제로 연착륙했고, 이 대결에서 제국이 불멸의 무적함대로 거듭나며 임요환의 시대는 한 번 더 도약기를 맞는다.
2. 영광과 몰락
제국의 전성기는 그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내부 체제를 구축해내면서 시작되었다. 이른바 종족 주장제가 그것인데, 각각 테란의 최연성, 프로토스의 박용욱, 저그의 박태민을 종족의 주장으로 하고 그들 셋을 통솔하는 총 주장으로서 임요환이 위치하는 체제였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각 종족 라인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험하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으며, 임요환은 그 전부를 아우르면서 팀의 통일성을 지켜나갔다.
초기 제국은 팀플레이에서 보이는 약점, 저그 라인의 상대적 취약 등 몇 가지 불확정 요소를 가지고 있었으나, 과감한 전략적 승부수 및 심리전을 통해 이를 극복해냈다. 더욱이 역대급 팀플 커맨더 윤종민의 발굴과 전상욱-박태민의 영입 등으로 이러한 약점들마저 보완한 이후로는 사실상 완전무결의 전력을 구축하여 리그에 적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무렵 제국은 수많은 기록으로서 그 강력함을 명백하게 증명했는데 이중 계약 파문 당시 최연성 없이 이룩한 우승, 테란 약세 시즌에서의 4테란 엔트리 구사와 승리, 무실세트 연속 기록의 계속된 자기 갱신, 오버 트리플 크라운 등 프로리그에서의 신화 뿐 아니라 양대 리그 내전 결승, 단일리그 16강 8명 진출, 스타리그 2-3-4번 시드 동시 석권 등 개인리그에서 거둔 성과도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프로토스 라인은 저격과 흐름의 전환, 다전제의 마무리 등 승부의 분수령에서 톡톡히 활약했고, 저그는 팀플과 개인전 양쪽의 균형을 유지하며 제 역할을 다했으며, 테란은 프로리그-개인리그 판 전체의 전략적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한편 동맹은 제국과는 반대로 팀플레이에 강점을 가지고 특급 클로저 강민으로 에이스 결정전을 마무리하는 패턴을 가지고 군림하였다. 전설적인 23연승이 보여주듯, 동맹의 안정적인 전력은 기나긴 레이스의 호흡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변함없이 일정하지만 알고도 막아내지 못하는 패턴 플레이를 구사하였다. 실제로 정규 시즌에서는 제국조차도 동맹에게 열세를 보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조차 동맹은 안정감에 근거한 전략을 구사하였고, 그는 대개 안일함이라는 단점으로 작용하여 파르살로스 회전(會戰)의 재판으로 끝났다. 더욱이 제국 뿐 아니라 K.O.R. 마저 동맹을 향해 기적 같은 쿠데타를 성공시키면서 동맹은 포스트 시즌에서의 무력감을 곱씹어야 했다. 그럼에도 동맹은 여전히 제국의 행보에 제동을 걸 유일한 제어 장치로서 드높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였다.
그러나 몰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제국의 몰락은 곧 동맹의 몰락이며, 갈락티코의 몰락은 곧 왕의 몰락이었다. 과감했던 패도로 시작된 제국의 시대는 참으로 많은 것들과 함께 동시에 무너졌다. 이 모든 붕귀를 통틀어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임요환의 시대’가 마침내 무너졌음이리라. 제국은, 참으로 갑작스러운 몰락을 맞이했다. 영웅이 된 해적, 곧 프랜시스 드레이크와도 같이, Hero로 거듭난 P.O.S.가 무적의 제국 함대를 격침시키고 칼레의 바다를 재현하여 제국 몰락의 신호탄을 쏘았다.
우연이라면 기묘하게도, 이 모두가 왕이 자리를 비운 이후 시작되었고 이루어졌다. 그가 사라진 순간 제국은 주인을 잃었고 동맹은 공동의 적수를 잃었다. ‘제국’과 ‘동맹’의 대립각이 무뎌진 사이 정복자 칸이 평원을 가로질렀고, 트라이던트를 앞세워 오즈가 대두했다. 그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임요환이 벼려낸 창들과 임요환을 찌르기 위해 벼려졌던 창들, 낭만 시대의 군웅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아득한 황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는 없었다. 너무나 강력했던 ‘제국’과 ‘동맹’은 한 번도 그들 군웅들 이후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동시다발적인 몰락을 예측하고, 그 뒤를 가늠하기에는 당장 그들이 거느린 진용이 너무나 많고 강력했기에 그들을 운용하기에도 벅찼다. 그렇기에 마침내 실현된 파멸 앞에 그들은 갈팡질팡할 뿐이었다. 한편 개인리그에서는 마침내 마재윤이 ‘본좌론’의 시대를 열고, ‘포스트 임요환’의 시대를 끝장냈다. 비로소 임요환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카이사르를 쓰러뜨리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브루투스의 칼이 아니었음을, 모두가 그때서야 깨달았다.
거짓 구세주의 치하는 제국에게도, 동맹에게도 암흑기였다.
존재하지 않은 카이사르의 무덤 위에서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거기서 다시금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3. 라인과 에이스
몰락 이후의 제국은 실로 처참한 사태에 직면한다. 일찍이 왕이 예견했던 거의 모든 재앙이 실현되었고, 제국은 격렬하게 흔들렸다. 빈 옥좌를 앞에 두고 서열 2, 3위를 다투던 두 사람 사이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불화설이 나돌기 시작했으며, 팀의 창단 공신 중 한 사람은 코칭스태프와 불화를 일으킨 뒤 숙소에서 방출되었고, 그 코칭스태프도 곧 성적 부진을 이유로 남김 없이 경질되었다. 종족 주장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팀은 논외로 치고 종작 라인 내부의 소통조차도 원활치 못했다. 제국을 정점으로 이끌었던 그 모든 힘들이 반동력으로 돌아서서 제국의 숨통을 옥죄였다. 그 모습은 카이사르 이후의 로마보다는 알렉산드로스 이후의 마케도니아에 더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그 답을 낡은 유산에서 찾아내고자 했다. 전상욱과 박태민이 퇴각하는 군세의 후방을 지키는 동안, 두 명의 종족 주장은 마침내 영욕의 세월을 끝내고 일선에서 물러나기를 택했다. 그와 함께 전환점이 찾아왔으니, 그들이 각자의 후계자를 발탁하여 내세운 것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 그들은 그들 스승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정명훈과 도재욱이며, 제국의 두 번째 황금 세대를 지탱하는 두 축이다. 그러나 이번 시대의 물결은 제국의 유산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었으니, 여기서 혁명아(革命兒) 김택용이 제국에 발을 디디게 된다.
모 기숙사도 아니건만, 제국의 역사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순수혈통’을 입에 담는다. 그러나 제국에 있어 영입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특별한 경우였던 김성제와 박용욱을 논외로 한다고 해도 KTEC의 에이스였던 성학승을 영입한 전례가 이미 있고 전상욱-박태민의 영입은 무적함대 완성 그 최후의 퍼즐이었다.
그러나 김택용의 경우가 그 때까지의 영입과 뭔가 달랐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택용은 거짓 구세주를 찌르고 새 시대를 연 장본인으로, 제국이 이와 같은 식으로 혁명을 품어야 한다는 그 사실은 제국이 택뱅리쌍이라 불리는 시대의 네 축 중 한 축도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세워내지 못했다는 그 사실을, 그리고 제국이 시대의 주도권을 놓치고 있었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대면해야 함을 의미했다. 아울러 외부에서도 이 영입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으니, 김택용이 히어로에서 이룩했던 그 모든 것들을 제국이 자금력을 앞세워 제 색으로 덧칠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김택용의 영입은 제국 내부에 있어서는 그 오만에 가까웠던 긍지의 훼손이었고, 제국 외부에 있어서는 거짓 구세주의 몰락 이후 놓치고 있었던 시대를 사들이려는 탐욕으로 비추어졌다. 제국은 그 모든 것을 감수했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은 - 도, 택, 명. 최강의 라인이었다.
한편 동맹의 내부, 빛의 군웅들 사이에서는 내부 불화와 암투, 만연한 나태 대신에 상부에 의한 숙청이 벌어졌다. 체제 개혁이란 이름 아래 불꽃의 변길섭, 목동 조용호 등 한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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