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야구의 상승세로 인해 K-리그 인기가 점점 줄어들 시점인 한해의 마지막인 11월 9일. 드디어 K리그에서 관중을 동원할만한 이벤트가 마련됩니다. 10000호 골이 터지는 날이지요. 이 전 라운드까지 9998호골을 기록한 K리그(연맹)측은 11월 9일 ‘10000골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차분히 살펴보면, 축구 매니아들에게 예전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은 연맹은 왠일인지 한 달 전인 10월 8일부터 해당 이벤트를 준비했는데요. 대략 준비내용을 보면
1) 각 언론사에 공문 배포 - 언론사의 헤드라인 ‘25년만의 K리그 경사’
2) 10000골을 정확히 맞춘 팬들 중 한명에게 김치냉장고를 증정
3) 역시 ‘만호골’ 이름으로 3행시 짓기 행사. 1명에게는 버블 세탁기 증정.
3) 1만호골 선수의 친필사인 유니폼과 경기구 경품 지급
4) K리그 시상식에서 1만호골 선수에게 시상식 마련.
5) 한달 전부터 예상선수를 설문조사 1위는 당시 대구의 ‘이근호’(약 12.7%, 현 울산). 2위는 수원의 ‘에두’
이런 다양한 이벤트와 준비를 착실하게 준비했습니다. 특히나 10월 8일경 약 70여골을 남겨 놓은 가운데.
1) K리그 경기당 2.8골
2) 주말 라운드 평균 19골
3) 10월 8일 전 21라운드 23골
에 근거.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는 K-리그의 골득실을 무기삼아 연맹측은 공을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10월 8일 이후의 라운드에서 22라운드 22골(잉?..경기당 3.1골)을 기록하게 됨으로써 성공적인 이벤트를 자축하는 분위기로 이어졌지요.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이 골을 펑펑 쏘던 팀들이 약속이나 한 듯
1) 23라운드:11골(경기당 1.5골)
2) 24라운드:17골(경기당 2.4골)
을 기록하면서 비상이 걸리게 됩니다. 원 수치대로라면 22라운드 이후 41골을 남겨 놓은 상태. 충분히 몰아친다면 이른 시간내에 가능했던 1만호골이 달성시간이 점점 뒤로 늦쳐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래도 7경기 중에 겨우 13골만 넣으면 1만호골이 달성되기 때문에, 사실 25라운드가 벌어지는 11월 1~2일쯤 나올 것이라고 무난히 생각. 또 하나 이벤트를 마련합니다. 뭐, 이벤트보다는 대외적으로 홍보와 함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자는 의미의 이벤트지요.
‘연맹은 이번 주말 각 구장에서 사용하게 될 6개의 공인구에 1~6번까지 유성 매직팬으로 미리 번호를 매겼다. ‘1만호골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주말 K리그 각 경기 주심과 대기심은 골이 터질 때마다 수첩에 골이 터진 볼의 번호를 기록해 나가다가 ‘1만호골’로 판명될 경우 연맹 직원이 경기 후 해당 볼에 선수의 사인을 받아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연맹은 이미 지난달 29일 K리그 7경기를 통해 이 방식의 사전 리허설도 완료했다.‘
하지만! 신도 무심하시지... 하필 11월 1~2일에 벌어진 K-리그 7경기 중 11골 밖에 안 나오는 진기록(경기당 약 1.5골)을 연출하면서 기록달성에 실패합니다.(총 9998골. 단 2골만 있으면 되었는데...)
특히나 연맹을 더더욱 땅을 칠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까지 총 25라운까지 경기 중 축구에서 가장 재미없다는 0:0과 아쉬운 스코어인 1:0 or 0:1 스코어는(당시 1부리그 회원팀 총 14팀)
23라운드 : 7번의 대전 중 5번
24라운드 : 7번의 대전 중 2번
25라운드 : 7번의 대전 중 5번
2008 하우젠 K-리그에서 벌어진 0:0, 1:0 스코어 : 총 47회(라운드별 약 1,8회)
기획 후 진행된 세 번의 라운드에서 0:0, 1:0 스코어 : 총 12번 (약 25.5%)
그렇습니다. 전체 라운드에서 기록한 0:0, 1:0스코어를 이 3라운드에서만 12번(전체 25%)이나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연맹측은 울며 겨자먹기로 진작에 마무리 졌어야할 1만호골 이벤트를 정규리그 최종라운드까지 끌고 가게 됩니다.
역사적인 날이 밝은 11월 3일날 오후 15:00경.
11월 9일은 마지막 정규리그이다 보니 같은 시각, 같은 날에 열립니다. 동시간대에 벌어진 전북과 경남의 경기에서 경남의 김동찬 선수가 전반 13분에 골을 터트리며 9999골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나서 전국의 많은 기자, 팬, 감독, 연맹측은 초긴장똥줄상태를 유지했으나,
부산의 김태영 선수(월드컵 김태영 선수와 동명이인)가 회심의 자책골을 부산에게 작렬시켜 역사적인 1만호골은 새로운 K리그 역사로 자리 잡습니다. 참 기가 막힌 리그입니다. 그리고 불과 3분후 포항과 서울의 경기에서 김치우 선수의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아쉬운 1만1호골을 달성합니다. 당시 저는 이벤트 기획부터 끝날 때까지 한달 내내 자지러졌던 기억이 나네요.
정규리그 최종전이 끝난 후에도 재미난 일이 많았는데
1) 김현회기자는 기사로 김태영 선수에게 전주비빔 삼각김밥 대상을 선물
2) 언론사 헤드라인 : 25년 만에 대기록이 '자책골', ’어이없는‘ 10000호골, 빛바랜 10000호골
3) 1만호골 공은 쓸쓸히 11월 10일 연맹에 도착.
4) 당연히 K리그 시상식에서 1만호골 이벤트 제외
5) 당연히 1만호골 친필 싸인(...ㅜㅜ) 선수유니폼 및 경기구 지급도 제외.
6) 연맹 홍보부장 박용철 마케팅 부장은 주인공 맞추기 정답자가 없다면 추첨으로 팬들에게 행사할 것이라 홍보
7) 하지만 약 보름 후인 27일. 이 이벤트에서 김모씨가 4153명중 당당하게 혼자 ‘김태영’선수를 맞춰 추첨도 없이 ‘삼성 하우젠 아삭 칸칸칸 김치냉장고’를 받아감.(이런 로또가...)
당시 보도전문에 실린 김모씨의 인터뷰
[김모씨는 "축구 경기에서 골은 누구나 넣을 수 있는 것 아닌가. K-리그 선수 거의 모두를 일일이 적어 보냈다"며 정답을 맞춘 배경을 설명했다.
김모씨는 또 유일한 정답자라는 말을 전해 듣고 "1등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김태영 선수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선수가 마음고생을 털고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부산의 김태영 선수는 10000호골 전 경기인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이청용 선수에게 날라차기=이단 옆차기 킥을 먹었던(...)선수입니다. 이 당시 2008시즌 서울은 무승부만 해도 자력우승이 가능했는데, 부산에게 0:2로 지며 자력우승이 물 건너 가버렸습니다. 특히 경기 중, 서울의 이청용 선수는 ‘칸토나 저리가라 킥’을 날리면서 축구 커뮤니티 뿐 아니라 PGR에서도 대폭발 했는데요. 하필 그 당사자가 골을, 그것도 자책골을 넣은게 아이러니입니다. 당시 떠돌던 카더라로 이청용 선수가 퇴장 이후 추가 징계(예를 들면 2경기 출전 정지)가 없다는 판정 때문에 김태영 선수가 연맹에 '1만호골'로 복수했다는 카더라가 떠돕니다.
여기서 잠깐
이 선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총 3개인데,
1) 이청용 선수의 이단 옆차기
2) 영광의 K-리그 1만호골 주인공
3) 2004 K리그 올스타전
2004 K리그 올스타전은 여타 야구에서 하는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리그 중에 벌이는 매치입니다. 야구의 올스타전과 같이 팬 투표로 선정된 2개의 팀이 경기를 벌이는 매치인데...지금은 사라졌다가 올해 2002 어게인으로 인해 다시금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김태영...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닙니까?
당시 2002년 월드컵 신화 주역이자 국가대표 센터백 김태영 선수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2004년 입단한 전북의 신인 윙백 선수가(2004 전북 입단. 2009년 당시 부산, 현재 K3 양주축구단) 올스타전에 뽑혀 웃기도 애매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올스타전 최고 득표자는 전남의 김남일. 당연히 전남의 김태영(월드컵)도 뽑혔습니다.(아 정말 화려한 이 라인들...)
전(前) 전북 감독인 조윤환 감독은 윙백에 김태영(현 양주, 당시 전북) 선수를 시즌 초부터 기용했는데, 축구자질이 굉장히 보여서 올스타전 후보군에 감독추천으로 추천시켰으나... 문제는 투표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팬들이 전남의 김태영(월드컵)선수와 헤깔리는 바람에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뽑히는 영광을 누립니다.(MF4위, 약 11만표) 2004년 6월~7월 경, 모든 언론사에서 전북 김태영 선수는 다루어주지 않고(...아흑) 오로지 전북도민일보만 다뤄준 가슴 아픈 비화가 있습니다.
현재 김태영 선수는 부산에서 방출되고 양주시민구단에 머물며 해외이적을 타진중이라 합니다.
K리그 흑역사를 3개나 경험한 안타까운 산증인.
* 연맹과 축협은 까야 제맛.
* 혹시나 불편을 드렸을 양주의 김태영 선수 및 양주시민축구단 서포터분들,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 분들, FC서울 서포터 분들 에게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머는 유머로~
*위 자료 내용은 엔하위키 미러, 엔하위키. 해당년도 주요 스포츠 일간지,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공식기록 및 홈페이지, 그리고 제 머리...에서 나온 것을 알려드립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6-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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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좀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1등인 SK요 선수는 친구가 좋아하는 김광현 선수
야구 TV로 라도 보신적 없으세요? 아니오 없어요
또 그 학생의 표정이 그야말로 무표정하고 자기가 얻은 행운이 뭔지도 잘 이해못하더군요
이 인터뷰를 보면서 인터넷상의 모든 야구커뮤니티가 열폭의 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크크
여담으로 프로야구 1억번쨰 관중이 요란한 이벤트와 달리 정작 그 주인공의 기사가 적은것도 이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