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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8/21 23:29:20 |
Name |
양정현 |
Subject |
제목없음. |
햐아 첫글입니다. 글쓰기버튼이 생긴지야 제법 되었지만 항상 눈팅만 하니까요.
제목없음입니다. 제목은 전체를 관통해야 맛이지요. 단상들의 연결일 뿐인 이
글에 제목을 붙이면 그건 꽤나 길게 될 겁니다. 간단하게 가지요, 뭐.
1.
인간다움, 사람 마음이라는 것, 어떤 이야기들은 그것을 버리고자 무진장
애를 쓰다가 결국은 인간다움의 애틋함에 반성하는 자들의 상황을 다룹니다.
반대의 경우는 드물지요. 냉철함과 비정함, 기계적 정확성은 어쩐지 감정
앞에서 계도의 대상입니다.
프로게이머들도 자주 감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다전제에서 기습전략에 당한
뒤 비슷한 방식으로 되갚으려는 모습. 물론 그것은 충동적인 결정이기에 쉬이
간파당하고 그 게임 역시 그르치는 계기가 됩니다. 혹은 굉장히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고삐를 늦추다가 무서운 추격에 결국 역전패를 당하기도 하지요.
저도 오늘 그랬습니다. PvsZ였는데 6파6게 질럿에 드론을 6기 가량 잃은
상대이기에 방심하지 않을 수 없었죠. 선택한 전략도 럭셔리토스*였기에
한방에 끝낼 생각이었구요. 그 병력 잡아먹히고 여유있게 건설했던 멀티도
밀리고... 결국 올멀티 싸움까지 가서 이겼지만요.
승부의 세계에서는 역시 냉철함과 비정함, 기계적 정확성. 무미, 건조함...
이런 가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인간다움은 경기 후 보여줘도 충분해요.
많은 서사물들에서 보이듯, '인간다움'을 감정으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기계적임'과 비교했을 때보다 바람직한 가치로 평가되고 있구요.
그러나 이 둘을 굳이 대립시킬 것은 없습니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우월한 가치'는 없어요. 세상은 다양한 국면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때그때
취사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뭐 결론은, 게임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것이긴 합니다만.
2.
귀가길 지하철에서 굉장히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계시는데
몸을 수그려 신발을 조이는 데에도 힘겨워보이시더군요. 끈이 아니라 찍찍이었는데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앉아계시긴 했습니다만 자리를 양보한다면 정말
저런 분에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팡이라는 다분히 아이콘적인 도구가 이 분에게는
정말로 합목적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했구요.
요전에 이 곳에서 자리양보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양보의 본질을 생각하면
간단해요. 노인 공경이오? 제가 굉장히 급진적인 사람이긴 합니다만, 막 말해서
시대는 그런 불필요하게 관습적인 말에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그리 모난 생각도
아닐 거구요.
결국 자리 양보는 서 있기 힘든 사람에게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공경해야 할 대상은 노인이 아니라 타인 전체예요.
...문제는 그것이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겠습니다만은. 머리가 하얗게 쇠고
검버섯이 빼곡히 핀 어르신이라도 정정하신 분이 많거든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좌우간 그래서 그분이 내리시려 하는데 일어나는 것도 정말 힘겨워 보이더군요.
팔을 받쳐 부축해 드렸습니다. 정말 몸에 힘이 들어가시지 않는지 힘이 꽤나 실리더군요.
전 그분 바로 앞에 서있었기에 별 생각없이 앉았는데 왠지 계면쩍더군요.
본디 자연스러운 행동이죠. 지하철에서의 불문법(!)이랄까요.
그런데 왠지 형세가 제가 그 분을 부축해드린 것이 내가 앉게 빨리 가라고
채근한 것처럼 느껴지던데요. 정말 단순히 일의 선후관계에 의해서요.
많은 사람들이 자리양보의 본질을 잊고 지나치게 관성에 의존하는 데에
많은 불만을 갖고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잘 알고 간파한다 하더라도
그 '것'이 갖는 순수한 외향적 면에서도 동요하거나, 착각하게 되는 걸 생각해보면
그런 맥락에서 약간은 이해가 가더군요. 물론 계속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만.
3.
네, 엥간해서는 이성으로만 해결해야겠죠. 어떤 국면에 이성과 감정이 정 반대의
길을 걷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그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참고 이겨내야죠. 분리를 잘 시켜야돼요. 세상 것들이 어째 시간이 지나다보면
얼키설키 얽혀버리는 일이 잦습니다만 안돼요. 분리하는 법을 알아야 됩니다.
목적과 수단,
좋은 것과 나쁜 것,
주장과 주장자,
진실과 거짓... 쯤 나온 걸 보니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예는 더 이상 없을 것 같군요.
전 제가 다소간 '급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것은 저의 한 국면일
뿐이죠. 1번을 보세요, '세상은 다양한 국면으로 이루어 집니다.' 급진적-이라는
단어는 저의 부분집합일 뿐입니다. 그런데 혹자가 저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이 단어를
집중공략할 것입니다. '평소 하는 짓 봤더니 역시 저 빨갱이 어쩌구...'하면서요.
편가르기(진보, 보수)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저러죠. 이러한 개념, 단어는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해서예요.
저는 매사에 자주 변화를 꾀하는 쪽으로 사고체계가 발달했고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기존 위정자들의 행태에 있어서도 그러한 판단을 많이 내리고 기타 등등한 사람입니다.
보다는
저는 다소간 급진적인 사람
쪽이 경제적이니까요. 그런데도 목적과 수단을 분리 못하고 말에 먹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양해야겠죠.
3-2.
허허 꽤나 길어지네요. 하나만 더 쓸까요.
여기서 그런 글도 있었죠,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한 선생님 글. 그러고서 한번
다음 아고라에 가서 비슷한 주제로 검색을 해봤습니다.이런 글도 있더군요.
제목 : 고속도로 없애고 다시 시작하자.
내용 :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없애자는 빨갱이들이 있는데 그 근거가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박정희 대통령이 이뤄낸 경제적
발전도 처음으로 돌리고 시작하는 게 옳지 않을까.
원래는 좀 더 깁니다만...
고백하자면 저는 저 글에 육두문자 리플을 달았습니다. 문체와 사상을 보니
대충 제 아버지, 혹은 그 이상 되는 분 같아보이는데요. (박정희 시대의
경제적 발전의 환영에 푹 젖어계셨어요.) 너무나도 짜증이 나서요.
휴우 한참 지난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짜증이 되살아나네요.
슬슬 글을 접지요. 글이라기도 민망합니다만 오래간만에 잡담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간에 우리 모두 분리를 잘 합시다.
편가르기 말구요 :-)
*럭셔리 토스
본진자원 쥐어짜서 2리버 + 커세어 + 드라군으로 가는 한방러쉬입니다...만
멀티도 뜰 수 있어서 꽤나 강력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훼법은 저글링히드라 힘싸움. 상대도 그렇게 대응했구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8-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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