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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8/28 20:42:28 |
Name |
호수청년 |
Subject |
프라이드와 스타리그 |
프라이드와 스타리그. 이 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가지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와
가장 스포츠같지 않은 스포츠. 이 녀석들이 재밌으면서 또 비교하게 됩니다.
스타리그(스타크래프트를 통한 모든 리그를 말합니다)를 99년부터 봐왔습니다. 활동한지 2~3년된 게이머들에겐 좋으정 나쁜정 뭐 끝없이 쌓였죠. 홍진호선수만해도 콩(빠)로 시작해서 한때는
콩(까)였다가 지금은 우승 한번은 꼭 했으면 하는 게이머 정도의 관심으로 지켜보고있습니다.
프라이드를 본 것은 2004년 봄 핑거글러브를 끼고 있는 그들을 처음 알았습니다. 첫번째로 본 경기는 사쿠라바 카즈시와 헨조그레이시의
경기였을겁니다. K-1 도 몰랐었던 저에게 제법 충격으로 다가왔었죠. 경기가 끝났을 무렵제 흥분을 가라앉혀준것은
다름아닌 '1999년 경기' 라는 자막이었습니다.... 그렇죠. 5년전 치뤄진 경기를 보며 전 주먹을 불끈쥐며 지금은 전성기를 훌쩍 넘어버린
나이 많은 일본인 파이터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겁니다.
이고르 보브찬친 이라는 파이터가 있습니다. 30대 후반의 이 조그만 러시아 전사는 과거엔 꽤 잘나갔나 봅니다.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보면 꼭 볼 수 있거든요. 지금은 체구에서, 나이에서 정상급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며
분위기 띄우는 경기의 매치업만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본 이고르는 작고 약하고 빨리 끝나길 바라는,
크로캅과 효드르의 등장에 관중들의 함성을 높이기 위한 선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즘 어린(젊은이 아닙니다)친구들이 임요환,홍진호,최인규,김정민 뭐 이런 게이머들을 어떤 시선으로 볼까요?
준우승 제조기 임요환?
여성프로게이머조차 힘들게 이기는 홍진호?
최인규?? 얜 누군데?
김정민? 팀플만 꽤작거리던 그녀석?
(이기석,김태목,국기봉 뭐 이런 선수들에 대한 기억 혹은 추억은 기대도 안합니다....;)
이고르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나, 임요환을 바라보는 어린친구들의 시선이나...
'올드'한 게이머들은 PC방에서 라면먹으며 빵먹으며 게임했다네요. PC방대회부터 광안리까지
함께한 그런 게이머들입니다. 게임이든 인터뷰든 '덜' 비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제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과거에 빠져사는 지나버린 시간을 다시 찾고싶은,
그들이 과거의 전성기로 돌아온다면 제가 다시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사는것은 아닌지
라는 약간은 비관적인 질문을 던져 봅니다.)
일본의 후지티비는 높은 보급률을 가지고 있는 케이블방송국이랍니다. 그리고 프라이드는후지티비를 통해 방송되었고요.
근데 최근에 프라이드와 후지티비가 결별을 했습니다. 앞으로 후지티비를 통해 프라이드를 볼 수 없게되자
일부에선 프라이드 존폐여부의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중계방송국과의 계약해지가 이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걸 보니,
이것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지가 않나 봅니다.
얼마전 이병민선수가 스펀지에 나왔던 일이 화두에 올랐었죠.
너무 짧게 나왔다, 왜 우리 뱅미만 인터뷰가 없냐? 지금 우리 완소뱅 무시하나요?
KBS게시판은 비난의 글로 도배가 되고 결국 KBS에선 사과한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공중파에 프로게이머가 출연한것이 화제가 되는것이 이판의 현 실정입니다. 재미가 없으니 편집을 당했겠죠.
KBS는 늘 그랬다는 분들. KBS만큼 프로게이머가 자주 출연한 방송국이 어디있습니까?
연예인들보다 재치가 없으니, 카메라에 적게 잡히는것은 어쩔수 없는 노릇일테고, 파워인터뷰같은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적도 있잖습니까.
PGR과 파이터포럼, 디씨 그리고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등을 제외한 곳에서의 스타리그에 대한 관심이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점차 깊어지고 점점 튼튼 있는것은 사실입니다만...
게임으로 돈을 벌고, 다른이가 하는 게임을 보며 재미를 찾는 '우리' 들에 대한 인식이
머리가 없는 이들로 형성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현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은 효도르입니다. 엄청난 밸런스와 얼음주먹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파운딩.
60억분의 1인 답게 강하고 멋집니다. 하지만 효도르보다 강하진 않지만 이보다 인기많은 파이터가 있습니다.
하이킥 한방으로 상대를 넉다운 시키며 챔피언보다 더 많은 대전료를 받는 미르코 크로캅.
승부의 세계에서 챔피언보다 도전자의 파이트머니가 많다는게...
0.1초만에 승부를 결정짓는 하이킥이 얼마나 멋진지 아시겠죠.
지금 스타리그엔 재미있는 경기, 재미없는 경기로 글들이 올라옵니다.
전상욱, 마재윤의 치열한 1위쟁탈전(-_-;)이 열리고 있죠. 이 둘은 매 경기마다 똑같다는 겁니다.
도박보단 안정성있는 빌드를 보이며 그리고 수비적이라고 재미가 없다네요.
하지만 꼭 이 둘만의 양상은 아닌것 같습니다. 본진자원의 한계를 느끼며 무조건 앞마당을 먹으며 전개되는 게임들.
멀티는 언제나 최악의 선택은 아니다 라는 김동준해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악의 선택은 피하며
승부를 결정짓는 선택은 뒤로, 뒤로 미루는것이 현재의 게임흐름입니다. 치고받고, 난전이 나오며 옵저버도
시청자도 정신없는 경기를 봐오던, 그리고 보고싶은 사람들에겐 조금은 아니 많이 따분하고 지루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승부의 세계인것인데요. 그리고 이러니 박성준선수가 인기가 많은거고요.
요컨대 안정적이든 멋지든 도박적이든, 승부로 삶은 사는 그들에게 승부를 결정짓는 방법까진 강요하는건 무리입니다.
효드르에게 하이킥을, 크로캅에게 태클을 바랄 순 없을테니요.
하고 싶었던 이야기 세가지를 했습니다.
올드게이머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
스타리그의 현위치에 대한 이야기 둘,
그리고 재미없는게임에 대한 이야기 셋.
다른 생각을 가진분도 많은것을 압니다. 하지만 속은 시원하네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8-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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