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2002/05/06 03:30:18 |
Name |
addict. |
Subject |
[짧은 생각] 상처와 모욕. 다름과 무시. |
흠. 일단 제가 정신이 살짝 나갔다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머리 싸매고 공부해도 모자란 시간에 글에 대한 생각만 나니.
어제는 배넷에서 재일 교포 3세분과 우연히 게임을 하게 돼서.
그 분이랑 밤새 채팅하느라 홀딱 날렸거늘. T.T
첫 번째 하고 싶은 말은 상처와 모욕.에 관해서입니다.
지금 탄야님의 글에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으신 분들은(운영진, 프로 게이머, 팬을 포함해서)
탄야님의 여러 표현들, 최악의 게이머, 그 선수를 만나면 커피를 사줘야 한다,
프로 게이머 관둬라는 등의 표현을 통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보기엔 분명히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폭력적이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폭력이란 강자가 약자에게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탄야님은 강자가 아니고, 상대편에 계신 분들(위에 지칭한 분들 모두)이 약자도 아닙니다.
그럼 약자가 강자에게 행한 테러일까요? 역시 또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어느 누구도 약자거나 강자가 아닌 평등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항즐님이나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시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적용되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특히 성희롱 같은 데에 많이 적용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핸디캡, 사회적 강자의 자연스런 언행에 의해 피해 입게 되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치 못한 제 가입글의 결론은, 그리고 제 자기소개에 있는 글은 이렇습니다.
'전 스타라는 게임보단 스타라는 게임문화를 더욱 좋아합니다.'
스타 문화의 가장 큰 매력은. 특히 저에겐. 사회의 여타 분야에 비해 그 내부의 권력구조가
매우 수평적이며. 많은 걸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 PGR21이겠죠. 사적영역에 공적인 성격이 자꾸 붙게 될 정도로.
그나마 현재 가장 큰 권력의 집중처는 게임방송국일텐데요.
(그래서 이윤열선수 문제에 관해선 저도 불만이 많습니다)
만약 탄야님이 게임방송국에 관계하시거나, KPGA의 의사결정권자라면.
탄야님의 글은 명백한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판단하에 그 선수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그렇지 않고 단순한 스타팬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면요.
탄야님의 글은 그저 한명이 내놓은 의견과 평가에 불과합니다.
만약 틀린 글이라면. 사실 관계가 안 맞는다면. 정정을 요구하면 됩니다.
표현이 잘못 되었다면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면 됩니다(여태까지 그렇게 하셨죠. ^^)
그렇지만, 상처 받을 필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사람의 평가와 표현이 그렇게까지 중요한지 전 잘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만약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 의견에 동의하며, 자신의 생각이 소수로 몰렸다면.
또 혹시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닌 듯. 한데요.
제가 보기엔 탄야님과 다른 분들은 기본적인 시각이 다릅니다.
그래서 결국 탄야님은 자신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하시진 않을 듯 합니다.
만약 표현의 지나침을 바꾸지 않겠다면.
무시.하시면 되지 않나요?
문제되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그 판단의 근거가
PGR21의 전적에 의거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실제로 안좋은 평가의 대상이 된 게이머들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죠.
탄야님의 기본시각 중 몇가지를 보면
1) 프로에겐 젤 중요한 것은 승률이다.
2) 승률이 안 좋은 게이머는 노력하지 않는 게이머다.
3) 노력하지 않는 프로는 프로의식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프로생활을 재고해 봐야 한다.
1)에 대해선 이미 승패보단 경기내용이 중요하다.
져도 잼있는 경기하는 사람이 난 더욱 좋다하는 의견이 제시 되었습니다.
머. 이렇게만 생각해도 이미 탄야님의 글은
'PGR21의 통계에 근거하여 승율 중시의 관점에서 본 최악의 프로게이머'가 됩니다.
1)에 반론을 가지신 분은 그냥 평심하게 읽어보시고, 흠. 이 사람은 나랑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군. 하구 넘어갈 듯 합니다.
1)에 대해선 어느 정도 긍정하시면서 2)에 대해 적극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승률이 낮은 게이머라고 해서 결코 노력을 안하는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무시한 발언이라고도 하십니다.
전자는 순전히 게이머와의 거리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팬들은 모릅니다. 게이머의 생활이 어떤지. 알 수가 없죠.
보이는 건 그저 결과뿐. 그 선수의 연습량. 팬클럽 회원으로서. 또는 가까운 곳에서
지켜 볼 수 있는 분들과는 입장이 다르겠죠. 단순히 거기서 나온 판단밖엔 안됩니다.
주식을 평가할 때도, 성장성을 중시할 것인가, 현재의 수익을 볼 것인가 하는 관점이 있고
각 관점마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습니다. 탄야님은 현재의 수익을 중시하는 편인 듯 하네요.
다른 투자 습관을 가지는 사람을 보고 주식시장의 질서를 흐트린다고
굳이 반박할 필욘 없을 듯 합니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성장성을 중시하는
자신의 투자방식이 침해 받는 것도 아닙니다.
3)에 대해서도 충분히 반론이 가능합니다.
어느 분이 2군 선수는 다 관둬야 하는가?라는 말씀도 하셨지만.
그 선수 개인의 관점에선 관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오랜 마이너 생활을 견뎌내겠다는 굳은 의지와 꿈이 없다면 말입니다.
너무나 고되고,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길이니까요.
그러나, 전체 산업구조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2군의 존재는 필수입니다.
할리우드가 왜 세계 최고의 영화공장일까요.
할리우드에서 타이타닉이, 주라기 공원이 가능한 이유는(순수 영화제작 입장에서만 보면)
그 밑에 엄청난 B급, 인디 영화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NBA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2부리그(3,4부 리그에서 놀던 제대로 된 용병 2이 동양우승을 만들어 냈습니다), MLB을 지탱하는 rookie,A,AA,AAA의 마이너 리그.
일본 프로야구가 우리나라 프로야구보다 강한 이윤, 우리나라 청룡기 참가학교가 세자리가
안되는데 비해, 갑자원 참가학교가 4자리하고도 훨씬 넘어간다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임요환, 홍진호 선수같이 기적적인 승률을 보이는 선수가 있기 위해선,
연패 당하는 선수가 있는 건 당연합니다. 어쩌면,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선수들은
부진한 선수들의 패배의 눈물을 머금고 자란 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온게임넷에서 챌린지 리그라는 일종의 마이너 리그를 만든 것은,
또 하나의 큰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아무리 우수한 선수들만 모아둔다고 해도,
그 안에선 어김없이 20:80의 이론이 적용됩니다.
원래 행동생물학에서 나온,
노는 개미만 따로 추려내도 항상 그 속에선 노는 개미가 나온다는. 개념입니다만.
경험상 쉽게 알 수 있죠. 인간에게도 역시 적용된다는 걸.
울나라 S대나, 남의 나라의 H대, M대 어디를 둘러 봐도 항상 그 집단에서의 열등생은
생겨납니다. 나름대로 수재소리 들으면서 입학했지만요.
이렇게 보면, 또 역시 그저 관점의 차이입니다.
어떤 사람이 보기엔 정말 프로의 자격이 없는 사람도.
관점을 달리 해서 보면, 분명 그 세계의 소중한 축이죠.
전 탄야님이 그 정도 할꺼면 프로 그만 둬라.
이런 말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선. 그렇게 판단하고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합니다. 탄야님의 판단과 표현. 공평무사할 순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럴 이유도 없어요. 언론기관의 발표도 아닌. 그저 한사람의 의견일 뿐이니까요.
서로 평등한 입장에서라면요.
기본적인 예의와 성의가 없다구요? 운영진의 입장이라면 삭제하면 될테고.
팬의 입장이라면 무시하는 건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요?
그 말을 듣고 상처를 받으셨다면, 한번 다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항의할 게 있다면 항의하시되 말이죠.
상처받은 맘 가눌 수 없어서 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게이머분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주위의 반대, 모진 소리 무릅쓰고 결단하신 것 아닌가요.
그 결단과 노력이, 여러분을 잘 알지 못하는 한사람의 판단과 표현에 흠집 날 정도였던가요.
정말 상처 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약자가 아니거든요. 적어도 스타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서는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