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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3/02 23:4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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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성과 마재윤은 닮았다. |
현재에도, 앞으로도 내가 가장 좋아할 게이머는 이 두명이다.
마재윤도 인간인 이상, 언젠가 포스가 떨어질테고 어쩌면 양대pc방의 고초를 겪게될지도 모른다.
바로 몇달 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얘기다. 최연성이 현재 엠겜 pc방에, 온겜에서도 아직 완전한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신한시즌을 접수할때까지만 해도 그의 양대psl를 예상한
사람이 있었는가? 하지만 그 이후 최연성은 거짓말처럼 양대리그에서 pc방으로 추락해 버렸다.
그렇다. 언제나 정상에 서 있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특히 이바닥은 급박하게 트렌드가 바뀌고, 신인들이 쉴새없이 치고 올라오며, 강한 놈일수록 끌어
내리기 위해 철저하게 연구된다. 이런 판에서 우승타이틀 몇개 가지고 연봉도 탑 클래스로 받으며,
경력도 좀 쌓인 선수가 신인때의 초심과 독기를 유지 하는건 무리다. 연구는 게을러지고, 연습보다
다른데 시간을 더 뺏기며, 시간이 갈수록 소위 '짬' 에 의존한 플레이를 펼치기 마련이다. 그러다
소위 '발리고' 피시방 가는거고. 이윤열이 겪었고, 최연성이 겪고 있으며, 마재윤도 겪을(가능성이
높은)일이다.
(물론 현재 마재윤을 보자면, 아무리 추락해도 양대 피씨방까진 안갈 것 같은 느낌이지만-_-)
각설하고,
통합본좌라인을 임요환->이윤열->최연성->마재윤 정도로 쳐준다.
이 라인이 전성기때 보여준 스타일은 제각각인데, 마재는 이 셋중에 최연성을 닮았다.
뭔소리냐 하니,
'변수를 줄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라는 얘기다.
스타는 수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는 게임이다. 소위 빌드빨로 불리는 가위바위보싸움부터 시작
해서, 모든 상황이 변수다. 턴제가 아닌 실시간이기 때문에. 무슨일이 일어나도 이상할게 없으며,
유리했던 상황도 일순간에 반전되는 일이 허다하다. 스타팬이라면 40분경기에서 35분을 이겼는데,
마지막 5분을 지는 바람에 결국 경기에서 지는 경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개인 스포츠가
경기에서 80%를 이겼는데 20%가 부족해서 지는 게임이 나오는가?
변수, 그게 스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보나마나 최연성이 이기겠지, 보나마나 마재윤이 이기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혹시...?' 하는 재미에 뗄 수 없는게 이 스타판이다.
그럼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최연성은 이 변수를 줄이는 능력으로 최고가 된 첫번째 선수다. 명제는 간단하다.
'물량앞에 변수없다.'
하이 템플러가 아무리 사이오닉 스톰을 예술적으로 난사하고 럴커가 열심히 촉수질을 해도, 물량 앞에서
사소한 변수따위 그냥 먹혀 버린다. 최연성의 전성기를 기억하는가? 리버가 대박이나고, 하템이 대박나고,
럴커가 대박나도 최연성은 '그냥' 이겼다. 심지어는 레이스로 골리앗를 제압하고 배틀과 발키리를 때려잡
았으며, 저그전에서 마메고(고스트)조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다수가 소수를 제압한다는 아주 당연한
힘의 논리.
리버,하이템플러,럴커. 소수로 다수의 적 유닛을 한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닛이다. 하지만 소수
라면.. 그뿐이다. 중앙싸움에서 대승을 거둔후 프로토스의 앞마당으로 진격하는 최연성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앞마당에 모여있는건 질럿 10기에 하이템플러 네댓기정도, 스크린에 장관을 잠시 연출할 뿐.. 프로토스에게
역전의 여지는 없다. 비가 쏟아지는데 그거 막겠다고 손으로 가리는 격이다.
우산을 쓰던가.(맞물량전/우주배 박정석)
아님 애초에 비가 못오게끔 기우제라도 지내던가.(초기진압/쏘원배 오영종, 비유가 이상하지만)
이런 최연성의 절대물량은 환상의 왼손보다 좋은 빌드와 당시 최고의 매크로 플레이에 있었다. 최연성이
물량으로 때려잡는 대부분의 경기는 첨부터 빌드로 앞서 나간 경우가 많았다. 선방어를 하며 빠른 커맨드를
가져가는게 기본이고, 가끔은 좋은 빌드와 전략을 짜와서 같이 멀티를 먹으려는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은
멀티를 돌려 물량을 뿜어내 압살해 버렸다. 불리한 상황이나 절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연성은
어느새 뜬금없는 자리에 멀티를 돌리며 역전을 일구어 내곤했다.
또한 아무리 다급하고 피해를 입고 어쩌고해도, 최연성의 '물량 매크로' 는 쉬는 일이 없었다. 자원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컨트롤 하느라, 뭐 하느라, 이거하느라 저거하느라 따위의 이유 때문에 생산이 늦는 일은 적어도 최연
성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물론 전투하는 와중에도 생산을 거르지 않는건 프로게이머의 기본적인 덕목이지만,
그것도 초중반에나 그렇지. 장기전이 되고 난전이되고 여기저기 정신없는 상황이 펼쳐지면 프로게이머도 인간
인지라 놓치는게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었지만(경기중 개인화면으로 돌렸을때 돈이 많이 남는 경우를 많이 보았
을 것이다), 최연성은 생산만큼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마재윤은? 최연성처럼 변수를 줄이는 능력으로 최고가 된 두번째 선수다. 명제는 이거다.
'너를 알고 나를 알면 변수없다.'
최연성도 맵핵테란,치터테란등으로 불리며 상대를 간파해내는 능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마재윤만큼은 아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그래서 마재경기가 '재미없는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길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당연하다는 듯 이긴다. 논란거리가 되었던 박영민vs박정석의 프로리그 무승부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박영민
의 후발로 나선 마재윤과 박정석의 경기는(박정석이 1시간 동안 경기를 했으니 어쩌느니 하는 얘기는 집어치우자.
박정석이 잘못해서, 1시간 경기에 의한 후유증으로 경기력이 떨어져서 진 경기가 아니니까) 그 일례를 보여준
경기다.
2스타커세어? 첫 커세어 2기를 잡았으니, 지금 이타이밍이면 커세어가 몇기쯤 있을거다. 포톤은 몇개 있을테고.
견적 딱 나오네. 라바를 스커지로 누르고, 딱 그타이밍에 손톱만큼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간다.
왜냐면, 알고 있으니까.
생산된 스커지 날아와 커세어 딱딱 떨구고. 앞마당 박살. 게임끝.
마재윤 많은경기가 이런식으로 끝이 나버리곤 한다. 비록 최근엔 양대리그 일정과 맵의 압박때문에 도박빌드도
보여주고, 외줄타기도 서슴치 않았으며, 개싸움도 마다 않았지만. 마재윤의 경기를 꿰뚫는 테마는 '압도' 다.
이런 압도는 특유의 심리전과 당할수밖에 없는 '페이크'를 통해 이뤄지곤 한다.
슈퍼파이트 1회에서 마재윤과 임요환의 경기를 떠올려보자. 임요환이 못한게 있었나? 1경기는 뮤탈을 예상하고
발키리로 제공권을 제압하는 선택을 했는데, 뮤탈스커지에 제공권을 제압당해버렸다. (말은 쉽다-_-) 보통저그
라면, 뮤탈로 날라가서 발키리에게 한대 얻어맞은후 '어익후 발키리네?' 하면서 히드라 쪽으로 체제전환 하는게
'정상' 이다.
2경기 블리츠.. 역시 임요환은 3햇의 뮤탈뜨기전 타이밍에 멀티견제를 나갔다가 뮤탈타이밍에 맞춰 본진으로
되돌아왔다. 못한게 아닌 아주 당연한 선택이다. 괜히 견제하겠답시고 계속 나가있다가 뮤탈에 본진이 휘둘리
거나, 나간병력이 뮤링에 싸먹히면 큰일이니까. 하지만 마재윤이 남긴 9라바에서 튀어나온건 드론이었으며,
임요환이 본진으로 병력을 물려 뮤탈을 대비하는 타이밍에 마재윤이 한건 '3군데 가스멀티 동시 시도' 였다.
그 이후.. 경기는 안드로메다... -_-
상대가 못한게 없는데도 져버리는 완벽한 경기력. 보지않아도 상대방의 상황을 (거의)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이길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한다. 마재가 진경기의 대부분 이런 예측이 빗나갔을때의 경기다. 그리고 그를
받쳐주는 전술적센스와 컨트롤로 들어갈때 들어가고, 빼야할때 뺀다.
신한3시즌 결승 이윤열과의 경기를 보자. 마재윤이 빈집을 들어가고, 이윤열이 잠깐 그것때문에 본진을 돌보는
사이 럴커3기에게 전전병력을 다수 잃으며 패했던 리버스템플의 경기. 경기중반쯤 마재윤은 뻔한(?)스탑럴커를
걸고, 이윤열은 그것에 걸리지 않는다. 이윤열이 걸려들지 않자 마재윤은 스탑럴커를 포기하고 조금더 아래쪽에
버로우를 시켜둔다. 이후 위에서 적은 상황처럼 마재윤은 이윤열의 빈집을 들어가는데... 맵을 휘젓던 뮤링 뿐만
아니라 스탑럴커를 걸었던 럴커 3기도 빼서 간다. 그중 1마리는 이윤열의 퇴각로에 박아버리고.
그게 별거냐? 하겠지만 사실 정말 별거다. 스탑럴커를 걸었다가 풀고, 좀더 방어적인 쪽으로 럴커를 물린 상황에
에서 그 럴커 3기는 머릿속에 방어의 개념으로 들어간다. 한방러쉬를 위해 본진이나 멀티에 놔둔 벙커에서 마린을
빼고,탱크를 풀어 가져가는것과는 다르다. 경기가 그쯤되면 방어를 위해 놔둔 유닛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십상
이다. 마재윤의 전술적 센스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지를 보여주는 덕목이랄까.
마재윤의 훼이크를 보면,
장기판에서 '나 이렇게 할테니 너 저렇게 해' 하면서 미끼를 던지고, 상대가 자신의 의도대로 저렇게 하면 요렇게
해서 이긴다. 이런식이다. 그런데 스타는 턴제가 아니라 실시간이고, 맵은 장기판처럼 공개된게 아니라 검은 안개
로 덮혀있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마재윤의 강점을 꼽자면 '지치지도 않는' 것이랄까. 이게 역대 본좌들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마재윤의
장점이다. 저글링만 보내도 되는데 럴커와 디파일러를 조합하고, 가디언으로 앞마당을 공략하면서 온리 히드라만
뽑아서 보내도 이기는데 저글링과 럴커를 드랍한다. 그게 마재윤이다.
그럼, 추가로 간단하게 임요환과 이윤열을 살펴보자.
최연성과 마재윤이 변수를 줄이는 능력이라면 임요환은 '변수를 만드는 능력'에 탁월하다. 마린으로 럴커를
잡는 상식에 위배되는 '변수'를 만들어낸게 임요환이다. 이런 자신이 만들어낸 변수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둔
경기는 수도 없이 많다. 전설의 3연속 벙커링도 임요환 외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변수다.
설마 이번엔 안하겠지? 설마 이때는 안들어오겠지? 할때 그 반대로 해주는게 바로 임요환이었고. 그런 모습
에 카타르시스를 팬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 이윤열은 무엇? 나는 테란의 종합선물셋트라고 부르고 싶다. 물량으로 찍기도 하고, 컨트롤과 전략으로
변수를 만들기도 하고, 하여튼 테란이 할만한 플레이는 다 완벽하게 해낸다. 이런 이윤열의 전성기는 '절대적
경기력의 우위' 를 바탕으로 둔다. 이윤열의 프리스타일. 도무지 의중을 간파할 수 없는 불안해 보이고 괴이쩍
은 빌드. 하지만 경기는 서서히 이윤열의 페이스로 넘어오고, 어렵지 않게 상대의 gg를 받아낸다. 마재윤이
나오기전에 가장 심리전이 강한 선수도 이윤열이었다. 컨트롤도, 물량도 전종족 포함해 그 보다 잘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랜드슬램도 한 거고.
낭만시대의 선봉인 임요환과 물량시대를 열은 최연성의 중간에서, 시대의 흐름을 물량으로 이끈 선수도 이윤
열이었다. 오죽하면 '앞마당 먹은 이윤열'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마치며-
개인적으로 최연성과 마재윤을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잘하고 성적도 잘내는 것도 있지만, 스타일의 선호도를
볼때 임요환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최연성이나 마재윤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며,
둘다 적절히 가미된 이윤열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가장 최근에 다전제에서 마재윤을 잡아낸게 최연성인데, 이벤트전,로템12시2시,루나9드론으로 피해 전혀못줌.
으로 인해 2:0으로 마재윤의 완패에도 불구하고 별로 주목도 못받았고 임팩트도 없었다. 최연성의 부활은 아직
타진중인데, 마재윤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니 이둘이 맞붙는다면 객관적으로 최연성의 선전을 기원해야 겠지만.
그래도 보고싶다. 정말 붙어볼만한 높은곳에서, 최연성이 부활이든 변화든 포스를 되찾은 상태에서.
그리고, 마재윤이 최연성을 원하고(?)있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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