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5/18 00:24:28
Name 이태원서울팝
Subject 승부조작을 행한 이들에게.

제마음을 이야기하고 싶기에, 편의상  반말체로 적습니다.
이해부탁드립니다.

내가 스타를 알게 되었던 것은 고등학교 학년, 98년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당구장대신에 피씨방에 가기 시작했고, 반에서 매일 사고만 치던 녀석이 매일 시뻘건 눈으로 학교에 와서 하루종일 자는 것을 보고 스타라는 것이 무척이나 중독성이 심하다 생각되어 의도적으로 피했었다.

그래, 스타라는 게임은 내게 피해야할 게임, 학교수업도 땡땡이 치고 야자도 제끼게 만드는 나쁜 게임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무료함을 달래려 친구녀석의 권유에 함께간 피씨방은 자욱한 담배연기와 모든 모니터에는 스타가 실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찌나 어려운지 싸움잘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드론만 30마리뽑다가 질럿한마리에게 다죽으며 게임은 그렇게 끝났던 기억이 난다.

imf가 터진 직후라 내게 돈 한시간에 2000원은 적지 않은 돈이었으나, 내 히드라 웨이브로 인해 처음으로 팀플을 이긴 날 스타에 빠져들었고,그렇게 아르바이트비는 스타에 거의 대부분 할애되었다.

그 무렵 앞에서 얘기했던 반에서 매일 사고치던 녀석이 알고 봤더니, 연세대 독수리 빌딩 슬기방 길드였고, 그녀석과의 게임을 통해 난 신세계를 볼수있었다. (아마 래더 랭킹 30위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채널1에 그친구가 들어가면, 언제나 실력자인 그녀석과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했었고, 그녀석은 배틀넷에서는 사고를 치는 인물이 아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녀석이었다.

그 친구녀석을 비롯한 많은 학교 친구들이 sg길드였고, 그녀석들을 통해 신주영에 대한 이야기 쌈장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었고,
명지대 피씨방에 가끔 그들이 들려 게임을 할때면, 뒤에서 관람하곤 했다.

대학에 가서 인천방송에서 하는 스타방송에서 정일훈 캐스터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조로 최인규의 랜덤실력과  강도경의 압도적인 강함과, 국기봉의 살아있는 히드라, 봉준구의 재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무후무했던 세계최강 기욤패트리의 경기에 항상 찬탄을 보내곤 했다.

그리고 나타난 임요환, 그의 컨트롤은 내게 마법에 홀리듯 스타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대학시절 수 많은 아르바이트와 군대때문에 잘보지는 못했지만서도, 스타를 하는 채널들이 하나하나 늘어갈때면, 마음이 항상 따뜻했던 기억으로 가득했다. 군대에서 복무하던 시절, 이윤열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던 시절은 상병3호봉까지 막내였던 내가 유일하게 집중하고 스트레스를 날리던 시절이었다.

전역을 하면서, 난 점점 더 바빠졌고, 스트레스는 밤늦게 틀어 봤던 온게임넷의 스타크래프트 재방송이었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파악하지 못했지만, 공방양민인 내게는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릴 만큼 새로운 세계였다.

아마도 스타를 제대로 챙겨보기 시작했던 무렵은 오영종의 드장에서부터였다. 오영종이 서지훈을 이겼던 날부터 황제의 귀환을 막았던 결승까지 SO1은 내게 말도 못할 감동과 드라마를 내게 선사했고, 동갑인 황제의 고배에 함께 술잔을 들었다.

그뒤 내게 취미는 스타를 감상하는 것 단한가지였다.
98년 19살부터 현재 서른 한살이된 지금까지.

그렇게 계속 시청한 스타크래프트에서 난 수없는 드라마를 봤다.
마재윤의 본좌로드는 그의 강함만큼이나 누군가가 쓰러뜨려주길 염원했었고, 그는 자신의 수많은 자들의 저항과 장애를 넘어 물위를 걷게 되었다. 그의 본좌로드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극적이었고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진영수의 외로운 항전은 내게 꺽일 것 같지만 한줄기 희망처럼 염원했고, 분투 끝의 패배는 내게 작은 감동을 주었다.
원종서의 3경기 그다지 멀지 않은 공중상의 거리에서 5드론인가4드론에 무너진 경기는 내게 한숨을 내쉬게 할 정도로 열받게 했던 경기였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마재윤의 본좌로드는 내게 가장 많은시간과 감동과 절망과 희열을 주었던 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
그 때를 기억하는 것은 마재윤의 대한 감탄을 넘어서 많은 선수들의 에너지와 팬들의 염원과 예측할 수 없었던 결과에 대한 그리움에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이렇게 두서 없이 늘어 놓는 것은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스타크래프트의 팬은 매니아도 있고, 가볍게 스타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시간을 오래동안 들여 선수들에 대한 헌사를 작성하고, 논문에 필적할만한 퀄리티의 경기분석을 작성하는 이도 있다
팬으로 시작하여 스타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도 있으며, 라면만 먹고 피씨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판을 키워놓고 연봉도 제대로 받지 못한체 한명한명 사그러진 이들도 있다.
본인의 영달만을 추구하지 않은체 수많은 유혹과 싸워오며 다수와 함께 가며, 지금의 프로팀을 창단을 가능케 한 선수도 있다.
스폰없이 우승하여 자신의 우승상금이 팀의 실비로 쓰여가면서도 팀이 스폰을 받기까지 노력한 선수도 있고, 개인의 비극적인 일에도 수없는 노력끝에 다시 우승을 한 선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이시간에도 너희들이 도구로서 이용한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갖기위해 집에서 피씨방에서,또는 숙소에서 하루에도 15시간씩 게임을 하고 있는 너희들의 한참동생뻘인 아이들도 있다.

지난 14년동안의 시간동안, 수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수많은 사람들의 좌절과 열정끝에 지금의 판이 마련되었다.
내게도 스타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스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아직도 그러할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엄청난 죄를 저지른거다.
선배들의 희생을 부정시키고, 이판하나에 목숨걸고 달려온 이들의 노력을 배신했다.
팬들의 사랑을 져버렸으며, 너 자신을 속였다.

수많은 분노와 질타를 담은 글이 올라오고 있고, 그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왜 그리 분노하는지 생각해봐라.
우리는 슬픈거다. 너희들이 그랬다는 사실이. 내가 열광했던 선수가 나를 배신했다는 것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정을 갖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너희들의 죄는 용서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사과는 해라.
그게 너희들이 진정으로 인간이라면 해야할 도리 아니겠냐.

우리는 분노하는 만큼 이판과 선수들을 사랑하고 있다.
많이 늦었다고 생각이 들고,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모르겠고, 지금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사과해라
그래야 인간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쓰리강냉이
10/05/18 10:4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970 블리자드와 대한항공의 파트너쉽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듯 합니다. [59] 물의 정령 운디14801 10/06/06 14801 1
41966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출시부터 대박이 터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55] 물의 정령 운디11496 10/06/05 11496 0
41948 양 방송사의 관계 변화와 MBC게임의 협상에 대하여... 彌親男4752 10/06/03 4752 0
41652 조규남감독의 미소 [21] SKY927081 10/05/22 7081 4
41551 별풍선 사냥꾼 그리고 유료 스타 강사. [17] 허세판7361 10/05/20 7361 0
41504 승부조작보다 더 배신감 느낀것은.. [30] noknow6989 10/05/19 6989 0
41474 승부조작으로 도마에 오른 e-sports의 구조적인 병폐에 대해 드리는 뼈아픈 글 [15] Laurent7143 10/05/18 7143 5
41472 예측 불가능한 한국 이스포츠 미래 [8] noknow4693 10/05/18 4693 0
41455 승부조작을 행한 이들에게. [1] 이태원서울팝4539 10/05/18 4539 0
41443 모 기업팀 해체설 [28] 위너스클럽12010 10/05/17 12010 0
41403 Greatest One... [13] theory!6209 10/05/17 6209 3
41386 정말 나쁜놈입니다. [31] Miyake향6657 10/05/16 6657 1
41368 안녕히 계세요. E 스포츠. [60] 레종7145 10/05/16 7145 0
41335 협회 및 전 프로게임단은 이번 사태에 관련하여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21] Nerion5813 10/05/16 5813 1
41249 e스포츠 프로게임팀, 공군ACE 를 바라보며 [12] epersys5010 10/05/11 5010 0
41133 공군 에이스 3기 구성 문제 [14] noknow6979 10/05/02 6979 0
41122 문제의 근원은 Kespa와 블리자드의 이해관계 차이 [20] Q1325048 10/05/01 5048 0
40929 드래프트로 살펴본 09~10 시즌 [31] 캠퍼6814 10/04/14 6814 2
40904 어느 무명회원의 편지 [2] DeepImpact4200 10/04/13 4200 0
40898 드림팀 팬을 그만둘 때인가 봅니다. [15] 교회오빠6067 10/04/13 6067 0
40770 스타크래프트 주요 프로게임단 연혁 정리 [17] 개념은나의것6300 10/04/04 6300 1
40694 2006 후기리그 준플레이오프의 추억 [7] 4191 10/03/27 4191 0
40680 프로리그의 클로저(下) - 통합리그 출범 이후 [15] 彌親男5762 10/03/23 5762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