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협회 알바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제 밥줄이 달린 일이기에 협회와 방송국 게임단에 대한 옹호글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네티즌분들의 비난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고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데 왜 이렇게 우리쪽만 욕먹는 것인지 너무 억울해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일들은 스타판을 유지하려고 이렇게 저렇게 무리해서 해왔던 것들이기에
어떻게 무리를 해왔고 그런 무리가 없었다면 스타판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정리를 하다가 보니
역시 팬들에게 정나미 떨어지게 한 일들이 너무 많이 있더군요.
우리는 '팬들의 볼권리'를 주장하며 지금 스타판을 사수한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우리는 프로리그라는
우리의 밥줄-프로게이머를 먹여 살리는 스폰서로서 우리가 여기 남아있어야 할 유일한 이유-를 들어서
그 이전에 다양했던 팬들의 볼거리는 모두 묵살해버렸던 것 같습니다.

정말 프로리그만이 스폰서로서 우리가 프로게이머 얘들을 먹여살리며 할 수 있는
우리 스폰서의 홍보의 전부였을까요?
프로리그를 조금 줄이고 우리 스폰서의 이름을 달고 돌아가면서 컵대회를 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아니면 단기적인 단체전이나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양식을 제공하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팬들이 그렇게 원하는데 우리는 왜 위너스리그 방식으로 더 적극적인 전환을 안하나요?

우리는 최대한 뭔가 더 생각을 했어야 했습니다.

위에 계신 형님들이야 이런문제에 초연하실지 모르나
저같은 말단은 지금 팬들의 분노가 너무 서럽고
욕먹지 않을 일까지 한꺼번에 욕먹는 것을 느끼니 진심으로
어짜피 이일해서 떼돈 버는 것도 아닌데 팬들이 싫어하는 걸
그동안 그렇게 많이 해서
뭐가 더 좋았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프로리그 하루를 더 방송하면 홍보가 그만큼 더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서 지겨워서 스타보다가 떠난 사람도 무지하게 많네요.

적어도 블리자드가 지금 지지 받는 건 당연합니다.
스타크래프트 많이 팔아준 나라라고 스타크래프트2를 공짜로 오랜 기간 하게 해준 것은 물론이고
일단 팬들이 뭐라고 하면 그때 그때 반응을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패키지도 안낸다고 했지만 팬들이 바라니까 출시했고 기타 등등 뭔가 말하면 들어주는 척이라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날이 올줄은 몰랐었죠.
방송사하고 게임단이 우리 아래에 있고 우리가 프로게이머를 배출하지 않으면
프로게이머가 될 길이 없었으며 프로게이머가 아니면 상금도 많이 뜯기는 그런 시스템이었죠.  
무엇보다 스타1에 아성에 도전하는 게임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죠.
우리는 스스로 나태하게 생각할만한 우리가 유일한 권력이라고 생각할만한 그런 상황이기도 했어요.
"스타판에 돈 내서 먹여 살리는 건 우리인데 왜 우리가 맘대로 못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제 아닌 거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분에 입각한 협회알바로서 팬 여러분들께 말씀드릴게요.

협회를 방송국을 게임단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돈도 안벌리고 이익도 없는데 기업이 미쳤다고 이판에 발붙이고 있냐?" 라고 물으시는데
그 질문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

방송국, 게임단, 게임단 스폰서로 들어오자고 설득하고 결정한 사람 등등
어느 단체 어느 직위에 있건 간에 그들은
게임 때문에 인생 다 망쳐본 경험 있는 사람들이예요.
프로리그라는 건 그 '미친 사람들'이 자신의 회사에 '미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궁여지책입니다.
게임의 감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표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오직 노출 빈도와 시간의 절대량뿐이었던 거죠.


미래의 얘기겠지만
지금 협회가 됐든 블리자드가 됐든 제3의 기업들이 되었든
이른바 미래의 협회가 하는 일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세요.

영화 스텝스크롤을 보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일들을 무대 뒤에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