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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29 01:33:24
Name 네로울프
Subject 당신이 오기 전에.....


그건 막연함에 대한 이야기다.

종로통 휘황한 귀퉁이에서의 10분이든
바람을 머금으러 간 사흘의 기약이든
아무런 증명이 없는 무작정의 외로움 탓이든

기다림이란 오로지 막연함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낮은 벤치 아래 서툰 눈길을 헤메이듯
옛 신들의 이야기를 조막 조막 되뇌어 내듯
종내 비에, 바람에, 바다에 숨느냥 기대어 가듯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겁먹은 어린애일 뿐이다.

아! 따사롭다.
외진 돌담 아래 인색한 해 조각으로 도망한 나는
모은 무릎에 앙상한 심장을 묻는다.

자꾸만 양파를 까듯 심장을 벗기우는 나는
기어코 쓰라림에 굳어져 양철 나뭇군이 될 테다.

“불쌍해라.”

정이 많은 연오랑과 세오녀는 가벼운 한숨을 짓는다.

거기에는 자꾸만 해가 지고 온종일 바람과 비가 지나고
기어이 바다가 스며들어,
후일에 나는 늙은 아이의 처량한 노래로만 남겠다.

모든 기다리는 자는 돌이 된다.

당신이 오기 전에

아! 저 멀리 하얀 까치머리 위 분홍 돛대로 당신이 오기 전에
나는 아주 먼 옛날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닮아간다.


...........z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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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04/06/29 01:38
수정 아이콘
그게 싫어서 늘 기다리게 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지도...으하하하(그냥 게으른 거잖아! 퍼억-)
04/06/29 02:18
수정 아이콘
글(시?) 잘 읽었습니다. ^^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제 개인적인 공간에 퍼가도 될런지요?

아무런 증명이 없는 무작정의 외로움 탓에...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밤입니다.
네로울프
04/06/29 02:25
수정 아이콘
아..퍼가셔도괜찮습니다..
걍..잡글인걸요...되려 영광이네요..^^;;..
엘케인
04/06/30 13:01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저도 살짝 퍼갈께요~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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