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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8/19 00:40:07
Name 아놀드의아몬드
Subject [배그] 배그 프로리그 흥행을 위한 몇가지 생각 (수정됨)
*수정) 이 글에서 사용된 1인칭과 3인칭 단어는, 배그에서 시점 변환시 쓰이는 1인칭과 3인칭이 아니라, 카메라의 위치가 플레이어에 붙어있는 시점으로써의 1인칭과, 카메라의 위치를 플레이어와 상관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Bir-eye view로써의 3인칭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즉 이 글에서 배그는 그냥 1인칭 게임인 것이며, 롤이나 스타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의 게임이 3인칭 게임입니다. 처음 글 쓸때 이부분을 명확히 언급을 안해서 서두에 추가합니다. 

안녕하세요. 가입한지 1년만에, 핸드폰인증을 해야 글쓰기 버튼이 생긴다는 걸 드디어 알게 되어서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저는 롤과 배그를 좋아합니다. 롤은 하는것도 좋아하고 롤챔스도 거의 다 챙겨봅니다.
하지만 배그는 하는건 좋아해도 보는건 가끔 BJ들의 개인 방송이나 볼 뿐이지 배그 경기는 잘 보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저를 평균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배그 리그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 게시판은 물론이고 많은 곳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글들을 보았고, 저도 거기에 상당수 동의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한계점, 한 게임 안에 너무 많은 팀이 있어서 집중할수가 없는 점 등등.

저도 이에 관해서 그간 생각해온 것들이 있는데, 저는 이 글에서,  "보는 게임의 재미"라는 주제를 놓고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는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게임 중계는, 게임을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과거 게임 중계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온게임넷이 처음 생기고 스타리그가 처음 붐을 일으키던 그 시절) 에는, "게임을 하지도 않고 보기만 하는데 무슨 재미가 있냐?" 라고 하며 게임 중계의 재미를 인정하지 않는 의견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그런 의견들은 곧 사라졌습니다. 게임 중계는 게임에 친숙한 젊은 층들에게 충분히 많은 인기를 끌었고, 게임은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 중계에서 말하는 게임은 단순히 평범한 유저가 일상적으로 하는 그런 게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게임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은, 내가 그 게임을 하면서 되고자 했던 모습, 혹은 하고 싶었던 플레이들을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것을 보면서, 마치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게임 중계에 빠져들게 되면서 재미를 얻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보는 게임이 재미를 유발하는 이유는, "대리만족"이 주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시청자가 보는 게임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내가 실제로 게임을 하던 것과 동일한 시점 (눈높이)에서 게임을 볼 수 있어야한다.
둘째, 현재 화면에서 플레이 중인 프로의 전략적 사고 과정을, 화면을 통해서 내가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내가 실제 게임에서 하지 못했던 어려운 플레이들을 프로가 하는 것을 봄으로써, 내가 실제 게임을 하면서 되고 싶었던, 하지만 될 수 없었던 모습이, 화면 내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통해서 만족감을 느껴야한다.
음... 뭐 더 따져본다면 몇가지 더 쓸 수 있겠지만, 크게는 이 세가지라고 봅니다.

이런것들을 생각해보면, 왜 그동안 게임 중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부분의 게임들이 3인칭 게임인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3인칭 게임은 중계를 했을때,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하는 느낌과 전략적인 요소를 한번에 다 표현할 수 있으니 중계적인 측면에서 1인칭 보다 당연히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이 돌아가는 전략적인 요소를 스크린에 담아낼려면, 현재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참여자들의 위치나 움직임을 한 화면에 담아내야 하는데, 1인칭 게임에선 이것이 현재 유저의 시점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최근 들어서 옵저빙 기술의 발전으로 1인칭 유저 시점과 3인칭 카메라를 적절히 섞어쓰면서 1인칭 게임 중계의 단점을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이 오버워치를 시작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애초에 이건 DNA가 다르기 때문에, 1인칭 게임이 시점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그럼 이제 좀 배그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배그는 1인칭 게임입니다. 배그의 노멀 게임 모드는 100명이 한 섬에 떨어져서 한명이 살아남을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과정에서 살아남는 방식입니다. 작년에 배그가 처음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만 저 역시 배그에 적응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배그를 하면서 제일 처음 느꼈던 기분은 "무섭다" 입니다. 나 빼고 모두가 적인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 내 주변에 숨어 있을 적의 발자국을 듣기 위해 사플을 하면서 이어폰 귀를 쫑긋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상대는 나를 못발견했지만 나는 상대를 발견했을 때, 먹이를 발견한 표범의 눈빛으로 상대방을 어떻게 확실하게 죽일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조준을 할 때의 긴장감. 그리고 실제 총을 쏠 때처럼 튀어오르는 에임과 그 에임을 잡기 위한 나의 미세한 마우스 컨트롤. 저는 배그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를 이런 것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트위치나 아프리카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배그 스트리머의 방송을 볼때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내가 배그 스트리밍을 볼 때, 누가봐도 그 스트리머들은 내가 하던 게임과 같은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사람의 긴장감, 그사람들의 전략적인 고민 과정을 그대로 느끼며 내가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트리머는 쉴새없이 말을 하고 또 채팅방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재미가 배가 됩니다. 내가 실제 배그를 하면서 얻는 재미의 평균치가 100이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배그 방송을 볼때는 200은 쉽게 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그 프로리그는 전혀 딴판입니다. 일단 시점부터, 배그 프로리그는 3인칭,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팀을 한 화면에 잡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3인칭으로 옵저빙 하는 경우가 전체 중계 시간의 거의 반쯤은 됩니다. 일단 여기서부터 배그 프로리그 방송을 보는 재미가 반은 없어집니다. 내가 배그를 할땐, 심지어 내가 죽었을때도 팀원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계속 1인칭을 보고 있지, 프로리그처럼 높은 곳에서 3인칭을 보는 일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배그 프로리그는 한사람만 주구장창 따라다니며 화면을 잡아주는게 아니라, 이사람 보여줬다가 저사람 보여줬다가 하면서 수시로 관전 대상을 바꾸는데, 이게 한두사람이 아니라 100명을 대상으로 관전 대상이 바뀌다보니 도저히 게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옵저버가 어떤 교전을 화면에 잡아줬다가 누군가 죽게 되면, 지금 총맞아 죽은 이 사람이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가 죽게 됐는지, 보는 입장에선 이 사람과 관련된 어떠한 게임 스토리가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아 얘가 죽었네"라는 사실 하나만 알게 될 뿐입니다. 내가 배그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내가 잘하든 못하든 파밍하고 가슴 졸여가면서 상대를 찾아내고 멋진 에이밍으로 상대를 죽이면서 결국 최종 승자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얻었는데, 배그 프로리그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99명이 죽는 순간들" 뿐입니다.

그럼 이런 것들을 종합해봤을때, 배그 프로리그가 흥하기 위해선, 기존의 e스포츠에서 하던 평범한 방식의 중계를 깨고(애초에 게임 자체가 평범하지 않잖아요? 100명이 한 섬에 떨어져서 한명이 살아남는 게임인데;;) 배그 만의 독창적인 중계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글이 좀 길어지다보니 너무 길어지면 사람들이 잘 안볼까봐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검색해보니 그중 한개는 이미 여기 게시판에서도 언급되었던 것 같은데, 제 아이디어에 대해선 글 반응이 좋으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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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9 00:5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이번 배그 글로벌 대회가 잘 된 이유도.. 각 중계진이 한 스쿼드 시점으로만 중계를 하고, 보여줬기 때문인게 크다는 평이 많죠..
이 부분에 대해서 아마 고민을 하고 있을겁니다..
아놀드의아몬드
18/08/19 00: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 그랬나요? 배그 대회를 다 챙겨보는게 아니라서 몰랐는데 이미 도입을 했군요. 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어떤것이었냐면, 한 중계진이 모든 팀을 다 중계하는게 아니라, 여러 중계 채널을 만들어놓고 각 중계 채널이 지역별로 스쿼드를 몇개만 맡아서 그 스쿼드만 쭉 중계를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님께서 써주신 댓글과 비슷하네요. 예를 들어 25개의 팀이 있다면 중계채널을 한 5개정도 꾸려서 한 채널당 5개의 팀만 집중적으로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그 채널을 보는 시청자들은 스쿼드가 바뀌어도 5개중의 한 팀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그 팀들의 스토리를 이해하면서 게임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만큼 중계 자원을 많이 먹긴 하겠지만, 게임 특성상 어쩔수 없는 것 같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만약 5개 팀이 다 전멸하면 다른 중계 채널에 흡수되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는 모든 중계채널이 중계하는 스쿼드가 결국 수렴하게 되고 승자가 결정되겠죠.
부평의K
18/08/19 01:47
수정 아이콘
배틀그라운드 경기장 가서 보다보면 의외로 재미있는게 맵방송입니다. 뭐 지금처럼 보여주는것도 있겠지만 맵 화면 위주로 초기에는
바둑처럼 분석이나 포석 설명하듯 설명 들으면서 보시면 각 팀의 성향과 이동동선, 그리고 교전 예상 지역까지 보여서 꽤나 재밌긴 하실겁니다.

다만 누가 설명해 주는가가 문제...
BloodDarkFire
18/08/19 02:31
수정 아이콘
반가운 글이네요. 저 역시 글의 논조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별개로, 블루홀에게 형제팀을 어째서 허용하는가에 대해 물어보고 싶네요. 형제팀은 결국 티밍의혹을 떨쳐낼 수 없을 뿐더러, 어지간해선 그 나물에 그 짝으로 보이기 마련인데.....
모모이 하루코
18/08/19 02:57
수정 아이콘
중앙집중적인 중계형식을 바꿔야겠죠
각 팀마다 방을 파고, 서브멤버나 코치진에게 옵저빙이랑 해설을 시켜서 송출하는 방법은 어떤가 싶은데...
광고는 방송사에서 컨트롤해서 내보내구요
근데 이러면 티비중계는 불가능해지겠네요.
18/08/19 09:24
수정 아이콘
그동안 여러번 고민하고, 토론도 이어진 내용들이에요.
아 그리고 배그는 원래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게임이죠. 저는 최근까지도 배그대회자체로 3인칭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었지만 지금은 그냥 대세가 1인칭으로 바뀌니까 포기했습니다. 제가 3인칭을 주장한 이유도 님이 생각한것과 비슷합니다. 프로들과 일반인들의 플레이 방식이 너무 차이나면 안된다는것이었죠. 한국의 배그유저 99% 이상이 3인칭을 하는데 (프로나 스트리머들 제외하면 거의 99.99%가 아닐런지) 대회는 1인칭으로 한다면, 옵저버가 3인칭으로 병행한다해도 전략이나 움직임부터가 다르거든요.

중계방식은 여러이야기들이 나왔었고, 펍지나 방송중계사들도 피드백을 어느정도 하고 있습니다.
팀마다 개인화면을 송출하고있고, 맵이랑 생존현황만 보여주는 방송도 따로 키고.. 실시간 업뎃도 하고요..
최근 독일 PGI대회처럼 특정팀(국가)위주의 중계와 옵저빙을 두면 되는데 이게 인건비가 많이 들테니.. BJ나 스트리머등의 도움을 받아야 겠죠.
특정팀에게 배당을 주거나, 아님 자율적으로 특정팀의 중계방 응원방을 스트리머나 BJ가 응원하는식으로요. 단 배그는 다른게임과 달리 해당 스트리머나 BJ등이 직접 옵저빙 권한까지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특정팀에게 감정이입이 되거든요.

저도 꾸준히 건의하는데 여길 보는건지 아님 같은 생각인건지 느리지만 계속 좋은 방향으로 수정되는것 같습니다.
인게임 광고라던가, 대회때 상자 뿌리기라거나.. 프로화 한 속도만큼 빠르게 피드백 못하고 느린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이젠 배그 토토만 남았...
혼자왔니
18/08/19 10:14
수정 아이콘
같은 이유로 1인칭 게임들은 절대로 롤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할거라고 봐요.
bellhorn
18/08/19 10:32
수정 아이콘
다 돈이죠.. 사실 돈만 많으면(특히 인건비) 더 재밌게 만들 순 있습니다만..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Riffrain
18/08/19 10:44
수정 아이콘
음 첫 번째 이유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저는 실제 자신이 하는 것과 동일한 화면인 것 보다 3인칭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팀게임이라면 더더욱이요. 그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3인칭이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축구나 농구를 1인칭 시점으로 중계하면 맛이 안 살겠죠.
스타나 롤도 내가 보는 화면과 같다는 3인칭으로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것이 주효하다고 생각합니다.(스타는 1 대 1이지만 여러 유닛을 운용하는 게임이기에 역시 전반적인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다고 1인칭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1인칭은 대치상황에서의 긴장감이나 슈퍼플레이 등을 보여주는데 적합하죠. 오버워치가 시점을 참 잘 쓰는 것 같습니다. 3인칭과 1인칭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고 전투 중에 슈퍼플레이가 나오면 리플레이를 통해 1인칭 시점으로 보여줘서 그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죠.

그런데 배그는 특성상 3인칭 화면을 많이 보여줘야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인데 정작 게임 화면은 3인칭으로, 정확히는 버드아이뷰로 보기에 적절하지가 않습니다. 대치하고 있는 팀들을 동시에 한 화면에 잡아주면 캐릭터들이 개미만하게 보이고, 화려한 이펙트가 없는 게임이니 전투가 일어나도 픽픽 쓰러지는 것밖에 안보이죠. 버드아이뷰로는 보는 재미가 너무 없으니 1인칭 위주로 보여주는데 그러면 선수가 너무 많아 집중이 안되고 게임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요.
Mephisto
18/08/19 11:32
수정 아이콘
배그는 애초에 모든 요소가 1인칭에 최적화 되어 나온 게임입니다.
해외 유저들이 포트나이트로 몰려간 가장 근본적인 이유죠. 포트나이트가 3인칭으로 즐기기엔 훨씬 재미있거든요.
오히려 1인칭으로 시작했으면 포트나이트와 배그는 서로 절반정도씩 파이를 나눠먹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배그가 그런 요소까지 충분히 잘 생각해서 만들었고 해킹문제도 없었다면 3인칭이라도 포트나이트가 안착이 힘들었을거지만요.

방송이란 시스템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배그라는 게임이 3인칭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운영하기 위해선 단순히 자리싸움, 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운영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즉 리스크를 가지고 전투를 통해 좋은 자리를 차지한 상대를 밀어내는 장면을 통해서 게임 초 중반부터 높은 텐션이 발생 가능해야한다고 봐요. 하지만 배그 자체는 이 시점에서 상당히 정적입니다. 그래서 프로들과 일부 시청자들이 1인칭을 요구하는 이유의 한가지입니다.

"내가 그 게임을 하면서 되고자 했던 모습, 혹은 하고 싶었던 플레이들을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것을 보면서, 마치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게임 중계에 빠져들게 되면서 재미를 얻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보는 게임이 재미를 유발하는 이유는, "대리만족"이 주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글쓴이 님이 쓰신 이 부분도 배그가 Esports로 가지는 인기가 국내에서 처참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첫째는 이러나 저러나 배그는 슈터게임입니다. 결국 총을 잘쏘고 엄청난 센스의 움직임을 통해서 상대를 하나 하나 잡아내는 장면을 통해 유저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3인칭으론 지형적 유불리가 너무 심각해서 그냥 좋은 자리 차지한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잡습니다. 해설들이 아무리 포장해줘봤자 임팩트가 없죠. 원거리 저격이나 차량을 리드샷을 통해 잡아내는 장면 정도에서 탄성이 튀어나오는 정도입니다.
해외프로나(해외의 경우 초창기 프로팀이 생겨나는 시점부터 1인칭을 주장했었죠. 국내도 프로선수들이 점차 1인칭 선호로 취향이 바뀌어 간다는데 이건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배그 플래이어들이 1인칭을 선호하는 이유가 극도로 불리한 자리에서도 자신들의 능력과 센스로 극복할 가능성이 3인칭에 비해서 월등히 올라가기 때문이죠.

둘째는 배그가 프로들이 내세울 요소 중 교전적인 부분을 빼버리면 판짜기와 운영능력입니다. "좋은 자리를 어떻게 차지하는가", "불리할때 어떻게 순위방어를 하는가." 등등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가." 이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프로의 플래이를 통해 배우고 싶어하는 부분이겠죠. 하지만? 방송 시스템에선 극도로 힘들어요. 특정팀 하나만 쭉 보여줘야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지 이해가 가능한데 16-20팀을 다 보여줘야합니다. 즉 시청자들은 "아 운영 잘하는 팀이 좋은 자리를 잡았네?"인거지 아 어떻게 잡았는지 무슨 근거로 해설들이 극찬하는 동선으로 이동을 한건지 공감이 안되요.

이런 부분을 감수하고라도 3인칭 배그가 성공하기 위해선 게임 자체와 래더 시스템의 일대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트나이트 처럼 불리한 지형에서도 지형적 불리함을 극복가능하거나 운에 기대더라도 오랜시간 한자리에 고립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요소가 그 하나구요, 자기장 내에서 지형적으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강제적으로 교전을 각오하고 이동을 해야만 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부분은 국내 게이머들 한정이겠지만 3인칭에서 극단적 존버를 유도하더라도 래더 시스템이 극단적일 필요가 있습니다.(물론 이부분은 해킹에 대처하지 못하는 블루홀의 한계가 가장 크겠죠.) 적어도 4인 팀의 천상계 수준은 걸러져야합니다. 그래야 그 프로팀들의 관심도가 올라가죠. 지금 프로팀들 대회에 나오니까 "아 저런팀이 있구나." 수준이죠. 그나마 나은게 스트리머들이 포함된 팀이구요.
아놀드의아몬드
18/08/19 12: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스트리머에게 중계나 옵저빙을 허용한는건 이미 다른 곳에서도 많이 언급된것 같으니 그부분은 넘어가기로 하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사운드 입니다.

현재 e스포츠는 대부분 캐스터와 해설진이 마이크를 잡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쉴새없이 얘기하면서 사운드를 채워나가는게 일반적이고 대부분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그는 이런 해설 방식으로는 현재 보고 있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몰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플레이어의 의도가 시각적인 화면에서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와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

스타나 롤 같은 게임은 시각적인 화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생각, 의도를 바로바로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단 적과 아군의 플레이를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3인칭 시점인 것과, 시야 시스템으로 인해서 누가 어떤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선수와 관중이 동일하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그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배그를 플레이하는 두 선수 A,B가 중간정도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두 선수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는지 유무는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A가 만약 B가 있음을 안다면, 만약 제3자를 발견했을때 교전을 할지 안할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양각이나 자기장같은걸 고려해서 어디로 움직일 지 판단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A가 B의 존재를 파악했을때, 현재 B가 A의 존재 유무를 아느냐 모르느냐를 A가 알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즉, 나는 적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적이 내 존재를 모른다는것을 내가 알고 있다면? 나는 B의 뒷통수를 칠지, B를 피해서 다른곳으로 도망갈지, 이런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문제는, A가 B의 존재를 파악했다는게 배그에선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배그에서 적을 파악하는것은 크게 사운드와 시각적 움직임을 통해서인데, 이 두가지 모두 아주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사람의 플레이를 주구장창 보고 있지 않는다면 관중 입장에선 A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배그 프로리그에서 중계를 할때는 대부분 그 뭐냐... 상대방 위치를 다 보이게 해주는 기능을 키고 중계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관중들은 현재 화면에서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현재 화면을 플레이하고 있는 선수가 이 정보를 얼마나 알고있는지 관중은 짐작을 할 수 없습니다. 정말 누가봐도 뻔한 대치를 하고 있거나, 최근 그 지역에 교전이 있어서 선수와 관중 모두 정보를 알고 있다던가 하는 명백한 상황을 제외하면 말이죠. 관중이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보고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그 플레이어의 전략적 판단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인지 유무를 관중은 알수가 없으니 당연히 전략적 판단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수치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만약 현재 화면에 보이는 정보의 총량을 100이라 가정해보겠습니다. (내 위치, 화면에 잡히는 모든 적들의 위치, 피 상태, 무기 상태, 지형과 자기장을 고려한 포지션의 유불리 상태 등등). 관중은 언제나 100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선수들은 제한적인 정보를 갖고 게임을 하게 됩니다. 선수가 현재 50만큼의 정보를 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관중이 현재 내가 보고 있는 선수가 50만큼 알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요? 파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자기장이 좁혀지고 서로 가까워지며 교전도 잦아지게 되면, 선수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점점 100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따라서 후반에는 선수가 얼만큼 정보를 알고 있는지 관중이 쉽게 짐작이 가능하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초중반에는 그렇지 않은 겁니다. 초중반에, 선수들이 2,30의 정보만 가지고 게임을 할 때, 그 선수가 알고 있는 2,30의 정보가 무엇인지 관중도 동일하게 인지를 해야 선수들의 플레이에 납득을 하게 되는데, 그런걸 알 수 없다보니 그냥 내가 보는 이 사람이 어떤 플레이를 해도 전혀 재미가 안느껴지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배그를 중계할때 선수들의 팀보이스 사운드를 넣어서, 선수들이 어떤 정보를 인지하고 있는가를 관중이 듣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식을 쓰게 되면 지금처럼 캐스터나 해설이 사운드의 메인이 되어 게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이스가 들리는 가운데 중간중간 해설이 끼어들어서 관중의 이해를 돕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게임을 보는 관중이 선수의 플레이 원인을 납득할 수 있게 되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선수들의 현재 감정이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면서 내가 실제 배그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도뿔이
18/08/19 14:17
수정 아이콘
글쓴이 분이 말하는 인칭이 배그에서 말하는 그 인칭이 아닌데 착각하는 분들이 몇분 계시네요
글쓴이 분이 말하시는 삼인칭은 위에서 어느분이 말하시는 버드아이뷰죠
아놀드의아몬드
18/08/19 15: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적 감사합니다... 위에 쓴 댓글 중에 몇몇 좀 이해가 안가는게 있었는데 제가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1인칭 3인칭의 단어의 개념이 잘못 전달되어서 그런 것이었군요. 글 서두에 추가했습니다.
18/08/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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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너무 자연스럽게 1,3인칭을 제가 생각하는거랑 다르게 쓰셔서 혼동했네요.
보통 배그이야기할때는 배그게임자체에 1인칭이랑 3인칭 모드가 따로 있다보니 그렇게 통용되거든요.
저는 동양인들은 캐릭터가 되는것 보다, 캐릭터를 움직이는걸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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