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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26 00:06:00
Name 류지나
Subject [기타] 올드월드의 종말 - 보충 이야기 3. (수정됨)

리자드맨과 엘프의 활약으로 카오스의 위협은 걷혔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동안 올드 월드는 카오스의 기운에 노출되었고, 이 기운들은 찌꺼기들이 남아 여전히 올드 월드를 위협했습니다.
특히나 올드 원의 창조물들에게 은연중에 이 카오스의 기운이 스며들며 종족적 부정적인 특성을 내보이게 만들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엘프들은 천성적 오만함, 드워프는 완고한 쇠고집이 강화되는 등 부정적인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리자드맨은 희생이 컸습니다.
죽어나간 리자드맨의 수와 파괴된 도시의 수는 그렇다쳐도, 가장 치명타인 것은 리자드맨의 지도자 위치인 '슬란'이 태어나는 산란못이, 카오스와의 전쟁에서 모조리 파괴되어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올드 원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1세대 슬란은 모조리 사망했고 -잇차의 구원자인 크로악은 미라 형태로 영혼이 봉인되어 있긴 하지만-
1세대의 뒤를 이은 2세대 슬란은 마즈디문디를 제외하고 다 사망한 상태.
이어 3, 4, 5세대의 (비교적) 젊은 슬란들이 있긴 하지만 소수이며, 이들이 죽고 나면 더이상 뒤를 이을 슬란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리자드맨은 냉혈족의 시대는 지났으며, 올드 원의 또다른 창조물인 온혈족들의 시대가 올것임을 겸허하게 인정합니다.
이후 리자드맨들은 자신들의 본거지 러스트리아에서 중립적인 성향을 띄며 카오스가 준동하는 것이 아니면 조용히 그들의 아름다운 밀림에서 은거하는 태세를 취하게 됩니다.
또한 1세대 슬란들이 전부 죽어버려서 이젠 해석이 불가능해진 -또는 불가능에 가까운- 올드 원의 남은 유적이나 석판등을 모아서 어떻게해서든 조상들의 뜻을 이어받고자 노력하는 것이 그들의 숙원 사업이 되었습니다.



한편, 엘프들은 정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피닉스킹과 에버퀸의 동시 사망으로 인하여 엘프들의 지도자는 공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아무래도 전쟁의 대영웅 아에나리온의 공식적인 부인인 모라시와 그의 아들 말레키스였습니다.
모라시는 야심만만한 여성으로, 자신은 공석인 에버퀸의 자리를, 피닉스킹은 자신의 아들인 말레키스를 앉히려 했으나 그녀의 행보는 곧 즉각적인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엘프 귀족사회는 '벼락출세'라고 할 수 있는 이들 모녀를 탐탁치않게 생각한 것입니다.

사실 급조된 자리인 피닉스킹은 아직 세습에 대한 어떠한 절차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렇다쳐도, 에버퀸은 에버퀸의 혈족이 물려받는 자리여서 모라시가 노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모라시는 에버퀸과 에버퀸의 자녀들이 전부 죽은 것을 근거로 자신이 에버퀸의 후계자에 가깝다고 주장했으나, 전쟁중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알려진 에버퀸의 딸 이브레인과 아들 모랄레온이 살아있었음이 드러나며 -그리고 이 때를 위해 모라시에게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 모라시의 야망은 결정적인 좌절을 겪게 됩니다.

에버퀸의 혈통 이브레인이 되살아돌아오자 모라시는 남은 자리인 피닉스킹에 아들인 말레키스를 앉히기 위해서 집착하게 됩니다.
사실 아에나리온의 적자이며, 혈통에 이어 강력한 전사이자 뛰어난 마법사로 재능도 출중한데다가 (엘프치고는) 겸손하고 고귀한 성격인 말레키스는 누가 뭐라고 해도 피닉스킹에 가장 가까운 남자였습니다.

그러나 엘프 귀족들은 야합을 통해, 피닉스킹의 자리를 말레키스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치졸한 수단을 씁니다. 그것은 바로

'아에나리온과 아스타리엘의 전례를 이어받아, 피닉스킹은 에버퀸과의 혼인을 공식화한다'

라는 법안이었습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말레키스를 겨냥하고 있는데, 만일 말레키스가 피닉스킹이 된다면, 당대의 에버퀸인 이브레인과 혼인을 해야하는데 모두들 알다시피 이브레인은 말레키스의 이복 누나입니다. 엘프들은 인간과는 달리 근친혼이 아주 금기인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이복 형제의 결혼까지 용인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브레인이 에버퀸인 이상, 말레키스는 피닉스킹이 될 수 없다는 법안이나 마찬가지였지요.

이 법안을 들은 모라시는 분노에 미쳐 날뛰었으며, 말레키스에게

"정당한 피닉스킹의 후계자인 너를 따돌리고 엘프들이 네 아버지의 자리를 강탈하려고 한다. 저 무도한 자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네가 정당한 왕위를 계승하거라"

라며 엘프 내전을 부추깁니다. 만약에 말레키스가 이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으면 엘프들의 내전 (선더링)이 1400년쯤 전에 발생했겠습니다만, 아직 이 무렵의 말레키스는 고귀한 성정의 엘프였으며 또한 엘프들이 내전에 휩쓸려 비참한 처지를 겪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 다짐이 끝까지 갔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말레키스는 어머니 모라시의 제안을 일축하고, 당시 엘프들이 뜻을 보아 세운 2대 피닉스킹 자리에 벨 샤나르를 세우는데 동의하며 2대째의 피닉스킹이 탄생합니다. 벨 샤나르의 즉위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 다름아닌 말레키스였고, 정당한 후계자가 그렇게 자신의 뜻을 꺾으며 동의했으므로 벨 샤나르의 권위는 공고해졌습니다. 이에 더해, 벨 샤나르는 아에나리온과같이 불꽃에 뛰어들었다가 상처없이 되돌아나오는 의식을 만들게 되지요. 정당한 피닉스킹은 이렇게 아슈리안의 가호를 받았다고 드러내며.


불씨는 남아있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정쟁이 마무리되며 당분간은 엘프들의 번영이 이어지게 됩니다. 당분간은......



ps. 오류를 하나 바로잡습니다. 이번편에는 연표를 첨부하지 않았습니다만 워해머의 타임라인은 '지그마 헬든해머'의 탄생을 0년으로 잡습니다. 피닉스킹 자리로 아웅다웅대고 있는 이번 편은 대략 지그마의 탄생 이전인 4400여년 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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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ed Star
20/11/26 00:18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에서 워해머 설정 읽으면서 느낀건 은근히 이름을 돌려막은게 많다는거 흐흐
20/11/26 00:25
수정 아이콘
기다렸습니다.... 재미 있어요.. 주로 40k만 많이 보는데.. 햄탈도 흥미진진..
리얼포스
20/11/26 10:06
수정 아이콘
햄타지 나무위키로만 배웠읍니다만 무척 재미있읍니다
세인트
20/11/26 15:24
수정 아이콘
두분 글 다 넘넘 재미집니다. 이 때만 해도 벨 샤나르와 말레키스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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