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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12 21:51:06
Name 파핀폐인
Subject [스타1]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던 제 이야기
요즘 롤이 살짝 재미 없기도 하고 코로나때문에 나가지도 못 하게 되면서 유튜브 보는 시간만 늘어났는데, 제 무료함을 알고리즘님께서 알아채시기라도 한건지, 고전 스타 대회 영상을 추천해 주더군요. 정말 조회수 5000회도 안 나오는 영상들을 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낭만있게 게임 하던 시절이 떠오르며 스타영상을 열심히 정주행중입니다 하하..

그러다가 문득 원조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인 pgr 여러분과 스타 이야기나 하고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0.  스타를 처음 접한건 00~01년 사이에 스타리그를 우연히 몇 번 보게 되면서였습니다. 아마 시기상 프리챌배~코카콜라배 스타리그였을 겁니다. 당시에 막내삼촌네 집에 가끔 놀러가곤 했었는데 삼촌이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같이 보곤 했습니다. 뭔가 벌레가 나오는데 그걸 인간이 퇴치하고, 로봇 (당시엔 프로토스가 로봇인줄 알았습니다..)이 활개치는 게임이 너무 재밌어보였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당시 저는 조정현 선수랑 변길섭 선수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아마 인간종족인 테란을 플레이 해서 그랬던 것 같네요.

1. 어린나이에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접했지만 정작 제대로 본건 매우 먼 후인 08년부터였습니다. 그 사이에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했었고, 2007년에 다시 한국에 귀국했을때도 집에 유선 TV를 연결하지 않아 스타 영상을 보는 건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또한, 그 당시엔 컴퓨터 이용시간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로 여유롭게 인터넷 서핑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컴퓨터를 키면 정말 전투적으로 1시간동안 스타만 했었죠..

2. 08년, 중 2때 저는 PMP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이때 DMB 기능은 신세계였습니다. 그 당시 MSL을 방영해주던 채널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저는 본격적으로 스타리그의 세상에 뛰어들게 됩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제가 처음으로 제대로 본 스타리그는 Clubday Online MSL 이였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이 대회를 통해 이제동 선수의 광팬이 되었는데, 재밌게도 이제동이 지는 경기를 보며 팬이 된 케이스입니다. 16강전에서 윤용태와 마지막 3경기, 아테나라는 맵에서 장기전 끝에 아칸 리버 등 비싸고 몸에 좋다는 유닛한테 지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열심히 게임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덕분에 제 주종 또한 저그였습니다.

3. 09년, 드디어 집에 유선 TV가 설치되며 온게임넷도 볼 수 있게 됩니다. 프리챌배 시절에 스타를 접한 저로써는 참 오랜 세월 끝에 스타리그 세상에 입문하게 된 것이죠.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스타리그는 바투 스타리그며, 이때 이제동이 결승에서 패패승승승 하고 우승했을때 그날 밤 잠 못잤습니다.

4. 어떻게 보면 낭만세대를 놓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강민 마읍읍 등으로 이어지는 세대를 직접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포스, 실력, 스토리는 그저 귀로 들을수 밖엔 없었고 나중에 경기를 찾아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굉장히 아쉽긴 합니다. 

5.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존재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해서 스타를 혼자 보고 마는 수준에 그친 것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의견 교류를 하고 유행어 및 밈을 배우는 건 없었습니다. 당시엔 학생이여서 컴퓨터를 많이 할 수 없었던 게 큰 이유였죠.

6. 스타크래프트에 정이 떨어진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08-09 시즌 결승에서 이제동이 광안리 3패 찍을때였습니다. 아직도 저는 이제동 마지막 경기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더군요..(ptsd 인가봐요..) 그날 진짜 밥 먹은거 다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믿었던 이제동이 이틀에 걸쳐 3패를 하니까 화가 너무 나더라고요. 다행히 그 후 바카스 스타리그에서 정명훈을 4강에서 잡고 결국 골마를 타는 데 성공하며 응어리가 풀렸습니다만, 그 당시엔 정말 스타를 처다보기도 싫었습니다.

둘째는 대한한공 스타리그 결승에서 이영호한테 졌을때였습니다. 사실 그 당시엔 이미 이영호는 갓모드를 완성시키며 조금 말이 안되는 선수였죠. 하나대투증권, 빅파일 MSL 을 연달아 지기도 했고요. 이기리라는 기대는 크게 안했습니다만, 5드론을 두 판 연속 쓰는걸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할까 싶더라고요. 광안리는 화가 났다면 이때는 약간 슬펐습니다.

7. 대한한공 스타리그를 기점으로 저는 정말 거짓말처럼 스타를 보지도 하지도 않게 됩니다. 가끔 소식은 챙겨듣곤 했지만 집중해서 보는 일은 없었네요. 게임도 예전만큼 재미 없는 것 같아 하지도 않았고요. 덕분에 학교 성적은 엄청 올랐습니다 허허..

8. 이렇게 써보니 막상 스타를 제대로 보고 한 기간은 2-3년 남짓으로 생각보다 짧네요.. 하지만 덕분에 학창시절을 재밌게 보냈고 낭만있게 누구를 응원하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던 기억이 남았습니다. 이때의 기억을 떠올려 다시 할까 했는데, 요즘은 또 빨무의 재미에 빠져버렸네요. 하여간 스타란 참 재밌는 게임 같습니다. 

여러분은 스타의 무엇을 좋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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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DongGook
20/12/12 22:35
수정 아이콘
학교다닐적에 친구들이랑 피씨방가서 4:4 헌터할 때가 참 재밌었는데..
라고 가끔 생각합니다.
태연­
20/12/12 22:42
수정 아이콘
고3때 친구랑 노스탤지아 소수병력 계속 충원하면서 한부대 미만 유지하면서 5분가까이 쉼없이 싸우던게 생각나네요
Your Star
20/12/12 23: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01 코카콜라배 임요환 홍진호
03 올림푸스배 서지훈 홍진호
저는 오히려 그 낭만시대를 보고 이후 마모씨 쯤 안 보기 시작해서 택뱅리쌍 시절은 아예 안 봤네요.

그리고 위에 쓴 두 결승전은 아직도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습니다. 어렸을 때 봤음에도 불구하구요.
저도 혼자 챙겨봤네요 글쓴분처럼
Bukayo Saka_7
20/12/12 23:17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 방송의 첫 기억은 iTV 고수를 이겨라 였는지 랭킹전인지 헷갈리는데
최인규 선수가 라이벌리 맵에서 경기하던 거였습니다. 저랑 이름이 같았기에 단숨에 최인규선수 팬으로 스타1 팬질이 시작됐습니다.
플라톤
20/12/12 23:24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 멋지잖아요
서린언니
20/12/12 23:24
수정 아이콘
2000년 게임큐 종족최강전이요. 거기서 임성춘 팬이 됐죠...
나머지 선수들 vod도 챙겨보다가 온게임넷 경기도 자연스럽게 봤구요
알라딘
20/12/12 23:55
수정 아이콘
재능이 있진 않았지만 승부욕이 있어서 제 딴엔 열심히 팠는데... 고등학생때 교내에서 네임드가 되는 짜릿함..
16~17년전인데도 지금 술자리에서 너 스타 잘했었잖아 얘기가 전리품입니다...
마오카이
20/12/13 00:40
수정 아이콘
임요환이 유명세 떨치기 직전 박서 게임큐 개인화면을 돈주고 사서 본 후 실력이 급상승 했습니다. Scv를 게임 끝날 때 까지 찍는거보고 깨달음을 얻었죠. 심지어 커맨드 깨지는게 기정 사실임에도 끝까지 습관적으로 일꾼 찍는 모습 본 후 그 이후 스타할 때 일꾼 꾸준히 찍으니 친구들 다 이겼습니다. 학교에서도 꽤나 위상 떨쳤구요.
퍼블레인
20/12/13 03:54
수정 아이콘
조금 흥깨는 이야기를 하자면 그때는 스타만한 게임이 없었죠.
Cazellnu
20/12/13 04:23
수정 아이콘
게임자체는 오리지날때부터 했는데 대회를본건
대학때 겜큐였나 거기서 쓰리배럭 날린경기가 거의 처음입니다.
i제주감귤i
20/12/13 12:22
수정 아이콘
고수를이겨라 예선을 친구와준비하고 오리역피씨방으로 두근대며 경기 하러 갈때 너무 좋았습니다. 재가 경기하는게아니고 친구가 하는거였지만 내가 좋아하는것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할수있고 내또래들이 스타가 된다는게 너무 좋았어요
천혜향
20/12/13 12:57
수정 아이콘
종교활동후 토요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만화책이나 빌려서 집에서 읽자 하고 들렀는데 가게에 스타리그가 틀어져있었죠.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2003년 초여름 이었을겁니다. 신세계 였죠.. 그후로.. 몇천 몇만 경기를 본건지..
대략 한 10만 경기정도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진짜 스타에 미쳐있었어요. 지금도 보고있고..
lck우승기원
20/12/13 16:51
수정 아이콘
저와 비슷하시네요 크크
08년 초등학교 6학년부터 - 중2때까지 바짝 보고
중3 11년에는 스타2에 재미붙여서 마스터도 찍어보고 gsl로 갈아타게 되며 스타1 대회 같은건 안찾아보게 되었죠 크크
12년에는 자연스럽게 롤로 갈아타고..
20/12/13 21:21
수정 아이콘
저랑 나이도 비슷하시고 본 시기도 비슷하시네요! 저도 2008년즈음부터 보다가 고등학생 되면서 잠시 접게 되었죠...그러다가 어느새 스타리그가 폐지되었더군요ㅠ 그 이후 대학 가서도 과거 스타에 대한 향수를 못 버리고 스2리그를 챙겨봤지만 스2판은 결국 크게 흥하지 못 하면서...이후 어쩔 수 없이 롤판으로 넘어가서 요즘까지 보고 있네요
저도 요즘 시간 날 때 나무위키의 스타1 명경기 목록들을 쭉 보면서 옛날 경기들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제동 경기들 중 하나 추천드리고 싶네요 아레나MSL 16강 경기
https://www.youtube.com/watch?v=LlNPlHCFY7s
20/12/14 12:06
수정 아이콘
전 송병구 결승 3연준할때 현타왔습니다.
김택용 상대론 드라군사업을 안하질 않나, 프프전 강자 이미지도 꺾이고, 이때 아마 송핑계, 핑구 별명이 생겼죠.
이제동 상대론 빌드 잘짜놓고 커세어 스커지에 다터진 경기도 있었고, 이때는 직관이라 더 최악이었고,
이영호 상대로도 캐리어의 송병구, 안티캐리어의 이영호 이러면서 기대감 높이더니 아주 다양한 빌드로 털려줬죠.
당시 택뱅리쌍 잘나가던 시기였는데 동네북이었죠 크 감동적인 우승으로 극복해서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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