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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11/17 16:04:57 |
Name |
고봉밥 |
Subject |
[콘솔] (스포주의)진여신전생5 2회차 이후 후기 |
며칠 전에 진여신전생5 후기를 올렸었는데, 이번에 2회차까지 완료한 시점에서 총평을 내려보려고 글을 써봅니다.
스포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니까 보기 싫으신 분은 얼른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1.그래픽
그래픽은 스위치치곤 괜찮게 뽑혔습니다. 다만 프레임 드랍이 거슬릴 정도로 있긴 합니다. 플레이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데 짜증날수도 있습니다. 독모드는 프레임 드랍이 엄청 심하니까 왠만하면 실행하지 마세요.
여타 기술의 연출 부분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일단 눈을 즐겁게 해주는 기술들도 많이 늘었고, 각 속성에 따라 적의 사망표현도 달라지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아틀러스에 페르소나 제작팀이 있는 만큼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UI부분에 있어서는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일단 각 상태이상들의 아이콘이 너무 축약되어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UI가 때때로 가리는 부분이 많아서 짜증날 수도 있습니다.
악마들의 3D모습들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구석이 있긴한데 그렇다 치더라도 캐릭터 부분에 있어서는 고점의 평가를 내리고 싶네요. 그리고 생김새가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진여신4때 역변한 대천사들의 모습에 너무 충격받은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좋은 의미로 매력있는 조형들이 많이 나옵니다.
다만 2번째 컨테이너 맵은 시각적 효과가 너무 과합니다. 아니 기괴한 분위기 연출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붉은색이 너무 눈뽕일 정도로 쏟아져서 힘들어요;;
2. 음향
일단 제일 먼저 크리티컬 발동, 혹은 약점공격이 발동될 때 진동기능이 없다는 부분이 아쉽네요. 완전판을 내거나 혹은 추후 패치에서 추가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요 그렇게 어려운 기능 아니잖아요 ㅠㅠ
또 타격감이 스킬에 따라 뒤죽박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팔척이나 혜성권같은 다단히트기는 호쾌한데 주인공의 평타라던가 몇몇 기술은 좀 밋밋한 경향이 있습니다. 속성공격의 경우에도 밋밋한 기술과 타격감이 좋은 기술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브금은 전작인 3,4,4F와 비교했을때, 3(매니악스)>4F>4>=5 순이었습니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3의 BGM에는 못미쳤다는게 저나 같이 플레이했던 친구들의 공통적인 소감이었습니다. 특히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던건지 필드몹중에 기괴한 소리를 내는 몹들이 있는데 필드몹 안즈가 내는 고음 새소리는 듣다보니 짜증나더라구요.
3. 게임 플레이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을 고려했을때 노말 기준으로 3,4,4F중에서 레벨디자인은 4와 더불어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대략 제 체감상 가장 어려운 초반 타이밍의 난이도 차이는 4(DLC컨텐츠 제외)>>>5>>4F(DLC컨텐츠 제외)>=3(매니악스)>3(녹턴) 정도로 나타낼 수 있겠네요.
특히 나는 JRPG고수니까 난이도 노말이나 하드로 시작해야지 라고 생각하신 많은 분들이 첫 보스인 히드라한테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당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노말로 시작했는데 지나가던 필드몹한테 크리 연타 맞고 세이브도 못한 2~3시간 날라간 적이 꽤 있습니다. 자동저장 기능도 꼭 추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난이도 부분이야 너무 어려우면 캐주얼이나 세이프티 하시면 되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진여신전생5 레벨 디자인에서 짜증난다고 느꼈던 부분이 스킬칸을 제한한다는 점입니다. 스킬칸이 모두 열리는게 후반부에 가서야 가능한데 그 전까지 어려운 초반부에서는 3개부터 시작되는 스킬칸을 가지고 온갖 똥고쇼를 해야한다는 점이 장애요소입니다.
뭐 능숙하신 분들이야 적절하게 적들에게 맞춰 악마합체를 통해 약점속성을 공략하시겠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빡세다고 생각되네요. 진여신 입문자인 제 친구가 스킬칸 때문에 빡쳐서 패드 던졌거든요. 4F의 경우에도 스킬칸이 4개부터 시작해서 해금되는데 4F는 적들이 비교적 약하고 애초에 해금도 진행도가 아니라 단순 렙제로 풀리는 거라 좀 더 간편하구요.
악마합체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편의성이 개선된게 느껴지네요. 예전에 비해 어떤 악마를 만들기 위해서 고생할 필요가 없이 검색기능으로 원하는 악마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족의 발전이네요.
그리고 강적 시스템의 등장으로 길을 가다가 필드의 평균 레벨보다 훨씬 높은 악마들이 지역마다 터줏대감처럼 등장하게 되어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초반부 황룡퀘스트는 절대 받지 마세요. 왠 괴물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달려듭니다.
그리고 버프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초중반 보스전이 강제로 장기전이 되었습니다. 이건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옛날에는 지속시간이 없는 카쟈류 버프와 운다류 디버프를 중첩해서 보스전을 진행하는, 좋게 말하면 직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루하리만큼 단순한 버프시스템을 통해 게임을 진행해야 했는데 이번작부터는 초반 카자, 운다 기술이 단일기로 너프되고 3턴이라는 지속시간이 생김에 따라 예전만큼의 효율이 안나옵니다. 대신 상점에서 파는 전체 속성방어 소모품이 효과가 OP급이라 이것만 잘 사용하셔도 적의 공격을 꽤 잘막습니다.
상태이상은 전작들에 비해 많은 상향을 받았습니다. 전작에서 아 저놈은 뭔가 매혹이나 수면 안먹힐거 같은 놈들, 대표적으로 3매니악스의 마인 같은놈들은 실제로도 대부분의 상태이상을 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번 작은 많은 보스들이 상태이상에 취약합니다.
최후반 보스들을 제외하면 왠만하면 특정 상태이상에 한두개씩 약하더라구요. DLC 클레오파트라를 사신분들은 느끼실테지만 진여신5의 악마들은 전 작품들에 비해 성욕이 많이 증진되었기 때문에 특히 매혹이 잘먹힙니다.
마지막으로 맵디자인 부분에서는 음...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더라구요. 저같은 경우 맵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비비꼬였어도 그건 그것대로 좋아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 친구들은 대부분 불호입니다. 전 4번째 필드인 마왕성 퍼즐도 재밌게 즐겼는데 이게 너무 복잡해서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그냥 맵공략 보시면서 플레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미망찾기도 전 재밌게 했는데 인터넷 여론보면 별로 안좋네요 크크
4.스토리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대망의 스토리 부분입니다. 진여신전생답게 어두침침한 스토리지만 어느정도 페르소나의 대세를 따라가려고 했는지 부분적으로 학원물의 친구들 비스므리한 감성을 첨가했습니다만 거의 맛이 안느껴지네요. 5의 스토리 진행은 대략 세상이 멸망-> 세상을 구하려는 똥꼬쇼-> 그 과정에서 방해되는 친구들을 쳐죽임-> 뭔가 찝찝한 엔딩이라는 진여신전생의 왕도적 이야기 플롯을 따라가고 있는데 중간중간 진여신 특유의 매콤한 블랙코미디의 맛이 많이 사라진게 아쉽습니다. 스토리 전개가 미묘하게 생략이 많고 연출도 심심해서 5점 만점에 3.5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 묘사가 너무 아쉽네요.
본격적으로 스포가 듬뿍 들어간 스토리 해부 시간입니다. 보기 싫으시면 빨리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한번 더 경고드립니다. 그리고 반기독교적인 요소가 있으니까 독실한 기독교 신자분들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근데 원래 진여신이 그럼 게임이니까 이해해주세요 ㅠㅠ 여기서 나온 기독교는 현실의 기독교와 무관합니다.
5의 세계관의 배경은 야훼가 세계관의 신좌에 앉게 됨에 따라 각 다신교의 신들을 악마로 격하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야훼 이전에 신좌를 앉았다는 존재에 바알과 라가 존재하는 걸로 보아 출애굽기에서 내용을 따온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야훼는 다신교의 신들의 지혜를 빼앗아 선악과로 봉인해버리고 신들은 불완전한 악마로 전락하여 야훼에게 원한을 가지게 됩니다. 신들이 잃어버린 지혜는 뱀(루시퍼)에게 꼬드겨진 인간이 선악과를 낼름 집어먹어버려 진정한 신(나호비노)이 되려면 악마+인간이 융합해야합니다. 물론 이러한 융합은 야훼가 금지하였기에 작중시점까지 금기로 남아있었습니다.
이제 작중 시점으로 넘어가보면 18세의 낭랑한 학창 생활을 지내던 주인공은 악마가 나타나는 비일상을 접하게 되고 목숨의 위기를 맞아 정체불명의 악마인 아오가미와 융합하여 나호비노가 됩니다. 그리고 더 진행하다보면 18년 전에 이미 야훼는 루시퍼에게 목을 따였고(!) 세계가 실시간으로 망해가고 있으며, 주인공이 살고 있던 도쿄도 겨우겨우 존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멸망하는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공석이 되어버린 신좌에 나호비노가 앉아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켜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세계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차이로 인해 주인공과 그 친구들끼리 신나는 배틀로얄을 벌이는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주인공의 선택지는 이제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히든엔딩도 있긴한데 일단 크게 3가지로 나누겠습니다.)
첫번째로 신의 유지를 따르는 천사의 조직 '베텔'을 따라서 야훼의 질서를 이어가는 엔딩, 두번째로 다신교 신들의 의지를 대표하는 '츠쿠요미'를 따라서 유일신 없이 수많은 신들이 공존하고 투쟁하는 신화판 데모크라시 백가쟁명의 시대를 여는 엔딩, 마지막으로 신이고 악마고 인간을 괴롭히는 개같은 존재니까 싸그리 없애버리자는 '여와'를 따르는 엔딩입니다.
엔딩 부분을 좀 더 흥미롭게 즐기시려면 진여신전생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합니다. 진여신 세계관의 엔딩은 크게 로우(야훼의 의지를 따름), 카오스(루시퍼 혹은 다신교의 의지를 따름), 네츄럴(악마 신 둘 다 싫어)로 나누어 지는데 언뜻 보면 진여신5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차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노선에서 벗어난 진여신3 녹턴의 오마쥬를 철저히 한 작품입니다.
진여신3 녹턴은 어떠한 창세(엔딩)를 선택하게 되던 결국 야훼의 의지를 따른 것으로 간주되어 모두 로우 엔딩입니다. 어이가 없으시겠지만 진여신3 녹턴 엔딩인 힘있는 자들만의 세계라던가 인간들이 서로 교류를 끊어버리고 각자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자는 엔딩이라던가 플레이어가 어떤 것을 골라도 모두 로우엔딩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세계가 결국 쇠락하고 이렇게 도태된 세계를 버리고 그 세계의 창세이념이 어떻든 간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야훼의 의지가 충실하게 이행된 결과가 3의 엔딩이니까요.
5의 엔딩 역시 이와 유사합니다.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고르던 모두 카오스 엔딩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선택지를 고르던 결국 야훼가 이끌던 질서의 세계가 끝나고 주인공 역시 언젠가 신좌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되는 혼돈의 세계가 열리는, 즉 루시퍼의 의도가 충실히 이행된 결과물이 나오는 엔딩입니다.
다소 편의적인 전개로 보이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하필이면 신들에게 선택받은 존재인가라는 질문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옵니다. 작중 언급되진 않지만 18년전 루시퍼가 야훼를 죽였을 때, 루시퍼는 야훼가 금기시하였던 각 지혜들을 해방하였고 이러한 지혜는 작중 시점 18년 전에 태어나는 영혼들에게 깃들었기 때문에 주인공과 같이 18살이 되는 존재들은 각 루트별 주요 신들에게 해당되는 지혜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주인공이 다니던 학교는 추천제인데 어떠한 기준으로 뽑는지 모르겠다는 작중 NPC의 대사 역시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지혜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들을 모으던게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뭐 주인공의 각 루트별 친구들은 신들에게 선택받는 조건인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끔살당하는 운명을 가지게 됬다고 보면 결과적으로 그딴 지혜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노릇이긴 합니다만...
미망 역시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인간+악마의 융합이 실패한 존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듭니다. 미망들의 대사를 보면 인간시절 기억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다만 시대적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야훼가 살아있을 시절 유혹을 못이긴 악마들이 인간들과 융합하게되고 결국 눈 시퍼렇게 뜨고있던 야훼에게 걸려 결국 미망이라는 미물같은 존재로 전락한게 아닐까라는 추측입니다.
5.총평
게임을 진행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때로 실망도 하였던 진여생5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는 맵이 복잡해도 상관없다거나 진여신전생 특유의 암울한 테이스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반면 복잡한 맵이 싫다거나 노가다가 싫으신 분들은 비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앞선 혹평들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꽤 잘나온 JRPG니까 한번쯤 해보시는것도 추천드립니다. 일단 진여신 입문작 중에서는 그래픽이나 편의성으로 볼때 가장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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