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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1/03 20:43:10
Name Farce
Subject [PC] [스포] 21세기 어른을 위한 공산주의 동화 "디스코 엘리시움" (수정됨)
[이 리뷰는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에 대한 모든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후엔 '결말'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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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게임을 스팀에서 구매하였습니다. 정가는 41,000원.
현재 1월 5일까지 진행되는 스팀 겨울 세일 덕분에 55% 할인으로 18,450원입니다.

인디게임치고는 아주 나쁘지 않은 가격입니다.

얼마나 재밌는 게임이냐고요? 저는 리뷰 시점에서 40시간 플레이했습니다.
메인스토리 + 서브퀘스트를 전부 밀고 + 2회차에 바뀌는 요소좀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입니다.

저는 이 게임에 미친듯이 빠져있었습니다. 적어도 연말의 잠시 쉴 수 있는 시간 동안은요.
인터넷에 따르자면, 빠르게 스토리만 미는 분들은 20-3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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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목을 보셨다시피, 이 게임은 정말 '특정 취향을 가진 분들'을 위한 게임입니다.]
이게 어떤 의미이냐고요? 참 덮어높고 재밌다고 하면 최고일텐데, 좀 복잡한 이야기라서 쉽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많은 스포일러 그리고 또 많은 스포일러가 필요합니다.

글은 세가지 부분으로 나누겠습니다.
1. 전반적인 게임/시스템 소개. 2. 게임 리뷰 장/단점. 3. 스토리 몰아보기 (결말포함)입니다.
중간에 마음에 드신다면 글을 읽는 걸 멈추시고 스포일러 없이 게임을 즐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충분히 흥미가 생기시지 않더라도,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야기 요약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쉽사리 '게이머'가 다가가지 못하는 깊은 이야기, 도대체 이런 걸 왜 비디오 게임에 적어뒀나 싶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1. 게임/시스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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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형사로서 살인사건을 수사해야합니다.
다양한 도구, 대화 선택지, 탐문, 단서수집을 통해서, 역동적인 세계의 중요한 음모를 담고 있는 살인사건을 조사해야합니다.

붉은 대화 선택지는 다시 시도할 수 없는, 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스킬 굴림이며, (단서를 낚아채거나, 자신을 소개하거나, 총을 쏘거나)
흰색의 선택지는 레벨업 후 스킬을 더 찍고 돌아와서 재시도할 수 있는 굴림입니다. (문을 열거나, 장소에 머무는 사람에게 캐묻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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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스킬들은 대화 굴림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높은 능력치를 가지면 주목하는 내용도 많고, 내면에서의 발언권도 증가합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낮은 능력치는 침묵하게되지요.

'연극'은 '거짓말이다!' 라면서 힘들게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의 발언을 시끄럽게 막아버릴 수도 있고,
'소름'이나 '내면세계'는 종이 하나를 주워들면서도 어디에서 어떻게 쓴 글씨인지 망상/연상하며 자꾸 먼 곳으로 자신을 보냅니다.
'물리적 수단'은 무슨 증언을 들어도 어떻게 물리적으로 겁박을 해야지 더 말을 할까 고민하고, 제안하고요.

물론 비록 사건의 진행에 따라서 경험치가 주어지고, 레벨업하면 추가로 스킬을 찍을 수 있지만 (아까 흰색 굴림 말씀을 드렸죠?)
팔방미인이 되는 것은 힘듭니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치에 따라서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의 내면이 바뀐다는 점은 정말 신기한 게임입니다.
주인공이 무얼 놓치고,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자체가 바뀐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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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퀘스트 및 탐험은 다양한 능력치 버프를 제공해주는 의상, 약물 (술, 담배, 심지어 마약)을 제공해줍니다.
아 그리고 패시브 스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생각'까지 제공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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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깔끔하게 스킬을 추가로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스토리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주로, '정치적인 성향 또는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정선택지를 고를려고 한다면 '진심으로 믿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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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임의 장/단점]

어떤 게임은 틀어보자마자 '와 그래픽이 엄청 대단하다!'라는 감탄이 나온다고하지요?

"디스코 엘리시움" 또한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멋진 작품이긴 하지만, 최초의 감탄은 다른 곳에서 발생합니다.

어마무지한 분량의 풀더빙이 바로 그것이지요.



게임의 배경은 '엘리시움'이라는 세계의 '레바숄'이라는 나라입니다.
프랑스 색채가 강하고, 실제로 가끔 말하다가도 프랑스어를 섞기도 합니다.

심지어 세계가 '군도'라고 불리는 세계관이라, 다양한 섬들이 있고, 따라서 다양한 인종들까지 어울려집니다.
이들은 갑자기 스페인어를 섞어쓰기도, 약에 취해 있기도, 지적인 대화를 하기도, 시비를 걸기도 하지요.
그런데도 내면의 나레이션을 포함해서 모든게 풀더빙입니다.

특히 한국어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글화 자체도 꽤나 잘 되어있다는 것이 플러스고요.

동료 킴 키츠라기 경위, 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황인종 안녕하슈?'거리는 인종주의자 트럭운전자, 옛날을 그리워하는 왕당파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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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환불의 수호자]라고 부르는 인종론 박사 메저헤드까지, 전부 풀더빙입니다.
빡빡머리 스킨헤드에 인종차별주의자라 폭력을 행사하나 했더니, 주인공에게 20분 동안 매우 복잡한 인종론을 설파하지요 크크크크.
한국어 더빙은 아니고 영어더빙입니다만, 그래도 번역된 스크립트와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실 정도로 정성스럽게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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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서 'Q'를 누르면, 두가지 언어를 바로 왔다갔다 할 수 있습니다. (언어배정은 옵션에서 가능)]
저도 그래서 영문판에 가끔 표현이 헷갈리면 한글로 바꿔서 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라면 거꾸로 즐기시면 될 것 같네요.

또한 제가 적은 제목과, 첨부된 대다수의 스샷에서 이미 짐작을 하셨듯이, 이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치적 입장'입니다.
아뇨, 결코 공산주의 만만세! 같은 그런 싸구려 선전물이 아닙니다. 잠시후 스토리 몰아보기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애초에 이 게임의 배경 자체가, 공산주의 혁명이 무너진지 수십년 후, 다시 정치 격동기가 일어난 '레바숄'이라는 땅이 배경입니다.
(이 게임이 구소련 지역에 속해있는, 에스토니아 게임이라고 말씀드렸던가요? 아 여기서 처음 말씀드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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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RPG의 용사라면, '여기 마을의 왕은 누구입니까? 제가 무찔려야하는 용은 어떤 존재입니까?'라고 주변에 묻고 다니지만,
주인공은, 레바숄 시민 경찰대의 일원으로서, '공산군의 잔당이 항만 노조 간부들 중에 남아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아뇨, 저는 '연합국의 개'나 '괴뢰 짭새'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그리고 도덕주의, 파시즘. 이 네가지 어휘를 대변하는 집단과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고,
주인공은 그 와중에 입장을 정하거나 아니면 '생각'으로 '지루하고 입장없는 경찰'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는 여러분의 몫이죠!

스카이림을 밤새서 하면서 용을 잡고, 세상을 구해본적이 있던 저는,
이번에도 밤을 새면서, 이 세계에서 어떤 정치적 입장이 어떤 가상의 사건에서 등장했는지, 왜 서로의 입장이 이런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줘야할지 열심히 주말 아침의 햇살을 받으면서까지 고민했습니다 크크크크.

자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나무위키에 어떤 이용자가 "RPG인척하는 비주얼 노벨"이라고 적었던데요.
정말로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RPG라면, 다양한 스킬로 전투도 있어야겠고, 퀘스트도 다각적으로 깰 수 있어야겠지요?

["디스코 엘리시움"은 전투가 없으며, 메인 이야기도 선형적인 구성을 가졌습니다.]

비록 선택지를 고르다보면, 체력 및 정신력이 깎이고, 그게 다 떨어지면 게임오버가 되긴 합니다만...
RPG에 어울리는 '전투 시스템'이라고 어디가서 말하면 혼나겠지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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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막상 이야기에 몰입해서 이런저런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수사를 한참 할때는 좀 덜 보입니다만,
중반만 되도, 은근히 세계의 배경이 좁으며, 등장인물도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퀘스트도 다 진행방식이 정해져있고요.
물론 내면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무슨 슬롯머신 돌아가듯이 [(난이도):성공]이라고 표시되며 다양하게 서술을 해주지만,
당장 주인공의 본래 일터인 남부의 '잼록'조차 그냥 회상이나 단서추리로만 나오는 것을 보면 아쉽습니다.

물론, 단서 하나를 주워도, '어디서 이런 걸 봤던 것 같은데' 하면서 한참을 사색하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지적능력은 대단하죠 흐흐!
심지어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농담하고 비난하고 비명 지르고 하는 내면의 대환장파티가 일어나는 것도 웃겨요 크크.

그러나 이건 분명히 단점입니다. 2회차에서는 그렇게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냥 스킬을 새로 찍고 과몰입해서 즐기는 정도죠.
어차피 결말까지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진행되는 부분은 똑같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또한 잔버그가 이것저것 있습니다. UI 창이 이번 업뎃 (12월 말, 분량추가 업뎃)에서 좀 버그가 늘었다는 후기가 있더라고요.
세이브를 다시 불러오면 되긴 합니다만, 가끔 아이템을 장착하고 하다보면 창이 깨지고 그렇습니다.

3. 줄거리 ([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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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어른을 위한 공산주의 동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게임 자체가 취향이 아니실 분이시라고 해도, 이 게임이 만들어낸 세계와 그 이야기는 정말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레바숄'은 한때 세상의 수도라고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레바숄 주권국' 시절, 그러니까 왕정 시절에는 특히 그러했죠.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고, 풍요로웠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왕정의 끝에는 우둔한 군주가 연속해서 집권했었고, 바다 건너 '그라드'에서 '크라스 마조프'라는 자가,
'공산주의'라는걸 발명하고, 무력혁명을 일으키자, 이에 호응해서 '레바숄 코뮌'을 만들고, 당시 왕 프리셀을 처형했습니다.

(현실에서는 '파리 코뮌'이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와 '러시아 혁명'에 영향을 준 부분을 비틀은 스토리텔링이지요.)

그리고 6년만에 '연합'이라고 불리는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마조프의 혁명을 진압한 그라드도 있었습니다),
피비린내나는 레바숄 상륙작전 끝에 코뮌이 붕괴했습니다. 지금은 '통제지역'이라고 불리는 연합 산하의 신탁통치를 받는게 레바숄이죠.
이때가 언제냐고요? 혁명은 '세기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듯이 '0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02년에서 08년까지요.

지금 시점은 '지금 세기의 51년'입니다. 다들 '50년대는 끔찍하다'라는 말을 입에 담고 있지요.
'30년대에는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만' 같았습니다. 전후 경제발전도 있었고 디스코도 발명되었고, 컴퓨터 게임도 등장했지요.

하지만 지금 50년대는요? 모든 약속이 거짓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레바숄 상륙작전이 있었던 '마르티네즈'는 더더욱요.
30년대에 짓다가 취소된 흉물스러운 건축물만이, 포탄에 맞아 쓰러진 옛 건물들과 함께 섞여서 슬럼을 만들고 있지요.
애,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코카인을 빨고 나뒹굴고 있으며, 거대기업 '와일드 파인' 회사의 '항만 노조'가 실질적인 공권력입니다.

그리고 지금 51년 봄, '항만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와일드 파인'에서는 구사대 (대체 인력/용역)와
오랑예의 전직 특수부대원들을 고용해서 파업을 진압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항만 노조'와 같이 '마르티네즈'에 머물던,
PMC 중에서 한 명이, 노조원들에 의해서 목이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걸 해결하러 주인공이 파견을 온 것이었죠.

그리고 당연히, 이 사건은 우발적인 살인이기보다는, 더 큰 음모의 일부였던 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회사에 민주주의를! 회사 이사회에서의 표결권을!'을 외치는 노조, 그리고 혁명 당시 연합을 불러들어 지금도 기득권인 '자본가'들,
'레바숄인이 아니라 외부의 사상이 문제고, 왕정복귀가 최우선!'이라면서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국수주의/왕당파,
'민주주의 이식, 도덕, 정치적 안정, 국제사회의 일원, 국제표준'을 외치는 주로 외국인/정복자들이 주장하는 '도덕주의'..

다양한 이야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대 밑에서 전자음악, 비디오 게임, 라디오 채널, '동력 마차(자동차)'을 즐기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섞여있고요.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농락당한 끝에 수사에 실패하고 맙니다.

아니 도대체 왜 누구도 작은 총알, 그러니까 원시적인 초기 총기에서나 나올 총알이 시체에 박혀있다고 말해주지 않은거죠?
왜기는요.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을 시작할, 새로운 레바숄 내전을 위한 명분, 명분만이 중요하기 때문이었죠.

그렇습니다. 비록 주인공이 경찰이지만, 그리고 여태까지 수 많은 대화와 스킬 굴림을 진행했지만, 이 게임은 사실 추리물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본질적으로 단서를 줄 수 있던 사람들은 침묵하거나, 떠나버리고, 결국 파국이 먼저 도착합니다. PMC와 노조 집행부가
여러가지 제약에 묶인 경찰보다 빨랐습니다. 이제 수사는 종결되었고 돌아가야하지만,

주인공은 미련이 남아서 마지막 가능성을 확인해보려고 저기 멀리 있는 작은 섬으로 떠납니다.
혁명 전쟁 당시 완전히 파괴된 대공포 진지가 있는 황량한 섬이요. 직관적이지 못합니다. 총알을 쐈다면, 근처에서 쐈어야죠.
바다 건너에서, 누군가가 오래된 총기로, 초장거리 저격을, 그것도 원한 관계도 없이 했다는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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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죽였어야 했나?"

그 곳에서는 '탈영병' 노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15살 때, 그는 그의 진지가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서 탈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혁명이 붕괴된 직후의 레바숄이 얼마나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곳이 되는지도 경험하였지요.

다시 그는 한번도 반납하지 않은 무기를 들고 섬에 돌아왔습니다. '자아비판'이라고 하면서요. 그리고 그는
'섬너머를 조준경으로 바라보다 맘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합니다.

약쟁이, 패배주의자, 사민주의자, 외세의 개... 아 그래 '외세의 개'를 죽이니 드디어 경찰이 와준답니다. 허허.
진작에 죽일걸. 더 젊었을 때 '정당한 교전단체이자, 전쟁포로로서' 은퇴 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그는 이제 어떤 이유 때문에 이곳에 남았는지조차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너무 옛날 일입니다.

섬에서 돌아온 경찰관들 앞에서, 놀라운 소식이 들립니다.
'반환'

그렇습니다. 이제는 레바숄의 주권이 외세의 것이 아니라, 레바숄 사람들의 것으로 곧 돌아간다고 합니다.
국제사회는 이제 발을 뺄것입니다. 어떤 이유로요? 어떤 방법으로요? 그건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디스코'를 생각합니다. 30년대의 전후 짧은 풍요가 만들었던 디스코요.

원숭이들이, 원숭이들이 디스코테크에서 빛나는 디스코볼 밑에서 춤을 춥니다.


자신들이 만들어보지도 못한 노래에, 지나간 역사가 던진 박자에,
자신이 참여해보지도 못한 모든 역사와 과정에...
엉덩이를 흔듭니다.

[춤을 춥니다.]

레바숄의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당신은 무슨 춤을 추고 있습니까, 원숭이?

"디스코 엘리시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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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20:50
수정 아이콘
살인범을 찾으려고 수십시간 집중하다 끝내 저 노인을 만나니 뭔가 허탈하더군요.. 살인 동기도 별볼일없는... 허탈감을 느끼다 대벌레를 보고 이 게임은 이 장면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뭔가 설명하지 못할 감동을 받았습니다.
22/01/03 20:53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특정 사상이나 세력의 탓을 하는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걸,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노인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묵직하게 21세기 전체에 대해서 비평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크크크크, 대벌레도 되게 신기하죠! 근데 대벌레 이야기까지 집어넣으면 너무 이야기가 주인공 머리 속에만 있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그게 이 게임의 마법이지만), 좀 아쉽더라고요. 특히, 일부러 후일담이 없는 작품이라, 빨리 세계 안의 다른 이야기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흑흑.
22/01/03 21:01
수정 아이콘
추리물로 보면 좋은 점수 주기 어렵지만,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보면 꽤 수작이죠.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끝까지 붙들고 엔딩을 보지 못하는 병이 걸린 지 오래되었는데, 흔치않게 엔딩까지 본 게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재미있는 게... 골수 게이머인 친구가 몇 있고, 그쪽에서 추천받아 시작한 게임인데 정작 엔딩 본 건 저뿐이었습니다. 크크크
22/01/03 21:09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RPG를 스킬 찍고 몬스터와 싸우며 던전을 도는 것, 이 아니라 다양한 삶과 다양한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수작인 작품이죠!

다만, 그런 의미에서 '골수 게이머'라면 또 진입장벽이 미친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크크. 현대정치에도 관심이 있어야하고, 역사적 비틀기를 안 놓치려면 역사에 관심도 있어야하고...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후 삶의 회의를, 판타지적으로 재배치한 세계니까 한국 사람이라면 똑같이 '냉전이란 무엇인가'로 고민해볼려고 해도, 뭔가 핀트가 어긋나고 그러지요... 고생하셨습니다, 재미 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김동연
22/01/03 21:01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하긴 했는데(제 이전 닉네임이 [쿠노]죠) 후반부의 직선적인 진행은 너무 아쉬웠네요. 어쨌거나 꽤나 성공한 게임이고 스토리상에 후속작 떡밥도 있으니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합니다.
22/01/03 21:06
수정 아이콘
(수정됨) "햄휴먼! 쿠노 사범은 후반부에 분량이 없다는게 맘에 안 들어! 쿠노가 원하면 쿠노가 XX 들어가 있어야지!" 크크크크크 저도 처음에는 정말 확 총으로 쏴버릴까... 생각하던 완전 비호감인 캐릭터였는데, 스킬 체크 통과해서 내막을 알면 진짜 깊은 캐릭터여서 놀랐지요.

네, 정말 잘 만든 '세계'라서 어떤 후속작이 나온다고 해도 기대가 될 것 같습니다. 흐흐!
이민들레
22/01/03 21:03
수정 아이콘
맨날 주인공이 먼치킨인 게임만 하다가 무력감느껴서 2시간만에 접은... 나중에 트레이너 써서 모든능력치 만땅으로 해놓고 플레이하고싶습니다..
22/01/03 21:11
수정 아이콘
"혁명도 끝난지 오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어떤 이야기를 받아들일 것이냐다"가 게임의 주제라고 생각한다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도 스킬 굴림을 연속으로 실패했던 적이 있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게임 디자인이 기발한 것 같으면서도, 깊지는 않은 것 같아요. 꽤나 우울한 면모가 강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장면도 많지만, 분명 분위기 자체는 우중충하죠.
돌아온탕아
22/01/03 21:11
수정 아이콘
저도 너무너무 잘맞아서 참 재밌게 플레이했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결말을 보고나니 이렇게 흥미로운 선택지와 시스템을 가지고 선형적 구조였다는게 저는 좀 크게 배신감으로 다가왔네요 크크크 물론 대작이 아니어서 예산 문제도 있고 이야기가 다양해지면 퀄리티는 낮아질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텔테일게임에서 느끼던 내가 열심히 고른 선택지들이 결국엔 큰 의미 없었다는 허무감이 와서 2회차는 손이 안가더라고요 ㅠㅠ 물론 디트로이트비컴휴먼급을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엔딩 3~4개 정도만 됐어도 훨씬 여운도 남고 다회차 플레이하는 맛이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네요. 그래도 첫 플레이에는 진짜 게임 불감증을 해결해준 갓겜이었습니다.
22/01/03 21:17
수정 아이콘
저도 2회차에서는 완전히 스킬을 다르게 찍어주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밀도나 집중력 이런게 팍 실종되더라고요 크크크크. 다회차에 특화되있다고 해주기에는 막상 인디게임 특유의 볼륨 자체가 적은 면모가 갑자기 2회차엔 눈에 넘치게 보이니까요.

그래도 저도 정말 1회차 몰입감으로는 이 겜 만한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22/01/03 21:15
수정 아이콘
주인공이 셜록 홈즈라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전기화학 신봉자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작품이죠. 전 별로였습니다.

엔딩을 보고 나서 '이런 이야기일줄 몰랐어?'라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거 같긴 한데, 한참 몰입하면서 즐기다가 후반부 선형루트 들어가는 순간부턴 몰입이 확 깨지더군요. 이 게임은 미안한 경찰들을 위한 게임은 확실히 아닙니다 크크
22/01/03 21:20
수정 아이콘
'미안한 경찰', '지루한 경찰'도 선택지라고 줘놓고서는 결말부는 확실히 지나치게 정치적이긴하죠. 아 그런거 관심 없고 살인사건의 내막이나 알려달라고~ 그리고 저도 확실히 후반에 결말보니까 배신감도 좀 있고, 너무 급전개다 싶기는 했습니다. 아니 심지어 후일담이 없다면, 결말은 좀 숙소 앞에서 기다려주고, 다른 서브 퀘스트 마저 끝내게 배려라도 해주지, 그냥 엔딩으로 일방전개라니...

뭐 그래도 저는 정말 간만에 즐거운 세계탐험이었습니다. 중세판타지만 있는게 아니라, 이데올로기 판타지, 현대물이라는 점에서는 진짜 새롭고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코우사카 호노카
22/01/03 21:16
수정 아이콘
스위치 할인해서 고민중인데 이걸 스위치 화면으로 할수있을런지 덜덜...
22/01/03 21:22
수정 아이콘
저도 PC-스팀으로 진행해서, 조언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oegame&no=19298813

그래도 인터넷 검색해서 나온 리뷰로는 꽤나 괜찮아보이는군요 크크크

되게 되게 취향타는 게임입니다. 그 점만 고려해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그르지마요
22/01/03 21:57
수정 아이콘
저에게도 작년에 제가 즐긴 게임중 탑2에 꼽을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정치사상과 역사를 가지고 놀면서 안이하지 않게 그리고 나름 의미있게 스토리텔링한 게임이라는 것만으로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디자인도 겁스 trpg의 추억(=주사위신의 농간)이 떠올라 즐거웠네요.
22/01/03 23:02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하면서도 안일하지 않았다는 것에 저도 참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게임 자체의 재미도 좀 더 추가해주는 다른 종류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크게 기대가 될 것 같습니다.
마구스
22/01/03 22:17
수정 아이콘
제가 번역에 참여했던 게임이네요. 괴로웠지만 보람찬 경험이었습니다.
22/01/03 22:48
수정 아이콘
제가 번역에 참여했던 게임이네요. 괴로웠지만 보람찬 경험이었습니다222
22/01/03 23:02
수정 아이콘
이런 어려운 작품을 번역하시느니라 고생하셨습니다. 분량도 많고, 이상한 내면독백에 가상의 정치논쟁까지 있는데 이걸 옮기셨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22/01/0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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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지만 본문 이미지 용량이 커서 로딩이 매우 느립니다..... 덜덜
22/01/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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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냥 스크린샷을 바로 찍어서 업로드했더니 당연하게도 모니터 해상도 그대로가 되는군요. 다음 리뷰부터는 좀 조절을 해서 올리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João de Deus
22/01/0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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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하얀쥐 작가의 리뷰가 많이 공감되더라구요 [복잡한 텍스트의 해독은 이 게임의 본위가 아니다. 오히려 관심없는 내용을 거를 때 보상을 주는 시스템. (중략) 플레이의 궤적에 따라 게임의 평가도 천차만별. 이 게임의 가치는 바로 이 성격테스트 같은 자기투영에 있는게 아닐까.]

누군가에겐 미흡한 추리물이지만, 누군가에겐 한 남자의 내적 쇄신을 다룬 성장물, 또 누군가에겐 보르헤스나 슐츠를 떠오르게 하는 환상문학.. 여러 시각들에 열려있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유도하다는 점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제게 2010년대 최고의 RPG를 줄세워보라고 한다면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게임입니다
22/01/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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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플레이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하는대로의 모습을 가지는 갓-겜인가요.

이렇게 들어보니 확실히 대체재는 없고, 후속작이 시급한 작품입니다. 음악과 삽화는 그 자체로는 혁신적이진 않는데, 정말 혼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참 대단합니다. 그런데 막상 비주얼 노벨이 아니기에는, 막상 3D 모델들이 대화 중 행동하는건 일부러 자제시킨 느낌이라 좀 아쉽더라고요. 잘 감춰뒀지만 그래도 예산의 한계 같으니까요.
내배는굉장해
22/01/0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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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낚시였어요. 저는 기억을 잃은 형사가 굉장한 사건을 수사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꼼꼼하게 텍스트 읽으면서 하나하나 파헤쳐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수사를 해도 총격전은 반드시 일어나고 그러다가 무슨 대벌레니 뭐니..
22/01/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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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정말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저처럼 취향에 맞았다면 인생게임이라고 하겠지만, 일방향으로 진행시켜놓고 다들 덮어놓고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겠지요. 수사극이 아니라 사이코드라마에 가깝다는 점을 좀더 마케팅적으로 어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약간의 '사펑'처럼 좀더 게임의 스케일보다 마케팅이 컸던 경우일까요?

https://youtu.be/zvjV7d-f6qs
크으, 대벌레 연출은 확실히 서브퀘스트도 다 깨고 만나면 놀랍긴 한데, 복선이 너무 없다는게 아쉽지요. 모든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주고 진행시켜준 사람에게 추가로 주는 감동 같은거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배는굉장해
22/01/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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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퀘스트는 가능하면 꼼꼼히 깨서 거의 대부분 서브 퀘스트는 클리어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벌레 서브 퀘스트는 했었어요. 그렇지만 게임이 제가 기대한 거랑 너무 달랐어요. 범인도 뜬금 없고 동기도 뜬금 없고 그 범인이 계속 살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도 뜬 금 없고 애초에 추리 뭐 이런 걸로 홍보를 안했어야..
22/01/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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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확실히 추리로는 낙제인 작품이죠. 마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홈즈 영화처럼요. 욕보셨습니다.
멋진신세계
22/01/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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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위쪽의 시스템 설명을 읽다보니 아주 예전의 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라는 게임이 생각나는데 비슷한 느낌인가요? 제가 게임을 정말 못하다보니 몇 번이나 낑낑거리다가는 포기해버린 적이 있는데, 시스템의 느낌이 비슷해서 솔깃하네요.
22/01/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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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하고는 못이기죠 아무래도 크크. 그건 정통 RPG에 철학을 섞어서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준 게임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확실히 현대적인 감성을 더 섞은 것으로는 이 게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관련 영상을 좀 보시고 생각해보시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22/01/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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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2/01/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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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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