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1/19 21:58:56
Name 간옹손건미축
Link #1 https://supermegacool.tistory.com/81
Subject [일반]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질 우리에게 (feat. 결혼기념일)

11월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멋진 옷으로 차려입고, 분위기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한참 멋을 부렸을텐데, 육아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러한 시간을 내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어려워졌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이니 분위기는 내야지. 업무 시간 도중, 짬을 내어 케익을 주문하고, 꽃가게에 가서 이쁜 꽃을 주문하고. 

 

결혼기념일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우리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출퇴근이 적당한 거리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찾았고, 그곳에서 알콩달콩한 신혼을 즐기고, 엄마를 쏙 닮은 이쁜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함의 전부였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물론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로 인해 행복하고 충만한 순간이 더 많았지만 가끔씩은 서로가 서로에게 매우 예민해져 어쩌다 이런 말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조차 생각나지 않는 실얼음판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도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로 시작하는 여러 생각들. 아내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예민했었다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힘든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육아는 정말 녹록치 않은 일이다. 마음과 몸이 동시에 지치니 평소 같으면 쉽게 넘어갔을 말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내의 순간에는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순간들이 있기에, 서로에게 원망할 수 있던 시간에도 카페에서 커피 2잔과 빵을 먹으면서 아쉬웠던 것을 아내의 시선에서, 남편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마치 아무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다시 원래의 우리들로 돌아오고는 했다. 

 

img.jpgimg.jpg

 

 

어느 주말이었다. 차를 몰고 우리만 아는 조용한 카페를 갔다. 항상 가는 곳이지만 가을이 되면 유독 더 아름다워져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지는 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실내가 아닌 야외에 자리를 잡고 와이프는 커피를 마시고 나는 아이와 함께 단풍놀이를 했다. 떨어지는 낙엽에 아이가 웃는 표정이 정말 이쁘다.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웃음의 결정체다. 시바견도 있어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다가간다. 혹시나 다칠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시바견이 너무 착해 가만히 있다. 아이도 시바견을 정말 좋아하나보다. 꺄르륵 꺄르륵 그 웃음에 나도 와이프도 함께 웃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에 와서 은행으로 가득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와이프도 나도 얼굴에는 주름이 많아지는게 보여지지만, 아이의 즐거움으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질 우리가 있다는게 기대된다. 

 

Marriage hath in it less of beauty but more of safety, than the single life; it hath more care, but less danger, it is more merry, and more sad; it is fuller of sorrows, and fuller of joys; it lies under more burdens, but it is supported by all the strengths of love and charity, and those burdens are delightful.

17세기 영국의 제레미 테일러 주교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 생활은 독신 생활보다 덜 아름답지만, 많은 안전함을 주고 있다.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겠지만, 덜 위험하고, 더 즐거우면서도 슬플 것이다. 더 많은 슬픔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겠지만, 사랑과 자비로운 모든 힘에 의지되고, 그 부담은 기쁠 것이다"라고 하셨다. 


 

 

우리에게 결혼기념일 축하하고, 우리 같이 힘을 내보자!


img.jpg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3/11/19 22:00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23/11/19 23:55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진산월(陳山月)
23/11/20 00:40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온가족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No.99 AaronJudge
23/11/20 01:52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튀김우동
23/11/20 06:33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가정에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소이밀크러버
23/11/20 16:55
수정 아이콘
축하해요.
완전연소
23/11/21 09:09
수정 아이콘
6주년 결혼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얼마전 16번째 결혼기념일을 지난 선배?로써 말씀드리자면
육아로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가족 모두 즐거운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80 [정치] 제3지대 합당 합의…당명 '개혁신당' 공동대표 이준석·이낙연 [404] 베놈29403 24/02/09 29403 0
100879 [일반] 어쩌다보니 쓰는 집 문제 -조합은 왜그래? [40] 네?!8450 24/02/09 8450 5
100878 [정치] 2022년 경증질환 건보부담금은 11.8조원 [21] VictoryFood9372 24/02/09 9372 0
100877 [정치] 의사 증원은 악수는 아니나 편법에 속한다 [31] Gottfried9540 24/02/09 9540 0
100876 [일반] 최근에 읽은 책 정리(만화편)(1) [20] Kaestro8122 24/02/09 8122 6
100875 [일반] 제66회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2] 김치찌개7280 24/02/09 7280 1
100874 [정치] 임종석은 견제하고 조국에는 입을 닫은 민주당 지도부 [154] 홍철14049 24/02/09 14049 0
100873 [일반] 진료기록부 발급 대해 면허 반납을 들고 나온 수의사업계 [42] 맥스훼인11140 24/02/08 11140 11
100872 [일반] 열매의 구조 - 겉열매껍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 (그리고 복숭아 씨앗은 일반쓰레기인 이유) [21] 계층방정7551 24/02/08 7551 13
100871 [일반] 향린이를 위한 향수 기초 가이드 [74] 잉차잉차11566 24/02/08 11566 30
100870 [일반] 누가 금연을 방해하는가? [42] 지그제프8934 24/02/08 8934 4
100869 [일반] 회사에서 설사를 지렸습니다 [145] 앗흥13509 24/02/08 13509 203
100868 [일반] 전 평범한 의사입니다. [43] Grundia13373 24/02/08 13373 74
100867 [정치] 대통령님께서 여사님 디올백 사건은 정치 공작이 맞다고 하십니다. [134] youcu18376 24/02/07 18376 0
100866 [정치] 의대 증원 그 이후 [37] lexial9597 24/02/07 9597 0
100865 [일반] 레드벨벳의 '칠 킬' 커버 댄스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 [10] 메존일각6330 24/02/07 6330 4
100864 [일반] 집에 SBS 세상에 이런일이 팀 촬영 온 썰+잡다한 근황 [19] SAS Tony Parker 11844 24/02/07 11844 11
100863 [정치] 의사 인력 확대 방안 [87] 경계인15452 24/02/07 15452 1
100862 [정치] 의대 증원에 관한 생각입니다. [326] 푸끆이23071 24/02/06 23071 0
100861 [일반] 원자단위까지 접근했다는 반도체 발전방향 [53] 어강됴리13015 24/02/06 13015 4
100860 [일반] [역사]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 화학의 역사① [26] Fig.17103 24/02/06 7103 13
100859 [정치]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2천명 늘린다 [499] 시린비25886 24/02/06 25886 0
100858 [정치] 김관진·김기춘·최재원·구본상... 정부, 설 특별사면 [52] 시린비11824 24/02/06 1182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