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습니다.
연습실에서 저는 아늑함을 느꼈습니다.
방은 어둡지만, 주황색 조명은 따뜻했고
뒤에 선반을 가득 채운 악보들은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피아노의 흰색과 검은색 광택은 반짝이고 왠지 모르게 저를 매혹했습니다.
음악에 관심이 크지는 않았지만, 학원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피아노 학원은 그만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선생님의 격려와 좋은 기억은 계속 남았습니다.
그래서인가, 노래보다는 멜로디, 뉴에이지, 클래식을 즐겨 듣게 됩니다.
대중가요의 주제는 (사랑, 아픔, 후회)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음이 아름답다, 계속 듣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곡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다니면서 여유가 있을 때, 비발디의 사계를 접합니다.
유튜브에서 40분이 넘는 분량이길래 의아했습니다.
제가 알던 사계는 축약된 버전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악장이 넘어갈 때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음에 집중하고, 각 악기의 소리에 집중한 것은 처음입니다.
사계에 자극받아 바이올린을 반년 정도 연습했지만,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몇년 뒤 첼로에 재도전 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악기에 2번 퇴짜 맞았지만,
좋은 음, 아름다운 멜로디에 대한 욕구는 강해졌습니다.
단순히 듣는 사람에서
연주하고 이를 공유하고 싶다.
내 감성과 생각을 오롯히 표현하고 싶다.
언젠가는 유튜브나 플랫폼에 연주를 올리고 싶다.
군 생활을 하면서, 힘든일이 있었습니다.
정신이 무너질 것 같은 고통과 비참함을 잊기 위해
피아노를 배우게 됩니다.
피아노는 바이올린, 첼로와 달리
저와 잘 맞았습니다.
음이 엉망이어도 그저 좋았고
더 좋은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스스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연습에 가장 공을 들인 곡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누볼레 비앙체 (흰 구름)' 입니다.
피아노를 접한지 2년 정도 되자,
바쁨을 핑계로 악기를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개월 전
tnpzt 님의 글 '영화 <블루 자이언트> 꼭 보세요... 곧 영화관에서 내려갈꺼 같아요...'을
보게 됩니다.
평소에도 음악쪽 영화를 자주 보던지라,
바로 주말에 관람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색소폰 연주자이지만
피아노에 눈이 갑니다.
색소폰 연주는 저에게 감흥을 주지 않았지만
피아노가 나오는 부분에는 집중을 하게 됩니다.
피아노 연주자가 비극을 겪을 때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만화 <블루 자이언트>를 읽었습니다.
똑같이 색소폰에는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가지만
피아노가 나오면 주의깊게 봅니다.
특히 표지를 그랜드 피아노로 장식한 권에서
세련됨과 즐거움을 느겼습니다.
예. 저는 피아노가 좋습니다.
이제야 제 취향을 알게 됩니다.
방에서 먼지가 쌓이던 디지털 피아노를 다시 켜고 연습하게 됩니다.
재능이 없는데, 몇년을 연주하지 않았으니
하농부터 다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피아노는 평생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습한지 이제 2주차 입니다.
그래도 의무감이나 이득, 명분이 아닌
제가 원하는 것이기에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다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P.S. 음악관련하여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4월은 너의 거짓말' 를 추천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며칠전에 전자기타를 샀습니다. 종로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낙원상가쪽을 지나게 되었고, 충동적으로 질러버렸네요.
사실 이전에 전자기타를 쳐본적은 없습니다. 통기타 조금, 베이스 조금 쳐본게 전부죠. 그런데 그날따라 그냥 진한 디스토션 소리가 저를 이끌었어요. 음악이라는게 그런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