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4/20 08:58:21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tc/2024/04/20/%EA%B1%B8%EC%A6%88-%EB%B0%B4%EB%93%9C-%ED%81%AC%EB%9D%BC%EC%9D%B4.html
Subject [일반] 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수정됨)

저는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이런 가사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발을 쿵쿵 구르며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에 설레기 때문입니다.


---

아무리 기다린들 변하는 게 없다면 이놈이고 저놈이고 손에 닿지 않아
애초에 누군가의 탓이라고 말한들 이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가만히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을 뿐인
그런 매일에 안녕을 고하고 싶다고 염원해

신 따위는 조금도 믿지 않는 주제에

시끄러워

날 내버려 둬

혼자가 아니라며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목이 쉬도록 노래하고 있어

그런 말에 구원받는 생명도 있겠지

모르겠어

그렇구나

그랬나?

잊어버렸어

귀찮아

부수고 싶어

용기도 없이

살아가는 이유란 녀석을 누군가 내게 알려줘
대체품 따위는 얼마든지 굴러다니니까

자신답게 굴란 말은 그리 쉽게 할 수 없잖아
할 수만 있다면 되찾아

꿈으로 넘쳐 흐르고 있다 해도 진실이니까

거기 누구없나요?

---

록은 반항의 음악이고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는 오랜 기간 억압받아온 소녀들이 모여 스스로에게 하던 거짓말을 그만두고, 거대한 세상 앞에 자신들의 조그맣고 너덜너덜해진 반항의 기치를 들어올리는 밴드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지매당한 사실을 덮어두고 학교를 다니기를 종용하는 가정에서 도망쳐나와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입시학원을 병행하는 소녀. 위대한 가업을 이어받을 인재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는 순간부터 할 일을 강요받고 이를 순순히 따르는 자신을 평생 연기 해온 소녀. 자신은 틀리지 않았는데 마치 자신이 잘못했던 것처럼 몰아가는 세상에 지고 싶지 않은 소녀.


이렇게 많은 방식으로 억압받아온 소녀들이 모여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안식처로 만들어낸 밴드의 세상을 향해 외치는 쌓여있는 이야기, 그것이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의 밴드 토게나시 토게아리의 음악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자신들처럼 고통받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응원입니다. '지지 마.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살아.'


하지만 현실은 너무 무자비하고 무신경하게 그녀들을 보이지 않게 때로는 들리지 않게 짓눌러옵니다. 나도 모르게 음악에 빠져서 수십시간을 열정적으로 보냈지만 그것에 즐거워하기보다 교과서 한쪽을 더 읽을 시간을 낭비했다며 자책하거나, 어둠 속에서 혼자서는 전등도 달지 못하는 무력함에 평생 어둠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괴로워합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조용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나잇값 못하게 왜 그래?'


손가락 하나를 가볍게 찍어내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짓뭉게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자인 세상과 그걸 등에 업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약자인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 뿐입니다. 아니, 양손을 번쩍 들어올려 두 새끼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힘껏 연주해서 그 시끄러운 속삭임을 꿰뚫고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도달하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는 것 뿐입니다. 나약한 주제에 거짓말을 하지 못해 삐딱해지고 배배꼬여가면서도 자신을 굽히는 것은 절대 싫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반항의 정신이, 록 스피릿이 붕괴해가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성가신 음악은 사실 더이상 필요하지 않고 록은 이제 끝났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끝이라 말하기 전에는 정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완전 제멋대로에 엄청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은 어떨까요?



void
https://youtu.be/pA-pzhQQFBA?feature=shared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4/20 09:00
수정 아이콘
마지막 이미지는 유튜브 링큰데... 왜 수정이 제대로 안되는건지 잘 모르겠군요 끙
김삼관
24/04/20 09:50
수정 아이콘
영상에 자막까지 다 달려있네요
24/04/20 09:56
수정 아이콘
그렇더라구요
사실 아니었으면 가사 못 가져왔을 겁니다 크크
24/04/20 09:52
수정 아이콘
스토리도 재밌지만 연출이 너무 좋은
특히 3d강점을 살려 시점활용이 정말 좋습니다
은유적인게 많아서 찾는 재미도있고
24/04/20 09:56
수정 아이콘
이 부분 진짜 동의합니다. 일본 tva가 3d를 추구하지만 그에 걸맞는 연출은 없어서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고서도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3d의 강점을 살린 시점 활용, 그러면서도 2d 애니메이션스러운 연출이 살아있는 것이 진짜 대단하더군요.
의외의 복병에 제대로 심쿵당했습니다
리얼포스
24/04/20 11:43
수정 아이콘
케이온이나 봇치더락 같은 말랑말랑한 느낌은 아닌가봐요?
24/04/20 12:06
수정 아이콘
전혀 아닙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4/04/20 12:47
수정 아이콘
소리없는 아우성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단 하나의 진실의 외침
더이상은 naver…
24/04/20 13:12
수정 아이콘
그런 감성이긴 합니다 크크
24/04/20 13:48
수정 아이콘
1화보다 2화가 훨씬 좋았네요
24/04/20 13:57
수정 아이콘
저는 3화는 더 더 좋았습니다
뒤로 갈수록 맘에드네요, 이러기 쉽지 않은데
24/04/20 13:57
수정 아이콘
아 저 아직 2화까지라. 3화 고고씽 크크
24/04/20 14:16
수정 아이콘
즐감하세요
이쥴레이
24/04/21 08:14
수정 아이콘
저도 아직 2화까지 봤는데 2화가 더 좋았습니다.
재미는 확실히 있더군요
24/04/20 14:09
수정 아이콘
3d특유의 어정쩡한 움직임이 없는게 진짜 좋습니다.
블루 자이언트에서 3d 연출 보고 한탄했던게 얼마전인데 대형 제작사가 각 잡고 만든건 다르더군요.
원래 기대했던 밤의 해파리가 못 들어와서 대신에 본 건데 기대이상입니다.기대하고 봤어도 만족할만한 작품이에요.
24/04/20 14:17
수정 아이콘
움직임도 너무 좋고, 연출이 진짜 기가 막히더라구요
해파리 까먹고 있었는데 그걸 떠올리게 하시다니 크윽...
이번 분기에 꼭 보려했고 어디서 독점하면 구독할 생각도 있었는데 아무데도 안 물더군요
부스트 글라이드
24/04/21 05: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 이번분기 톱 애니가 될것 같아요.
여태 밴드애니보면서 가장 로큰롤의 동기를 잘살린
애니가 아닐까 합니다. 여주를 보고 내내 몰입했네요.

여주빼고 다 착하게 보이지만 핵심은 역시 여주네요.
강압적인 환경에 자신의 옳음을 증명해야해서 도쿄로 왔고 어려운길로 빠지니 점점 자신에 대해선 방어기재를, 타인에게는 공격적인 성향을.. 요새 젊은사람들을 대변해 주는거 같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여주는 주변인물로 통해서 로큰롤로 승화시키겠네요.
24/04/21 05:22
수정 아이콘
말씀대로 요즘 사회에 대한 불만스럽고 힘겨운 일들에 대한 삐뚤어진 반항심, 그런 로큰롤의 정신이면서 락스피릿이 제대로 살아있는 작품이라 저도 너무 빠져들어서 보고 있습니다

비슷한 감상을 하고 계신 분 얘기를 들으니 즐겁군요
이쥴레이
24/04/21 08:18
수정 아이콘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특성상 봇치더록이랑 비교할수밖에 없는데
가볍지 않고 주인공이 봇치랑 다르게 무겁고 현실(?)적이라고
봐서 그런지 재미있네요
24/04/21 08:33
수정 아이콘
봇치는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란 것들이 가벼웠으면 여기는 진짜 음울할 정도로 무겁기 때문에 이런 노래를 해야되는 처절함이 절실하게 와닿더라구요
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308 [일반] 원랜디는 창작일까, 표절일까? 2차 창작 문제 [20] 이선화10162 24/04/20 10162 10
101306 [일반] 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20] Kaestro12458 24/04/20 12458 4
101305 [일반] 스포 無) 테츠로! 너는 지금도 우주를 떠돌고 있니? [11] 가위바위보9578 24/04/20 9578 7
101304 [일반]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탄 [41] kogang200110863 24/04/19 10863 13
101303 [일반]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탄 [12] kogang200111149 24/04/19 11149 6
101302 [일반] 이스라엘이 이란을 또다시 공격했습니다. [147] Garnett2122307 24/04/19 22307 6
101301 [일반] 웹소설 추천 - 이세계 TRPG 마스터 [21] 파고들어라11503 24/04/19 11503 2
101300 [일반] 문제의 성인 페스티벌에 관하여 [168] 烏鳳18664 24/04/18 18664 65
101299 [일반] 쿠팡 게섯거라! 네이버 당일배송이 온다 [42] 무딜링호흡머신13933 24/04/18 13933 6
101298 [일반] MSI AMD 600 시리즈 메인보드 차세대 CPU 지원 준비 완료 [2] SAS Tony Parker 8358 24/04/18 8358 0
101297 [일반] [팁] 피지알에 webp 움짤 파일을 올려보자 [10] VictoryFood9156 24/04/18 9156 10
101296 [일반] 뉴욕타임스 3.11.일자 기사 번역(보험사로 흘러가는 운전기록) [9] 오후2시11009 24/04/17 11009 6
101289 [일반] 전마협 주관 대회 참석 후기 [19] pecotek11657 24/04/17 11657 4
101288 [일반] [역사]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더라 / 질레트의 역사 [31] Fig.111811 24/04/17 11811 15
101287 [일반] 7800X3D 46.5 딜 떴습니다 토스페이 [37] SAS Tony Parker 10688 24/04/16 10688 1
101285 [일반] 마룬 5(Maroon 5) - Sunday Morning 불러보았습니다! [6] Neuromancer7827 24/04/16 7827 1
101284 [일반] 남들 다가는 일본, 남들 안가는 목적으로 가다. (츠이키 기지 방문)(스압) [46] 한국화약주식회사13281 24/04/16 13281 47
101281 [일반] 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31] Kaestro12299 24/04/15 12299 8
101280 [일반] 이제 독일에서는 14세 이후 자신의 성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302] 라이언 덕후25747 24/04/15 25747 2
101278 [일반] 전기차 1년 타고 난 후 누적 전비 [55] VictoryFood17461 24/04/14 17461 8
101277 [일반]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세계사 리뷰'를 빙자한 잡담. [38] 14년째도피중14579 24/04/14 14579 8
101276 [일반] 이란 이스라엘 공격 시작이 되었습니다.. [54] 키토20571 24/04/14 20571 3
101275 [일반] <쿵푸팬더4> - 만족스럽지만, 뻥튀기. [8] aDayInTheLife11374 24/04/14 1137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