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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0:43
저는 최근에 '자아폭발'이라는 책을 읽고 아무리 정보의 맥락이나 관점이 중요하고 현대 사회에 울림이 있어도 뒷받침하는 근거를 체리피킹으로 가져오면 뭔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문제는 없을까요? 역사를 보는 관점이 명확한 책들을 접할 때,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24/08/06 21:11
우선 자아폭발이라는 책을 읽지 않고 적는다는 점 밝힙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책도, 아니 그 어떤 지식도 해당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총,균,쇠>도 체리피킹 논란이 있고요. 과학도 패러다임론적 시각으로 보면 소수의 반례가 나올 때는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맥락과 관점이 있다는 것은 범주화한다는 것인데, 범주화 하는 과정에서 작은 오차들은 무시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관점이 의미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의 관점만 믿으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을 학벌, 종교, 국적, 취미, 정치 성향, MBTI 등 다양한 기준으로 범주화합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범주화 함으로서 자신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게 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역사를 보는 관점이 명확한 책들을 보고 그렇게 이해하고, 또 다른 책을 보면 또 이렇게 이해하다 보면 나만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생기지 않을까요? 글이 중언부언한 것 같은데, 정리되지 않은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흐흐
24/08/07 14:07
하긴 무엇에 대해서든 어떤 세계관으로도 (체리피킹하며)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우리 세상을 매트릭스라는 공리계로도, 야훼나 비슈누가 만든 것이라는 공리계로도, 빅뱅에 의해 만들어진 시공간이라는 공리계로도, 호접지몽의 공리계로도 설명할 수 있지요. 정신병자도 자기 머리 속에는 완벽한 논리체계가 만들어져 있을 수 있을 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 합의가 가능한 세계관을 갖고 사회계약을 할 수 있는 정도일까, 그런 것의 예들이 과학적 방법론과 민주주의 같은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24/08/06 21:20
빅히스토리 책중에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과도한 상대론적 입장에서 벗어나 명확한 관점을 정한 것, 그리고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것도 아주 좋았어요. 그걸 중심으로 세계사를 설명하는데 딱히 뭔가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애초에 세부역사가 아니라 빅히스토리인것 감안하면요
총균쇠는 지리적 요소에 대해서 가장 깊게 파고들지만 그것 이후의 설명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고 사피엔스는 문장을 재밌게 썼지만 그로 인해서 부정확하고 잘못된 초점을 가지게된다는 느낌이 있고, 총균쇠보다 더 넓은 내용을 다루긴 했지만,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책보다는 범위가 더 좁았던거 같아요
24/08/06 21:24
어쩌다 보니 저도 읽은 책인데 저에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침 이 사이트 추천게시판에 책 리뷰도 있어요.
https://pgrer.net/recommend/3444
24/08/06 21:33
넵 추가적으로 저 책이 주로 정량적인 힘의 요소들로 역사를 바라보았다면, 보다 정성적인 요소인 문화를 채워주는 책으로는 조지프 헨릭의 "위어드"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이 좋았습니다
24/08/07 11:52
엥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잼있을거 같아 교보 앱 켜보니 절판이군요 ㅠㅠ
도서관 들릴 일 있음 있나 확인해야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24/08/06 22:08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라고 해봤짜 중국이지만..) 역사 배우고나서 유럽쪽 역사 배우다보면 헷갈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죠
아니 왜 왕조이름이 갑자기 바뀌지 왜 갑자기 영토가 아니 이걸 왜 나눔? 아니 이게 뭐임?하면서..크크
24/08/07 01:33
제가 읽은 게르하르트의 책인가 했는데 아니었군요.
안그래도 요즘 이렇게 빅히스토리를 다룬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오디오북이 없는게 참 아쉽네요. 요즘 세계 정세가 참 시끄럽네요. 이스라엘,러시아는 대체 어쩌려고 저러는건지... 이것도 결국 2차대전 후의 구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이 거대한 구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참 묘합니다. 세계사에 등장했던 그 어떤 패권 국가들도 주변 나라들의 견제로 2~300년 유지하기 쉽지 않았는데, 미국은 앞으로도 유지할 것 같은 이유는 국방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들과의 지리적 거리차이가 큰 것 같아요. 당장 보병과 탱크가 출동할 수 있는 거리에 미국 유럽 중동 이 함께 있었다면... 책 소개에 적어주신 문화별로 시작한 것과 비슷하게 개인적으로는 4대문명 발상지로부터 시작해 나름의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과학력이 높은 중국,인도가 2~300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합니다. 여담으로 예전에 채팅 어플로 이스탄불에 살던 아가씨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더라구요. 자기가 사는 곳의 사진도 보내주고 했는데, 그때는 그냥 멋지다고 생각만 했던 이 도시가 '콘스탄티노플'인줄 알았다면 훨씬 더 격하게 반응했을거에요. 스마트폰이 정말 대단한 물건이긴 합니다. 요즘엔 몽골이나 터키, 중국 같은 곳들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세계사 책들을 읽고 생각하다 보면 얼마나 지금껏 유럽중심적 관점에 갖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24/08/07 14:29
미국은 그간 존재했던 제국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한 거 같기도 해요
큰 바다로 둘러쌓인 대륙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시피하고, 그 땅에서 온갖 자원이 나질 않나 농사짓기에도 최고의 토질이고 금,은 등의 물질과 분리된 통화를 기축통화로 지구 전체에 운용하고 있고...
24/08/07 22:41
사실 완벽한 지리적 잇점을 얻기 위해 미국이 냉전시대에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행위들은 악마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마야 문명의 발상지인 과테말라는 CIA의 정치개입으로 내전까지 겪어야 했고 조금 과장하면 (군부통치로 인해)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의 늪에서 허덕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전후~냉전즈음에 이 구도를 상상한 이들의 천재성에 감탄도 합니다. 현재의 미국은 결국 신대륙에 지은 유럽의 확장멀티이니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리스로마를 시작점으로 하는 인사이트를 얻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24/08/07 14:21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는데, 고대 그리스의 과학적인 성과가 과학혁명 시기까지 끊겼던 걸 아쉬워하는 부분이 길게 들어가있어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기원전 6~4세기경 탈레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등은 이미 신화가 아닌 자연적인 원인, 수학 등으로 자연을 설명하려 하고 원자론이나 지동설, 지구의 크기나 우주의 구조 등에 대해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했었었는데 (읽으며 드는 느낌으로는 뭐야 이 때 벌써 다 해먹었네 싶을 정도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시기에 와서는 물질 세계보다 이데아의 세계를 중시하고 목적론에 경도되었으며, 이데아나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여 순수한 사유와 논리적 추론에 전념하고 육체적인 활동은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니 실험이나 관찰 같은 것을 천하게 여겨서 과학적인 사고의 맥이 끊겼다는 겁니다. 이후 기독교가 득세한 후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면서 고대 그리스의 과학적인 사고가 중간에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면 인류는 벌써 수백년 전에 우주 진출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식으로 아쉬워했었던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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