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23 22:24:0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593856063
Subject [일반] 단편 후기, TV피플 - 미묘하고 나른한 일상의 이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을 읽고 왔습니다. , <비행기_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나>,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_고도자본주의 전사>, <가노 크레타>, <좀비>, <잠>. 6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은 기담과 괴담, 호러와 코미디가 묘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독특했던 점은, 하루키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루키의 이야기에서 대체로 하루키의 주인공은 하루키를 너무 닮은 인물들이었거든요. 앞의 세 단편은 남성 주인공, 뒤의 세 단편은 여성 주인공을 배경으로 하는 글입니다. 다만, 그걸 빼놓고 보면 약간씩은 하루키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레코드판(물론 작품 자체가 80년 대 말의 작품이지만), 취향에 대한 애호, 판타지, 섹슈얼한 요소 등등.

하루키의 소설에서 보통, 남성은 남겨진 자들이고, 여성은 떠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소멸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증발과 판타지적 세계관의 결합이 (대체로) 하루키의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이 스타일을 철저하게 따라가는 표제작을 제외하고, 뒤의 세 편은 외려 여성을 주인공으로 놓았던 점이 독특합니다.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는 마지막 작품 <잠>에서요. 모든 것이 괜찮다고 믿었던 상황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받고, 그 흐름 속에서 괴담 내지 기담으로 마무리하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이 단편은 하루키의 이야기를 시점이 바뀐 상태로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그러니까, 이 단편은 '일상의 균열'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내가 알지 못했던 것, 내가 알지 못했던 결점, 내가 깨닫지 못한 진실과 감정들을, 상대방(이성 파트너)은 알고 있던 상황을 다루는 6편이니까요. 혹은 몇몇 작품은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그런 성격의 것들을 알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류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p.s. 다음 책으로 소설을 읽을 지, 교양서를 읽을 지 고민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에이치블루
24/09/23 22:34
수정 아이콘
오래된 단편인데 그걸 읽으셨네요...

하루키 단편은 케잌처럼 달콤한 것들이 많은데 조금 힘드셨을수도요.
가끔 답답하면 하루키의 수필집들 (많습니다) 독파를 추천드립니다~
aDayInTheLife
24/09/24 04:35
수정 아이콘
최근 재출간된 모양이더라구요. 크크 저는 하루키 그냥 좋아하는 편이라 잘 읽긴 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355 [일반] [역사] 유럽과 중국의 역사적 평행관계와 분기(divergence)에 대한 고찰 [22] meson3865 24/09/28 3865 15
102352 [일반] 오프라인·배달 가격 이원화 시행하는 업체들 [70] 주말10067 24/09/27 10067 0
102350 [일반] [일본정치] 이시바 시게루, 결선투표 끝에 자민당 총재 당선 [50] Nacht8002 24/09/27 8002 3
102349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6. 불길 훈(熏)에서 파생된 한자들 [12] 계층방정3739 24/09/27 3739 4
102348 [일반]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의 순례길 [11] 식별7898 24/09/27 7898 25
102347 [일반] 아이폰으로 교통카드를 사용하다. [48] 김삼관7981 24/09/27 7981 1
102346 [일반] [2024여름] 홋카이도 비에이 사계채의 언덕(四季彩の丘) [13] 烏鳳3808 24/09/26 3808 7
102344 [일반] [2024여름] 시원한 여름을 만들어 주는 삿포로 경치 [6] 워크초짜3847 24/09/26 3847 4
102343 [일반] [2024여름] 대관령의 일출 [2] 니체2734 24/09/26 2734 5
102341 [일반] 숱 조금만 쳐주시고요. 구레나룻은 남겨주세요 [40] 항정살7363 24/09/26 7363 11
102340 [일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1] 아몬4342 24/09/26 4342 10
102339 [일반] 축구에 있어서, 실리주의 내지는 실용주의는 무엇인가. [7] Yureka4110 24/09/26 4110 1
102337 [일반] 어느 분의 MSI A/S 후기(부제: 3060 Ti가 4060과 동급?) [8] manymaster3141 24/09/26 3141 0
102336 [일반] 스며드는 어이없는 개그의 향연 '강매강' [19] 빼사스6201 24/09/26 6201 1
102334 [일반] 갤럭시 S25U 긱벤치 등장, 12GB 램 탑재,아이폰 16 프로 맥스보다 높은 멀티코어 [41] SAS Tony Parker 6762 24/09/26 6762 1
102331 [일반] [역사] 히틀러의 무기에서 워크맨까지 | 카세트테이프의 역사 [4] Fig.15111 24/09/25 5111 3
102329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5. 돌 석(石)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4708 24/09/24 4708 3
102328 [일반] 최종 완결된 웹소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26] 아우구스투스9430 24/09/24 9430 1
102327 [일반] 나이키런 블랙레벨 달성했습니다.(나의 러닝 이야기) [21] pecotek6597 24/09/24 6597 11
102326 [일반] (삼국지) 조예, 대를 이어 아내를 죽인 황제(3) -끝- [29] 글곰5310 24/09/24 5310 21
102325 [일반] 참 좋아하는 일본 락밴드 ‘JUDY AND MARY’의 ‘BLUE TEARS’ [17] 투투피치3938 24/09/24 3938 3
102324 [일반] 단편 후기, TV피플 - 미묘하고 나른한 일상의 이상. [2] aDayInTheLife3590 24/09/23 3590 0
102320 [일반] (삼국지) 조예, 대를 이어 아내를 죽인 황제(2) [15] 글곰4018 24/09/23 4018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