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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9/29 00:15:11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600100198
Subject [일반] <새벽의 모든> - 밝음과 따뜻함으로, 그 모든 어둠과 추위를 품고.
<새벽의 모든>은 어떤 겨울과, 어떤 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어둠과 밤을 품은 이야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새벽의 모든>의 두 주인공은 각각 월경 전 증후군(PMS), 공황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영화는 둘을 일반적인 사람과는 살짝 '다르게' 보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폭발하고, 또 때때로 숨어드는 순간들을 포착해내면서, 이 순간들을 그닥 극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어찌보면 당연한 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결국 그 이질적인 사람이, 다른 이질적인 사람을 만나 조금은 변하게 되는, 혹은, 조금은 더 밝고 따뜻한 온기를 내뿜는 순간일테니까요.

<새벽의 모든>의 가장 큰 미덕은 (적어도 저에게는) 따뜻하되, 섣불리 다가서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러니까, 나를 이해해주거나, 혹은 적어도 나에게 온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가득한 환경이라는 건 약간 지나치게 따뜻하다는 생각이 좀 들긴 했지만, 영화에서 그 모든 어둠과 추위를 급하게 긍정하려고 하지 않고, 품어내는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어설프게 힐링이니 혹은 긍정이니 그런 것 없이, 그저, 깊고 적막한 우주에서 작은 별이 서로에게 빛과 온기를 건네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는, '극적'이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가끔씩은 지나치게 감상적인 순간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생각해본다면 뭐 이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영화가 꽤 맘에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구요. 여튼, 영화의 이야기는 두 사람이 어떤 갈등과 이해의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생각보다 영화가 느끼하지 않았어요. 사랑과 감정보다, 이해와 연대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엔딩에서의 이야기는 약간, 불필요했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러니까, 막상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느낀 감정을 생각해보면, 그 부분을 뺐다면 저는... 좀 많이 아쉽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덧. 주인공의 연인이 정신과에서 하는 이야기(괜찮아지는 건지, 약 관련 질문 등등)는... 너무 리얼리티가 쩔더라구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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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랭이
24/09/29 11: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오 저도 한국 영화에서 매일 보는 신파가 없어서 신기하게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적인 것도 많이 알려주더라구요.
뭔가 윤하 노래도 생각나고..

하지만 끝나고 나니 여주인공 귤먹는 씬이 가장 생각남...
오물오물...
aDayInTheLife
24/09/29 11:4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담담하게 잘 그려낸 거 같아요.
24/09/29 16:43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저도 미야케쇼 감독의 작품이 일본식 신파나 과장이 덜해서 보기 편하더군요. 그 만큼 자극도 없어서 자칫 졸릴 수 있지만요.

세번째 문단 내용은 감독 필모 전반에 해당되는 내용이네요. 연출 철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작년 내한 때 인간은 절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확언하더군요. 대신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뿐이고 이게 중요하다고요. 영화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은 이런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작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아주 좋아하는데 여기서도 떨어져서 관찰하는 연출이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새벽의 모든은 지금까지 영화 중 러닝타임이 제일 길더군요. 개인적으로 감독의 자극을 좇지않는 연출이 긴 러닝타임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합니다만, 내한 gv때 들으니 의도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치에 기약이 없는 병이어서 이야기도 몇년 간의 긴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러닝타임에 관한 말은 없었지만 마찬가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만, 잔잔한 영화 싫어하는 분은 그 만큼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문화의 날때 한 번 더 봤는데, 뒤에 계신 분이 한숨을 푹푹 쉬다가 퇴장할 때 엄청 힘들어하시더군요. 그분 보면서 전작에서 청각장애를 느끼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관객에게 (공황)장애를 체험시키려는 의도인가 하는 변태적인 생각도 들었네요.

후반부는 원작 도서에는 없는 오리지널 내용으로 압니다. 감독의 과학 덕후 기질 발휘된 이야기인데 저도 오히려 좋았습니다. 체험을 선사하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aDayInTheLife
24/09/29 17:38
수정 아이콘
자세한 댓글 감사합니다.
이해하고 이해받길 원하지만 우리는 그 목표에 절대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노력과 시도가 중요하다… 굉장히 낙관적이면서 비관적이고, 차갑지만 따뜻하네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건조하고 담담한 시선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닿기위한 이야기라는 따뜻함과 긍정이 너무 좋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그 목표의 불가능함에 대해서도 포용하는 시선이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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