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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0/08 07:51:39
Name 계층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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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9. 지렁이 인(蚓)에서 파생된 한자들 (수정됨)

불길 훈(熏)에서 파생된 질나팔 훈(壎)은 土+云의 형태로 쓰기도 하며, 향풀 훈(薰)과 비슷한 훈음의 한자로 향풀 운(芸)이 있다. 그러므로 형성자의 성부로서 熏은 이를 운(云)과도 통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 云의 자원과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云은 구름 운(雲)의 원 한자로, 본래 뜻은 '구름'이다. 전통적으로는 구름 무늬를 본뜬 상형자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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云·雲의 변천. 출처: 小學堂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云만 있었는데, 이 글자가 본의와 상관 없이 '이르다', '말하다'를 뜻하는 것으로 가차되면서 뜻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기상 현상을 상징하는 비 우(雨)를 더했다. 《설문해자》에 수록된 고문은 雨가 없는 갑골문과 금문의 형태를 계승했고, 소전은 雨가 있는 전국시대 문자를 계승했다.

云은 갑골문에서는 구름, 구름의 신의 뜻으로 쓰였고, 금문에서는 어기를 고르는 어조사로 쓰였다. 이후 오랫동안 '이르다'의 뜻으로는 云, '구름'의 뜻으로는 雲을 사용했고 지금도 한국과 일본은 그런데, 중국은 간체자를 만들면서 雲을 간단하게 쓰기 위해 옛 글자인 云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云과 갑골문이 매우 비슷하게 생긴 한자가 있다. 바로 열흘 순(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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旬의 변천. 출처: 小學堂

旬은 《설문해자》에서는 쌀 포(勹)와 날 일(日)이 합한 글자로 분석했지만, 갑골문과 금문을 보면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갑골문의 旬은 云의 갑골문이나 금문에서 위의 가로줄이 빠진 것과 유사하며, 나선형으로 꼬인 문자임을 알 수 있다. 旬은 금문에서 열흘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日이 더해지는데, 또는 두 이(二)까지 같이 더해지기도 한다. 전국시대 초나라 간백문자에서는 이 두 가지 형태가 모두 나타난다. 《설문해자》의 소전은 간단한 형태를, 고문은 복잡한 형태를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선형 꼬임이 펴져서 勹로 와전되는 것도 볼 수 있다.


勹와 二가 합한 것처럼 보이는 한자로 고를 균(勻)이 있는데, 이 한자 역시 고를 균(均) 등 여러 한자의 성부로 쓰이며 旬과 음이 비슷하다. 위의 旬의 변화에서 勻이 파생되는 것을 볼 수 있기에, 旬은 云뿐만 아니라 勻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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勻의 변천. 출처: 小學堂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는 위의 旬에서 日을 뺀 것과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즉 勻 역시 《설문해자》의 분석과는 달리 勹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금문에서는 蚓의 초기 형태가 작은 동그라미 두 개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두 동그라미는 성 려(呂)를 뜻하며, 呂는 본디 금속 조각 두 개를 본뜬 상형자다. 勻은 무게를 잴 때 쓰는 금속 조각이 뜻을 나타내고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은 旬과 공유하며, 원래는 무게의 단위인 무거울 균(鈞)의 원형이다. 《설문해자》에서 '적다'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呂가 二로 축약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勻은 금문에서는 무게의 단위인 鈞의 뜻과 음으로 쓰였다.


그래서 旬과 云의 자원을 관련시키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리 쉐친은 《자원》에서 云을 통설대로 구름 무늬로 해석하되 旬은 云에서 소리를 딴 형성자로 분석했다. 그러나 차이 쩌마오(蔡哲茂)와 추 시구이는 旬과 云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나선형의 꼬인 문자를 지렁이 인(螾)의 초기 형태로 보고, 云과 旬 모두 이에서 파생된 한자로 보았다. 어문회 급수 시험에서는 본자인 螾 대신 이체자 蚓만을 쓰므로 이 글에서도 앞으로는 蚓으로 쓰겠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거머리와 지렁이라는 뜻으로, 하찮은 소인을 가리키는 질인(蛭螾)에서는 螾을 쓰고 있다.

어쨌든, 이 설에 따르면 云의 뜻은 두 이(二)처럼 보이는 윗 상(上)의 원 글자(丄)에서 딴 것으로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나타낸 글자다. 통설에서는 상형자로 본 云을 형성자로 풀이한 것이다.


蚓(지렁이 인, 구인(蚯蚓: 지렁이) 등. 어문회 1급)의 초기 형태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蚓+上(윗 상)=云(이를 운): 운운(云云), 부지소운(不知所云: 뭐라 말해야 할지 모름) 등. 어문회 3급

蚓+日(날 일)=旬(열흘 순): 순일(旬日), 초순(初旬) 등. 어문회 준3급

蚓+呂(음률 려)=勻(고를 균): 균교(勻敎: 의정이 발표한 의견이나 명령), 균축(勻軸: 정승) 등. 어문회 준특급

云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云+大(큰 대)=夽(높을 운): 인명용 한자

云+女(계집 녀)=妘(여자의자 운): 인명용 한자

云+水(물 수)=沄(물콸콸흐를 운): 현운(泫沄: 물이 솟아 흐르는 모양) 등. 어문회 특급

云+糸(가는실 멱)=紜(어지러울 운): 분운(紛紜/紛云: 말이 많다, 어지럽다) 등. 급수 외 한자

云+耒(따비 뢰)=耘(김맬 운): 운자(耘耔: 김을 매고 북돋움), 경운기(耕耘機) 등. 어문회 1급

云+艸(풀 초)=芸(향풀 운): 운초(芸草), 운향(芸香) 등. 어문회 2급

云+雨(비 우)=雲(구름 운): 운무(雲霧), 성운(星雲) 등. 어문회 준5급

云+鬼(귀신 귀)=魂(넋 혼): 혼신(魂神), 영혼(靈魂) 등. 어문회 준3급

雲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雲+木(나무 목)=橒(나무이름 운): 어문회 준특급

雲+水(물 수)=澐(큰물결 운): 오운(吳澐: 조선의 의병장) 등. 어문회 준특급

雲+艸(풀 초)=蕓(평지 운): 운대(蕓薹: 유채) 등. 어문회 준특급

勻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勻+土(흙 토)=均(고를 균): 균형(均衡), 평균(平均) 등. 어문회 4급

勻+日(날 일)=昀(햇빛 윤): 기윤(紀昀: 청나라의 학자) 등. 인명용 한자

勻+田(밭 전)=畇(밭일굴 균): 윤윤(畇畇) 어문회 준특급

勻+言(말씀 언)=訇(큰소리 굉): 인명용 한자

勻+車(수레 거/차)=軍(군사 군): 군대(軍隊), 국군(國軍) 등. 어문회 8급

勻+金(쇠 금)=鈞(무거울 균): 균천(鈞天: 구천의 하나로 하늘의 중앙), 천균(千鈞) 등. 어문회 준특급

均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均+竹(대 죽)=筠(대껍질 균): 녹균(綠筠), 허균(許筠) 등. 어문회 준특급

均+艸(풀 초)=荺(풀뿌리 윤): 인명용 한자

均+金(쇠 금)=鋆(금 윤): 인명용 한자

軍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軍+心(마음 심)=惲(혼후할 운): 운격(惲格: 청나라의 화가), 사왕오운(四王吳惲: 청나라 초의 여섯 화가) 등. 급수 외 한자

軍+手(손 수)=揮(휘두를 휘): 휘발(揮發), 지휘(指揮) 등. 어문회 4급

軍+日(날 일)=暈(무리 훈): 훈륜(暈輪: 햇무리나 달무리), 현훈(眩暈) 등. 어문회 1급

軍+日(날 일)=暉(햇빛 휘): 낙휘(落暉: 지는 해), 신휘(晨暉: 아침의 햇빛) 등. 어문회 준특급

軍+水(물 수)=渾(흐릴 혼): 혼연일치(渾然一致), 웅혼(雄渾) 등. 어문회 1급

軍+火(불 화)=煇(빛날 휘|햇무리 운): 운포적혼(煇胞翟閽: 천한 관리들의 무리), 선우휘(鮮于煇) 등. 어문회 준특급

軍+玉(구슬 옥)=琿(아름다운옥 혼): 혼춘(琿春), 이혼(李琿: 광해군의 성명) 등. 어문회 준특급

軍+羽(깃 우)=翬(날개훨훨칠/꿩 휘): 왕휘(王翬: 청나라의 화가), 칠휘관(七翬冠: 고려 왕비의 관으로, 꿩깃으로 장식했다) 등. 어문회 특급

軍+貝(조개 패)=賱(넉넉할 운): 정운(鄭賱: 고려 공민왕 때의 인물) 등. 인명용 한자

軍+光(빛 광)=輝(빛날 휘): 광휘(光輝), 휘도(輝度) 등. 어문회 3급

軍+辵(쉬엄쉬엄갈 착)=運(옮길 운): 운동(運動), 행운(幸運) 등. 어문회 준6급

旬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旬+人(사람 인)=侚(재빠를 순): 인명용 한자

旬+女(계집 녀)=姰(미칠 순): 인명용 한자

旬+子(아들 자)=㝁(홀로/공경할 현/경): 현현(㝁㝁: 쓸쓸하다) 등. 급수 외 한자

旬+山(메 산)=峋(깊숙할 순): 인순(嶙峋) 등. 급수 외 한자

旬+彳(자축거릴 척)=徇(부릴/조리돌릴 순): 순군부(徇軍府) 등. 어문회 준특급

旬+心(마음 심)=恂(미쁠/무서울 순): 순순(恂恂), 의순(意恂: 다도를 부흥시킨 조선의 승려) 등. 어문회 준특급

旬+木(나무 목)=栒(나무이름 순): 순읍(栒邑: 현 셴양시 쉰이(旬邑)현의 옛 표기), 변순(邊栒: 조선 시대의 인물) 등. 어문회 준특급

旬+歹(앙상한뼈 알)=殉(따라죽을 순): 순교(殉敎), 순직(殉職) 등. 어문회 3급

旬+水(물 수)=洵(참으로 순): 고광순(高光洵: 구한말의 의병장), 소순(蘇洵: 북송의 문인) 등. 어문회 2급

旬+玉(구슬 옥)=珣(옥이름 순): 순우기(珣玗琪: 의무려산에서 나는 옥돌의 이름) 등. 어문회 2급

旬+竹(대 죽)=筍(죽순 순): 순(筍/笋), 죽순(竹筍) 등. 어문회 1급

旬+糸(가는실 멱)=絢(무늬 현): 현란(絢爛) 등. 어문회 1급

旬+艸(풀 초)=荀(풀이름 순): 순자(荀子), 접순(椄荀) 등. 어문회 2급

旬+言(말씀 언)=詢(물을 순): 순방(詢訪: 방문하여 의논하다), 구양순(歐陽詢: 당나라의 서예가) 등. 어문회 준특급

旬+辵(쉬엄쉬엄갈 착)=迿(앞설 준): 인명용 한자

旬+邑(고을 읍)=郇(나라이름 순): 순모(郇模: 당나라의 인물), 순공오운체(郇公五雲體: 아름다운 서체) 등. 어문회 특급

㝁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㝁+心(마음 심)=惸(근심할 경): 경독(煢獨/惸獨: 아무도 의지할 곳 없이 외롭다) 등. 어문회 특급

지금까지는 하나의 성부에서 파생된 모든 한자들을 하나의 계층 구조로 나타냈지만, 蚓의 초기 형태에서 파생된 한자는 무려 51자를 열거했기에 1차로 파생된 云, 勻, 旬에 따라 따로따로 나타냈다.

67009c3e8d986.png?imgSeq=35697蚓+上=云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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蚓+呂=勻에서 파생된 한자들.

6700a0cb1e1eb.png?imgSeq=35704蚓+日=旬에서 파생된 한자들.


형성자의 성부로서 云은 員과 통한다는 것을 員에서 파생된 한자 위주로 보여주었는데, 반대로 云에서 파생된 한자에서는 여자의자 운(妘)과 향풀 운(芸)이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妘은 “축융의 후예로, 성이다. 女이 뜻을, 云이 소리를 나타낸다. ⿰⿱口鼎女는 주문의 妘이다.”라고 풀이한다. 축융은 불의 신으로 추앙받는 중국 신화의 등장인물로, 삼황오제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운 외에도 기(己)·동(董)·팽(彭)·독(禿)·조(曹)·짐(斟)·미(羋) 총 여덟 성이 축융의 후예라 한다. 운성은 중국 고대의 저명한 팔성 중 하나로도 꼽히며, 축융팔성 중에서는 유일하다. 위에서 설명한 '여자의 자'라는 뜻은 여자의 이름자에 쓰이는 글자라는 뜻인데, 대법원 인명용 한자이기에 이쪽을 우선한 것이다.

《설문해자》에서 員의 원형인 ⿱口鼎을 성부로 쓰는 ⿰⿱口鼎女를 妘의 주문이라고 한 대로, 금문에서는 이 형태만이 발굴되었다. 지금의 글자인 妘은 아직까지는 《설문해자》가 최초 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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妘의 금문 1, 2, 주문, 소전. 출처: 小學堂


芸은 《설문해자》에서는 “풀이다. 목숙(거여목, 게목)과 비슷하다. 艸가 뜻을, 云이 소리를 나타낸다. 《회남자》에서는 '운초는 가히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라고 한다.”로 풀이한다. 지금은 이 풀을 특유의 향기를 강조해 운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운향 운'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중국에서는 평지 운(蕓), 일본에서는 재주 예(藝)의 약자로 쓰고 있다.

허신은 미처 찾지 못했지만, 이 한자 역시 금문에서는 云이 아닌 員으로 소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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芸의 금문 1, 2,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 소전.

금문 1은 풀 초(艸)를 두 번 거듭해 쓴 우거질 망(茻)의 사이에 員이 들어가 있는 모양으로, 우거질 망(莽)이나 장사 장(葬)과 같은 구성이다. 흥미롭게도 금문 2나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에서는 뱀/여섯째지지 사(巳)가 들어가 있는데, 어쩌면 이를 운(云)의 변형일지도 모르겠다. 소전에서 芸의 형태가 나타나 지금까지 이른다.


勻을 성부로 하는 오래된 글자들은 勻 대신 旬이 성부로 들어가기도 한다. 고를 균(均)과 무거울 균(鈞)이 그렇다.

67008bae551a2.png?imgSeq=35693왼쪽부터 均의 금문 1, 2, 전국시대 진(晉)계 문자,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 1, 2, 3, 4, 소전. 현대의 均이 아닌 다른 형태는 위에 작게 표시했다. 출처: 小學堂

均의 옛 형태를 살펴보면 勻에 土가 결합하기도 하지만, 勻에 日이 들어간 문자, 즉 위에서 살펴본 旬의 다른 형태가 土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勻과 마을 리(里)가 결합한 형태도 존재한다. 그러나 《설문해자》에서는 旬이 아닌 勻이 성부로 들어간 均만을 수록했고, 현대에도 이 한자를 쓴다.


鈞 역시 다양한 변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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鈞의 변천. 현대의 鈞·勻이 아닌 다른 형태는 위에 작게 표시했다. 출처: 小學堂

금문 초기에는 鈞이 아닌 勻을 쓰기도 했고, 勻의 呂 대신 쇠 금(金)을 형부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형태가 유지되었다면 아마 蚓의 초기 형태가 旬·勻처럼 勹로 와전돼, 勹가 金을 감싸는 ⿹勹金의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또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旬이 성부로 들어가기도 했고, 그 형태가 설문해자의 고문에 남았다. 지금처럼 金이 뜻을 나타내고 勻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태는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에서 처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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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의 변천. 왼쪽부터 금문, 전국시대 연나라, 중산국, 초나라 1, 2 문자, 소전. 현대의 軍이 아닌 다른 형태는 위에 작게 표시했다. 출처: 小學堂

軍은 《설문해자》에서는 '수레 거/차(車)와 쌀 포(包)의 생략형이 뜻을 나타낸다.'라고 풀이해 회의자로 보았다. 금문의 자형도 車를 勹가 둘러싸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국시대 문자에서는 勹가 아니라 蚓의 초기 형태와 유사한 글자로 나오고, 일부 경우에서는 勻이 車를 둘러싸는 것으로 보아 금문의 勹처럼 생긴 문자도 蚓의 초기 형태의 변형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외에도 맏 형(兄)과 勻이 결합한 특이한 형태의 문자도 軍의 이체자로 여겨지기에, 軍을 車가 뜻을 나타내고 勻이 소리를 나타내는 문자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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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의 이체자 ⿰兄勻. 위의 작은 글자는 해서로 바꾼 형태. 출처: 小學堂


재빠를 순(侚)은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고전에서도 쓰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자와 결합한 단어를 이루는 예를 찾기가 어려워 따로 위에서 용례를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云·勻·旬의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데, 上이나 呂나 日과 결합하지 않은 순수한 蚓의 초기 형태가 다른 한자와 결합해 형성자를 이루는 가장 오래된 글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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侚의 갑골문과 소전. 출처: 小學堂

侚은 갑골문에서는 무슨 의미로 쓰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설에는 상나라 왕 태갑의 아들 옥정(沃丁)의 이름 현(絢)을 통가해서 썼다고 한다.


蚓의 초기 형태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에서, 云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대부분 云을 순수한 성부로 썼다. 그러나 云의 원 의미인 구름과 관련이 있는 한자도 있다.

沄은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云이 소리를 나타내며, 하늘에 펼쳐진 구름 무리처럼 물이 콸콸 쏟아지는 모습을 뜻한다.

紜은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云이 소리를 나타내며, 실이 하늘에 펼쳐진 구름 무리처럼 어지러운 모습을 뜻한다. 이 한자는 옛날에는 糸 대신 員(인원 원)이 뜻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무거운 것을 재는 무게, 두꺼운 것을 재는 두께 등 측량 단위는 해당 단위의 많음을 뜻하는 단어와 묶이기 때문에 수효를 나타내는 員이 곧 많음을 가리키고, 결국은 많아서 어지러운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 게 아닐까 싶다.


勻은 본디 무게의 단위에서 출발했고, 무게를 재는 데 쓰이는 천칭은 양 편을 고르게 해야 했기에 '고르게 하다', 더 나아가 '고르게 퍼뜨려 넓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勻뿐만이 아니라 旬에서 파생된 글자 일부에도 영향을 주었다.

姰(미칠 순, 적합할 균)은 女(계집 녀)가 뜻을 나타내고 旬(열흘 순)이 소리를 나타내며, 남자와 여자가 고르게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均(고를 균)은 土(흙 토)가 뜻을 나타내고 勻(고를 균)이 소리를 나타내며, 흙을 고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栒(나무이름 순)은 木(나무 목)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편종이나 편경을 고르게 걸어놓는 횡목을 뜻한다.

昀(햇빛 윤)은 日(날 일)이 뜻을 나타내고 勻(고를 균)이 소리를 나타내며, 해가 고르게 비추는 햇빛을 뜻한다.

畇(밭일굴 균)은 田(밭 전)이 뜻을 나타내고 勻(고를 균)이 소리를 나타내며, 밭을 고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訇(큰소리 굉)은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勻(고를 균)이 소리를 나타내며, 소리가 고르게 퍼질 만큼 큰 것을 뜻한다.

詢(물을 순)은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旬(열흘 순)이 소리를 나타내며, 사람들이 서로 말을 고르게 하여 의견을 나누기 위해 묻는 것을 뜻한다.

軍(군사 군)은 車(수레 차/거)가 뜻을 나타내고 勻(고를 균)이 소리를 나타내며, 전차를 고르게 정렬한 큰 군대를 뜻한다.

鈞(무거울 균)은 金(쇠 금)이 뜻을 나타내고 勻(고를 균)이 소리를 나타내며, 무게의 단위로 30근을 뜻한다.


군대는 큰 무리를 이루고 움직이기 때문에, 軍에서 파생된 한자에는 '크다'나 '무리', '움직임'의 뜻이 있다.

揮(휘두를 휘)는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군대를 다루기 위해 손으로 휘둘러 신호하는 것을 뜻한다.

暈(무리 훈)은 日(날 일)이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해나 달 주변을 빛이 둘러싸 무리 지은 것을 뜻한다.

暉(햇빛 휘)는 日(날 일)이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해가 크게 비추는 햇빛을 뜻한다.

渾(흐릴 혼)은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물이 크게 움직여 흐려지는 모습, 또는 물이 온 세상을 뒤덮는 모습을 뜻한다.

煇(빛날 휘|햇무리 운)은 火(불 화)가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마찬가지로 軍을 성부로 하는 輝나 暈 양쪽으로 모두 쓰인다.

翬(날개훨훨칠/꿩 휘)는 羽(깃 우)가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새가 날개를 크게 펼치고 훨훨 치는 것을 뜻한다.

賱(넉넉할 운)은 貝(조개 패)가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조개 화폐가 군대처럼 넉넉히 있는 모습을 뜻한다.

輝(빛날 휘)는 光(빛 광)이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빛이 많은 군대처럼 강하게 빛나는 것을 뜻한다.

運(옮길 운)은 辵(쉬엄쉬엄갈 착)이 뜻을 나타내고 軍이 소리를 나타내며, 군대가 전쟁을 하고자 옮기는 것을 뜻한다.


旬은 열흘 단위로 반복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일부 한자에는 반복, 순환의 의미를 부여한다.

徇(부릴/조리돌릴 순)은 彳(자축거릴 척)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뜻한다.

絢(무늬 현)은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직물에서 나타나는 반복되는 무늬를 뜻한다.


徇은 순찰을 뜻하기에, 旬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순찰처럼 따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殉(따라죽을 순)은 歹(앙상한뼈 알)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다른 사람이나 목적을 따라 죽는 것을 뜻한다.

迿(앞설 준)은 辵(쉬엄쉬엄갈 착)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다른 사람이 따르도록 앞서 나가는 것을 뜻한다.


한편 반복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이기에, 일부 한자에는 믿음의 의미를 부여한다.

恂(미쁠/무서울 순)은 心(마음 심)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반복되는 것처럼 미쁜, 믿을 만하다는 마음을 뜻한다.

洵(참으로 순)은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반복되는 물처럼 참된 것을 뜻한다.

詢(물을 순)은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旬이 소리를 나타내며, 믿을 수 있도록 묻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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蚓+上=云에서 파생된 한자의 의미 관계도.

6704675ba0e09.png?imgSeq=35905

蚓+呂=勻에서 파생된 한자의 의미 관계도.

6701d1fb7364d.png?imgSeq=35736蚓+日=旬에서 파생된 한자의 의미 관계도.


근심할 경(惸)의 용례로 외롭다는 뜻의 경독(惸獨)을 들었는데, 이 단어는 외로울 경(㷀)을 써서 경독(㷀獨)이라고 쓰기도 한다. 한편 이번 蚓 계통 한자들을 다루게 된 계기는 蚓에서 파생된 云이 〇에서 파생된 員과 형성자의 성부로는 통용할 수가 있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〇에서 파생된 한자 중에도 외로울 경(嬛)이 있다. 嬛, 惸과 㷀의 관계는 무엇일까? 


요약

云(이를 운)·旬(열흘 순)·勻(고를 균)의 초기 형태에는 공통으로 나선형 문자가 나타난다.

이 나선형 문자를 蚓(지렁이 인)의 초기 형태로 보는 설에 따르면, 云(이를 운)·旬(열흘 순)·勻(고를 균)은 蚓에서 파생된 형성자가 된다.

云에서 夽(높을 운)·妘(여자의자 운)·沄(물콸콸흐를 운)·紜(어지러울 운)·耘(김맬 운)·芸(향풀 운)·雲(구름 운)·魂(넋 혼)이 파생되었고, 雲에서 橒(나무이름 운)·澐(큰물결 운)·蕓(평지 운)이 파생되었다.

勻에서 均(고를 균)·昀(햇빛 윤)·畇(밭일굴 균)·訇(큰소리 굉)·軍(군사 군)鈞(무거울 균)이 파생되었고, 均에서 筠(대껍질 균)·荺(풀뿌리 윤)·鋆(금 윤)이 파생되었고, 軍에서 惲(혼후할 운)·揮(휘두를 휘)·暈(무리 훈)·暉(햇빛 휘)·渾(흐릴 혼)·煇(빛날 휘|햇무리 운)·琿(아름다운옥 혼)·翬(날개훨훨칠/꿩 휘)·賱(넉넉할 운)·輝(빛날 휘)·運(옮길 운)이 파생되었다.

旬에서 侚(재빠를 순)·姰(미칠 순)·㝁(홀로/공경할 현/경)·峋(깊숙할 순)·徇(부릴/조리돌릴 순)·恂(미쁠/무서울 순)·栒(나무이름 순)·殉(따라죽을 순)·洵(참으로 순)·珣(옥이름 순)·筍(죽순 순)·絢(무늬 현)·荀(풀이름 순)·詢(물을 순)·迿(앞설 준)·郇(나라이름 순)이 파생되었고, 㝁에서 惸(근심할 경)이 파생되었다.

云은 파생된 한자들에 복잡한 구름 모양의 의미를 부여하고, 勻은 파생된 한자들에 고르다, 또는 넓게 파지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旬은 열흘이란 원 뜻에서 반복·순환, 반복에서 신뢰, 순환에서 따름의 의미를 파생자들에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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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8 17:07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층방정
24/10/08 21:34
수정 아이콘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4/10/09 15:40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친숙한 한자들인데 지렁이에서 파생됐다니 흥미로볘요 크크
계층방정
24/10/10 07:0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처음에도 나오듯이 원래 云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다루기 위한 것이었는데, 云이 상형자인 줄 알고 쓰다가 云이 지렁이에서 파생됐다는 것을 알면서 이렇게 방대한 한자들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신 학설이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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