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0/22 15:55:20
Name 수퍼카
Subject [일반] 군대 줄다리기 썰 (오징어 게임 1기 스포있음)
복무했던 부대에서 매년 체육대회를 했는데 그 중에 줄다리기 종목이 있었습니다.

체육대회 당일은 아니고 전날 예선전이 있었는데 저는 선수가 아니라 심판 보조자격으로 참관하러 갔죠.

A대대와 B대대의 시합이었는데 단판 조건이었고 인원은 한 팀이 5~60명 정도 되었을 겁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년에는 A대대 선수들이 체육복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시합을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더군요. A대대는 기지 병참을 맡고 있는 대대여서 그런 게 가능했는데 그런 식으로 시합에 있어 쓸데없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게 이번 시합에 있어 문제를 가져옵니다.

양 대대 선수들의 인원 체크며 기타 사전 문제 없는지 확인하고 줄옆에 서서 정렬한 뒤 줄을 잡고 일어나면서 시합 준비가 끝났습니다. 선수들 옆으로는 각자 소속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깃발같은 걸 들고 서있었고요. 곧 화약총이 터지며 시합이 개시됩니다. 처음엔 양쪽이 팽팽하게 진행되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B대대 선수들이 우루루 쓰러지고 A대대가 줄을 끌어당겨서 승리합니다. 그런데 B대대 옆에서 깃발 휘두르며 응원하던 사람들이 이건 반칙이라고 말도 안된다고 심판에게 달려와서 마구 항의를 합니다?

알고 봤더니 A대대가 줄을 당기다가 자기들끼리 신호에 맞춰서 줄을 놓아버렸던 겁니다. 당연히 당기고 있던 B대대 선수들은 뒤쪽으로 쓰러지고 줄을 놓치고 그 틈을 타서 당겨서 이긴거죠. 이런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심판은 당황... 하필 학사장교 중위라 말빨도 안 섬... A대대는 자기 편 승리라고 우기고 B대대는 반칙이라 재시합해야 한다고 하고 난장판이 됩니다. 제가 나중에 소속 중대로 돌아가서 고참들한테 이 사건을 얘기하니 다들 반응이 다르더군요. 어떤 사람은 줄 놓는 것도 작전이라서 된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무슨 그런 게 말이 되냐고 하고.

심판이 짬과 말빨 다 후달리는데다 우유부단했던 바람에 결정을 못하고 이쪽 주장 듣고 네말이 옳다 저쪽 주장 듣고 네 말이 옳다 황희 정승질하면서 한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가 결국은 어찌저찌 줄 놓으면 안되는 조건으로 재시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재시합 결과는 B대대가 승리... B대대는 이겼다고 현장을 떠나고 A대대는 자기들이 이긴 건데 억울하다며 현장에 주저앉습니다. 줄 놓으면 안된다는 얘기가 시합 규칙에 없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작년에 자기들이 방탄조끼 입고 이겼다가 다시 재시합하는 걸로 양보했는데 이번에도 또 양보해야 하냐고 되려 따지는...

오징어 게임에서는 줄을 놓아봐야 수갑이 채워져있으니 소용이 없어선지 앞으로 세발짝 나가는 작전으로 이기던데 그거 보고 나니 이 줄다리기 소동이 생각이 나더군요. 오징어 게임이야 생사가 걸렸으니까 그런 것도 허용이 되겠지만 과연 줄 놓는 것도 작전으로 봐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위 시합의 결과는 B대대의 승리가 인정되는 걸로 끝났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10/22 16:16
수정 아이콘
정의는 잘 모르겠는데, 줄다리기 하다가 한쪽에서 전원이 손 놓아 버리면 반대쪽에서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막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수퍼카
24/10/22 17:19
수정 아이콘
네 그런 위험도 있죠. 그리고 역시 줄 놓기는 줄다리기 본래 취지랑 안 맞아 보입니다. 저걸 해도 된다고 하는 순간 게임이 되게 혼란스러워 질 것 같네요.
24/10/22 16:27
수정 아이콘
크크 별거 아닌 거에 목숨 거는 게 딱 군대 썰이네요
물론 저도 저 당사자였다면 엄청 몰입했겠지만요
수퍼카
24/10/22 17:21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에 A대대가 B대대보다 전체 인원수가 적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힘센 사람들이 많이 없고 어차피 그대로 싸우면 질 거라서 나름 이기겠다고 꼼수를 쓴 것 같습니다. 크크
24/10/22 17:21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회사 단합대회에서 줄넘기를 종종했는데 부상이 가장 많은 종목입니다. 손바닥 파열에 어깨 탈구, 넘어져서 다리쓸림 등등...
그거 외에도 단체줄넘기(안경 맞으면 부상위험), 피구(....)는 제외하는게 나은걸로...
flowater
24/10/22 17:51
수정 아이콘
줄다리기는 줄끊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좀 안했으면
용자마스터
24/10/23 01:01
수정 아이콘
굳이 따지자면 처음에 규칙을 안정한 것이 1차 문제.
그 다음에 뭔가 한방에 정해야 하는데 이래 저래 우유부단해서 서로서로 할말 크게 해서 뭔 결정을 해도 터지게 만든게 2차 문제

이렇게 생각합니다.
차라리 처음에 놓으면 된다 안된다를 결정했다면 문제부터 발생안할거였고 그 다음에 단호하게 그냥 결정했으면 불만 조금 나오고 말걸 애매하게 30분씩이나 끌면 서로서로 목소리 높아지면서 뭔 결정이 나도 처음 결정보다 더 화를 내겠죠.
글로 본 입장에서는 다칠 염려가 있으니 놓으면 위험하다 그러니 놓으면 안되는 규칙이 필요했다 정도로 보이네요
수퍼카
24/10/23 09:07
수정 아이콘
그런데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알고 사전에 규칙을 다 정하는 것은 사실 힘들죠. 예를 들어 배드민턴에서는 최근에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서브 기술이 새로 개발되어서 나중에야 금지되었다고 하더군요. 결국 미리 막지 못했으면 말씀대로 사건이 터지고 나서 심판이 좀 단호하게 놓지 않는 걸로 재경기해야한다고 끊었어야 했는데 거기서 우유부단하게 시간을 끈게 문제였던 걸로 보입니다.
raindraw
24/10/23 10:05
수정 아이콘
원래 줄다리기 할 때 동시에 힘빼기는 자주 사용되는 전술 중 하나 아니었나요?
오타니
24/10/23 12:55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오타니
24/10/23 12:57
수정 아이콘
일반적으로 모든 규칙을 규정화 할 수 없죠.
안전과 관련한 내용은 암묵적으로 하지 않는게 관습규정이라고 볼수 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533 [일반] 박해받는 시대를 겪은 기독교의 아물지 못한 흉터,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14] 계층방정4702 24/10/26 4702 8
102532 [일반] 노비의 삶을 알아보자: 노비는 어떻게 됐을까? [9] 식별5121 24/10/26 5121 32
102531 [일반] 여려분들은 이니셜D 라는 애니를 알고 계십니까? [16] dhkzkfkskdl3996 24/10/26 3996 2
102530 [일반]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에 대한 보복 공습에 들어갔습니다 [63] EnergyFlow8081 24/10/26 8081 0
102529 [일반] 개신교 소식과 비판 (10월 27일 동성애 반대를 위한 집회) [163] 엔지니어6596 24/10/26 6596 11
102528 [일반] Chatgpt 신박하게 가지고 놀기 1 - 건담 샤아 아즈나블 청문회 [10] 플레스트린3962 24/10/25 3962 4
102527 [일반] 휴가 내고 보고 온 구룡성채 이게 홍콩무협이지! (스포 다) [6] PENTAX5352 24/10/25 5352 6
102526 [일반] 물고기 팔아서 세계정복한 나라 [37] 식별11353 24/10/25 11353 32
102525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4. 나그네 려(旅)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3214 24/10/25 3214 3
102524 [일반] 그냥 꽃사진/꽃사진/더 많은 꽃사진 - 안성팜랜드/나리농원 후기(스압, 데이터 주의) [1] nearby3429 24/10/25 3429 1
102523 [일반] 뉴욕타임스 9. 3. 일자 기사 번역(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와 정치에 미친 영향) [17] 오후2시4742 24/10/24 4742 5
102522 [일반] 주가로 보는 삼성전자의 최근 상황 [60] 뜨거운눈물11709 24/10/24 11709 6
102521 [정치] 국정감사 중 G식백과 김성회 발언 전문 [30] larrabee8542 24/10/24 8542 0
102520 [일반] 광군제를 기다리는 겜돌이 아조씨 알리 후기 [31] Kusi5933 24/10/24 5933 3
102519 [일반] 파워 P+오타쿠의 일본 오사카 여행기-2 (스압) [9] 시랑케도3101 24/10/24 3101 10
102518 [일반] 청어는 어떻게 북유럽의 밥도둑이 되었나 [53] 식별8421 24/10/24 8421 57
102517 [정치] 국힘 "나무위키, 남미처럼 통제해야" 전체 차단 주장까지 나왔다 [91] 전기쥐10972 24/10/24 10972 0
102516 [일반] (스압)와인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한 코스트코 와인 추천(2) [33] Etna6096 24/10/24 6096 29
102515 [일반] 관심 전혀 없는 상태여도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생각나는 좋은 음악들 [6] 시나브로4961 24/10/23 4961 0
102514 [일반] IMF의 2024 GDP 예상치가 공개되었습니다. [42] 어강됴리7167 24/10/23 7167 5
102513 [일반] <베놈: 라스트 댄스> - 딱 예상만큼, 하던만큼.(노스포) [16] aDayInTheLife3457 24/10/23 3457 0
102512 [일반] 요기요 상품권의 피해자가 될 줄 몰랐네요(티몬사태관련) [8] 지나가는사람6535 24/10/23 6535 2
102511 [일반] 천재와 소음 [5] 번개맞은씨앗3640 24/10/23 3640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