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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09 19:15:30
Name 렐랴
Subject [일반]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제가 아주 어렸을 때..라고 해봤자 대학생 초반기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버스를 타고 왠일로 집을 나서던 중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무슨 3~4시쯤에 주로 하는 어른용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싱글벙글쇼 였던 것 같긴 한데..

마침 그 때 높으신 분이 국민의 돈을 횡령하여 무슨 기금 하나를 홀랑 다 해드신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얼큰하게 진행한 후 시민논객(?)과의 전화 통화 시간을 갖더군요.

전화에서의 그 논객은 아주 말을 잘하던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분이었습니다. 기금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며 블라 블라. 누구나 들어도 그럴듯한 이야기를 좍 늘어놓으시더군요. 저도 속으로 '응. 그렇지. 그렇게 해야지..'라고 끄덕였지요.

그때 사회자가 갑자기 그 사람의 말을 끊더니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그건 좋은 말씀인데.. 그래서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논객도 저도 '잉?' 하고 놀랐습니다. 지금 너무나도 그럴듯한 해결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해결 방법을 이야기 해달라니요? 그 논객은 다시한번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사회자는 이렇게 말할 뿐입니다. '아니.. 그래서 지금 이미 돈은 다 날아가고 없는데 어떻게 해야겠냐구요..'

저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맞습니다. 그 논객 분도 맞는 이야기만 했고 누구나 다 그것이 맞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 한가지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함정이라고 해야할까요.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경우(특히 정치 관련 문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어쩌고 저쩌고 블라 블라' ..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누구 잘못이고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하고 블라 블라'.. 정작 지금 당장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지요.

요즘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산 사건 '누구 잘못이고 관련자 처벌하라'라고 이야기하지 '돌아가신 분들의 보상 문제, 가족들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별로 못봤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래서 그 현재 개발하고 있는 용산 제 3구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 줘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이고. 그 보상을 어떻게 어느 정도 선에서 얼마 정도로 보상해 줘야 한다고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일이 우리들이 직접 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누구 잘못인지 밝히고 처벌하는 일'도 우리들이 직접 할 일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그냥 예로 들기 위해 한 이야기일 뿐이구요.

용산 사건을 예로 든 것은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떡밥을 던지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정치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우리들의 인터넷 문화 혹은 토론 문화를 보면 '너무나도 교과서적'이고 '너무나도 이상적'이며 '너무나도 탁상론'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논쟁은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지고 정작 중요한 '실리'를 놓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100분 토론을 들 수 있겠군요. 모교수님 나오면 아주 신이 납니다. 속이 시원하구요. 카타르시스마저 느낍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입니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방송상의 토론이고 누가 나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현실적인 '실거래'가 없으면 남는 것이 없잖습니까. 여론을 우리가 만들어서 그 여론으로 압박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순기능이 발휘되기는 합니다만, 조금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백분토론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말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 '민주노총 성폭행 사건'으로 떨어진 평판과 정치적 파워와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 같은 것 말입니다. 가끔씩 저도 인터넷 키워질을 하면서도 '내가 하는 짓이 딴나라당 애들이 태클 거는 것과 뭐가 다르지?'하는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군요 -_-

아무튼 성숙한 시민 사회의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고 전혀 개연성 없는 말로 글을 마치.. 쿨럭-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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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arer1
09/02/09 19:24
수정 아이콘
원래 일반 사람들이 하는 일이 그것이죠 그것을 제대로 반영해서 정책에 옮겨야하는 것이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이 할일 이구요.. 보통 사람이 대안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대안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치가들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제 평소 의견입니다.

그리고 사실 대안과 해결 방법은 많죠 단지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안하려고 할뿐이죠
09/02/09 19:48
수정 아이콘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이지만,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의 말이라는 것이 결국은 실제 적용하기 어려운 일반론이거나 ~해야 한다는 식의 당위론적 표현밖에는 없죠. 옳은 말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이기에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그 소리?'라고 생각하고 관심 갖지를 않죠.

하지만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공무원이죠. 그러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니까요.
내일은
09/02/09 20:06
수정 아이콘
비판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라. 어렵죠. 그런데 그게 어려운 일 같은데 사실은 정말 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글쓰신 분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이 대안제시는 어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 대안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이 대안들을 실행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번 용산4구역 참사 같은 경우에도 이미 대안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대략 30년 전 쯤에 이론과 정책으로 정립된 대안이 있었습니다. 민간개발이 아닌 공개발, 상가임대자들한테 조합 자체적으로 보상금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기구에게 보상기준 산정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대안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안을 실시하는 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에게 익숙한 관행이 아닌 새로운 제도와 사고방식을 납득시켜야 하는 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점, 사회에서 기득권층에 속하는 국회의원, 고위 관료등에게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미 있는 대안이 현실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겁니다. 대개 대안이 현실로 되는 데는 이렇게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진 다음에 그제서야 고려대상이 됩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다시 대안이 언급되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 토목정권 하에서는 절대 대안이 현실이 될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 대안은 토목정권의 생리와 맞지 않기 때문이죠. 당장 오세훈 시장마저 뉴타운 진척이 지지부진하다고 친이계에서 태클 들어오는 마당인데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위론적인 비판이 필요한 겁니다. 당위론은 도덕법칙에 의한 것도 있지만 대개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대다수가 공유함으로써 발생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한 대안을 다 꿰뚫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지금 이 사회에 문제가 있다, 무엇인가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당위론적으로 알고 있고 어떤 정치인이 대안을 들고 나왔을 때 표로 보여주는 작은 행동력 하나만으로 그 대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겁니다.
09/02/09 20:53
수정 아이콘
내일은님께서 이미 좋음 말씀을 해주셨기에 딱 한마디만 거들자면, 여론은 어떤 상황을 직접 해결하는 것 보다 그 상황에 대한 관심 자체에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소외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때 여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대안을 직접적으로 제시 할 필요는 없지요. 그렇게 되기도 힘들고요. 그저 관심 자체, 저 사람들은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그 여론 자체만으로도 구제척인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물론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려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상식과 양심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생각을 마음 껏 표출하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한 여론의 일부가 될 수있지요.
애국보수
09/02/09 21:44
수정 아이콘
내일은님의 말씀이 정론입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에 따라 손해를 보는 계층( 이 경우에는 삼성, 포스코와 재개발지역 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고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여론조성에 제일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가 바로 저런 당위이구요.
chcomilk
09/02/09 22:39
수정 아이콘
대안제시.... 뭐 원론적으로는 당연한 말 이지만... 가끔 그것이 정당한 비판이나 비평을 막는 방법이 되곤 하죠.

사실 대안이라는 것이 그리 단편적이지 않으니까요. 또한 최선이라는 것은 지극히 상대 적이니 차선 혹은 차차선만 되어도 다른이
들이 보기에는 전혀 대안이 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서늘한바다
09/02/09 23:48
수정 아이콘
대안을 제시하면서 비판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만 내일은님이 말씀하신대로 당위적인 비판은 건전한 대안을 양상할 토대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 되므로 바람직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악용하여 어떠한 문제에 일명 초치기성 비난은 지양해야겠지요.
내일은
09/02/10 00:38
수정 아이콘
글 쓰신 분이 라디오에서 들은 일화는 분명히 사회자가 잘못한 겁니다.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라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고, 응당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인터뷰에 응했다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전문가의 자세일 겁니다. 하지만 시민 인터뷰에서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제대로 된 (전문) 사회자가 할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가끔 한 이슈에 온 나라가 빠져드는 우리나라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문화라고 여겨집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때는 연구윤리, 취재윤리, 태아줄기세포 연구의 가능성과 문제점... 그 외 수많은 문제의 논점에 대해 각자의 대안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대화를 나눈 후 일반 시민들이 차분하고 논의되었어야 하는 일들이 불과 수주일 동안 벌어졌고,
2007년 신정아 사태 때는 권력유착, 미술, 학력 위조, 학벌사회 등 역시 너무 많은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갖기를 강요하는 일들이 우리에게 벌어집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살기에도 너무 힘든 세상인 데 말입니다.

여튼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래도 제법 수준이 되는 나라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는 많습니다. 심지어 그 복잡하다는 경제 문제에도 '미네르바'라는 숨은 고수가 암약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전문가라면 적어도 자신이 전문인 분야의 현실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을 고민하고 나름의 고심이 담긴 대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대안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대안을 선택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라는 것입니다. 이미 문제가 곪아 이렇게 사건으로 터진 후에는 당연히 모든 이가 대안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하는 사회가 되야겠지요.
이렇게 미래를 예비하는 것이 정치이고, 정치인은 이런 정치를 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한 겁니다. 정치는 어떤 이가 생각하듯이 권력의 쟁탈과 사유화가 아니라 지금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살피고 각자 나름의 상식과 관점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정치인들은 자기의 이익에 빠져 몰상식과 닫힌 눈으로 사회를 인식하는 것 같아 정말 두렵습니다. 물론 그런 이들에게 권력이라는 큰 칼을 쥐어준 것이 우리 국민 자신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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