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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31 10:19:47
Name 나무야나무야
Subject [일반] '법치'는 폭군을 막기 위한 것.
영결식이 있던 지난 5월 29일, 한 판사와 얘기를 나눴다. 노제를 지내러 시청광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노란 스카프를 빼앗고 있다"라는

뉴스가 나온 직후였다. 그 판사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 법이 어쨌든 불법시위로 확산될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많은 법적 장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위헌적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노란스카프와 노란 넥타이가 불법시위 용품이 될 수 있다는 건 법적으로 절대 입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 판사와 둘이 나란히 앉아 정부의 비겁함, 공포심을 비웃었다.

'법치'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그런데...법치가 뭐지?

'법에 의한 지배'

통치자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플라톤이 꿈꾸던 이상국가의 철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공자가 꿈꾸던 仁의 정치는 '人치'가 되기 십상이다.

결국 한 명의 이상적 통치자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 형태에서 요구하는 철인이나

군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타나도 변질되기 십상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오히려 '폭군'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차악'의 정치체제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을 아직도 가져보지 못한 인류에게도 마찬가지다.

민주제 하에서도 쉽게 '위임 민주주의'에 의한 또 다른 형태의 '권력집중' 이 나타날 수 있다.

이걸 막자고 만든 개념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법치'라는 거다. 법에 따라서 이뤄져야

하는 모든 통치절차와 시스템. 이것이 바로 민주제에서 '폭군'을 막는 중요한 도구다.

이 오해 사기 쉬운 단어를 '오해' 때문에 속상한 현 정부는 '오해'했다.

얼마나 간편한가.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고 광장을 폐쇄한다. 불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법치를 확립하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이런 사실이 삼성재판의 무죄판결과 겹쳐지면, 이해가 쉬워진다.

어떤 외부 영향도 없다고 전제한다고 해도,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명백해진 판결이다.

삼성 법무팀의 우수한 두뇌들은 '편법'을 썼고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치자. 앞으로는 그런 편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용산참사. 사람들이 죽었다. 불에 타 죽었다. 경찰관의 직무집행법과 내규를 손보고

더 이상 철거과정에서 용역의 행패로 사람들이 공포에 떨지 않도록 법을 손보는 것.

그렇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 '법치'다.

현행 집시법에 '위헌'적 요소가 없는지 살피는 것. 그런 것이 '법치'다.

피통치자를 위한 언어를 통치자의 언어로 바꾸는 순간 그것은 '독재'가 되는 거다.

그런데, 민주제에서 피통치자는 피지배자가 아니라 사실 '지배자'다. 민주주의의 역설.

이런거 이해할리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걸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 시점은 그들이 더 이상 통치자가 아닌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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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Anscombe
09/05/31 10:49
수정 아이콘
법치를 빙자한 법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 댓글에도 썼지만,

1. 정제된 언어를 사용한 법의 구성
2. 구성된 법에 대한 해석
3. 해석된 법에 대한 적용

3가지가 완성됨으로써 법이 비로소 실천될 수 있다고 봅니다.
1번을 오해하면 법을 '문자 그대로만' 보려고 해서 2의 해석의 차원을 도외시하게 되고
2번을 오해하면, 해석을 자기 입맛에 따라 변형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언어의 의미는 의도와 분리된다는 1을 무시하게 되며
3번을 오해하면, 자신의 욕망에 따라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의미는 의도와 분리된다는 1과 해석은 합의에 의거한다는 2를 무시합니다.

법에 의존하기 위해서는
법이라는 언어에 대한 우리의 합의(1)
법이라는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배경들(사회적 정서든, 전통이든, 도덕이든)에 대한 우리의 합의(2)
법이라는 언어를 적용할 수 있는 합의와 제도적 배경, 그리고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3)

이런 부분들이 간과된 상태에서의 법적용은 적용자의 자의에 휘둘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 정부의 '법치'라는 말이 우습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적용이라는 측면에서의 문제 때문입니다. 법이란 적용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 적용이라는 차원을 1, 2 를 넘어서서 '욕망'에만 의존하니 애초에 인간의 의도와 분리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의 기본 의의가 훼손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퍼플레인
09/05/31 17:52
수정 아이콘
모 검사에게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울시청과 대한문에 전경버스로 병풍을 친 거다' 라고 하자 아무 대답도 못하더라는 지인의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아마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정부가 제일 먼저 '서거에 애도를 표하면서, 분향소를 시청 광장을 위한 어디어디에 설치하겠다' 라고 했다면 아마 사람들의 분노도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거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요동치지도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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