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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03 17:35:51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비속어 수위 토론을 보다 떠오른 생각
https://pgrer.net/zboard4/zboard.php?id=discuss&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711

많은 분들이 참가해 주셨고 저도 좀 열심히 놀았던 ( ..); 비속어 토론. 일단 거의 결론이 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이리저리 말은 많았지만, 솔직히 저도 모르겠어요 -_-;

저 같은 경우는 pgr의 성향이랑 꽤 맞아 떨어져서 이런 저런 거에 찬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대학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욕을 정말 입에 담지 않고 살았거든요. 하다못해 열라 이런 것도 안 썼습니다. 조낸 이런 거는 생기기 전이었고... 여기서 생각해 봐야 될 게, 저 부산놈입니다. 조사가 들어갈 자리에 욕을 넣는 [내가 xx 뭐를 xx 어떻게 xx 했는데 xx ... 진짜 이렇게 말하던 친구 있어요. 전혀 싸우거나 흥분하는 상황 아니었는데도요] 곳에서 살았죠. 좀 튀었다고 할까요 -_-a 강조하는 말은 언제나 "진짜" "억수로" 정도였죠.
+) 오죽하면 이 때문에 저희 아버지는 [욕 쓰면 다 양아치]라고 알고 있으셨죠 ( ..); 동생이 그것 땜에 피해 많이 봤죠.

희한하게 서울에서 살게 되면서 조금씩 욕을 쓰게 되고 (부산 내려갔다가 x발 한 번 하니까 친구들이 놀랬더랬습니다) 군대 간 후 욕을 달고 살게 됐죠. -_-a 지금은 다시 자제하자 쪽입니다만...

욕에 대해서 이래저래 생각을 좀 해 봤습니다.

김삿갓이나 이래저래 욕을 집어 넣어서 풍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분명 욕은 강한 임팩트를 주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며, 억압에 대항한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로 쓰일 때가 많죠. 가령 강풀이 성기 같은 한자 쓰지 말고 자지(-_-) 같은 순우리말 쓰자고 했던 거라든지요. 아 이건 좀 다른가요. 수업 중에 지나치면서 들은 말인데, 욕이 지금처럼 흥하게 된 것은 지나친 규제에 대한 반감으로 운동 비슷하게 된 거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가령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너무 규제하다보니 최근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욕을 쓰게 된 거라구요. 그런가 하고 넘어갔습니다만...

[권위] [위선] 같은 걸 깨드릴 때도 욕은 좋은 장치로 쓰이죠. 겸손과 예절로 가득 찬 좋았던 캐릭터가 속마음을 드러낼 때, 혹은 타락할 때 [쓰레기들]이라든지 [쥐새끼들] 같은 말을 쓰며 썩소를 지을 경우... 뭐 그런 게 아니더라도 악역의 본심을 드러낼 때도 욕이 쉽게 쓰입니다. 반면, 친숙함을 나타낼 때, 서로 격이 없는 걸 나타낼 때도 욕은 잘 쓰이죠. 뭐 그 외에도 "리얼리즘"?

문제는, 이 반대로 쏠릴 때가 많다는 거죠.

정장 같은 딱딱한 옷을 버리고 캐쥬얼한 옷을 입자 -> 그걸로 통일

뭐 이런 걸로 대표되는, 흔히 "개성"을 말하면서 다 똑같은 길로 가는 거요. 욕도 그래요. 어느새 욕을 쓰지 않는 사람, 캐릭터는 겉멋만 있고, 예의바른 "척" 하는 사람이 돼 가죠. 뭐 겪어 본 적도 있구요 -_-; 착한 척 한다 이런 말도 들었고, 살짝 충격이었던 건 입에 욕 달고 다니는 여자애한테 적당히 하라고 하니까 "여자라고 그러는 거냐" -_-; 담배도 그런 적 있지만요. 이젠 욕을 적당히 쓰라는 것 자체가 억압의 의미가 됐나... 했죠.
+) 여성부 뭐 이런 문제로 연결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뭔가 저항으로 시작했던 게 오히려 주류가 되면서, 즉 [권위] [위선]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했던 것이 거꾸로 [욕을 안 쓰면 위선자다] 이런 상황으로 바뀌는 거죠. 점잔 떤다 이런 말 많잖아요. 지나친 규제에는 저항해야겠지만, 그것 때문에 예의 같은 것을 아예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거요.

그런 생각 들면서 욕을 더 안 쓰게 되었습니다. 반대쪽 극으로 가는 것 역시 원치 않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원래의 극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죠. 욕에는 분명 좋은 효과가 많거든요. pgr에서는 못 쓰겠지만 아 xx 꿈 같은, 짧고 강한 임팩트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욕만 쓰자고 하면 다른 좋은 표현들이 모두 그거 하나로 통일됩니다. 감탄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급박함도, 이런 저런 곳에 욕 하나를 쓰는 건 효과가 있지만 그걸 모두 욕으로 대체하는 건 반대로 가는 것일 뿐이죠.

사람마다 그게 다를 것이고, 그 다름에 따라 각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신나게 쓰면서도 선을 지키는 경우 있고, 적당히만 쓰는 데도 선을 넘는 경우가 있으니 그 기준을 정하는 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a 어떻게 중간을 맞춰봐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좋게 좋게... 확실한 기준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최대한 그 쪽으로 가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어릴 때 제가 욕을 안 쓴 건 다른 이유도 있는 거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들 너무 쓰니까 나는 쓰지 말자" 이런 거 같거든요. 답은 어디일까요? @_@a

--------------------------------

뭔가 제 얘기만 한 거 같은데.
어차피 신조어는 계속 생길 거고, 정치적 이슈도 계속 생기겠죠. 논란이 될 비속어들이 정말 많을 겁니다.
너무 자주 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식의 토론이 앞으로도 계속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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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좀
11/11/03 17: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고 저도 운영진의 결론을 존중하고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11/11/03 17:43
수정 아이콘
욕을 안 쓰는 건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요즘 욕을 가끔 혼잣말처럼 혼자있을때 쓰긴 쓰는데 입에 잘 안 달라붙더라구요.
욕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
근데 제가 욕 안한다고해서 누구나 욕하지 말라고 할수는 없겠죠.
물론 PGR에선 욕하면 안됩니다. ^^
tannenbaum
11/11/03 18:40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케이스인듯합니다.

원래 욕에 대해서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한 고등학교 동창들조차 제가 끼어있는 자리에서는 욕을 삼가할정도지요.
위선이든 선비든 그런건 모르겠습니다. 그냥 욕하는 사람들.. 다툼이나 언쟁에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쓰는 분들을 지칭합니다. 그분들이야 어떤 의도로 하시던 혹은 그냥 무심코 쓰시든 제가 뭐라 할 부분은 아니지요 저에게 하는것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다만 제 주위 사람들에게는 자제하기를 권하는 편입니다. 말이 자신을 표현하는지 수준을 나타내는지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보기 싫어서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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