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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5 10:57:23
Name nickyo
Subject [일반] 단군신화와 웅녀.

#1


먼 옛날,  하느님인지 옥황상제인지 혹은 하늘나라 스티브잽스인지 어느 카이스트의 천재 프로그래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상을 만든 하늘나라에서 문명이나 하려고 환웅이라는 분이 한반도에 왔었어요. 그래서 문명을 즐겁게 즐기며 시간가는줄 몰랐다고 합니다. 근데 그때 와 사람이 되면 문명을 할수있어! 라는 생각에 곰과 호랑이가 저희도 사람좀 시켜주세요 굽신굽신 하고 찾아옵니다. 환웅은 귀찮았습니다. 하지만 문명의 새로운 시스템인 민심 기여 시스템이라는게 있어서 곰과 호랭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매정한 군주로 소문이 나서 평판이 떨어질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곰과 호랭이에게 계약을 겁니다. 에, 우리 고객님들 잠시만요 내가 한번 사람되는 상품을 알아봐 드릴께. 때르르릉 예 예 여기 한반도지구 환웅대린데요! 여기 우리 고객님께서 사람변신 상품을 좀 알아보실려구 네 네 그래서 네 조건좀 알아봐드리려고 네네 한반도의 곰녀랑 호랑남이요 네네네 네~네. 아이고 고객님, 저희 조건은 100일동안 마늘이랑 쑥만 먹는데.. 아이고 잠시만요. 이 조건이 제일 좋다니까? 다른데가면 이만큼 못해. 내가 대신 볕 잘들고 이끼없는 동굴하나 예약해드린다! 이거 진짜 편법인데, 내가 바닥에 풀도 깔아드릴께 이거 다 사비라니까? 계약하실꺼지? 자자자 지장찍으시고~ 자 내가 요 약관 하나 또 설명드려야지. 만약에 중간에 나오시면 계약금 환불안되고 기회 다시없어요~ 사람 못되요~ 근데 만약에 사람이 되시면? 내가 결혼도 시켜드려 결혼까지 완전보장상품이야 자 아주 계약 잘하신거에요~




#2


곰과 호랑이는 사람되봐야 뭐 좋을게 있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원푸드? 아니 투푸드 다이어트에 들어갑니다. 그것도 100일동안. 지금이야 마늘이 구워도 맛있고 쌈장찍어도 맛있고 좋죠, 근데 맨날 생고기만 먹던 애들이 이게 먹히겠습니까? 그래도 사람이 되보겠다고, 오장육부가 배고프다고 춤을추고 왠지 곰 뒷다리가, 호랭이 뱃가죽이 맛있어보이는 사이가 되도 허벅지를 돌멩이로 쿡쿡 찍으며 참아봅니다. 사람이 되겠다고요. 사람입장에선 좀 의아하죠. 내가 곰이나 호랑이면 무서울게 없을텐데 말이야.


수십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다가, 결국 호랑이는 이건 미친짓이야! 하며 울고 뛰쳐나갑니다. 그가 남긴 곳에는 아직 먹다 만 쑥과 마늘만이 남아있었죠. 44사이즈를 입을수도 있을 것 처럼 된 곰은 배고픔을 덜겠다며 기뻐합니다. 이제 난 마늘쑥 곱빼기야!!! 여전히 배는 고프겠지만요. 곰의 입에서 나는 마늘냄새만으로 지나가던 과객이 김치에 막걸리가 땡길때 즈음, 곰은 100일을 맞이하게됩니다. 근성과 인내의 여자. 그리고 계약 약관에 명시된 것 처럼, 다이어트에 성공한 그녀는 예쁜 여인으로 변하게되지요. 환웅은 막상 계약 끝나고 결혼까지 시켜준다고 했는데 이게 너무 이~뿨. 아~ 게다가 옷도 없어~. 으헤헤헤헤헤. 세상 물정도 몰~롸. 사람이면 다~좋대. 이게 무슨 횡재냐 싶어서 냅다 '사실 제가 처음부터 결혼을 하고싶어서 사람 되시길바랬어요' 드립을 치고 결혼을 합니다. 그래서 곰은 웅녀가되고, 단군을 낳지요.




#3



참 많은 이슈가 있습니다. 정치적 이슈도 그렇고, 민주 진보 야권 통합부터 사회적이슈들까지. 누가 어디서 누굴 죽였네. 가족 전부 한강다이브했네. 기업에서 착취, 비리가 터졌네. 법조계가 썩었네. 그야말로 욕망들이 똥통처럼 뒤섞여 갈등을 일으키다 폭발하니 온 천지가 똥튀김입니다.


단군신화가 진짜든 가짜든, 우리는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어째서 짐승과 인간이 구별되는가를 옛 사람들이 어떻게 정의했냐는 것이죠. 동양에서 인간이 인간인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아는것'이었습니다. 신화에도 보셨듯이, 곰은 100일간 '육식'을 끊습니다. 곰은 '육식동물'인데 말이죠. 본능적 욕구를 참아내지 못하면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이 조건은, 본인의 본성을 참아낼 수 있는 존재가 유일하게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이 인간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그렇기에 인간은 이러한 인내와 절제 없이는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현대사회는 '본성에 따른 욕망'을 긍정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이 타인의 욕망을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긍정을하기로 합의를 했죠.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욕망을 긍정했더니, 점점 브레이크걸기가 힘들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법과 제도로 '브레이크 못 밟으면 훅보내주자' 합의를 봤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안걸리기 위한 머리쓰기'와 '내가 했지만 넌 날 법에 호소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거야'라는 문제들이요. 대부분의 사회 이슈는 이 지점들에서 벌어집니다. 나쁜짓을 해도 걸리지 않거나, 내 욕망을 추구하다 남의 뒤통수에 도끼를 박아도 조용히 묻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조성하는것이죠.



욕망에 대한 긍정이 유사이래 최고점을 찍은 지금에, 우리는 다시금 1300년 전에 기술된 '옛날이야기'를 되돌아봅니다. 어째서 우리가 '사람'으로 금수와 다른 존중을 받는가. 어째서 인권은 동물보다 위에 존립하는가. 사람은 본능대로, 원하는대로, 이기대로 움직이기에 사람인가. 아니면 흔히 말하는 유전적으로, 본능적으로, 원래 라는 말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사람으로 존중받는가.


나쁜짓, 욕구에 충족하는짓, 이기적이 되는 짓. 이 모든것은 쉽습니다.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이 무분별하게 설계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욕망을 사회 공동체와 견주어 조절해왔습니다. 그것이 인류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자 다른 종들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최대의 가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기적이지 않은것은 어렵습니다. 욕구를 부정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선'을 지키는 일이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인간입니다. 쉬운 일을 피하고, 어려운 일을 해 낼 수 있기에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이성'이 있음을 긍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착하고, 배려할 수 있고, 내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는게'어렵다고 해도 해냅니다. 이것을 할 수 없다면, 오장육부와 신체의 구조, 직립보행만으로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인간이 가진 긍지가 너무나도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최근에는 참 인간이 못 된 사람을 많이 봅니다.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나를 위해서라면 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사회가 어떻게 되든, 우리의 약속이 어떻게되든, 지금의 욕망, 지금의 돈 한푼, 지금의 만족 한 번이 중요하기만 한, 참을 줄 모르는 참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는 곰만도 못한 인간이 넘칩니다. 자유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과 욕망에 의해 변질되어가는 자유의 가치에 대해, 인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동물에 비유해 어쩌구 스키 라고 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부터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에서 대우받고, 모든 종들의 먹이사슬 위에서 그들을 먹으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내가 인간이 되야함을, 마음속에 내제된 모든 욕망을 적절히 제어해야함을, '사람답게' 행동해야함을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움이란 본능과 욕망을 따르는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며 살아가는 길에 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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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2/03/05 11:13
수정 아이콘
욕구 단계이론에 의하면 그 사람답게 사는 것도 어차피 욕구라서.. 본질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크리스
12/03/05 11:21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단군신화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쓰시고 또 가볍지만은 않은 진중한 내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디스켓
12/03/05 11:38
수정 아이콘
생물학 이론에 의하면 그 사람이라는 것도 어차피 동물이라서.. 본질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m]
Hook간다
12/03/05 11:44
수정 아이콘
자제라... 동물이 과연 자제할줄 모르는 걸까요... 먹는 것도 배고프지 않은 이상 먹지 않는다는데... 본능으로 산다는 그 동물들도 말이죠.

사람이 왜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욕망이 있냐면 저는 삶의 풍요로움이 아닐까 싶네요.

옛날에 그렇게 정의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다르죠.
12/03/05 11:52
수정 아이콘
철학적으로 봐도 유교적인 측면에서는 그러하겠습니다만
도교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도가 아니라하여 - 부자연부도 - 원래 그러함 - 무위자연 - 의 상태를 강조하죠.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근데 이렇게보니 단군신화도 유교적 색채가 있네요..?
초월적 존재가 등장하고 해서 자연스럽게 유교랑은 관계없다고 생각했었는데 -_- [m]
12/03/05 13:26
수정 아이콘
책 속에 나와있는 인간은 이상적인 인간이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12/03/05 14:42
수정 아이콘
곰은 잡식성 아닌가요? 호랑이가 육식성이고... 육식성인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만 먹으라고 하는 건 죽으라는 거죠.
12/03/05 18:10
수정 아이콘
글의 대의에 공감하고 공감하지 못하고를 떠나서, 일단은 재미있는 표현과 발상으로 맛깔나는 글을 쓰신 글쓴님께 먼저 '잘 읽었다' 는 표현을 하고 나서 그 속뜻에 대해 자신의 의견들을 주고받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네요.
재미있는 글 읽고 리플 읽다보니 이래서야 웃으며 글 썼는데 빈정상할 것 같습니다;

'절제해야 사람이다', 지난 목-금-토-일 연휴 신나게 짐승처럼 놀기만 해서 왠지 더 마음에 콕콕 박히는 글이네요. 재미있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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