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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26 05:09:11
Name Alan_Baxter
Subject [일반]  동성애자 감독 김조광수의 영화 세계 - <소소만>부터 <두결한장>까지
‘김조광수’ .. 이 분의 이름을 PGR 분들은 한번쯤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조선명탐정, 의뢰인을 제작한 영화제작자로서,
디워 사태 당시에 100분토론의 출연으로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토론자로서,
나는 꼼수다의 문화/예술계 버전인 <나는 딴따라다>의 진행자로서,
그리고 동성애를 다룬 퀴어영화를 제작하는 동성애자 감독으로서 말이죠.

이번 게시물에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후 두결한장)을 통해 첫 장편 감독이 된 동성애자 감독으로서의 ‘김조광수’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PGR에 많은 게시물을 쓴 것은 아니지만, 제 게시물을 보신 이용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한 곳에 꽂히면 정말 제대로 파고드는 스타일입니다. 영화 볼 때도 아무리 ‘시간 때우기 영화’라고 해도 보고 어느정도 재미있으면 그 영화와 관련된 기사나 자료, 영화 속 장치의 의미나 관련된 영화를 찾아보고 파헤치지 일쑤인데,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또한 처음에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인줄 알고 봤다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와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고 자료를 찾아보다가, 그 분의 단편까지 모조리 섭렵하였습니다.

그래서 영화 한편의 게시물이 아닌 김조광수 감독 작품 전체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하는 게시물을 쓰게 된 것 입니다. 사실, 퀴어 무비는 대한민국에서 <후회하지 않아>(2006)가 5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한 것을 제외하고는, 잘 나오지도 않고 수면 위에 전혀 떠오르지 않은 주제인데요. 아직까지 많은 편견이 있고, PGR 이용자 분들 중에서도 꺼려하고 불편하신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 소개해 드리는게 어떨런지... 조심 스럽네요.

김조광수의 영화는 지금까지 총 4개 작품인데요. 10대 동성애자를 다룬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20대 동성애자를 다룬 <친구 사이?>(2009), 동성애의 아픈 현실을 다룬 <사랑은 100℃>(2010) 그리고 30대 동성애자를 다룬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입니다.

이 네편의 영화는 서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당연히 남자 동성애를 다룬 영화이며, 동시에 주인공의 이름은 모두 ‘민수’, 주인공의 애인의 이름은 모두 ‘석이’입니다. 모든 영화는 김조광수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며, 민수는 김조광수 감독의 ‘오너캐’(Owner Character, 자기 자신을 표현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민수는 약간 가냘프고 소년틱하지만, 석이는 남자답고 건장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모두 민수의 성장담을 그려내고 있고, 번외편인 <사랑은 100℃>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퀴어무비 주류 구성인 어둡고 칙칙한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밝고 유쾌한 측면을 많이 드러내고 있고, 즐거운 뮤지컬 요소(영화 중간에 공연이 나옵니다.)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김조광수 감독 첫 장편 <두결한장>을 제외하고는, 한편당 20분 남짓한 단편인데요. 짧아서 그런지 연속으로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단편 영화를 한편 한편 자세하게 정리해도록 하겠습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민수 : 김혜성, 석이 : 이현진)

10대 동성애자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성애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민수는 무표정의 무섭게 생긴 석이를 보게 되는데, 그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면서 벌어지는 민수의 심리(사실 석이와 민수의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10대 동성애자의 가장 큰 고민이 '네가 날 좋아할까?', '왜 자꾸 이 녀석에게 마음이 가는거지?' 라고 경험했고, 두사람 '만'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배우가 전혀 대사가 없고, 예지원씨가 천사(?)로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데, 솔직히 오글...거렸습니다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10여분 밖에 안되는 영화지만, 나름 반전도 있는게 특징인 영화입니다.


<친구 사이?>(2009)  (민수 : 연우진, 석이 : 이제훈)

20대 동성애자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군인이 된 동성애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20대 동성애자의 가장 큰 고민이 '군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군대에 가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 '부모님께는 애인을 뭐라고 소개해야 하는거지?' 인데, 그 고민을 영화로 풀어나간 것 같습니다. 군대간 민수의 애인 석이는 처음으로 민수를 만나러 면회를 갑니다. 애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던 석이는 깜짝 면회를 온 민수 엄마를 보고 깜짝 놀라고, 민수는 둘의 관계를 묻는 엄마에게 '친구 사이' 로 말하면서, 세명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전작이 두 사람만의 사랑을 다룬다면, 이 영화 부터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와 군인으로 둔 '여자' 두 사람 뿐이지만, 제목 처럼 애인을 친구 사이로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애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인으로 둔 여자와의 술자리 신을 통해 남녀와의 사랑과 게이의 사랑은 다를바 없다는 것도 담고 있습니다.

연우진씨와 이제훈씨의 배우 인생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서 중요하지만, 이제훈씨가 부담이 되는지 필모그래피에 이 영화를 뺐습니다.

<사랑은 100℃>(2010)  (민수 : 김도진)

이영화는 소규모 상영에 그친 영화로 앞의 두 영화와 달리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판타지가 벗겨진 느낌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순수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한 사건을 통해서 철저하게 흔들리고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렸을지 모릅니다. 청각장애인 민수는 같은 반 남자를 좋아하는데요. 목욕탕에서 때밀이 아저씨의 유혹에 이끌려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이를 통해 얌전하고 소심한 민수는 쾌활하고 발랄해지는데요. 어느때 처럼 목욕탕을 찾았는데, 때밀이가 어떤 남자에게 '게이 새X'라고 욕을 먹으며 맞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먹고, 달려 나갑니다.

  

이영화의 모든 초점은 마지막 폭행당하는 때밀이 사건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민수는 나는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당신은 나를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배신감, 게이라는 이유로 맞아서 나도 언젠가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사춘기와 결합되어 오히려 성장하는 민수가 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해석했냐면, 영화 상에서 동생은 비장애인이며, 여자와 사랑하는데 너무 전형적인 사랑으로서 연출되고 있는데 감독은 그의 사랑은 진정성이 없고, 민수의 사랑은 진정성이 있으므로 민수는 더 큰 사건이 있었지만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확신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김조광수 감독 영화 중에 가장 반응이 없고, 포스터도 없고, 관객수도 적고 특히 노골적인 신이 많아서 저도 넘기면서 보았는데, 보시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느정도 넘긴다면 많이 불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2012) (두결한장)   (민수 : 김동윤, 석이 : 송용진)



<두결한장>은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김조광수 감독 최초의 장편이자, 최초의 상업영화이자 앞의 모든 단편 작품을 아우르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봉한지 딱 사흘째 되는 최신개봉작입니다. 30대 동성애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30대의 가장 큰 고민인 '결혼 문제'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주요 스토리는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 같은 병원의 동료의사 민수와 효진은 서로의 간절한 소망을 위해 잠시 위장결혼을 하기로 한다. 밖에선 완벽한 신혼부부이지만, 옆집에 꽁꽁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 신혼 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 하지만 예고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민수의 부모님과 두 집 살림 때문에 위장결혼은 물론 사랑까지도 위태로워지는데……


메인 예고편

이 영화는 장편영화로 바뀌면서 규모도 커졌고, 출연 인물도 많아졌으며, 동성애자의 생활을 좀 더 심도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담 스러울 정도로(?) 여성적인 'G 보이스' 라는 합창단 멤버는 이 영화의 조연이면서 동시에 주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메인 주제는 30대로서가 아닌 한 동성애자로서 '편견 투성이인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고, 앞에 말씀했다시피 모든 단편을 아우르고 있는데요. 첫눈에 반한 모습은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서, 어머니께 동성애자로 인정받는 모습은 <친구 사이?>에서, 사건으로 인한 성장은 <사랑은 100℃>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식이 예전보다 조금 달라졌다고는 여전히 손가락질 받는 현실에서 그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죠. 이야기 진행에서 초보 감독티가 나고, 구멍이 약간 보이고 특유의 유치한 연출법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고, 러브씬이나 키스씬에서는 다소 눈살이 찌푸려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 영화를 보시는 일반 관객분들께서 영화 상영 106분 동안이나마 그들처럼 동성애자가 되어, 편견을 조금이나마 체험해보았으면 하는게 감독의 의도인 것 같고 저도 보면서, 편견이 많이 없어지면서 동시에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좋았네요. PGR분들도 불편한 부분은 저처럼 눈을 돌리셔도 무방하니 한번 보셨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김수광조의 영화 세계를 알아보았는데요. 모든 영화는 김수광조 감독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데, 자신의 삶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자체가 약간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40대 동성애자 영화는 미스터리 법정 드라마라고 하네요. 석이는 초반에 죽는 역할이로 석이를 사랑했던 20대 변호사 여자와 40대 민수가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어떤 영화일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



PS. <친구 사이?>는 19세 관람가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취하 소송을 통해 19세 관람가 판정이 무효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영화는 <사랑은 100℃>가 등급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15세 관람가입니다.

PS2. 모든 분들이 보실 수 있는 게시물이므로, 표현에 있어서 조심했으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PS3. 한 감독 혹은 한 시리즈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게시물 또한 쓸테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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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6 05:3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두결한장 보고싶어 졌습니다!!
거북거북
12/06/26 05:42
수정 아이콘
근데 이런 분들은 주민등록증 상의 성도 김조 로 들어가있나요?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어떤날
12/06/26 07:30
수정 아이콘
좀 딴 소리지만.. 성 두개 같이 쓰는 건 2000년대 초중반 페미니즘이 갑자기 확 커지면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와서 다시 성 하나만 쓰는 건 좀 아니려나요 -_-a

사실 뭐... 이런 걸 보면서 편견을 없애야 할 분들은 오히려 질색하고 안 보죠. 특별하게 봐달라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봐달라는 것일 텐데도 그게 참 어렵나 봐요. 특히나 남자분들은 괜히 이런 거 보면 같은 부류로 보이게 될까 봐 불편해하는 것도 좀 많을 거 같구요. 크크 저도 퀴어무비는 예~전의 로드무비 빼고는 본 게 없는데.. '두결한장'은 한번 보고 싶더군요. 얘기 나온 김에 좀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평의K
12/06/26 08:10
수정 아이콘
사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없는데, 이 양반에 대한 편견은 있습니다.

그동안 해 왔던 발언이나 행동들이 거슬리는게 은근히 많다보니...

그래서인지 이 양반 영화는 볼 일은 없겠군요. 다만, Alan_Baxter님의 좋은글은 감사합니다.
12/06/26 08:48
수정 아이콘
근데 두결한장 평이 좀 안좋더군요;;;

좀 심하게 말하면
퀴어 영화를 심형래가 만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평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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