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7/27 23:39:09
Name Depi
Subject [일반] 안철수 현상에 대한 짧은 생각

안철수가 현재 야권에서 대권주자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겁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안철수는 서울시장 후보 양보, 재산 기부, 힐링캠프 출연 등으로 그 바람이 수그러들때 즈음이 되면 절묘하게 전면에 등장하여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대세론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지요. 이만한 인지도와 파급력은 야권 그 어느 누구도 갖지 못했던 것이며, 특히 최근 힐링캠프 출연에서 “국민의 생각을 듣고 출마를 결정하겠다”는 발언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야권에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등이 대권 후보로 도전하고 있지만, 그들이 안철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다소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안철수와 어떠한 관계를 맺어나갈지는 두고 볼 문제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정파를 떠나서 ‘안철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그를 대선에 출마하게 만들 것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안철수는 박근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선거의 여왕은 안철수가 난감하다

박근혜를 수식하는 말 가운데 ‘선거의 여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가 전면에 등장한 선거에서 거의 불패에 가까운 전적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장 근래의 4.11 총선에서도 박근혜의 힘 덕분인지,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제 1당에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의 ‘정치력’을 상징하는 것은, 사실 이 선거를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박근혜가 자신의 표를 관리하는 능력은 분명 아버지의 후광이라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분명 박근혜가 수하 - 친박연대에서부터 당내 반박세력까지 -를 관리하는 방법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며, 결국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놔두지 않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죠. 친박연대가 분명 국회의원과 권력이라는 자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집단인 것은 맞지만, 그 연대력은 박근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더구나 그들의 지원을 받아서 고고한 공주님이 가끔씩 서민 코스프레도 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미지를 관리해나가는 과정들을 보면 박근혜 본인의 이미지관리나 친박연대의 서포트가 상당히 훌륭하다고 봅니다. 분명, 박근혜는 ‘자신의 표’를 잃지는 않을거에요.

하지만 자신의 표가 아닌 표를 끌어들이는 능력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박근혜의 확고부동한 표가 전체 국민의 20~25% 가량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원래 계산대로라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전체국민의 40~50%를 제하고, 부동표 가운데 사표 방지심리나 대세를 따르는 식으로 박근혜를 찍을 인구를 생각해보면 박근혜가 넉넉하게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안철수라면 달라집니다.

안철수는 부동표는 물론이고,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국민들을 끌고 나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컴퓨터 백신 개발자, IT회사 CEO, 대학 교수 등을 거치며 안철수가 쌓아온 인지도가 탄탄하다는 점, 그리고 그가 지금껏 보여준 언행 - 특히 청춘 콘서트나 각종 예능프로에서의 - 이 이런 부동표에게 어필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는 보수쪽의 표도 상당히 끌어올 수 있는 후보에요.

따라서, 안철수와 박근혜가 대결하는 구도로 가면 대선은 박빙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이미지 관리나 수첩에 적힌 메모를 보고 자신이 해야할 말을 기계적으로 읊어대는 것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요. 결국 자신을 노출해야한다는 얘기인데, 박근혜의 경우 그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공주님이라는 신분상의 한계(?), 서민 생활을 모른다는 것, 국정철학이나 견해를 밝히는 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힌다는 점 등등. 이런 점에서 안철수는 어느정도 박근혜를 앞설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안철수의 문제점이라면 당연하게 이어지게 될 새누리당의 정치적인 공세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느냐입니다. 대선은 개인 대 개인의 대결로만 국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혹여 안철수가 대선에 나온다면 (아무리 호구같고 정체성도 희미하며 이번 대선 지나면 없어질 것이 유력하다고는 하지만) 민통당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철수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는 어쨌든 민통당이 최대 변수가 될 겁니다.

민통당이 힘을 빌려주기는 할까? 민통당이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원만하게 협력이 이루어질 것인가? 민통당의 호구짓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지금껏 보아온 민통당의 행보나 능력으로 보아서 이러한 문제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관리를 안철수가 어떻게 해내느냐가 대선에서의 승패를 가르겠지요.


안철수가 진짜 위험한 이유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대통령’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다시피, 안철수가 정치판에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 정치 능력에 대한 검증 등등이 문제가 될 수 있긴 하지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위험한 진짜 이유를 다른 데에서 찾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안철수를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그에게 걸렸던 기대와 좌절을 예로 드시는데요, 물론 전격적으로 인기 몰이를 한 점, 같은 영남 출신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보다 안철수를 오바마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4년전, 오바마는 ‘HOPE'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인기몰이를 했고, 진보와 보수, 나아가 전 세계를 아우르며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대통령에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그 인기가 시들해진 느낌입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부시가 한 삽질을 확실하게 메우지 못한 점, 의료보험법 개정에 실패한 것 등등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어가면, 희망으로 대표되는 오바마의 이미지에 미국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을 투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오바마라는 희망의 아이콘에,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투영했습니다. 경제 문제 해결, 군사적 안정, 복지시스템과 인권 문제 등등. 하지만 오바마가 그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있는 슈퍼맨은 결코 아니죠. 개인적으로 봤을때,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써 최선의 정책들을 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죠. 언제나 기대는 현실보다 한참 위에 있는 법입니다.

안철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기대를 받지 않는 대통령이 어디있겠냐만은, 이명박 대통령 시대 이후,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헤쳐나가야할 현실은 너무 가혹한데, 안철수에게 걸리는 기대는 한없이 높을 것입니다. 나아가 앞서 얘기했다시피, 안철수에게는 정치적 세력 기반도 확실하게 다져지지 않았지요. 만약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오바마의 케이스처럼 내부에서 그의 정책을 막는 통수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실망하게 되겠죠.

안철수에 걸리는 그 무한한 기대들을 보면서, 안철수가 짊어져야하는 기대의 무게들을 보면서 저는 안철수 바람이 품고있는 위험을 봅니다.


위험하지만 기대하게 만드는, 안철수의 ‘공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앞서 선거 공학적인 측면에서 안철수의 당선가능성 어쩌구를 이야기 했지만, 현 시점에서 박근혜를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보기 때문이죠. 나아가 안철수라면 만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나가 열심히 한다고 인정할만한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다.

안철수가 내 건 키워드는 ‘공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공감하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고. 개인적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그의 생각보다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가 공감을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웠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봅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해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그 어떤 정치인이 '공감‘을 화두로 내걸었습니까? 우리가 봐온 안철수는 그 말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공감하려는 노력 자체를 잊어버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에게 걸리는 국민들의 무한한 기대가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면, 그래서 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혹여 그가 그에게 주어진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그를 뽑은 의의를 찾지 않을까, 싶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7/27 23: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어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각종 자신의 이상적 정치인상을 투영하는감이있죠.
물론 안철수씨도 그걸 알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게 무엇인가를 끈임없이 살펴보고, 이를 국민에게 확인시키는 점이
안철수 신드롬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다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지라...그 점이 많이 우려되긴 하지만...일단 지켜보고는 싶은 인물은 확실한듯 싶습니다.
레몬커피
12/07/27 23:59
수정 아이콘
현재 안철수에게 걸린 기대가 너무 크다는 데에 공감합니다. 저는 안철수의 비전 이전에 현실적으로 당장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현 국회 상황에서 일을 잘 처리해나갈수있을까 자체에 굉장히 부정적이긴 하지만 설사 잘 처리해 간다고
하더라도 그가 책이나 예능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분야가 이상적으로 술술 풀어질리는 없죠. 모든 분야는 커녕 현실적으로
다른건 현상유지만 하면서 몇가지만 확실히 개선해도 대단한 거지만 현재 안철수 인기의 원천인 기대감은 그 정도가 아니
라고 생각합니다...저는 결국 정말로 대선에 나오게 되면 토론회 및 검증 과정에서 지지율은 떨어지리라고 생각하고요.
아레스
12/07/27 23:59
수정 아이콘
저는 안철수가 대선에 나온다면 너무나 감사할것 같습니다..
타테시
12/07/28 00:09
수정 아이콘
정치판이 많이 바뀌어서 안철수의 정치력 부재 이런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등장시기에는 삼김시대가 막 막을 내리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정치력 부재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그로 인한 문제점이 참여정부 내내 작용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제 삼김시대가 끝난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고,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서도 새로운 느낌을 원하고 있죠.
안철수가 가고자 하는 방향 자체는 너무나 좋고, 그게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하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몽키.D.루피
12/07/28 00:12
수정 아이콘
안철수가 야당단일후보로 나온다면 무난하게 이길 거 같네요.
박근혜가 이길 방법은 안철수가 안 나오거나 야권을 분열시키는 겁니다. 근데 야권이 분열되기 전에 여당이 분열될 판이죠. 만약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아마 역사상 가장 무난한 야권 단일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김문수, 임태희 같은 비박 경선후보들, 이재오, 정몽준 같은 비박들의 의중입니다. 지금처럼 박근혜가 흔들린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비박계열은 차라리 박근혜가 대선에 지길 바랄지도 모릅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유일무이한 슈퍼파워가 된다면 그 다음에 기다리는 건 숙청이거든요. 아마 비박들은 모두 당내 허수아비로 전락할 겁니다. 하지만 박근혜가 떨어지고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책임론을 물어 당권을 다시 가져 올수 있다면 비박 계열, 친이 계열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습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으로 여전히 의회권력은 쥐고 있거든요. 그래서 박근혜가 더 흔들린다면 필패론을 들고나와서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12/07/28 00:23
수정 아이콘
정치력이고 뭐고 간에 선거가 정치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저는 사고 싶은 물건 살래요.(차악이고 뭐고 사기 싫은건 안살래요. 내가 왜 그런 스트레스를 뭣하러 받아야해!) 그러니 나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꾸벅
포포리
12/07/28 00:25
수정 아이콘
안철수씨가 출마한다면 음... 솔직히 정치적인 능력에는 확신이 서질 않는 군요.
현실정치를.. 나라를 이끌어나가는일을 잘해나갈수있을까 하는 걱정뿐이네요.
그래서 제 표는 아마 문재인씨를 찍게 되지 않을까하네요.

개인적으로 안철수씨는 영향력있는 논객정도로 포지션을 유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허상이든 이상이든 정치에 관심없는 젊은층의 눈길을 돌려주는 역할만 하셔도
이 나라에 충분히 도움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DarkSide
12/07/28 02:15
수정 아이콘
뭐 ... 솔직히 안철수 원장님 (교수님) 이 아무래도 학자 스타일, 기업가 CEO 스타일 이다 보니까
정치력이나 정치 능력 면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이신 박근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에 비해서 뒤쳐지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

그래도 저는 이상하게 안철수 원장님 (교수님) 의 말에 자꾸만 끌리더군요 ...
아무래도 저는 "박근혜 대통령 (귀족 공주님) 이 이끄는 5년 간의 한국" 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게 들다 보니까 ...
kleingeld
12/07/28 00:40
수정 아이콘
안철수 원장에게 필요한게 정치적인 세력이라는 건 공감합니다.
다만 그 정치적인 세력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아닌 다수의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그 뒤를 받쳐주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안 원장도 그걸 바라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민들에게 먼저 지지여부를 물어보는 것도 결국은 국민들 위에 서는 지도자가 아닌 대표자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너무 무관심하고 그려려니 하던 사람들에게 다시 국가는 정치인들에게 휘둘리는게 아닌 국민들이 만들어나가야 한다는건 각인시키는 대통령이 될것 같습니다.
일찍좀자자
12/07/28 00:47
수정 아이콘
안철수가 지지기반이 없다보니 정책을 추진해가는 힘은 없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주변인사들의 비리, 자기 세력을 위한 정책변경은 없을 것 같아서
5년동안 큰 삽질은 안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큽니다.
영원한초보
12/07/28 00:47
수정 아이콘
책사서 읽었는데 특별히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 조차도 잘 얘기 못하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이죠.
제 생각과 99%일치하는 책을 보고 안철수를 100%이해 할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졌네요.
12/07/28 01:04
수정 아이콘
제가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공감'의 정치학을 공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름 재밌는 역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의 '공감'의 정치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또다른 엘리트주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너무 완벽한 사람이라는 거죠. 심지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전방위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지방대생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한다? 저는 그가 진심으로 공감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서 저는 안철수를 공감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준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거라고, 아니 그래도 저는 그리 되기 힘들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세상의 한명이 다른 사람들을 다스려야한다면 그같은 사람이 다스려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그래서도 안되는, 그러면 사단이 나는 세상이라고 봅니다. 물론 '공감'만으로 세상의 문제들이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와 전혀 별개로 일반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태평성대를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습니다. 늘 사회는 새로운 구성원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일반인들은 꿈꾸지 못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잘 이끌어서 '민초'들은 그저 정치란, 리더란 저런 사람이 하는 거고 나는 그저 배부르고 등따시면 된다는 '고복격양'식의 '정치의 축소'를 반대합니다. 사회가 더 훌륭한 구성원들을 재생산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안철수같은 사람이 대를 이어 꾸준히 나와주기만 한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역사는 그런 기대는 충족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만큼 '대통령 안철수'의 행정력이 미미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다만 그가 너무 너무 엘리트라서 저는 그가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는 대선 후보군 중에서 가장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냈다고 봅니다. 누군가는 밀당이라고들 하지만 의도했든 아니든 안철수는 무릎꿇고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이제 안철수는 다 봤으니 다른 후보들의 준비도 한번 보고 싶네요. 특히 아무것도 보여준 적 없이 대중들이 찾아낸 문재인 후보의 생얼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앉은뱅이 늑대
12/07/28 01:29
수정 아이콘
정치는 생물이라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만 지금 상황으로만 추측해 보면 결국 안철수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누누이 얘기하지만 박근혜는 별로 무서운 존재가 아니죠. 야당의 입장에선 2007년 이명박보다 훨씬 쉬운 상대입니다. 야당이 대선에 진다면 박근혜에게 지는 게 아니라 야당이 제대로 된 후보를 못냈기 때문에 지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의 능력에 요즘 회의가 드네요.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바라는 게 많다기 보다는 야권에 바라는 것이 많지만 야당에서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결국 안철수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더 높아지는 거.

안철수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오바마의 딜레마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노무현의 딜레마도 오바마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었죠.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기득권 세력이 갖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죠. 기득권 세력은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항상 큰 줄기를 맞춰 나갈 수는 있습니다만 반기득권 세력은 여러가지 다양한 스탠스의 세력들이 반기득권이라는 기치 하에 봉합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갈등의 조정은 숙명처럼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거죠.
up 테란
12/07/28 01:32
수정 아이콘
공약이나 정치철학, 역량으로 대통령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나 되라는 사람이 비투표자로는 전 유권자의 40%이고, 그냥 차악이나 뽑자, 애라이 모르겠다 이사람이나 뽑자 하는 사람까지하면
반이 넘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새누리당 찍을 사람은 누가 나오든 뭐를 하든 새누리당 찍을거고 민주당 찍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노무현이 그랬듯이 선거의 혁명(?)은 센세이션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공약집 읽고 결정하지 않아요.
우와 이사람 요즘 짱이래 하는 바람이 불면 새누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문재인과 안철수가 인격이 어떤지 정치기반이 어떤지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문재인으로는 박근혜를 이길 바람을 못만들듯 싶습니다. 안철수는 가능할거라 보구요.
대통령 되고나서의 걱정은 나중에 두고 보는 것이지요.
적어도 우리나라가 박근혜같은 독재 귀족이 다스리는 국가는 아니라는것쯤은 증명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2/07/28 02:40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박근혜씨에 대해 전반적으로 말하는 글과 댓글을 보고 싶은데;;;

어떤 특별한 이슈없이 일반적으로 논하는 글은 없는거 같군요
저글링아빠
12/07/28 02:54
수정 아이콘
박근혜 의원은 정치에 노출된지 아주 오래되었으니까요. 오해도 엄청나게 많긴 한 건 사실입니다만, 이제와서 그걸 설명하고 있는 건 피차 피곤한 일이죠. 물론 새누리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탓도 있겠습니다만 주된 이유는 저걸 겁니다.

전 오히려 안철수 원장이 책을 낸 이후 대선 출마 선언 - (아마도 있어야 할) 민통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까지의 기간에 안원장님이 어떤 로드맵을 밟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게 신기합니다. 남은 시간을 아무리 따져봐도 딱히 이거다 싶은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데 말이죠. 3개월 정도는 뭘 하기엔 너무 짧고, 책까지 내놓고 아무것도 안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죠.
포켓토이
12/07/28 09:14
수정 아이콘
안철수 원장의 스타일이나 행보를 보면 세종대왕의 일화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굉장히 강합니다.
둘다 엄청난 천재라는 점도 그렇지만...
압도적인 지지율에 눈이 멀지 않고 돌다리를 두드리듯 천천히 천천히 일을 진행시키는 모습이
정말 신뢰가 갑니다. 그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많지만...
다만 임기가 달랑 5년뿐인 대통령으로서 그런 식으로 매사를 진행한다면 임기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많이 의문이 가긴 합니다. 미국처럼 8년만 되도 세종대왕처럼 천천히 국민들과
공감하고 의견 수렴하면서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최종적으로 큰 결과로 내놓는게 가능할텐데 말이죠.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대수혜자는 그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안철수는 임기내내 국민의견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성과는 그 다음에 나오겠죠.
아마 안철수 본인도 자신을 그런 포지션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개조가 5년안에 가능하진 않을테고.. 10년이나 15년쯤 걸린다고 봤을때
그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제가 안철수를 신뢰하는건 안철수라면 자기 임기내 뭔가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을 대통령이 될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무리수를 많이 뒀어요. 아마 안철수가 기자실 없앤다고 하면 온갖 조사하고 의견수렴하고
적어도 1~2년 이상 시간텀 두고 천천히 일 진행해서 없앴을걸요? 그렇게 없앴다면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았을겁니다.
3시26분
12/07/28 09:46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글입니다. 잘 읽었어요.
만약 안원장님이 당선되신다면, 노무현 대통령님의 한계를 극복할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NeVeRDiEDrOnE
12/07/28 10:58
수정 아이콘
저는 안철수씨의 당선 혹은 그후 성공 여부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 경험이 되지 않겠나 생각입니다. 오바마는 상의원 경력이 있었는데도 선거운동중 경험부족을 끊임없이 지적받았죠. 안철수씨가 시대나 대중을 읽는 능력은 비교불가하게 탁월할 수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반대파도 움직일수 있어야하는 세력싸움 테크닉으로 전환될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선거전에는 새누리당이 대놓고 대의명분 무시를 하지 못하지만 후엔 생까기 시작하겠지요. 그러면 오바마 선거전략팀처럼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을텐데 경제난의 미국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는 하늘의 뜻이겠지요.

아직은 새누리당이 "신비주의전략이다"수준의 불안감조성에 그치고 있지만 나중 분명히 시작될 공세를 잠식시킬수 있을 정도로 장악력을 안교수가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정도로 정치실제경험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물들지 않은 번혁을 이뤄낼 수 있을거로 기대되고요. 그런 면에서 eLeejah 님과 Depi 님이 말씀하신 독재적인 성향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슬려서 정화시키기엔 우리정치 너무 썩었어요.

대세를 타고 당선이 된다해도 임기가 길어질수록 대중이 실증내는것은 오바마 임기에도 보이거든요, 하물며 행정정치 주의 박원순시장도 당선전 경험이 더많은것 같기도 하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9187 [일반] 내일 있을 안철수교수의 결정에 대한 소고. [36] 삭제됨4804 12/09/18 4804 0
39183 [일반] 안철수는 왜 시간을 끌고만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44] SkPJi6019 12/09/17 6019 0
39182 [일반] 안철수 19일 대선출마 입장발표(연합뉴스) [57] 방구차야7778 12/09/17 7778 0
39082 [일반] 안철수 원장이 사실상 출마를 선언 한 거 같습니다. [78] 친절한 메딕씨8473 12/09/11 8473 0
39065 [일반] 문재인 다자구도 처음으로 안철수와 오차범위 & 강기갑 대표사퇴와 정계 은퇴 [48] 어강됴리8020 12/09/10 8020 0
39033 [일반] [정치] 안철수교수는 말 그대로 호출로서 출마를 하게 될겁니다. 국민보다 정치인들에 의해 [32] 관리지5788 12/09/06 5788 0
39024 [일반] [속보] 안철수 측 "박근혜 대선기획단 불출마 종용" [311] 구경만1년14253 12/09/06 14253 1
38987 [일반] 안철수 교수는 과연 대선 출마를 하게 될까요? [86] 설탕가루인형형8903 12/09/03 8903 0
38735 [일반] 네이버의 언론 역할에 대한 공정성은? (안철수 룸살롱 관련) [105] 아르바는버럭6461 12/08/21 6461 1
38520 [일반] 안철수의 혁명, 노무현의 혁명 [47] bachistar6803 12/08/08 6803 0
38430 [일반]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1호 법안과 안철수의 최태원 탄원서(퍼옴 by 길벗) [35] 미래소년유업5580 12/07/31 5580 0
38421 [일반] [정치]리서치뷰, 양자대결 안철수 57.1% VS 박근혜 40.1%(그런데 함정이...) [18] 아우구스투스6050 12/07/31 6050 0
38359 [일반] 안철수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 [30] 타테시9347 12/07/28 9347 1
38356 [일반] 안철수 현상에 대한 짧은 생각 [26] Depi4527 12/07/27 4527 0
38342 [일반] 안철수 [49] 김치찌개10438 12/07/27 10438 2
38321 [일반] 안철수의 가능성 [33] 김태소6202 12/07/26 6202 1
38310 [일반] [잡담] 안철수, 브루스 웨인 그리고 심여사... [15] 언뜻 유재석5587 12/07/25 5587 6
38303 [일반] [서평] 안철수의 생각 [42] Toppick12901 12/07/24 12901 2
38291 [일반] 힐링캠프 '안철수편'을 보고... [190] 하얀그림자14983 12/07/24 14983 2
38255 [일반] '안철수의 생각'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7] 타테시8271 12/07/21 8271 0
38224 [일반] 안철수 원장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 가져와 봅니다. [4] eLeejah5759 12/07/18 5759 0
36748 [일반] 안철수 “대선 출마 마음 굳혔다” [88] 마빠이9855 12/04/16 9855 0
36631 [일반] 내 멋대로 예측하는 안철수 [21] 가라한3668 12/04/12 366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