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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17 06:08:03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낙동강 - 13. New Korea는 없다


8사단을 1군단에서 2군단으로 배속 변경한다.
3사단에 배속 중인 10연대(뭔 고생이여 ㅠㅠ)를 8사단으로 원대복귀시킨다.
신편 7사단의 주력을 8사단에 배속한다.

작전국장 강문봉은 3군(육해공-.-) 총사령관 정일권에게 이렇게 자신의 구상을 밝힙니다. 정일권은 이를 "육본이 취할 수 있는 맥시멈의 조치"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특히 첫번째의 경우 1, 2군단 사이가 뚫린만큼 누가 이 지역을 맡을 것인지의 문제가 나온 것이었죠. 당시 1군단은 경주까지 뚫고 내려오는 적을 맞아 바쁜 상태였고 8사단을 도울 수 없었습니다. 8사단이 위험해진 것에 1군단의 책임도 크구요. 지휘의 일원화를 위해서 8사단이 1군단인지 2군단인지는 중요했습니다. 정일권은 2군단을 선택합니다. 9월 5일부로 제 166호 작명이 2군단장 유재흥에게 전달됩니다. 그는 이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작전국장 강문봉 대령을 하양의 2군단 사령부로 급파했다. 군단장 유재흥 장군에게 육본작명 166호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문서명령의 시간 여유가 없는 탓이기도 했으나 시간 여유가 있었어도 작전국장을 보냈을 것이다."

유재흥은 9월 5일 6사단을 방문하고 오던 길에 급보를 듣습니다. 거기다 8사단이 2군단에 배속됐다는 말을 듣게 됐죠. 영천 전투의 향방이 그의 손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곧 1, 6사단장 백선엽, 김종오 준장을 부릅니다.

"적의 주공이 영천 정면인 것은 이미 명백해졌다. 영천을 황복해야만 1사단과 6사단의 전선도 건제할 수 있다. 적은 이번 공세에서 이미 약화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병력을 전용해 중점적으로 집중 사용한다면 적을 격퇴할 수 있다."

백선엽과 김종오는 당연히 반대합니다. 8월 공세의 주공은 자기들 쪽이었고 9월이 돼서도 여전히 무섭게 공격해오고 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거기다 자기 병력이 줄어드는 걸 좋아할 지휘관은 없죠.

"적의 주공이 영천 정면이라는 것은 이미 명백한 사실로 된 이 마당에 우리가 주저하다가 결국 적의 술책에 바지게 될 것이다. (중략) 그러니 양개 사단에서 1개 연대씩의 병력을 차출하는 것은 도박이 아니다. 적은 이번 공세에서 이미 약화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병력을 전용하여 중점적으로 집중 사용한다면 기필코 적을 격파할 수 있다."

더 이상의 반대는 없었고 1사단에서는 11연대, 6사단에서는 19연대가 영천으로 이동하게 됐죠.

당시 적 15사단은 73 독립연대와 103 치안연대가 배속돼 있었습니다. 훈련도 문제는 피할 수 없었지만 최대한 있는 병력을 집중한 것이죠. 포도 이리저리 긁어모아 166문을 보유하고 있었죠.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아군도 최대한 많은 병력을 모아놔야 했습니다.

또 필요한 것은 전차였죠. 이것도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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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에 미 8군 사령부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립니다. 데이비드슨선으로의 철수 문제였죠. 격렬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를 잠재운 것은 워커였죠. 하지만 그 역시 상황이 그 정도로 어렵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 했던 모양입니다. 다음 날 대구의 미 8군 주지휘소와 육본이 부산으로 옮겨갔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3일부터 9일까지 날씨가 계속 안 좋았다고 합니다. 북한군의 전차는 적었지만, 공군이 제대로 뜨지 못 하면서 마음놓고 운용할 수 있게 됐죠. 국군의 대전차전 경험과 무기가 좋아지긴 했지만 역시 상대하긴 힘들었습니다. 전차를 상대하려면 역시 전차가 있어야 했죠.

유재흥은 곧바로 미 1 기병사단장 게이를 찾아갑니다. 전차 1개 소대, 5대만 달라는 것이었죠. 그들도 한창 밀리고 있던 상황, 게이는 어렵다는 말을 하면서 계속 후퇴할 거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유재흥은 이렇게 대답했죠.

"더 이상의 후퇴는 없습니다. 전차지원이 곤란하다면, 나는 전차 대신 직접 선두에 서서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게이는 여전히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만 답 했죠. 유재흥은 이번엔 미 8군 사령부로 갔고 워커를 만나 역시 전차를 지원해 달라고 합니다. 워커는 게이와 다시 얘기하라고 했죠.

그는 하릴없이 군단 사령부가 있는 하양으로 돌아옵니다. 이 때 정일권은 유재흥에게 말을 들은 후 워커를 직접 찾아가 이런 게이 자식이 있냐면서 악다구니를 질렀다고 합니다. 워커는 정일권에게 이런 면이 있나 하고 감탄하며 즉시 게이에게 직접 전화해서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식 전사에는 이런 말은 없이 그저 유재흥의 호소로 다음 날 전차를 지원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한 날짜도 실제 받은 날은 6일이지만 정일권은 8일로 말하고 있죠. 이러니 신빙성은 적지만 유재흥이 정일권에게 했다는 말을 옮겨 봅니다.

"정말 내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하고 서글퍼지더군요. 명색이 군단장이면서 전치 5대를 구걸했다가 거절당했으니 말입니다......" (중략) 폐부를 찔러오는 말이었다. 나 역시 가난한 지휘관의 하나임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서글퍼지는군요 -_-a

미군으로서도 이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수도사단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동해안이 다시 뚫릴 위기에 처한 것이니까요. 미국의 공식 전사에서는 이 때를 이렇게 말 하고 있습니다.

"적의 이 공격은 제 8군을 쇠뭉치에 얻어 맞은 것처럼 놀라게 만들었다."

워커는 급히 미 24사단 21연대를 주축으로 잭슨 특수임무부대를 편성, 경주 북방에 투입합니다. 짜증날만 하긴 했습니다. 국군이 계속 밀리고 있던 상황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영천에서도 증원군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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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rmy.mil.kr/history/낙동강방어선작전/ppt/5-26/기복.htm


수도사단은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특히 4일 사단 전방지휘소가 적에게 공격당해 송요찬 사단장과 휘하 참모들이 흩어져 피신해야 했죠. 5일에야 겨우 경주에서 모여 제 기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방의 부대에게 후퇴명령을 내렸으니 제대로 됐을리가요. 저번 편에서 너무 간단한 명령을 내린 것을 까긴 했지만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긴 합니다.

17연대는 경주 북쪽 곤제산에 투입됩니다. 18연대는 예비로 있다 운제산으로 공격해 오는 적을 상대하게 되었죠. 이에 따라 1연대에게도 후퇴 명령이 떨어집니다. 이미 적의 침투가 계속돼 포위돼 가는 상황이었죠.


"이 곳에서 내려가면 어디서 싸우느냐? 여기가 마지막으로 죽을 진지다."

헌데 1연대장 한신은 전혀 다른 판단을 합니다. 더 이상 후퇴하면 더 밀린다는 생각이었죠. 더 이상 통신이 안 돼 연락기로 직접 두 차례나 후퇴 명령서를 떨어뜨렸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하긴 사단장에게도 개긴 깡인데요 (...)


포항에 있던 3사단 역시 수도사단이 후퇴하면서 포위될 위기에 빠집니다. 적 5사단은 강하게 밀고 내려왔고, 사단장 이종찬은 포항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 형산강 남쪽으로 후퇴합니다. 문제는 배속돼 있던 10연대를 6일에 원래 소속부대인 8사단으로 원대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죠. 이종찬은 22연대가 교대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10연대장 고근홍은 야간에 떠나 버립니다. 이렇게 방어선에 구멍이 생기면서 3사단은 뒤로 물러나야했죠. 여기에 급히 처치 특수임무부대가 투입됩니다. 기존의 잭슨 TF에서 2개 연대로 강화된 부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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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rmy.mil.kr/history/낙동강방어선작전/주요전투/영천/요도1.htm

9월 4일, 동쪽을 맡았던 8사단 16연대는 적의 포격과 전차에 밀리면서 영천으로 철수합니다. 영천에서 재편 후 다시 방어선에 투입됐지만 적은 아군의 방어선을 돌파, 영천을 점령했죠. 북쪽에 있던 21연대와 5연대는 적 가운데 남겨졌고, 사단과의 통신이 두절됩니다. 5연대는 영천으로 적중 돌파를 감행했죠.


그리고 21연대장 김용배는 현재 진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적도 영천으로 계속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영천을 점령한 적은 곧 남쪽으로 진군했지만 북쪽에서도 여전히 돌파구를 확대하기 위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죠. 여기에 서쪽에서는 적 8사단이 아군 6사단을 뚫고 영천으로 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군도 오고 있었습니다. 11연대와 19연대가 미군 전차 5대와 함께 오고 있었고, 남쪽에서는 후퇴한 5, 16연대와 함께 10연대가 돌아와 방어준비를 하고 있었죠.

이들이 도착하면서 아군은 병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하지만 화력은 북한군이 강했죠. 아군은 부족한 화력을 비 속에서도 목숨 걸고 출격하는 공군에 기대고 있었고, 적은 독전대를 편성해 악착같이 밀고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영천 전투가 절정에 달했던 7일, 미 합참은 새로운 계획을 타진합니다. New Korea 계획이었죠. 정부와 군대를 포함한 62만명을 미국령 사모아 제도로 철수시켜 새로운 한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은 계획 단계였지만, 언제 실행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일단 한국의 반대를 고려해 직접 말 하진 않았지만, 워커는 정일권에게 이 사실을 귀뜸해 줍니다. 영천을 탈환하면 이 계획을 백지화 할 수 있겠냐고 묻자 워커는 이렇게 대답했죠.

"물론이다. 영천만 되찾는다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건 영천을 돌파한 적이 어디로 진격할 것인가였습니다. 유재흥은 경주를 선택합니다. 영천과 경주 사이에 있는 아화 고개에서 적을 막고 증원군으로 적을 포위한다는 것이었죠. 적이 어디로 향하는 것이 밝혀질 때 개전 이래 국군이 벌이는 최대 규모의 작전이 벌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적이 아군을 뚫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적의 계획은 돌파구를 확대하고 최대한 남하해 아군을 격파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죠. 반면 아군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잘 막아낸다면 반대로 아군의 포위망에 갇힌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누가 더 정신을 차리느냐, 누가 더 적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리느냐, 누가 더 빠르게 많은 병력을 동원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이대로 뚫리느냐 막느냐에 한국의 운명이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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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2/09/17 06:15
수정 아이콘
짜..앏다? 흐으
중간에 엔하위키 링크 깨졌어요 ㅠ

숨막히는 순간이군요
Je ne sais quoi
12/09/17 09:0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 크롬에선 전선 배치도가 안 나오네요 -_ㅜ
12/09/17 11:19
수정 아이콘
하마터면 태평양 섬나라에서 태어날 뻔했네요;;;

사모아에서 태어났으면 WWE 레슬러 될 수 있었으려나 ㅡ,.ㅡ
blue wave
12/09/17 12:4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다부동과 영천 전투.... 대한민국의 국운을 갈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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