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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5 15:27:17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휴전과 고지전 - 완. 전쟁이 멈추다


6.25, 한국전쟁에 대한 정의는 꽤 갈리는 편입니다. 내전설부터 세계대전설까지 다양하죠.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는 이념으로 갈라져서 남북간의 갈등과 남북 안에서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방아쇠를 당긴 건 김일성과 소련, 중국의 계획이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나가면서 미영프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진영은 소련과 전후 땅따먹기를 합니다. 유럽에서는 서로 이 협정을 최대한 지킵니다. 유럽은 전후 재건이 우선이었고, 미국도 소련이 보여준 기갑웨이브를 두려워 했습니다. 소련도 그게 중요했으며 정면으로 붙어도 안 될 거라 생각했죠. 전쟁에 지칠만큼 지쳤고, 상대가 너무 강하다는 걸 알기에 냉전이 시작된 것이었죠.

헌데 한반도는 조금 달랐습니다. 38선으로 나눴지만 남북 모두 통일은 당연하다 생각했고, 유럽에 비해 관심이 덜 한 곳이었죠. 김일성은 이를 이용, 내전이니만큼 미국이 전면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 설득했습니다. 이 점이 소련이 마지막까지 직접 개입하지 않은 이유죠. 상대 나와바리는 욕심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고 내전으로 몰아가는 것이요. 하지만 미국은 아시아의 교두보를 절대 잃을 생각이 없었고, 이제 막 냉전이 시작된 마당에 공산주의의 확장을 좌시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일단 이런 척 하려고 지원군으로 개입했지만, 이미 규모에서 내전은 한참 넘어버립니다.

한국전쟁으로 자유 진영은 UN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고,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 진영 역시 이렇게 뭉칩니다. 남북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자기의 색을 확실히 정하게 됩니다. 냉전이 열전이 된 첫 사례지만, 이것을 통해 냉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미국은 이 전쟁으로 자유진영의 리더로 우뚝 섭니다. 누가 대장인지 확실히 하게 됐죠. 미국은 그 정도의 피를 흘렸고, 공산주의에 맞서는 것을 확실히 알립니다. 그리고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전 세계에 손을 뻗게 되었죠. 하지만 그만큼 미국의 힘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정의로 따지면 2차대전에, 반전과 반성으로 따지면 베트남전에 밀리기에 미국에서 한국전쟁의 인기는 거의 없습니다. 괜히 잊혀진 전쟁이라 불리는 게 아니죠.


소련은 이 전쟁을 계획했음에도 얻은 게 없었습니다. 자유 진영에게는 전쟁의 배후로, 공산 진영에게는 북한과 중국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까였죠. 스탈린을 원망해야지 누굴 원망하겠어요. 유럽에서는 나름대로 입지를 굳히긴 했지만,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됩니다.

미소는 이렇게 간접적으로 처음 붙게 됐고, 군비경쟁과 체제경쟁을 시작하게 됐죠.


중국은 이 전쟁을 통해 재건이 늦어지게 됐고, 많은 인명과 국력을 소모합니다. 거기다 미국이 대만을 도우면서 지금까지도 따로 놀게 됐죠. 하지만 그렇게 피를 쏟은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특히 제 3세계의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었죠. 특히 북한과는 혈맹의 자리를 굳힙니다.

이후 국력을 키우면서 한국전쟁 때 소극적으로 나온 소련과 대립하게 되죠. 여기서야 중국이 판정패 하지만요. -_-a 그 외에 인도와 베트남과도 전쟁을 치렀구요. 한국전쟁은 공산권을 단결시키기도 했지만 이런 불만의 씨를 심어두기도 한 전쟁이었습니다.

다행이라 할 점은 중국은 오래도록 모택동이 만든 "인민의 바다"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겠죠. 팽덕회는 한국전쟁과 베트남과의 전쟁 등을 통해 군의 현대화를 주장했지만 숙청당합니다. 등소평 이후 중국이 발전하면서 중국군의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참 무섭습니다. 우리로서는 중국이 늦게 시작한 게 다행이죠.

미국이 이런 공산권의 분열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베트남전에 참전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_-a 빨간색만 보이면 다 같은 생각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뭐 그래도 중소의 갈등 때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냉전의 완화를 좀 보여주긴 했지만요.


중화민국은 이 전쟁을 통해 살아납니다. 언제 대륙에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은 한반도로 가고 미국은 대만을 지켜줬죠. 장개석은 그걸로 시간을 벌면서 나라를 재건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이 전쟁 최고의 수혜자입니다. 전쟁 특수는 일본을 살렸고, 재건은 물론 고속성장의 기반이 되었죠.

이는 유럽 역시 마찬가집니다. 특히 세계대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서유럽에 미국의 지원이 쏟아졌고, 소련에 맞서 NATO 등으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밀착하게 됐죠. 전쟁이 직접 난 아시아에 비해 이념갈등은 적었구요.


국제연합, UN은 이것으로 멋진 데뷔전을 치릅니다. 유일하게 UN군이 만들어진 전쟁이기도 하지만, 냉전으로 서로 팽팽히 대결하던 그 때, 각 진영과 중립 진영들이 그래도 평화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죠. 이게 없었다면 인도 등이 내밀었던 중재도 실현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남북한...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고, 너무 많은 피해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남북은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죠. 이승만과 김일성은 이를 통해 각자의 권력을 공고히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내든 국제사회든 한반도에서 더 이상은 전쟁으로 통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거겠죠. 이후의 대결은 체제경쟁이었습니다.

군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최용호 중령은 이렇게 말 합니다.

"한반도의 전쟁이 강대국들의 정책목표에 일치하는 것이었다고 할 지라도 전쟁을 시작할 당사자들이 없다면 전쟁은 일어날 수 없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당시 한반도의 내부에는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해 있었고, 각각의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전쟁을 할 의사가 충분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분단 후 남북의 정권은 공공연히 무력통일을 외쳤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건 김일성이었지만 이승만 정권 역시 북진을 외쳤고, 더 강했다면 분명히 했을 겁니다. 이런 움직임이 북침설에 명분을 주기도 했죠. 그리고 김일성은 진짜 남침함으로써 이승만 정권의 반공에 너무나도 확실한 정당성을 줬구요.


대성동과 기정동의 깃대 높이 경쟁. 북쪽 기정동의 깃대는 그 높이로 기네스북에 올랐다죠.

분단만으로는 이렇게 험악해질 수가 없습니다. 시작은 이념경쟁이었을지언정 슬픔이 더 커졌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전쟁으로 인해 증오는 이념보다 더 거세게 불타올랐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증오 말이죠.

전쟁은 이렇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져갔고... 너무나도 많은 숙제를 남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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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10시, UN군 대표 해리슨과 공산군 대표 남일은 조인식장에서 만납니다. 서로 악수는 물론 인사 하마디 하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고, 탁자 위에 있는 18통의 문서에 서명합니다. 어떤 드라마도 없었습니다. 그저 무표정 속의 서명 뿐이었죠. 모두 서명하는데 걸린 시간은 11분, 10:12에 그들은 자리를 뜹니다. 역시 어떤 인사도 없었죠. 해리슨은 헬기를 타고 문산으로, 남일은 지프를 타고 개성으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에서는 UN군 사령관 클라크가, 북에서는 김일성과 팽덕회가 각기 휴전에 서명합니다. 한국 측의 서명은 없었습니다. 이승만은 서명을 거부했고, 이에 따라 한국 대표 최덕신은 불참합니다.

휴전 협정 발효시각은 27일 22:00, 그 때까지 지상전은 없었고 포격전만 계속됩니다. UN 공군은 마지막까지 북한을 폭격했고, 해군 역시 마지막까지 함포사격을 했죠.

그리고 22시가 되면서 이 모든 것이 끝납니다. 총성은 멈췄고, 전쟁은 그 어떤 승자도 없이 멈춰버립니다. 휴전, 이 한마디가 당시 한국의 상황과, 한국을 둘러싼 전세계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3년 1개월 2일, 약 2200시간을 끌었던 전쟁은 막을 내립니다. 언제 다시 불타오를지 모르는 불씨를 남긴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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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전쟁 이야기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__)

... 후기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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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6.25 전쟁사 1~9 (신 공간사, 계속 나오는 중) 국방부 군사편찬 연구소
한국전쟁 상중하
휴전사
그 때 그 날 - 최용호 김병륜 => 강추, 근데 절판 ㅠ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 박명림
한국전쟁 :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 - 정병준

군과 나,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실록 지리산 - 백선엽 회고록
노병의 한 - 김석원 회고록
오성장군 김홍일 - 김홍일 평전
참군인 이종찬 - 이종찬 평전
남부군 - 이태

... 이 외에는 기억 안 나네요

http://www.army.mil.kr/history/ - 육군대학 한국전쟁사
http://www.jinsil.go.kr/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
http://www.warmemo.or.kr/new/main/main.jsp 전쟁기념관
http://parizal.egloos.com - 이글루스 금성천님 블로그
http://nestofpnix.egloos.com - 슈타인호프님 블로그
http://koreanwar60.tistory.com/ - 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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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ularity
12/12/05 15:37
수정 아이콘
제가 읽었던 어떤 역사책보다 값진 책을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설탕가루인형형
12/12/05 15:39
수정 아이콘
뭔가 짠하네요...이렇게 끝나버릴걸 뭐하러 시작한건지...
12/12/05 15:42
수정 아이콘
서부 전선에서 더 밀고 올라가지 못한 이유가 순전히 휴전 회담이 진행중이던 판문점의 위치 때문인지..
오히려 공격측이 불리한 동부 전선에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다는 게 아이러니하네요.
서부 전선 조금만 더 밀고 올라갔으면 개성을 확보하고 서울도 훨씬 안전해졌을 텐데 말이죠.
Dreamlike
12/12/05 16:11
수정 아이콘
대장정이 끝났네요.....
읽으면서 너무 가슴아팠고
또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만약 저상황이 이러했다면... 하는 아쉬운 순간도 참 많았네요.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에게 사회 전반에 걸쳐 아직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쟁... 눈시님 덕분에 너무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메
12/12/05 16:26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_(__)_
12/12/05 17:08
수정 아이콘
호.. 앞으로 다른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수고하셨고, pgr에 오는 즐거움 중에 하나 였습니다~
강가딘
12/12/05 17:22
수정 아이콘
정말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swordfish
12/12/05 18:21
수정 아이콘
수고 하셨습니다.
Tychus Findlay
12/12/05 19:00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12/12/05 21:58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또 다음에 다른 글을 기다린다면 폐가 되는건 아니겠죠?!!
soleil79
12/12/06 10:41
수정 아이콘
정말 그 어떤 드하마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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