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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7 22:53:30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왜 우리 어머니를 죽였습니까?
1504년(연산 10년) 3월 20일 밤, 궁궐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밤에 엄씨·정씨를 대궐 뜰에 결박하여 놓고, 손수 마구 치고 짓밟다가,"

성종의 두 후궁이었던 엄씨와 정씨가 대궐 뜰에 묶여서 모진 매를 맞고 있었던 것이죠. 연산군은 그들이 어머니를 참소했다고 하며 "손수 마구 치고 짓밟았다"고 합니다. 이어 두 동생들을 부릅니다. 안양군 이항과 봉안군 이봉이었죠.

그는 이들에게 "이 죄인을 치라"고 명령합니다. 이항은 어두워서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명령이니 (무서운 상황이었고) 쳤지만, 이봉은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그 두 후궁은 바로 그들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죠.

"왕이 불쾌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마구 치되 갖은 참혹한 짓을 하여 마침내 죽였다."

그들이 죽은 후, 연산군은 검을 들고 자순대비의 침전으로 갑니다.

"빨리 뜰 아래로 나오라!"

자순대비는 연산의 어머니 윤씨가 폐비된 후 중전이 됐던 인물, 다시 말 해 친모는 아니더라도 연산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계속 외치니 시녀들은 다 달아났고, 대비 역시 두려워 나오지 않았죠. 다행이 이걸 풀어준 것은 왕비 신씨, 그녀가 급히 말리면서 연산은 물러났죠.

하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항과 이봉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자신의 할머니, 인수대비의 침전이었죠. 이번엔 직접 방문을 열고 쳐들어갑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 하죠.

"이것은 대비의 사랑하는 손자가 드리는 술잔이니 한 번 맛보시오."

그러면서 이항을 시켜 술을 따르게 하니, 인수대비가 마십니다. 그걸 보면서 다시 한 마디 하죠.

"사랑하는 손자에게 하사하는 것이 없습니까?"

이에 놀란 그녀가 베 2필을 내렸죠. 그리고... 연산은 오래도록 숨겨 왔던,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말을 마침내 꺼냅니다.


"왜 우리 어머니를 죽였습니까?"

야사에서는 인수대비의 머리를 들어받았다고 하지만, 실록에서는 그냥 "불손한 말이 많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마 마구 고함을 지르며 따졌나 봅니다. 그 충격 때문인지 안 그래도 아팠던 인수대비는 한 달 후 죽게 되죠. 말년에 무슨 고생인지...

죽은 두 후궁의 시신은 젓을 담궈 산과 들에 흩어버렸고, 이봉과 이항 역시 귀양 보냈다가 죽입니다.

이게 갑자사화의 시작, 연산군 폭주의 시작이죠.

----------------------------------------------------------------

이 소재야 이미 사골이 되도록 쓰였지만 한 번 쓰고 싶네요 ( - -)a 연산군 이 양반이 어느 쪽이든간에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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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돈신
12/12/27 22:57
수정 아이콘
글이 참 재밌네요~
저처럼 드라마 안보는 사람에게는 기대되는 글입니다 써주세요~
눈시BBbr
12/12/27 23:30
수정 아이콘
크크 감사합니다 ^^
Eternity
12/12/27 23:13
수정 아이콘
연산군 마니아-_-영원입니다 크크
너무나 기다렸던 소재네요~ 기대합니다. 되도록 길게 연재해주시면 좋겠네요 흐흐
그럼 다음 번 글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겠습니다.^^
눈시BBbr
12/12/27 23:30
수정 아이콘
넵 >_<) 글고보니 예전에도 말씀하셨었죠~
음... 한 김에 일단 어우동 얘기부터 하려구요. 19금? 0_0
사티레브
12/12/27 23:16
수정 아이콘
뜬금포가 연산군 크크크크
눈시BBbr
12/12/27 23:31
수정 아이콘
크크
이전 글에서 연산군이 원숭이에 대해서 얘기했던 거 -> 유게에 올린 심리테스트 원숭이 -> 연산군 얘기나 한 번 해볼까?
12/12/27 23:17
수정 아이콘
연산군 빠입니다...꼭 써주세요 ㅠㅠㅠㅠ!!
눈시BBbr
12/12/27 23:31
수정 아이콘
써써드리겠습니다! ㅠㅠ!
12/12/28 10:04
수정 아이콘
추천 박고 갑니다 ^^
happyend
12/12/27 23:20
수정 아이콘
헉....
폭군열전시리즈좀 써볼까하고 글 다듬는중이라 혼자 깜짝놀랐네요.
(물론 전 조선시대는 쓰지 않지만요)
알킬칼켈콜
12/12/27 23:26
수정 아이콘
충혜왕 쓰시면 삭게행 가실듯!
happyend
12/12/27 23:27
수정 아이콘
헐...빙고...
미리 탑승예약하세요!
눈시BBbr
12/12/27 23:31
수정 아이콘
하긴 충혜왕부터 참 많군요 =_=a
Abrasax_ :D
12/12/27 23:2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눈시BBbr
12/12/27 23:3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D
좋아요
12/12/27 23:34
수정 아이콘
한반도가 한국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한 사도세자랑 연산군은 만년떡밥일거 같아요. 아무리 물어도 상하지가 않아!
눈시BBbr
12/12/27 23:45
수정 아이콘
글쵸 _-)b 장희빈 떡밥은 요새 많이 죽은 것 같지만...
좋아요
12/12/27 23:58
수정 아이콘
많이 우려먹었음에도 장희빈의 생애는 참 드라마다 싶긴한데...
그것과 별개로 '희빈장씨의 욕망'은 이젠 별로 세상이 궁금해하지 않는거 같아요.
눈시BBbr
12/12/28 00:01
수정 아이콘
그렇죠 뭐 @_@) 많이 우려먹었으니...
그래도 나오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해석을 어느 쪽으로 하든간에요.
응답하라2001
12/12/28 02:15
수정 아이콘
실제로 내년초에 장옥정이란 제목으로 드라마 대기타고 있죠..
주연은 무려..김태희양이....
내용은.. 숙종을 진실로 사랑하지만 숙종에게 버림받은 인물로 그려진다는군요.
눈시BBbr
12/12/28 09:13
수정 아이콘
오오 오오 ' '!!
12/12/28 13:41
수정 아이콘
역시 조선시대 쿨시크의 대표주자 숙종...
Moderato'
12/12/27 23:50
수정 아이콘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언젠가부터 넷상에 연산군이 희대의 꽃미남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눈시BB님이 보시기에 사료나 야사에 기록이 있는건지 알려주시면...
눈시BBbr
12/12/28 00:02
수정 아이콘
이덕형이 남긴 글 같은 걸 보면 얼굴 희고 말랐고 키 큰 모양이고 이런 얘기는 몇 개 나오는데 잘 생겼다고 딱 꼬집어 말하는 거야 없죠. @_@) 그냥 이게 지금 꽃미남의 모습과 같다고 보는 거구요. 근데 허구헌 날 얼굴에 부스럼 나는 걸 보면 잘 생긴 쪽이라기보단 병약한 쪽 -_-; 피부 더러운 창백한? 이런 쪽일 수도 있구요.
아는 건 이정도입니다 @_@;;;
알리스타
12/12/28 01:06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병약 미소년이었다는 거죠?
눈시BBbr
12/12/28 01:35
수정 아이콘
그래서 공길이랑...?
쑥호랑이
12/12/27 23:50
수정 아이콘
인간적 동정과는 별개로 한국사의 손제리가 있다면 그것은 연산군일 것이다라는 평가를 언젠가 본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동감가더군요.
뭐랄까요, 인간적 감정에 휘말려 정치를 잊은 정치가는 늘 폭군일 수 밖에 없다는게 참 그래요.
눈시BBbr
12/12/28 00:03
수정 아이콘
그렇죠. 오히려 그 부분에서 더 팬이 있는 거지만 그 이상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12/12/27 23:53
수정 아이콘
드디어 그 분의 차례가!!
눈시BBbr
12/12/28 00:03
수정 아이콘
왔습니다!
tannenbaum
12/12/28 00:04
수정 아이콘
오오
임팩트 있는 예고편입니다
기대감이 마구마구
눈시BBbr
12/12/28 01:34
수정 아이콘
크크 감사감사합니다~
냉면과열무
12/12/28 00:08
수정 아이콘
눈시님의 근현대사 글도 좋지만~ 이런 조선~고려 이야기도 정말 좋아해요!!! 기대하겠습니다!!!!!!!!
눈시BBbr
12/12/28 01:34
수정 아이콘
하긴 간만에 돌아오는 거네요 >_< 감사합니다~
12/12/28 00:19
수정 아이콘
이 부분 너무 기대됩니다!!!!! 얼른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ㅠ
눈시BBbr
12/12/28 01:36
수정 아이콘
에이에이 천천히 기다려주셔요~
Kemicion
12/12/28 00:35
수정 아이콘
이 글만 읽어도 기대가 되네요.
평면적인 찬양 혹은 비판 일색에서 벗어나 한명의 인간으로써의 왕을 접해볼 수 있을 듯한!
눈시BBbr
12/12/28 01:36
수정 아이콘
@_@) 감사합니다~
뭐 그래도 쫓겨났으니 알고보니 명군이었다는 식의 논리만 아니면 연산군 다루는 건 거의 인간 연산군식이니까요
아키아빠윌셔
12/12/28 00:47
수정 아이콘
연산군하면 말 위에서...

삭게로 갑니까? 크크
눈시BBbr
12/12/28 01:37
수정 아이콘
...
그냥 작정하고 어우동 얘기부터 하려구요. 위대하신 운영진 분들은 봐 주실 겁니다 ㅠ_ㅠ!
하심군
12/12/28 00:49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이 시점에서 태조 이성계의 직계자손은 한번 끊겼다고 봐야...할까요? 여튼 참 기구한 가계이긴 했습니다. 가풍도 참 열정적이기도 했고요.
눈시BBbr
12/12/28 01:37
수정 아이콘
아뇨 ' ';; 중종이 연산군 동생인데요 ^^;
단빵~♡
12/12/28 01:54
수정 아이콘
죽인 사람숫자도 형님이랑 비슷하지 않나요 흐흐;;
눈시BBbr
12/12/28 09:1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단빵~♡
12/12/28 01:57
수정 아이콘
인간적으로 보면 진짜 불쌍한 사람이죠 어린나이에 어머니는 아버지에 의해 사약을 받아서 죽고 그걸 원망하는걸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자신의 지위 나아가서 목숨도 위험해 질 수있었던 사람이니까요

조선시대 왕중에서 인간적으로 행복했던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흐흐 그 스케줄을 보면 정말 후덜덜;;
눈시BBbr
12/12/28 09:12
수정 아이콘
하긴... 불쌍해요 다들 -_-; 근데 권력이라는 게 또 무섭죠. 그렇게 오래 해 먹고도 끝까지 왕 자리 지키려 했던 영조 생각하면...
그리메
12/12/28 06:19
수정 아이콘
자순대비는 연산군이 유일하게 좋아했던 어머니이고 야사에서는 자순대비도 강간하려고 했었다고 하던데 실제론 깽판도 부렸나보네요
자순대비가 중종 어머니죠?
눈시BBbr
12/12/28 09:13
수정 아이콘
뭐 폐비 윤씨 일로 효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제삿날에도 했던 게 연산이었는데요 뭐 -_-;
넵. @_@)
12/12/28 07:56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눈시님 글을 보고 시작합니다~^^ 연산군얘기 기대되네요 흐흐
눈시BBbr
12/12/28 09:13
수정 아이콘
크크 감사합니다 >_<
12/12/28 08:20
수정 아이콘
아... 미치겠다
책임 지세요.
하루에 수십번 피지알 들락거릴 겁니다 ㅠㅠ
눈시BBbr
12/12/28 09:17
수정 아이콘
에 전 여 아니 남자는 책임질 수 없는데요 ㅠ_ㅠ)
천천히 기다려 주셔요 @_@)/~~
개미먹이
12/12/28 10:05
수정 아이콘
Page turner 처럼 술술 읽히네요.
후추통
12/12/28 11:42
수정 아이콘
연산군이랑 비슷한 포지션이 바로 위명제 조예입니다. 조예의 친어머니인 문소황후 견씨는 조비에게 납치 비스무리하게 잡혀와서 조예를 낳았는데 투기한다는 이유로 사사되죠. 그런데 이게 위략이나 한진춘추에는 곽후에 의해서 음모에 빠져 죽었다고 나옵니다만... 위키쪽에서는 조예가 문소황후의 죽음을 재조사해 곽후를 죽였다고 나오는데....이게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기록인지 몰라서 정사,자치통감, 다 찾아봤는데 없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그 기록이 어디서 나왔다고 말이 없고...위략은 소실되고 한진춘추는 그 내용이 적게 남아있어서... 거참..;
2초의그순간
12/12/28 13:33
수정 아이콘
눈시bbr님 역사 글 너무 좋습니다 진짜..
Je ne sais quoi
12/12/28 23:55
수정 아이콘
잘 읽을께요~
아우구스투스
18/09/28 20:08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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