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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8 09:10:18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숙종의 고양이 사랑
한국에서는 고양이보다 개가 더 사랑받죠. (헌데 왜 욕은 개를 가지고 -_-; 가짜에서 비롯됐다는 설은 있고 이게 맞긴 한 것 같습니다만) 개파로서 이건 아주 긍정적인... 이라고 하면 돌 맞겠죠? ㅠ 근데 무조건 나쁘다거나 한 건 아니었나 봅니다. 특히 쥐를 잡는데에서는 적절했으니까요. 대간을 고양이로 비유하기도 하더군요. 쌀을 훔쳐가는 쥐를 잡는 걸 생각하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 헌데 이 고양이를 사랑했던 왕이 있었으니...

바로 숙종이죠.

숙종이 키웠던 고양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 김손(孫)입니다. 이하곤은 서궁묘사로, 홍세태는 김손가라는 시로 이 고양이에 대한 기록을 남겼죠.



원래 숙종은 궁궐 후원에서 죽어가는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이게 김손의 어미 김덕(德)입니다. 죽어가는 애를 살려줬고, 나중에 죽게 되자 손수 글을 지어 장례를 치러췄다고 하죠.

이후 김손을 매우 아껴서 밥 먹을 때도 먹이를 던져줬다고 하고, 정사를 볼 때도 기어들어와서 숙종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숙종도 얘를 반겼고 만지고 당연히 얘는 갸르릉 갸르릉~



실록에는 딱히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만, 고양이가 제사 때 탁자 위에 올라와 먹을 걸 물어 떨어뜨렸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_=a

뭐 그렇다 한들 이걸로 끝나면 기록에 안 남았겠죠. 숙종이 죽자 갑자기 사라졌고, 얘를 찾아서 먹이를 줘도 먹지 않습니다. 그러기를 13일, 그의 뒤를 따라갔죠. 인원왕후는 여기에 감동 먹고 비단으로 싸 숙종이 묻힌 명릉 근처에 묻어주라고 합니다.



위의 두 기록에서는 이런 신기한 고양이를 소개하면서 당연히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합니다 (...) 고양이도 주인 따라 죽을 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랴 이런 식이죠. 거기다 이런 고양이도 아끼고 보살핀 숙종의 자비로움을 강조하구요 ( - -);;;

+) 여기저기 소개된 얘긴데 왜 전 원문을 해석하고 있었을까요 -_-; 보통 김손 쪽으로 읽는데 금색 고양이 (양녕대군이 이걸 구했다는 게 실록에 나오는 첫 고양이 기록입니다)인 걸 보면 금손이가 더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그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국에서 주인 따라 죽은 개를 소개하면서 김손이를 소개하죠. 다만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승질이 사나워 틀어지면 하루아침에 주인을 떠나는데 얘는 뭔가 신기하다는 쪽으로 쓰고 있죠.



이런 고양이 사랑은 영조에게도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제사를 지내는데 고양이가 난입한 경우가 있었고, 팔이 아픈데 고양이 가죽을 쓰면 좋다고 하니까 이렇게 말 합니다.

"내 일찍이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궁궐 담장 사이를 왕래하는 것을 보았는데 차마 그 가죽으로 병을 치료하는 데 쓰지는 못하겠으니, 이 역시 포주(도축?-_-)를 멀리하는 마음이다."


영국의 흔한 공무묘들의 싸움 (...)

여러번 청했는데도 듣지 않았다고 하죠. 이 때가 영조 12년인데 4년 후에 이 얘기를 또 꺼냅니다. 사람을 치료할 때 미신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요.

"심지어 고양이의 가죽이 담병에 좋다는 말을 듣고 나에게 권하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조선에 남은 것은 고양이뿐인데 내가 한 번 취하면 고양이는 앞으로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헐 (...);;;



그리고 무려 영조 40년에 이 얘기를 또 꺼냅니다.

"내가 담응증이 있는데, 의원은 고양이 가죽이 양약이라고 말하나 내가 고양이 가죽을 쓰면 온나라가 본받아서 장차 고양이가 멸종될 것이다."

거 참...

이 쯤 되면 한국 역사상 최고위 집사라고 해야 될까요?

이상입니다 ~_~

아 그리고... 연산군 얘기를 하자니 할 얘기가 참 많네요. 일단 성종 얘기부터 해야지 좀 얘기가 될 거 같고, 폐비 윤씨 문제도 마찬가지겠죠.


"나이는 30여 세였는데도 얼굴은 16세의 아이와 같았다. (중략) 얼굴은 중인(中人) 정도를 넘지 못했으나, 남모르는 교사와 요사스러운 아양은 견줄 사람이 없으므로, 왕이 혹하여 늘 거만이었다. (중략) 왕을 조롱하기를 마치 어린아이 같이 하였고, 왕에게 욕하기를 마치 노예처럼 하였다. 왕이 비록 몹시 노했더라도 녹수만 보면 반드시 기뻐하여 웃었으므로,"

거기다 장녹수 얘기도 해야 되고... 이거 참 할 얘기가 많네요잉 (=-_-)= 사실 저한테 장녹수하면 떠오르는 건 왕의 남자의 "윗입 대령이요~"지만... 요런 얘기는 안 할 거구요. (...) 그리고 이런 얘기들을 시작하자면...


이 얘기부터 해야겠... 죠? '-'

으흐흐흐흐 >_< 아주 재밌는 글들이 될 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작년에 조선시대 신나게 다뤘는데, 예성연, 중인명, 효현숙 때는 제대로 안 다뤘네요. 명종이야 문정왕후 얘기 조금 하긴 했지만 -_-a 고종은 지금 쓰고 있고... 효현숙은 아무래도 gg, 송시열이랑 대동법 얘기 가면 너무 어려워요 ㅠ 중인명 때는 아무래도 얘기가 좀 심심해지겠고... 일단 예종은 딱히 다룰 게 없으니 성종-연산군 부분 얘기해 보겠습니다 @_@

... 아 그리고 역사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니 운영진 분들의 자비를 구합니다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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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따이브
12/12/28 09:28
수정 아이콘
히히 드디어~ 잡았다!
그리메
12/12/28 10:19
수정 아이콘
아하 기대 만빵...전 강성연이 좋아요. 정말 딱 장녹수에 걸맞습니다. 요염하고 아기상에 귀엽고 얼굴이 빼어나다기보다 색하다고 해야할까...정말 묘한 매력이 넘쳐요.
Absinthe
12/12/28 10:54
수정 아이콘
애묘가로써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
감사드려요! 스크랩 완료
아케르나르
12/12/28 11:01
수정 아이콘
장녹수가 동안이었군요.... 동안하니 난 왜 임수정이 생각나지...
아키아빠윌셔
12/12/28 11:07
수정 아이콘
수렵보좌관 래리짜응 +_+
tannenbaum
12/12/28 11:53
수정 아이콘
장녹수라.... 전 현아가 생각 났어요
무대에서 소도 때려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다 오프에서 한없이 순수한 아이 모습....
극단을 오가는 매력???
노련한곰탱이
12/12/28 11:53
수정 아이콘
애묘 왕족은 숙휘공주.... 응?
그리메
12/12/28 13:29
수정 아이콘
저도 순간 그 생각이..^^
Je ne sais quoi
12/12/29 00:02
수정 아이콘
오프닝부터 재미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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