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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3 18:42:51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연산군의 폭정
그냥 실록에서 나오는대로 적어봅니다 _-)/~

"왕이 직접 처용의 가면을 쓰고, 바로 대비 앞으로 가서 춤추고 뛰놀며 흥청에게 노래불러 응답하게 하니, 대비께서 채색 주단 10여 필을 내놓자, 왕이 노하여 곧 큰 지팡이를 들이게 하고 손으로 섬돌을 치며 부르짖기를 ‘너희들이 재주를 잘못 부리기 때문에 전두가 적다.’고 하니, 대비께서 두려워하여 취금(비단) 2필을 찾아내어 어깨에 걸어 주자, 왕이 기뻐서 등불을 가져다 비쳐 보며 ‘비단 품질이 좋다.’ 하고, 가까이하는 희첩에게 주고 파하였었다." (연산 10년 5월 22일)

전두는 광대들에게 주는 돈이죠. 처용무를 참 좋아했고 잘 했다는 연산, 대비 앞에서 신나게 놀아놓고 돈 적게 주자 대놓고 깽판쳐서 더 받아낸 겁니다. (...) 정현왕후는 이 때 참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을 거 같네요.

그런 것치고는 진성대군, 중종을 핍박했다거나 하는 모습은 안 보입니다. 나름 형제의 정인건지 진성대군이 처신을 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서쪽 금표를 물려서 세우라. 만약 입표가 온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자 및 옛 땅을 생각하여 원망하는 말을 하는 자가 있으면 삼족을 멸하리라" (연산 10년 8월 6일)

갑자사화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금표, 언제든간에 자기 내키는대로 했고 이 때 추수가 다가와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양반이든 평민이든 불만 가지면 다 죽이고 순순이 따르면 값을 1/3로 쳐 줬다고 하네요.


연산군의 첫번째 금표에 도착했다. 분노, 쾌락이 느껴진다...

이 금표비는 경기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내용이야 뭐 안에 들어오면 다 죽인다 이런 내용이죠 -_-a

"왕이 후원에서 나인들을 거느리고 종일 희롱하고 놀며 노래하고 춤추었는데, 이날은 곧 폐비 윤씨의 기일이었다. 왕은 또 발가벗고 교합하기를 즐겨 비록 많은 사람이 있는 데서도 피하지 않았다." (연산 12년 8월 15일)

... -_-a 유명한 장면이죠. 대비들이 죽어도 적당히 지낸 건 유명한 얘기고, 죽은 왕후들의 기일도 폐지하려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해서도 그리 다르지 않았죠.

"운평을 간택할 때, 종기 흉터·흰 흉터·이상한 흉터 같은 것은 병이 아니니, 모두 뽑도록 하라. 또 누운선은 오른손 세째 손가락이 끊어졌으나, 채하각에 그대로 두어 수를 채움이 가하다." (연산 12년 5월 4일)

연산은 양질의 여자들을 모으려 했습니다. 운평->흥청의 단계였죠. 그 수는 수천명에 달했다 하는데 정확한 수는 어차피 알 수 없을 것이고, 이게 더 얼마나 막장이었는지를 보여줄 겁니다. 예쁜 여자들을 최대한 긁어모았음에도 너무 많은 양을 원했고, 때문에 질(외모-_-;)은 떨어지더라도 수를 채워야 된다는 생각으로 위와 같은 결정까지 나온 것이죠. 이들가지고 무엇을 했는고 하니...

"경회루 못가에 만세산(萬歲山)을 만들고, 산위에 월궁(月宮)을 짓고 채색 천을 오려 꽃을 만들었는데, 백화가 산중에 난만하여, 그 사이가 기괴 만상이었다. 그리고 용주(龍舟)를 만들어 못 위에 띄워 놓고, 채색 비단으로 연꽃을 만들었다. 그리고 산호수(珊瑚樹)도 만들어 못 가운데에 푹 솟게 심었다. 누 아래에는 붉은 비단 장막을 치고서 흥청·운평 3천여 인을 모아 노니, 생황과 노랫소리가 비등하였다." (연산 12년 3월 17일)

산호수라는 나무를 참 좋아해서 이 나무를 진상하라는 명령이 제법 보입니다.

"망원정에서 잔치를 베풀려 하는데, 옛 정자의 규모가 몹시 좁으니 곧 철거하고 초가로 다시 짓되 1천여 사람을 수용할 수 있게 하라." (연산 12년 7월 20일)

정자 하나에 1천명을 수용할 규모라고 합니다. 주변의 민가는 이 전에 금표가 세워져서 다 헐립니다.

"임금이 이미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명령하였으니, 오늘은 마땅히 고기 반찬을 올려야 할 것인데 감히 소찬을 올렸으니, 사옹원의 관계 관원을 국문하라." (연산 11년 12월 23일)

이 날이 무슨 날인고 왜 소찬을 올렸는가 하니... 성종의 기일이었습니다. -_-a 그 뒤를 이은 얘기로 이게 있죠.

"하루는 내관 박성림이 세자의 처소로부터 왔다. 왕이 ‘세자가 얼마나 성취하였던가?’ 하매, 성림은 대답하기를 ‘세자의 기상이 꼭 성종을 닮았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왕은 노하여 칼을 잡고 쳐서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또한 사람들이 말하기를, ‘왕이 궁중에서 성종의 반신(半身) 영정을 가져다가 표적으로 삼아 활을 쏘기도 하고, 혹 크게 취하여 미쳐서 부르짖으며, 좌우에 명하여 선릉(성종릉) 을 파가지고 오라 했다.’고 하였다."

세자를 미워한 이유는 아버지 성종을 닮았다는 것 때문이라는 거죠.

애초에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가진 연산, 거기다 신하들은 심심하면 성종 성종 했으니 이때쯤 되면 대놓고 성종을 까는 수준이 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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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들에게는 무자비한 숙청을, 백성들에게는 금표와 사냥, 끝없는 진상 요구로 민생 파탄을 낳았고 심심하면 사냥을 다니고 놀 곳을 만들었습니다. 백성부터 신하들, 왕의 측근들까지 그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언제나 목숨을 걱정해야 했죠. 그보다 높은 대비조차도요.

연산군일기에 왜곡이 적진 않을 겁니다. 중종반정 후 연산군일기를 만들기 위해 사초를 수집할 때 사관들은 사초 제출을 거부하거나 수정 후 제출했습니다. 중종과 반정공신들은 겉으로만 문제삼을 뿐 제대로 파고들지 않았구요.

이 과정에서 연산군에 불리한 내용이 많이 추가됐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로 연산군이 폭군이 아니라 그저 신권의 희생자로 보기는 무리죠.

일단 그 사관들이 숨긴 게 연산군의 선정을 적은 거라면 이후 어떤 식으로든 재평가 됐을 겁니다. 정도전이나 단종, 사육신 등이 재평가 됐듯이 말이죠. 하지만 조선 내내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들이 권력을 다 잃은 연산군을 두려워했을 리도 없죠. 두려웠다면 연산군 밑에서 잘 살았고 이후도 잘 살던 반정공신들이 두려웠겠죠. 그렇다면 삭제된 내용은 연산과 같이 놀았던 반정공신에 해당된 거로 봐야겠죠. 실제 채수는 설공찬전을 지으며 니네들이 대체 연산이랑 다른 게 뭐냐는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반정공신들은 계속 악의 축으로 몰렸고, 사림이 정권을 잡은 선조 이후에는 그저 악이 됐죠. 그럼에도 그들에게 밀린 연산군에 대한 재평가는 없었습니다.

연산을 몰아낸 이들도 충분히 못났음에도, 그들을 밀고 일어난 사림들 역시 근현대 들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함에도 연산군의 평가는 그대로라는 건,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최악의 군주였다는 반증일 뿐이죠.

오히려 그가 최악이었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어떻게 다뤄도 참 재밌으니까요. 그의 폭정을 피부로 체감하기엔 너무 먼 옛날이구요.

자아... 그럼 그가 물러나는 걸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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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4/13 20:25
수정 아이콘
끝에 이르렀군요. 잘 읽었습니다.
나루호도 류이
13/04/13 20:34
수정 아이콘
실록을 보면 거의 막장 of 막장이네요..
jjohny=Kuma
13/04/13 22:52
수정 아이콘
다른 평가의 여지도 있는 광해군과는 레벨이 다르네요 헣헣
13/04/14 01:10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흐흐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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