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의 세상읽기]2008_0213
이 세상엔 수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또한 수많은 정보도 생겨나고 소멸되죠.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일과 정보들이 있어, 그것을 모두 수용하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가끔 한번 정도는 생각하고 싶은 일들,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아주 편하게... 이 세상읽기는 정답이 없습니다. 또한 누구의 말도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바쁘시더라도 한번 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는 것. 이것으로 족합니다.
1. 고개 숙인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숭례문 화재 사건에 관련해 역사문화 자원의 보호와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책임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지만 포괄적으로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관리를 위임받은 구청에 대해 서울시라도 나서서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안타깝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고 현대적인 화재진압 설비 구축, 중요 문화재에 대한 상주인력 배치 등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광화문 복원을 위해 확보한 소나무 등의 자재를 숭례문 복원에 사용해 광화문보다 먼저 복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숭례문 방화 이후 복원과 책임 공방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문화재청장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서울시장은 향후 대책 마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공직자들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이 정말 잘하고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야겠지만 망각의 동물인 우리가 얼마나 숭례문에 대해 뇌 속에 각인을 시키고 있을지 걱정됩니다.
2. 국내 첫 국민참여재판
한국 사법 사상 처음으로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제판(배심재판)’이 어제 오후 2시 대구지법 1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1부 심리로 열렸습니다.
배심재판은 직업 법관이 아닌 일반 시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고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인데요, 이날 재판에선 미국 법정 드라마처럼 검사와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검사와 변호인은 번갈아 가며 법정 한가운데로 나오면서 재판부뿐 아니라 배심원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날 재판은 이모(28,남) 씨가 지난해 대구 남구 대명동 정모(71,여) 씨의 집에 들어가 정 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심리했는데요, 당시 이 씨는 셋방을 구하는 것처럼 위장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배심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슬라이드 화면도 준비했고 핏자국이 낭자한 범행 현장과 피로 범벅이 된 70대 피해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일부 여성 배심원은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고, 대신 이 씨가 범행 할 수밖에 없었던 딱한 사정과 자수한 사실을 강조해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배심원단은 3시간 45분간의 심리를 마친 뒤 1시간 45분 정도 피고인의 유무죄 및 형량에 대한 평의를 했는데요, 이 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택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배심재판이 피고인에게 유리했다고 본다. 재판부가 형량을 감경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할 수 있었는데 집행유예라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배심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법에 대한 비전문가들이 인간의 보편성과 기본적인 도덕적 관점으로 법의 평등적이고 효율적인 집행에 순기능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미친 영화이야기
명장_이것저것 다하려다 아무것도 안되버린..
긴 설 연휴 동안 테스터 씨는 영화 한편 못 본다고 툴툴거린다. 어렵사리 연휴 끝 자락에 어렵게 영화 한편을 봤다.
진가신 감독에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서정뢰 주연의 ‘명장’..
관람은 신도림에 위치한 CGV 프라임.
설 연휴에 반드시 들어가는 코스 중의 하나가 영화관람인데 이번 설 연휴엔 짬이 나질 않았다. 테스터 씨는 연신 흥분된 얼굴로 극장을 찾았고, 처음 와본 극장에 대해 흐뭇한 표정으로 극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극장 좋은데? 가운데 실외 광장도 있고, 인테리어도 무슨 궁전 분위기 나고, 아주 좋아”
음료를 하나 집어들고 우린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스펙타클한 씬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는 테스터 씨는 생각보다 작은 스크린에 다소 실망감을 느낀 채 관람을 시작했다.
2시간 조금 넘는 상영시간이 끝나고 얼굴에 어둠을 가득 담은 채 테스터 씨와 카페로 향했다.
“안색이 안 좋으시네요. 저도 충분히 예상이 갑니다. 영화가 싱겁네요”
“역시 진가신 감독은 이런 류의 영화는 못 만드는 것 같네. 액션도 싱겁고, 사랑 타령도 싱겁고, 남자들의 우정도 싱겁고, 뭐 영화가 이런가?”
“그러게요. 감독이 너무 이것저것 건드리기만 하네요. 사실 비주얼에 가장 초점을 맞췄는데, 그다지 스펙타클하지도 않네요.”
“그러게. 제목에서 묻어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도 그다지 비추일세. 비장한 우정이 느껴지던가? 세 사람의 우정이 너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네. 끈끈한 우정이 그렇게 쉽게 느껴지긴 처음일세. 그리고 어설픈 삼각관계는 또 뭔가? 뭔가 애달프고 가련해야 하는데 이건 뭐 막장이라는 느낌밖에 안 드네”
테스터 씨가 이렇게 ‘썩언’을 내 뿜기는 간만이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이연걸이란 배우 다시는 무술영화 안 찍는다고 하지 않았나?”
“이 영화가 이연걸 씨가 말한 그런 류의 영화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놈이 그놈이지.”
테스터 씨의 썩언은 계속됐지만 더는 말하진 않겠다. 그나마 다행으로 테스터 씨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서정뢰라는 배우. 아주 매력적이더군. 왠지 모르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각인된 캐릭터였네”
역시나 테스터 씨 답다.
4. 오결디(오늘의 결정적 한마디)
엄마 된 게 죄인가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 결과 취업여성의 절반 정도가 어린 자녀 때문에 야근근무와 회식 참석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도 빠질 건가. 그렇게 ‘개인플레이’ 하면 조직생활에 안 좋아”
이런 말을 상사들은 쉽게 내 뱉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는 불합리한 관습이나 제도가 많아 보입니다. 이런 일을 보면 남녀가 그 대가(?)를 공평하게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엄마 된 게 죄는 아닙니다.
5. 오늘의 솨진
”눈에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