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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05 11:34
식객은 삼백집 나오는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우리나라도 독상문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두레상에서 내가 말하는 사이 누가 한 숟갈 더 먹을까봐 말도 안하고 잽싸게 퍼먹는 재미가~ 호홋 음식문화와는 좀 관계없는 얘길지도 모르지만, 한일간 문화 차이에 대한 얘기로, 교수님 친구분 중에 프리랜서로 다큐멘터리 만드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이 한국과 일본의 배접(褙接; 화선지에 그린 서화를 액자나 족자로 만들 때 중요한 과정이랍니다. 일본에서는 표구라고 하는 듯.) 장인을 비교해서 다큐멘터리 찍으려다가, 결국 포기하셨다고 하더군요. 이유가 뭔고 하니...일본 배접 장인을 찾아가서 배접 장면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이 분이 날 잡고, 목욕재계하고, 옷도 깨끗한 전통 복장으로 입고, 제자들이 와서 쭉 둘러앉은 가운데 엄숙하게 풀칠용 붓을 들어서... 등등 뭔가 좀 있어보이는 모습을 보여 주셨는데, 우리 나라에서 배접 제일 잘한다는 분을 찾아가서 "좀 보여주십시오." 하니까, 가게 보다 말고 바로 가게 뒷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작업을 하시는데, 무슨 엄숙한 분위기는 커녕 쓱쓱 풀 바르다 아니다 싶으면 또 대충 침 발라서(...) 하는 너무나 실질적인 그림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포기하셨다는 겁니다. ㅡ.,ㅡ 좋게 말하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교함도 없고 세련됨도 없는 주먹구구인 거죠. 그래도 전 우리 쪽이 좋아요. 차(茶)는 차고, 음식은 음식이고, 배접은 배접이고,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니까요. 자기 일에 긍지를 갖고 진지해지는 것도 좋지만, 너무 진지해지면 그 일을 우상처럼 받드는 사이비 종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먼산)
07/02/05 14:03
맛의 달인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 한국음식과 일본음식에 대한 비유를 그리 합니다.
한국 음식은 맛의 교향곡과 같고 일본 음식은 맛의 독주(솔로)와 같다고요. 참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07/02/05 15:34
우리음식도 색과 모양을 중시하긴 합니다만, 상대적으로 그것이 일본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면 우리음식의 특색은 세월을 담는 깊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물론 다른나라에도 숙성과 발효음식이 많이 있지만 우리음식은 '담는다' 라는 말로 대표할 수 있는 숙성과 발효의 집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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