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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05 01:28:29
Name Frozenblue
Subject [일반] 설국열차, 피를 마시는 혁명 (스포있음)
(이 글에는 설국열차와 그 외 몇몇 작품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정한 서브컬쳐를 자주 접하는 덕...사람들이 자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게 되는 특정한 구조의 주제의식이나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그것은 메인스트림에서는 손발이 오글거리고 안 팔릴 것 같다는 이유로 자주 외면되기 때문인지, 대형영화관에 걸리는 영화에서 그러한 구조를 접하게 되면 그들은 익숙함과 원인모를 불안감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설국열차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오랜만의 영화였기에 그 시점에서 한 해석을 써보려 합니다.


영화는 열차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혁명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첫번째 혁명은 재료불명의 인간용 검은색 사료에 숨겨져 전해지는 빨간 쪽지에 의지한, 커티스의/꼬리칸의 혁명입니다. 이 혁명은 윗칸의 압제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하여, 빛이 사라지는 터널에서 위기를 맞지만 프로메테우스처럼 성화를 들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에 의해, 불의 힘을 얻어 물을 되찾는 성과를 거두어냅니다.
하지만 혁명군의 정신적 지주인 길리엄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합니다. 혁명군도 주인공도 관객도 여기서 멈추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때 그는 멈추자고 하지만, 주인공이 거절하자 딱히 더 만류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터 계속 커티스에게 지워졌던, 지도자(왕)은 커티스가 되리라는 현실을 확인시켜줍니다.

그 후 혁명군의 행보는 더 이상합니다. 총리를 인질로 삼았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너무도 평화롭게 앞 칸으로 전진해 나갑니다. 물 - 식량 - 스시(수렵) - 농장(농경) - (시스템의 안정을 위한)교육 - (잉여자원과 시스템의 안정에 이어지는)향락 - 권력으로 이어져 있는 열차의 순서가 인류의 역사와 사회의 발전순서를 닮아 있긴 하지만, 그러한 상징성으로 보더라도 분명 사람들의 분노와 커티스의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시작했던 혁명군은 초점을 잃은 듯 보입니다. 지금 거기서 초밥을 먹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요?

문 열어달라고 귀한 마약 줘가며 고용한 한국 부녀는 여정 내내 깐죽대기만 하고 마약만 칼같이 챙겨갑니다. 의지하던 사람들을 허무하게 죽여가며 마침내 도달한 마지막 문 앞에서 한국인이 또 깐죽댑니다. x같은 문 여는게 그렇게 중요하냐? 폭발한 커티스는 한국인과 한 판 붙지만 판정패하고 드디어 남자끼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캡틴아메리카...가 아니라 꼬리칸에서 17년을 구른 전투력 만렙 미국캐릭이 독방감옥에 17년 갇혀있던 한국 아저씨한테 졌어요 세상에.
그리고 아직 첫번째 혁명의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두번째 혁명의 방향이 제시됩니다. 위가 아닌 밖으로. 너무 오래되서 벽처럼 보이게 된 문을 부수고 밖으로.

송강호의 혁명은 처음부터 앞으로/상위계층으로 문을 계속 열어젖히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혁명을 위한 거래수단으로서만 일을 해왔고, 마지막 순간 다른 비전을 제시합니다. 닫힌 시스템의 정점으로 가 봤자 달라질 건 없으니 시스템을 깨트리고 밖으로 나가자는 거죠. 애초에 저 부녀가 영화 내내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물에 뜬 기름 같은 존재였던 이유는 정말로 목표, 본질이 전혀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꼬리칸의 상징성을 짊어진 채 그 예전의 삶이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된 커티스는 거절합니다.

그 순간 시스템의 정점에서 내려온 사자에게 제 2의 혁명가는 총알을 선물받고, 제 1의 혁명가는 초대를 받습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커티스는 얌전히 초대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가 알게 되는 진실은 그가 윌포트, 새로운 세계의 신께서 예비하신 장기말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지금의 그를 만든 사람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길리엄은 내통자였고, 그가 받던 빨간 쪽지는 윌포트가 직접 써서 보내던 하사품입니다. 


여기부터 다른 작품 얘기가 나옵니다만, 소설 피를 마시는 새에는 엘시 에더리라는 불세출의 장수가 있습니다. 그는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무력의 정점에 서 있다는 이유로 피할 수 없는 왕의 길로 달려가다가, 자신이 어떤 이종족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받을 신세계의 신이 준비한 장기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게 됩니다. 낯익은 구도네요. 

빨간 쪽지는 거짓 현실에 순응하는 선택인 매트릭스의 빨간 약이거나, 열차라는 거대한 실린더에 동력을 부여하는 붉은 불꽃이었습니다. 윌포드가 열차에 어떤 기여도 할 수 없고 열차운행의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꼬리칸 무임탑승자들을 일부나마 살려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선택이 내려지기까지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어떻게 그 양갱제조기마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의 '혁명'은 어떤 불꽃에 의해 촉발되어 위를 향하며, 본의아닌 인구조절과 긴장감의 조성과 새 지도층의 수혈이라는 부수효과를 달성합니다. 폭발에 의해 팽창하며 피스톤의 상승과 바퀴의 회전이라는 부수효과를 달성하는 엔진의 실린더처럼. 
열차는 그야말로 거대하고 성스러운 엔진이 된 것이죠. 그 동력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질시와 권력욕이고. 

커티스는 무거운 침묵과 일그러진 표정으로 첫번째 혁명의 실패를 인정하며 순순히 새로운 위치에서 부속품이 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5살짜리 아이가 정말로 부품이 되어 있는 아동학대의 현장을 본 순간 정신이 돌아와 시스템을 공격하고 결과적으로 남궁 민수의 두번째 혁명을 돕게 됩니다. 이 부분이 서양인들이 아닌 동양인들에게 감정적으로 소구해야 하는 부분이었다면 아동학대가 아닌 다른 모티브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남궁' 민수는 이제까지 흘려온 피에 또다른 피를 더해가며 끝끝내 세상을 찢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두번째 혁명을 성공시킵니다. 알을 찢고 신에게로 날아간 새처럼, 또는 왕자님이 부여한 공주님 역할을 찢고 밖으로 나간 우테나와 안시처럼. 그 혁명의 수혜자는 황인종 어른과 백인종 어른에게 둘러싸인 흑인종 아이와 황인종 소녀입니다. 

추정상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인 듯한 이들은 열차가 온통 전복되어 불타는 지옥도 속에서 하얀 신세계로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눈밭 위에서 귀여워 보이지만 실은 마주치면 살아남기가 어렵기로 유명한 북극곰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 엔딩은 터널에서의 전투에 삽입된 새해 축하 장면과 함께 봉준호의 (찜찜한) 테이스트를 새삼 확인시켜 준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을 보여줄 목적이라면 식물도 있고, 펭귄이나 새 같은 위협적이지 않은 동물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북극곰이죠? 인간은 끝끝내 시험을 이겨내고 시스템을 벗어나 자유의지를 되찾지만, 그게 그들의 생존과 행복과 번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몇 번이라도 좋을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다시 되찾은 것에 의의가 있을 뿐이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남녀가 서로의 목을 조르고 '기분 나빠'라고 말하며 끝나는 EOE처럼.



지나치게 많은 오마쥬를 담은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짧았나 싶게 허술하기도 하고 러닝타임이 더 주어졌어도 이 이상의 이야기를 넣기 힘든 구조인 듯도 했습니다. 완벽한 복선회수나 충격적 반전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딱히 없고, 나름 개성적이지만 의외로 예상하기 쉬운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설국열차는 보는 동안은 편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뜯어볼 여지도 제법 남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총리 역의 틸다 스윈튼이 정말 빛나는 연기를 했다는 점도 새삼 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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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의K
13/08/0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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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주인공 이름은 남궁'민수'죠...
Frozenblue
13/08/0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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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인적으로 민호가 더 익숙해서 착각했네요.
13/08/05 01:58
수정 아이콘
결말은 딱 알아서 생각해라 같아요. 정확히 그 둘만 살았다고 보기도 힘들고 생태계가 어느정도는 있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끝이나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13/08/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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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환경에서 육식동물이 살아있다는 것이 빙하기로 망가졌던 생태계가 어느정도 복원됐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사티레브
13/08/05 02:05
수정 아이콘
영화 초반 나레이션으로 모든 생명체가 사라졌다 라고 말했는데 다른생명체가 있다 만으로도..
13/08/05 14:43
수정 아이콘
그냥 전 땅굴 파놓고 동면했던 곰이 봄되니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3/08/05 02:02
수정 아이콘
북극곰은, 시스템을 뒤집어 엎고 신세계로 나가야 하지만, 그 앞길은 결코 장미빛 미래가 아닌, 고난으로 가득찬 길이다. 라는 의미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티레브
13/08/05 02:06
수정 아이콘
아포칼립스의 결말처럼 여태껏 있어왔던 스타일인데 많은 분들의 의아함을 야기하는건 고놈이 코카콜라의 고놈을 연상시킨다는게... 크크크 개인적으런 설표는 어떨까 했는데 별로 와닿지가 않을수도있겠네요 북극곰 자체의 특정한 의미를 못읽었다면 더더욱이
13/08/05 02:44
수정 아이콘
결말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시스템을 부수고 나가면 개죽음이다? 그리고 애초에 혁명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윌포드 입장에서는 태워줄 이유도 없는 사람들을 태워 준 것이고 꼬릿칸 사람들한테서 얻는 이득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태워준 사람들은 안 태워줬다면 어차피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냥 조용히 감사하면서 살아야하지 않나요?
하카세
13/08/05 02:47
수정 아이콘
언제든 필요할때 쓸 수 있는 노동력이니까요. 주인공이 마지막에 갈등하던 과정에서 정신을 딱 차린게 5살정도의 아이들이 발 밑에서 일하고 있는 장면에서였죠.
13/08/05 03:12
수정 아이콘
네 그렇기야 한데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원은 소수고 어차피 윌포드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죽은 목숨이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겁니다.
밥주고 재워주고 그러는데 오히려 윌포드 입장에서는 기가 찰 입장이지요.
역지사지12
13/08/05 04:49
수정 아이콘
송강호가 얼음이 녹고있고 커티스에게 봤다고 하죠 비행기가 녹고있고 옷을 챙기고
북극곰은 살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고 보입니다 기차안의 전진이 아닌 밖으로 가는거죠
역지사지12
13/08/0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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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만 기억되는 세상에서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13/08/05 07:07
수정 아이콘
스토리를 잘못 읽으신거 같은데;그런식으로 따지면 꼬리칸 사람들 먹여살릴 필요가 애초에 없었습니다. 월포드 입장에서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그들의 존재의 필요성이었죠.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상위칸에서의 질서 역시 붕괴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마지막에 다 죽이지 않고 74%로 인구수를 줄이는 것도 다 그 시스템의 유지와 관계가 있습니다. 시스템의 영구적 유지를 위해서는 서로 초기 배분점에서 순환적인 양상의 균제상태를 띄어야 한다는게 윌포드의 생각이죠. 이건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던져주는 내러티븐데 마지막 부분 한번 더 보시길 바랍니다.
역지사지12
13/08/05 04:43
수정 아이콘
태워준거는 잘했지만 윌포드는 밖으로가면 죽는다는 사실을 세뇌시키고 혁명역시 인구감소 목적으로 치밀하게 조작 꼬리칸 가지도 않죠 커티스의 첫째날 혁명역시 윌포드 계획 둘째날은 어긋났지 만요.
전부 윌포드 계획입니다
Neuschwanstein
13/08/05 11:11
수정 아이콘
꼬리칸의 사람들이라는 존재 자체가 윌포드에게도 필요했기 때문이죠. 시스템의 완결성을 위한 부속으로서요.
13/08/05 03:29
수정 아이콘
리뷰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던 부분을 짚어주신 것 같네요.
포포탄
13/08/05 06:29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입니다. 설국열차를 혹평하는 사람 대부분은 북극곰이 뜬금없다라는 점을 제시하는데, 말씀하신 것과 같이 EOE의 그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전래동화의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확실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지독하게 현실을 반영한, -찌개에 들어가는 조미료처럼- 위협과 슬픔, 분노같은 요소를 모두 포함한, 그러므로서 이 모두를 담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진정한 삶이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강태공
13/08/05 07:27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북금곰에게는 해피엔딩 고기가 갑자기 생기다니...
토니토니쵸파
13/08/05 08:58
수정 아이콘
전 계속 팀버튼의 색깔이 계속 느껴지더군요.
중간과정은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기차버전.
13/08/05 09:11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좋네요.

윌포드가 열차에 어떤 기여도 할 수 없고 열차운행의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꼬리칸 무임탑승자들을 일부나마 살려둔 이유는 무엇일까요....그들의 '혁명'은 어떤 불꽃에 의해 촉발되어 위를 향하며, 본의아닌 인구조절과 긴장감의 조성과 새 지도층의 수혈이라는 부수효과를 달성합니다.

틸다 스윈튼, 애드 해리스, 존 허트. 역시 연기에 안정감이 있더군요.
크리스 에반스도 첫 등장부터 중반까지는 커티스 이미지에 딱!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판타스틱4의 깐죽이 이미지가 겹쳐 보이면서 몰입에 방해를.. ㅠㅠ
목화씨내놔
13/08/05 09:50
수정 아이콘
길리엄과 윌포드가 내통했다는 건 아무래도 주인공을 교란시키고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윌포드의 거짓말 아니었을까요?
길리엄이 죽은 상황과 주인공이 혼란스러운 상황 등을 봤을 때 그런 말을 던진다면 쉽게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
사티레브
13/08/05 11:42
수정 아이콘
처음 길리엄이 나올때에 뒤에있던 W마크가 후에 윌포드가 전화를 걸어 그 빡빡이하고 통화할때 쓰이는걸 보면
핫라인은 확실히 있었던거고 왠지 거짓일거같지는 않아요
쭈구리
13/08/05 11:48
수정 아이콘
일단 감독의 인터뷰를 봐도 그렇진 않고요. 만약 그게 윌포드의 거짓말이라면 영화의 주제의식이나 무게감이 말도 안되게 축소되어 버리죠.
ArseneWenger
13/08/05 10:15
수정 아이콘
어제 심야영화 봤는데.... 주제의식이랄까 상황은 월-E 의 성인판이라고 느낀분 안계신가요??

재밌고 동화로 풀면 월E 고 잔혹하게 풀면 설국열차고...
쭈구리
13/08/05 10:26
수정 아이콘
엔딩이 희망적인 결말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희망적인 결말이 맞다고 합니다. 북극곰은 주인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이쪽을 쳐다보는데도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극곰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하위 생태계도 보존되어 있다는걸 뜻하죠. 이것은 인간이 생존할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죠. 펭귄같은 생물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겁니다. 엔딩의 장면으로 쓰기엔 '그림'도 좀 안어울린다고 생각하고요.

참고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의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나는 사실 100% 희망적인 엔딩을 생각하고 찍었다. 한 시스템이, 한 체제가 종말을 고했고, 인류의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기차 밖으로 나온 요나가 모자를 싹 벗는다. 숨도 쉬어지는 것이다. 정말 얼어죽을 것 같으면 그렇게 했겠나. 숨을 쉬는 게 가능한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 있고, 또 생명체를 본다는 말이다. 비관적 엔딩으로 본 사람들은 이들이 그 곰한테 잡아먹히리라고 생각한 건가.”

“일단 엔딩 장면에 깔려 있는 음악을 보라. 상당히 포지티브한 음악이다. 그리고 여자애와 남자애가 살아남은 것으로 상정했다. 아직 후손이 생기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겠지만, 인류의 새로운 조상이다. 물론 앵글로 색슨이 멸종했지만 인류의 새로운 조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32&aid=0002366983
Frozenblue
13/08/05 11:23
수정 아이콘
인터뷰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관점도 그 두 명이 반드시 곰에게 잡아먹히리라는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이 말한 것처럼 마을에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명확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여전히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며 그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불친절하고 현실적인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7인 반란의 주도자가 요나의 엄마라는 건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는데요. 으하하.
쭈구리
13/08/05 11:37
수정 아이콘
네. 물론 살아가기 쉬운 환경이 펼쳐진 건 아니죠. 한동안은 기차 내에서보다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틀림없고요. 어쨌거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는데다가 언젠가는 엔진이 멈출 설국열차라는 세계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희망적인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미영팀장
13/08/05 12:01
수정 아이콘
봉감독마저 벗어날 수 없는 북극곰의 이미지 메이킹이라니..같은 장면에 코디악 베어나,
사자, 호랑이를 넣고 끝냈다고 생각해보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낭만토스
13/08/05 10:34
수정 아이콘
친구가 그러더군요.

시스템 내의 혁명은 안된다. 열차를 깨고 나갔던 것처럼 시스템을 바꾸는 혁명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이 되어봤자 월포드대신 커티스가 집권할 뿐 똑같다. 안철수가 되었어야 했다(적어도 작년 여름전까지는. 지금은 안철수의 지지가 열차를 깨고 나가는 것인지 제 2의 커티스인지는 모르겠다)

라고 하더군요.
절름발이이리
13/08/05 11:53
수정 아이콘
그리고 북극곰에게 쌍싸다구
Neuschwanstein
13/08/05 11:20
수정 아이콘
윌포드 바로 앞까지 도달했을때 갑자기 남궁민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옆으로 꺾여서 열차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향하는데... 매우 전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중후반부 이후의 약간의 지루함을 확 깨는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시스템을 점령하는게 문제가 아니야 시스템 자체를 깨부숴야해'라는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름 설득력있게 연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길리엄이 윌포드의 절친이라고 밝혀지는 것이 너무 생뚱맞다, 라는 의견도 있던데 사실 계속 암시를 줍니다. 길리엄은 이 시스템의 보존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지만 예상보다 진전해버린 커티스의 혁명을 거치고 또 커티스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갈등하죠. 꼭 가야만 하겠느냐, 만약 머리칸에 도달한다면 혀를 잘라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윌포드의 말을 듣지 말라, 고 충고하기도 하고요.

마지막 장면은 그냥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엔드 오브 에바의 마지막 씬을 두고 '저 두 사람만 산걸까, 생존자가 더 있을까'를 왈가왈부하는게 별 의미가 없는것 처럼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고 또 열차라는 압제적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결정적 이유였던 외부 생태계가 복원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정도로... 왜 북극곰이냐? 라면 별 이유가 없었던걸지도 모릅니다. 눈으로 뒤덮힌 하얀 세상에 이미지적으로 어울리는 동물일 뿐, 인걸지도 모르죠.
Neuschwanstein
13/08/05 11:25
수정 아이콘
근데 양갱 얘기 많이 하시던데 지금도 양갱 한개 들고 먹고 있는데 역겹다는 생각은 안드네요.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바퀴벌레->양갱(모양의 프로틴블럭) 이라는 과정이 너무 생뚱맞아서 그런거 같아요. 영화 보고나서도 연결이 안돼서...다행인걸까요?
PlaceboEffect
13/08/05 12:10
수정 아이콘
피를 마시는 혁명이라는 부분에서 딱 느꼈습니다.

아. 글 쓰신 분도 영화를 보고 피마새의 향기를 느끼셨구나.

저 역시도 설국열차를 보고나니 피를 마시는 새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원시제(윌포드)가 만든 제국이라는 걸작(열차)에 피를 통해 내구성(꼬리칸의 반란)을 부여하는 치천제(윌포드와 길리엄)의

엘시에더리(커티스)로의 권력이양시도. 두 작품(비록 성질은 다르지만)에 대한 비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대주제인 시스템의 유지냐, 아니면 그것을 붕괴시켜서 알 수 없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가.를 보면서

정말 사람이 모이면 시스템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곧미남
13/08/05 12:17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13/08/05 12:41
수정 아이콘
다른 어떠한 외부적 충격 요인을 제외하고,
남자 하나, 여자 하나만 살아남으면 인간이 다시 번성할 수 있을까요 -_-?

유전적으로 계속 근친상간이 되어버리는 꼴인데..
김연아
13/08/05 15:42
수정 아이콘
그래서 미친 듯이 생산해야죠. 응???
루키즈
13/08/05 15:39
수정 아이콘
곰이 튀어나온건 곰>토끼>풀 같이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는 뜻이라서
청보랏빛 영혼 s
13/08/05 23:01
수정 아이콘
설국열차 일찍 보길 정말 잘했습니다.
안그랬으면 스포 무서워서 이런 좋은 글 못 읽었을 텐데요.
북극곰이 등장하는 부분에 해석이 굉장히 극명히 나뉘는게 신기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래도 '요나'가 투시력으로 보여질 만큼의 타고난 감각. (진짜 투시력이지는 않을 겁니다. 만화에서도 요나 역은 아주 예민한 소리를 들을 만큼 청각이 발달한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과 태초의 인류처럼 동물에 가까운 감각을 타고난 인물 설정 아닐까요.
그리고 중간에 남궁민수가 '7인의 탈출' 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말하잖아요.
'저기 맨 앞에 사람 여자야. 에스키모인... 그렇게 추운곳에서도 살 수 있다는 둥 말을 하더니.' 라구요.
제 생각이지만 요나의 엄마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송광호가 요나에게 구지 이야기를 건낼 필요도 없고 여자라는 부분을 밝힐 이유도 없을 것 같으니까요.
추운 지역에서도 생존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인류의 피를 이어 받은 요나의 생존에 한표 던집니다.

인셉션에서도 '해피 엔딩'을 굳게 믿고 있으니까 설국열차에서도 '해피엔딩' 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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