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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04 18:49:45
Name 고구마팔아요
Subject [일반] 산업화 세대의 경계심 혹은 적개심


1. 너희들 제대로 찍혔어

최근 게임업계에 대한 정부규제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게임을 미워하는가.
왜 환경에 대해서 게임만큼 민감하게 규제하지 않는가(대기오염에 대한 제조업에 대한 규제), 무분별한 투자로 개인파산자가 등장하는 증권업이나 무분별한 발급으로 물의를 빚는 신용카드업은 왜 규제를 하지 않는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도 왜 건설업에는 적절한 조정과 규제가 없는가

이렇게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정부(혹은 기성세대)에 나름대로 '찍힌' 산업군이 따로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뭘 해도 이미 미운, 손을 봐주고 싶은 그런 산업군. 만약 '찍힌' 것이 사실이라면, 그 다음으로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 찍혔을까?'(뭘 잘못했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다시 '무엇을 하면 찍히지 않고 봐줄 것인가'라는 의문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2. 왜 우리에요?

대표적으로 찍힌 산업군은 '게임' '포탈'이 머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게임'은 아시다시피 '중독'이라는 항목으로, '포탈'은 '공정성'이라는 항목으로 심판대에 세우려고 합니다. 딱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왜 미움을 받을까 생각을 해봐도 답이 별로 안 떠오릅니다. 정치후원금을 안 내서...? 말을 안 들어서...? 원래 나쁜 산업군이라서...??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력과 돈이 이동하는 것에 대한) 시기 혹은 경계, 적개심'



3. 너희들이 갖고 있는 것은 예전에 내것이었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산업화 세대의 주역인 분들의 그 시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새마을 운동, 경제개발, 산업화, 제조업은 실상 (단어는 서로 다르지만) 그분들의 인생을 상징하는 일종의 아이콘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세대의 입장에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이니 그에 합당한 대접과 존경, 권한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딱히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조업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제조업이 튼튼해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분을 시선에서는 '게임'과 '포탈'이 국가에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 '시간낭비'산업으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에서 삼성, 현대, SK, STX등에 입사했다고 할때 어른들의 반응과 네이버, 다음, 넥슨, 카카오톡에 입사했다고 했을때 반응이 다른 것을 자주 봤습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정도로 그치겠지만
기존 권력을 갖고 있는 권력층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다를 수 있을 듯 합니다.

정치권(특히 새누리당)은 사업권 승인, 규제 철폐(혹은 규제신설), 공기업 민영화, 대출지원등을 이용하여 기존 경제계에 이권(선물)을 주고
경제계는 그 댓가로 정치헌금, 정치공약에 대한 실행전략(=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등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양쪽은 서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이와 잇몸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자신들 이외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담을 쌓습니다.

그런데 그들 입장에서 반갑지 않는 손님이 찾아옵니다.

그들이 '승인하지도 않았는데(혹은 승인이 필요하지도 않는)' '규제하지도 않았는데'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슬그머니 등장하여 성공한 기업들(게임,포탈)이 그들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지 않을까 싶습니다. 받은게 없으니 눈치볼 것도 없죠. 정치권에 댓가로 공물을 바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경제계입장에서도 마찬가지죠. 어디서 새파란 것들이 사업인답시고 하더니 어느새 자기들만큼, 그이상으로 덩치가 커진데다가 일부 사업자의 경우 심각한 타격까지 입게 됩니다. (특히 언론산업)

이런 기사도 보입니다.

창조경제, K포탈로 시작하자 (공기업 포탈을 만들자)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31104033608323

프리미엄 조선, 왜 필요한가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104032107151


게임이 수출효자 산업이라고 해도, 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왜요? 우리 패밀리가 아니거든요.
이베이가 옥션, 지마켓을 먹고, 유튜브가 동영상을 다 먹어도 합병 승인도 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할겁니다. 왜요? 우리 패밀리가 아니거든요.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포스코나 남양유업은 소리소문 없이 넘어가고
네이버, 다음, SK컴즈로 공정위 감사가 나가 과징금을 때리고, 게임에 대한 법안이 생기는 이유
비슷한 이유로 NC가 야구단을 창단하는 것도 아마 맘에 안 들겁니다.

권력과 돈이 내게서 빠져나가
달갑지 않은 다른 누군가의 손으로 가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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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3/11/04 18:52
수정 아이콘
IT 버블, 나스닥 버블을 '근엄하게 꾸짖은' 사람들은 그 이전 시장의 승자들이더라.. 뭐 그런 책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쿨 그레이
13/11/04 18:54
수정 아이콘
역사란 게 항상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기득권과 신흥 강자의 목숨을 건 싸움이었죠. 그 옛날 골품제가 무너질 때도 그랬고, 무신정변도, 신진 사대부도, 훈구와 사림의 격돌도 다 그런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문에 크게 공감하며, 꽤나 신선한 생각이라고 평하고 싶네요.

저는 그래서 이번 일이 비록 좋지 않게 끝나더라도 사필귀정이 될 것이며 언젠가는 신흥 세력이 주도권을 잡고 또 다른 신흥 세력이 나타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王天君
13/11/04 18:5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일리가 있군요. 오늘날 게임 및 IT산업에 대한 무관심과 규제는 몰이해 보다는 근저에 깔린 직업군 계급의식에 깔려있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도 '게임질'에 불과한거죠.
SugarRay
13/11/04 19:05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훼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기는 그런 것이 게임산업의 고용효과는 제조업에 비하면 적으니까요. IT는 경제를 파괴시킨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단지날드
13/11/04 19:25
수정 아이콘
IT가 경제를 파괴시킨다는 얘기는 혁신이 기업을 망친다는 얘기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2막3장
13/11/04 19:09
수정 아이콘
좋은 생각입니다.
그 들이 되어본적이 없으나, 그들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겠다 싶네요.
주로 경제계/언론계/산업계의 원로거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킹되면서
시너지를 내게되었을 듯 싶습니다.
또 한가지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와서인지, 실물이 아닌것에 대한 비호감이 강한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미 노년층일 확률이 높은 그들이 이제와서는 익숙해지기도 어렵고 불편하죠.
13/11/04 20:50
수정 아이콘
흠... 산업화시대의 주역들이 IT 기업들을 경계한다는 관점은 흥미롭네요
그래도 이런 이유보다는, 게임에 부정적인 기성세대 및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게임 규제를 하는게 더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네요..
거기에다가 일석이조로 재정마련을 위해 세금도 물릴 수 있으니까요
be manner player
13/11/04 21:1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역사에서 구세력과 신진세력이 붙는걸 배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군요.
13/11/04 23:45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죠. 기득권은 자신의 권력과 힘을 유지하고 싶어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인터넷기업의 분위기가 그들의 분위기랑 안 맞는 부분도 많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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