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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23 11:35:03
Name YoungDuck
Subject [일반] 서른즈음 이런저런 마음, 생각, 사랑이야기
제가 몇개의 글을 올렸는데, 제가 전하는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댓글이요.
제가 원하는 것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받기 위한 방법인데요.
아무래도 제가 글을 잘못 쓴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제 경험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해 5월쯤인가 이번에는 제대로 연애를 한다고 시작했는데 결국 100일 전후로 헤어졌습니다.
두번째 연애도 비슷하게 헤어졌는데, 그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르게 시작했다고 했는데 똑같은 결과물을 받았죠.
연애에 대한 모든 의욕이 다 무너졌습니다. 근 1년간 저를 달리게 했던 원동력이 사라졌고,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들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심각한 화농성 여드름이 얼굴을 뒤덮었죠.
제 나름대로의 방법도 써봤고, pdt, 스케일링, 항생제, 피지억제제 등등을 해봐도 별 차도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하는 말은 잠을 일찍자고, 밀가루 음식 먹지말라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당연히 알아요. 근데 잠이 안오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때는 세상이 싫고 사람이 싫고 모든 것이 싫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몇개월을 보내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한 친구가 카톡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청년리더십아카데미에서 세미나 있는데 참석해보라고 하더군요.

이 친구는 2년전 등산동호회에서 만나서 제가 대시했다가 친구로 생각한다고 해서 친구가 된 사이입니다.
제가 아는 유일한 여자사람 친구죠. 그외에 이유가 있어서 알고 지내는 여자사람은 있어도 친구여서 만나는 여자사람은 이 친구 뿐입니다.
연이 끊길만도 한데 이 친구 자체가 영업쪽일을 해서 먼저 연락을 몇번 하더군요.
몇번 호구 짓도 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친구라 생각하고 권한건데 제가 이성적호감때문에 들어줬습니다.
뭐 할튼 이제는 친구입니다.

다시 세미나이야기로 들어와서 홍보내용을 보니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이더군요.
그 중에 그 때는 몰랐지만 제 마음에 들어온 내용이 있었습니다.
세미나도 듣고 게으름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게으름의 원인에 완벽주의가 있다는 것도 알고
완벽주의에 대해서 공부해보니 제가 게으름이 아닌 무기력한 상태라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랬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인터넷 서핑중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계속 듣게 되고 눈물이 흐르고 울게 되더군요. 미친사람처럼요.
그리고 떠오른 것이 세미나 홍보글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라는 글입니다.
나는 왜 지금까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회한과 후회의 눈물이 계속 흘렀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만들어진 일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인 자매가 죽을려고 했다가 한 노래를 듣고 다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노래를 이민섭목사가 듣고 음을 잊어버리지 않을려고 하는 동시에 가사를 다이어리에 적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음을 잊어버리고, 그래서 직접 음을 붙이고 가사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그 다이어리에 적었다는 가사입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습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요.
살아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이 너무나 많은데 저는 감사할 줄을 몰랐습니다.
지금 제 존재 자체가 사랑을 받아온 증거인데 그것을 몰랐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제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상의 사랑이 없었다면 이렇게 자라올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살아왔는데 행복하지 않고 또 감사할 줄 몰랐다니....

글이 이상해지는데 여기까지 하고, 그래서 우선 저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듯이 맛있는거 먹고 좋은 옷 입고 좋은 것 보고 운동하고...
이렇게 지내니깐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이것을 진정 원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그냥 잘먹고 잘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만족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이 필요하고 보람된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다면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tv나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화려한 삶이 나에게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저 안전하고 따뜻한 집 건강한 음식 잘 어울리고 나를 보호해주는 옷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제가 화려한 삶을 추구한 이유는 그렇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여자보는 눈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외모 중에서도 세련되고 화려한 사람에게 끌렸다면
이제는 조금은 소박하면서도 본질은 아름다운 여자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보는 눈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세상에 베풀려고 했습니다만, 저는 욕심이 많고 또 받지 못하면 서운해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나는 원하는 것이 많구나, 욕심을 버리지 못했구나라는 자책도 했습니다.

많은 책을 읽었고, 그 중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의식혁명이라라는 책이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간의 의식을 0~1000으로 수치화 하였는데 200이하에서는 위력(Fprce)의 사용하고 200이상에서는 힘(Power)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위력은 세상을 거스르는 것이고 힘은 세상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200이하의 위력을 지배하는 것은 욕망이며 200이상의 힘을 이끄는 것은 사랑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사랑이라 말하는 것은 신체적 매력, 소유욕, 통제, 중독, 성욕, 신기함과 결합하는 어떤 격렬한 감정 상태이다.
그것은 대게 덧없고, 동요하며, 달라지는 조건에 따라 차고 이지러진다.
좌절당했을 때, 그 감정은 흔히 그것이 감추고 있던 저변의 분노와 의존성을 드러낸다.
사랑이 미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지각이지만, 거기서 말하는 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중독을 일으키는 감상성이 되기 쉽다.
그런 관계에서는 심중 팔구 진짜 사랑이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움은 사랑이 아닌 자부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500수준은 무조건적이고, 변치 않으며, 영속적인 한 사랑의 발달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한 사랑은 동요하지 않는데,
그것은 그 근원이 외적 요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함은 존재의 상태이다.
그것은 용서하고 양육하며 지지하는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이다.
사랑은 지적인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랑은 가슴에서 흘러나온다.
사랑은 그 동기의 순수성으로하여 타인을 고양시키고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의식혁명에서 /

지금까지 제 인생을 돌아켜보면 누군가를 위해서 했던 일들은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뒀던 반면에
나를 위해서 했던 일들은 늘 실패를 하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이득이 되는 것을 원하지 내 이득을 나눠주기 싫어하는 것이 마땅하니깐요.

그렇다면 나는 나를 위해서 하는 일들을 하면 안되는 것인가?
욕망을 억누르는 길만이 사랑할 수 있는 길인가 생각했습니다만
욕망도 나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니깐요.

그 후에 운이 좋게도 연애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이리저리 실수도 하고 고민하면서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왜? 연애를 할 까요?
그렇게 실패를 거듭했는데도 또 연애를 하는 이유는 멀까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연애라는 것이 의존과 애착과 소육욕이 결합된 것으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보기 힘든 형태입니다.
그런데도 왜 연애를 하냐고 물어보니
불완전한 내가 또 다른 나를 만나서 서로 사랑해주기 위해서 연애를 한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옥에 가니 온갖음식이 놓여진 밥상을 두고 사람들이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을려고 한다.
그런데 그 젓가락은 팔보다 길어서 아무도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천국에 가보았더니, 그곳은 지옥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 한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긴 젓가락을 가지고 서로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는 것 말고는요.

여러분의 주변은 지옥입니까? 천국입니까?
온전히 지옥인 분도 없을 것이고 온전히 천국인 분도 드물 것 입니다.

저는 소심하고 속이 좁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애를 합니다.
한상 거하게 차려놓고 1:1로 서로 마주않아서 음식 입에 넣어주는 재미로 연애합니다.
1:1이기 때문에 서로가 주지 않으면 서로 배가 고파야합니다.
서로 누가 먼저 주나 눈치보다가는 제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주기로 했습니다.
먼저 주는 것 어렵지 않거든요. 안주면 그냥 한번 줬다, 내가 사람을 잘못봤네 웃으며 넘기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주는 행복은 사람만이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람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pua 책을 읽은 것도, pua에는 여자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방법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제 여자친구가, 여자이기 전에 인간이고 인간이기 전에 한 개인이지만 또 여자의 특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주저리쓰다보니 글이 길어지고 부끄럽네요.
마지막은 제가 좋아하는 김동률의 감사를 첨부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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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듀오
14/01/23 11:45
수정 아이콘
지난번에도 비슷한 답변을 달았지만..
서른을 앞둔 20대 극 후반,
어린 나이에 무슨 연애를 제대로 했겠냐만은...
15세 중2때부터 정말 여자친구가 없었던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신체적인 스펙도 정말 별거 없습니다.
키 160 중반대의 소위 말하는 루저, 군대에서 모자 61호 (중대에 저보다 큰사람이 단 한명)쓸정도의 큰 머리, 의사 선생님이 운동을 강하게 권유할 정도의 빈약한 근육량을 가진 거미몸매.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4년까지. 지금도 거의 3년째 연애중인데..
스스로가 상대방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할때의 연애는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냥 스스로 가식적이고 지치게 되더라구요. 초반에야 물론 정신 못차리게 행복하지만..
오랜 친구를 연인으로 만났을때, 이미 나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때는 참 편하고 좋았습니다. 설레임이야 많이 적었겠지만 참 좋아요. 헤어지고 나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것도 이쪽 사람입니다.
개인마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노력 외에, 나 자신을 더 어필하려는 그런 노력하는 사랑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되더군요.
좋지 않던 상황을 극복하신거에 대해서 감탄과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
YoungDuck
14/01/23 11:50
수정 아이콘
그렇죠. 순리는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노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의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내 마음만큼은 내가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인것 같네요.
음 그리고 제 경험상으로 봐도 단신듀오님 말 처럼 어필하려는 노력보다는
사소하게 해준 행동들에서 더 감동을 받는 것 같더군요. 정성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긍정_감사_겸손
14/01/23 12:03
수정 아이콘
너무 좋아해서 내가 더좋아해서 오래 사귀기위해 끊임없이 어필하고 즐겁게 해주기위해 노력했죠.
정말 지치더군요. 헤어지고나면 허무할정도로..
YoungDuck
14/01/23 13:02
수정 아이콘
지칠 때면 저는 내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저를 사랑해줍니다.
남을 사랑하는 것에도 페이스조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긍정_감사_겸손님 처럼 지쳐서 헤어진 경험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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