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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02 02:55:28
Name No.42
Subject [일반] 농구모임을 다녀와서...
잠시 명절이다 뭐다 정신이 없다가 문득 후기가 올라왔으리란 생각에 와봤는데, 아직 없군요. 다들 바쁘신가...;;;

개인적으로 세 번째 PGR 농구모임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쌀쌀한데, 한적한 장소 잘 정해주신 renton님 덕에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과 텀이 비교적 짧아서 낯익은 얼굴들이 있고, 더욱 좋았습니다. 보다 자주 모여서 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nton님 화이팅..)

지난번과 이번 모임을 거치며 눈에 확 보이는 선수(!)가 하나 있어서 칭찬해보고자 합니다. 지난번 가산에서 모일때는 퍽 재미있는
닉네임이셨는데, 지금은 보다 노멀한 닉네임으로 바꾸셨다더군요. 슈터님입니다.(renton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아니시면 같이 민망한걸로...)

조금 늦게 오셔서 팀이 갈리는 바람에 같은 팀에서 뛰질 못해서 퍽 아쉬웠습니다만, 슈터님 게임 하실때 밖에서 계속 '탐나는 선수'라고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슈터님 체격이 아주 좋으십니다. 탄탄한 몸에 어깨도 넓으시고, 골 밑에서 자리 잡으시기에 아주 좋은 체격이시지요.
체격만 가지고 감탄한 것이 물론 아닙니다. 슈터님은 자신이 팀에서 해야 할 롤에 대해서 아주 잘 이해하고 계셨고, 그 이해한 바를 또 아주 잘
실행하셔서 놀라웠습니다. 사실, 그냥 모여서 즐농하며 롤에 맞는 플레이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코트나 올코트를 가리지 않고 공격은 대강
올아웃에 수비는 맨투맨 비스무리(마크가 훅훅 바뀌니까...) 혹은 잘해야 2-3 존이지요. 특히 저희가 진행한 게임은 4:4 올코트라는 극히 드문
형태였기에 맞는 포지션 찾아서 움직이는 게 더 힘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슈터님은 딱 4번이 해야할 일을 완벽하게 해주셨습니다. 공수를
가리지 않고 박스-리바운드-리바운드를 놓칠 경우의 해킹이나 속공저지 수비, 골 밑에서 공을 받아 직접공격 혹은 밖으로 다시 내주는 피딩도
훌륭했습니다. 상대방의 볼이 안으로 투입되지 못하게 디나이하는 움직임도 좋았지요.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정도의 역할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볼 캐리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엔 직접 볼을 운반, 배급도 하시고, 가드 못지않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돌파나 컷, 슈팅도 보여주시더군요.
15분짜리 게임 두 개를 치르면서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는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대학시절에도 농구동아리에 들어 남들보단 조금 더 심하게 농구에 빠져살았습니다. 심각한 어깨부상 덕에 원없이
뛰지도 못했고, 타고난 재능이나 체격도 따라주지 못해서 아마 저희 동아리 200명 넘는 멤버 중에 실력은 제일 밑바닥이지 싶습니다만, 그래도
아마추어 농구 경력 햇수가 두자리가 넘지요. 신입생때부터 서른줄이 꺾인 지금까지도 동아리 형님들께 듣는 말은 '농구는 조직력'이라는
아주 쉽고도 어려운 말입니다. 저희 동아리의 팀컬러는 엄청난 연습량으로 수비 및 공격에서 촘촘한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바탕입니다.
2-3나 3-2 지역수비때 좌우로 찌그러지는 움직임 연습만 죽자고 하기도 하고, 누구누구 어디로 넘어간다고 콜플레이 해주는 연습만 몇 시간을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농구를 하거나 볼 때엔 슛이나 드리블 등의 개인기보다 팀으로서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거야
어디어디 대회나 나가서 눈에 핏발 세우고 뛸 때이지, 회사나 사회에서 이렇게 모여서 농구할 때는 그저 즐겁고 안다치면 가장 행복한, 딱
그것만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제 스스로 어디어디 대회 엔트리에 나갈 실력이 못되어서 그냥 재미만 찾는 것도 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즐겁게 하는 와중에 롤 플레이를 너무 잘 해주시는 분을 봐서 퍽 놀라웠습니다. 특히, 그게 4번이나 5번이라면 더욱 놀랍지요.
농구를 조금이라도 해보셨다면, 4, 5번의 자리가 참 재미는 재미대로 별로고 힘들기는 누구보다 힘든 자리라는 걸 아시겠지요. 슬램덩크때문에
파워포워드가 멋져요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런 3D가 없습니다. 누가누가 슛을 잘 넣었는지는 많이들 기억해도, 그 슈터가
누구를 믿고 던져대는지, 누가 그 슈터에게 안전한 스크린을 제공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죠. 사실, 바로 그 선수의 희생과 플레이가 팀에게
강력한 공격의지를 제공하는 바탕인데도 말입니다. 때문에, 자신의 체격이 좋고 그 플레이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가볍게 즐기는 게임에선 보기 힘든 일입니다. 마음은 다들 슈터고 스코어러죠. (아, 그러고보니 닉네임은 슈터시네...)
그렇게 즐거운 난장판을 만들고서 뛰는 것이 또 농구의 재미입니다만,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주는 플레이어 한둘이 있으면, 그 팀은
보다 잘 이기고, 보다 원할하고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체격도 가늘고 근력도 약한 편이라
주로 앞선, 공격에선 바깥쪽을 도는 편인데, 슈터님과 같은 인사이드 플레이어가 계시면 게임이 아예 달라지는 걸 확 느낍니다. 공을 안으로
넘겨주기도 좋고, 주고 다시 받아서 만드는 찬스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슛을 던질 때도 오펜스 리바운드를 믿고 자신있게 던질 수 있지요.
마크가 타이트할 때에 들어오는 스크린도 기껍고, 심지어 픽앤롤이나 픽앤팝 찬스라도 만들어 주면 정말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즐겁습니다.

그냥 단순한 농구 몇게임이고, 그 와중에 보여주신 플레이였지만 많은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진짜 매력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하면 좋은 것을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것인지, 조금 더 나아가 음지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이들의 중요함과 그에 대한 감사... 정말 깊은 곳까지 생각이 이어지더군요.

PGR 농구모임 정말 즐거웠고, 거기 오신 분들 다 반갑고 좋았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 되어서 더욱 기쁘구요. 다음엔 슈터님과
꼭 같은 팀 되어서 뛰어보고 싶네요. 가위바위보 이겨야지... 좋은 자리 마련해주시고, 잊지 않고 유선연락까지 챙겨주신 renton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니 다음에도 좀 부탁드립니다. ^^ 농구모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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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2 03:19
수정 아이콘
(큰일났네 아무생각없이 했는데 생각하고 했다고 해야하나 다음 정모에는 어떻게 가지)
SugarRay
14/02/02 03:5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사랑한순간의Fire
14/02/02 18:42
수정 아이콘
탐나는 농구실력만큼이나 빼어난 드립력이네요 흐흐
14/02/02 03:55
수정 아이콘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모에 참석한 분들이 아시듯이 진정한 승자는 글쓴님이십니다. 저도 나중에 생기면 꼭 농구장에 데려오고 싶네요. 그냥 데려와도 시기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으셨을 텐데 미인이기까지 해서 정말 많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 설날에 내려가보니 해군간 제 사촌동생도 입대한 사이에 여친을 만들었더군요. 배아파서 군생활 많이남았다고 놀렸는데 속도 좁으면서 나이까지 많다고 형은 왜 군대있을때 안만들었냐고 묻는데 졸지에 군대도 늦게가거 그사이에 여친도 못만들고 지금도 없고 속도 좁으면서 나이도 많은 살찐 돼지형아가 되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여자친구란 사람은 저처럼 21살짜리 사촌동생 놀려먹다가 역관광당한 속좁은 사람이 아니라 글쓴이 NO42님처럼 남의 보이지 않는 장점을 칭찬해주는 걸 기꺼이 해 줄 수 있고 그런 표현을 여럿이 있는 게시판에 발표하는 걸 쑥스러워하지 않으며 많은 교훈을 얻어가기까지 하는 넓은 대인배같은 마음씨를 지닌 분이어야 생기는 거구나 싶네요.
14/02/02 04:56
수정 아이콘
...집사람입니다. 에헴.
사랑한순간의Fire
14/02/02 18:43
수정 아이콘
부럽군요 캬~ 농구도 에이스시고ㅠㅜ
14/02/02 10:24
수정 아이콘
오오 무리수마자용이 짱이라능!
그날 회비가 넘치는 음료수와 먹거리를 사온것도 슈터님입니다~
전 그날 처음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삐끗하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한의원까지 다녀왔네요
안다치고 즐겁게 농구하는게 최고의 미덕인데...
어쨌든 최대한 빠르게 다음 모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한순간의Fire
14/02/02 18:43
수정 아이콘
아이고 쿵하고 쓰러지신게 결국 작은 부상은 아니었군요. 언능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14/02/03 09:23
수정 아이콘
농구 모임을 다녀와서 근 3일을 뻗어있었습니다만...
진심으로 너무 즐거웠습니다. 또 이런 글을 적어주셔서 다시한번 그 날의 느낌을 되살리는 것도 매우 즐겁네요~

No. 42님께서 적어주신 글을 읽으면서 팀 플레이에 대한 점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제가 지금 속해있는 직장에서도
제가 해야할 일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

좋은 실력 보여주셔서 감사했고, 이런 글로 다시한번 새로운 느낌을 받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4/02/03 10:10
수정 아이콘
농구 못해도 가도되나요???

저도 다음에 꼭 참가하고싶습니다
14/02/03 14:45
수정 아이콘
못하셔도 되고 못하신다고 참가하셔서 앨리웁을 하셔도 됩니다
14/02/03 16:27
수정 아이콘
앨리웁 하는 사람도 5분 지나고 나면 배터리 방전되어서 다 똑같아지는 밸런스 패치...
얼씨구
14/02/03 16:08
수정 아이콘
농구 모임 다녀왔는데요...음...궁금한점이 생겼어요 ^^;; 그날 평균 연령이..어느정도 되었을까요? 30대 초, 20대 말....??
슈터님과 NO 42는 이제는 알듯 싶네요..누구인지..
14/02/03 16:23
수정 아이콘
80년생들이 제일 많았고 평균연령 32세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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