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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1 00:18:11
Name endogeneity
Subject [일반] "어르신들이 느끼는 박통에 대한 생각...??"에 달린 댓글들 '관견'(管見)



* 管見은 '학식이나 견문이 좁음'을 뜻하거나, 또는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두 가지 뜻 다 본문과 잘 어울립니다.


* 원래는 이 재밌는 주제에 대해 댓글이나 하나 달고, 다른 분들 댓글에 따로 댓글을 달 생각이었는데, 가만히 보니까 '댓글을 달아야 할 댓글'이 매우 많아 그냥 따로 글로 써보았습니다.
흔히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독자여야 한다'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로 글을 쓸 때는 마치 내가 오늘 이 주제에 대해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인양 쓰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박정희의 평가 문제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가지곤 하는 주제라면 가끔은 자신의 생각을 접어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천착하는 것조차 버거운 경우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아래에 인용하는 댓글은 '읽다보니 뭔가 생각이 떠오른' 댓글들인데, 여기 인용되지 않은 댓글이라고 하여 '재미가 없다'든가 '수준이 낮다'든가 하는 것은 아님도 밝혀둡니다.





 



  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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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옛날 일이고 우리가 직접 몸으로 느끼지 못하던 시절의 이야기니까 박통을 얼마든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 분들은 직접 자기 몸으로 그 시기를 겪으신 분이니까요.  

그리고 박통 시절이 군사정권이든 독재든 언론 통제든 외국에 원조에 의한 경제발전이든 간에 그 시절의 가난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노력한 만큼 일을 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경제 급성장 때였죠. 물론 박통의 독재에 고통받던 소수들은 제외하고요.

오히려 이런 분들 동영상 가져다놓고 우매한 노인네들 끌끌...이러면서 우월감 느끼는 젊은 사람들도 별로 좋아보이진 않아요.




(1) 첫 줄의 '객관적'이라는 말은 그 말의 '잘 숙고된 의미'로 적절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객관'이란 말을 사용할 때는, 인류 역사상 단 한명도 근접하지 못했다는 '보편타당한 진리'라는 의미가 내포되곤 하는데 말입니다. 첫줄의 '객관'은 아마 '낯설게', 또는 '거리를 두고'라는 단어로도 바꿔쓸 수 있지 않을까요?


(2) 위에서 갑자기 왠 국어사전 집필하는 소리를 하는가 싶으셨을텐데, 주환 님이 '체험'을 강조하는 이상 위와 같은 점은 언급될 가치가 있었습니다. 재밌는 건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것은 알 수 없다'고도 하지만, '자기 경험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고도 얘기한다는 점입니다. 전자에선 경험이 적확한 인식의 전제지만, 후자에선 적확한 인식의 장애물입니다.

 생각해보면 전자는 자주 '그러니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는 결론으로 쓰이는데, 후자는 대놓고 '자기 반성'입니다. 아마도 경험은 인식의 불가피한 토대이긴 하되, '자기 경험'에 우리가 두는 지나친 '가중치'를 의식적으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상충적인 금언들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3) 그렇게 보면 주환 님이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추억을 '반성'해볼 것은 언급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얄팍한 우월감을 '반성'해볼 것만 언급하는 것은 좋게 보면 '젊은이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낸 것이고, 나쁘게 보면 경험과 인식의 관계를 일면적으로 본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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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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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8 20:16                          
전 별로입니다. 실체와는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분들 중 많은 분들은 박통 시절이나 전통 시절에는 오히려 박정희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지난 정권 격하의 유구한 전통에 따라서 비판적인 시각은 언제나 존재했었습니다.  



이게 신격다까끼우스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난 것은 오히려 IMF였었지요.  

언론의 우상화였던 뭐였던 간에 이 이후에 박통은 어른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유토피아로 변화했습니다.  

역사적 사실 자체는 크게 중요한게 아닌거 같습니다. 박통의 향수에는 노태우, 전두환 시절의 성과가 혼재되어 있지요.  

마치 DJ 노통의 10년의 모든 공과를 노통이 다 짊어지게 된 것 처럼.  

어쨌던 분명한 것은 이 박정희에 대한 신격화가 일어난 시점은 80년이 아닌 97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걸 제대로 파해쳐도 재미있을텐데요.




(1) 굳이 '파헤칠' 것 없이 이 점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얼마전 재발간된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가 있습니다. 그 책 자체가 문화운동으로서의 '박정희 재조명'에 대한 대결의 서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박정희 재조명 운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중석 교수의 '명저'인 '6월 항쟁' 중에는 전두환의 박정희 인식에 대해 흥미로운 기술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펠릭스 님이 말씀하신 '지난 정권 격하의 유구한 전통'의 일부랄 수 있겠는데,



"1987년 12월 4일 민정당 경인지역 위원장이 28명이나 참석한 '공개적인' 자리였는데도 전두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실은 대통령 되고 나서는 돌아가신 박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한 번도 욕한 일이 없어요. 그런 정부와 우리 정부가 단절을 했어야 되었는데, 내가 정치인으로서는 비정하지 못한거지, 정치는 비정한 건데.......


(중략)

그는 4.13 호헌 조치가 있기 전날인 4월 12일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이 보안 사령관이 되었을 때 대통령 주변이 형편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차지철이 신세를 너무 많이 지니" 차지철을 비판하는 보고서가 들어오면 정면으로 차지철한테 말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 보고서를 차지철한테 주어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비서실 내부도 엉망이고, 우군 싸움이 김일성과의 싸움보다 더 심했어. 망하려니 그런가봐"라고 개탄어린 어조로 말했다.


(중략)

전두환은 6월 1일 김성익을 불러 노태우를 대통령 후보자로 추천할 때 사용할 연설문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무엇인가가 떠오른 듯 돌연히 이렇게 말했다.

 

 공화당 때는 군부가 흔들렸다. 장기집권, 부정부패 때문에 박 대통령까지 군부의 존경을 받지 못했어. 그게 부마사태 때도 나타난 거다.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해도 제어가 안 됐었다. 그때 경찰이 데모 진압을 안하려고 했었어. 김재규가 그런 군부의 동향을 보고 박 대통령을 시해한 것이다.

 

기억의 부정확으로 약간 앞뒤가 안 맞는 말이 있지만 핵심은 분명했다. 박정희가 왜 그와 같은 최후를 맞이했는가에 대해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제외한다면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2) 사실 펠릭스님 댓글은 제 자신의 견해와 가깝습니다. 그러니 위에서 제가 언급한 '반성'도 좀 필요한 듯 한데, 80년대의 부정적 평가가 90년대의 긍정적 평가로 전환되는 데는 70년대의 '중화학 공업화'가 긴 '회임기간'을 마치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던 게 80년대 중후반이었다는 점이 많이 작용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얘기를 너무 오래 하면 애초에 쓰려던 글과 다른 글이 되버릴테니, 그냥 과거의 논의를 하나 인용해두는 데서 그치겠습니다. (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46302 제 개인적으로는 글쓴이의 논의에 의문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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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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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부정하면 자신들의 치열했던 삶을 부정당한다고 생각하는듯




(1) 이 부분은 주환 님 댓글 중 '자기들이 노력한 만큼 일을 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희망'이라는 부분과 이어집니다. 둘 다 '주체적인 삶의 영위'와 관련되는 것인데, 놀랍게도 주체인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자'인 '박정희'가 추억됩니다. 어떻게 자신들의 '빛나는 시절'을 '타인의 추억'으로 채워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이 흥미로운 점이 '생각난' 데서 비롯됬습니다.


(2) 일단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삶의 의미'를 '자가 공급'하는 것이 주체에게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건 아주 극단화시키면 우리 모두는 결국 뭔가의 노예일 뿐이라는데로 나아갈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박정희를 추억하는 어르신들의 진정한 '경험'은, 그저 70년대에 '슬픈 군인'이 시키는 대로 빡세게 노가다 좀 뛰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해줬던 뭔가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는 것의 '회고적인 자각'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결국 핵심은 '추억' 그 자체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추억은 '지금 없는 것'에 대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실'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잃어버린 건 아무래도 '능동적인', '주체적인' 같은 수식어로 표현될법한 무언가인데, 적당히 이름붙이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상실'된 그 무언가를 부르는 이름이 어느샌가 '박정희'로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3) 이런 생각들은 우리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자유주의자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 존중하는 부분을 마치 수술칼로 헤집는 듯한 행위라, 대단히 거슬리게 보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어떤 '확정된 결론'으로 읽어선 안될 건데, 굳이 따지면 '박정희를 아름답게 추억하는 어르신이, 어르신 자신의 추억에 대해 할 수 있는 반성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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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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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었을 겁니다. 발전한 국가의 노동자가 아니라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의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논증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즉, 어쩌면 성장률이 높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체감상으로 더 살기 좋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어르신의 말은 좀 거칠긴 한데, 전 노년층의 박통에 대한 향수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오히려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단체로 어디서 역사교육을 받고 그런 게 아닙니다. 노년층이 과거가 더 살기 좋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때를 미화하는 게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가 아니고, 경제성장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경제성장률은 지금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요. 물론, '아버지가 잘했으니 그 딸도 잘할 것이다'란 심리는 합리적이다란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중요한 것은 경제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가 아니고, 경제성장률"

 경제성장론 분야의 일반적인 상식이죠. level하고 rate 구별이 중요한게 꼭 공대에서만 그런 건 아닌데, 이 점이 보통 강조되는 건 이른바 '멜서스 효과' 때문임도 언급될 필요가 있겠습니다.(일정한 경제성장 수준이 달성됨으로서 이뤄진 후생수준이, 그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한 인구 증가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경제성장의 속도가 인구증가 속도보다 빨라야 된다는 식입니다.) 


(2) 엽기토끼님은 마지막 줄에서 한가지 제한을 거는 것으로 합리성의 선을 지켰다고 생각하셨는데, 사실 '그 당시의 경제성장률은 지금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는 데서 '노년층의 박통에 대한 향수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추론도 비슷한 제한에 걸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합리적'이라는 말을 통상적 용법과는 다르게 사용한 것일까요?

본문에서 애덤 스미스를 인용하셨는데, 차라리 스미스가 인간의 도덕적 능력의 기초로 '타인의 감정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긍정or부정적 감정을 따라 느낄 능력'인 '공감력'을 얘기했던 것을 기억해서, '노년층의 박통에 대한 향수는 어느 정도는 "공감" 가능하다'고 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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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다지나버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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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2/28 22:16                          
전두환과 박정희는 다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중독재란 개념은
단순한 억압/독재-저항/민주화라는 도식과는 달리
'독재정권의 존속에는 대중의 동의가 크게 기여했고 그 상호과정에는
대중을 활용하기 위한 정권의 정책/정권에 부응하는 대중의 능동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라는 것인데,
(후략)





(1) 정치학 문헌에선 자주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를 구분합니다. 가령,


"전체주의 체제 하에선 대중들의 동원을 통한 사회 참여가 활성화되지만, 권위주의 체제 하에선 '신민형'(臣民形) 적인 정치행태를 보입니다. 신민형적 정치 행태는 자신의 주장을 표출하는 기능이 없이 국가가 해주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행태라고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권위주의 체제는 대중의 정치 무관심과 정치로부터 은둔하려는 사회 상황을 조장합니다. 전체주의와 비교하여, 시민들의 사회 참여의 역동구조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진영재, '정치학 총론', 365~366p)


한마디로 권위주의는 대중의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마비시킨다면, 전체주의는 입에 확성기를 달아주고 거리를 행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명백한 것이기만 한가는, 대부분의 정치학 개념이 다 그렇듯 미심쩍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로 구분하여 이름붙인 것은, 서로 다른 정치체제라기보단 '하나의 독재적 정치체제'가 대중과의 관계양상에 따라 '두 가지 외양'을 갖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2) 어떤 식으로든 박정희 정부의 '대중주의'적 성격을 강조하는 데서 이른바 '군사주의 문화'라는 것을 빼놓을 순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건 이른바 '어르신들의 추억' 속에는 '어렵던 시절 잘 먹고 살게 해주신' 이야기는 자주 나와도, 대학에서 실시됬든 '교련'이라든가 뭐 그런 '군사문화적 요소'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은 지나칠 정도로 '삶 속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추억거리가 아닌 것일까요? 어쨌든 이 '추억'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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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접으면서, 하릴 없는 금요일 밤에 '생각하는 재미'를 주신 분들, 그리고 국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 것도 모자라, 돌아가신지 수십년 넘게 국민들에게 '일용할 떡밥'을 주고 계신 각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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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탄
14/03/01 00:44
수정 아이콘
정치학도로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현대사를 공부하다보면 박정희와 전두환 이후의 군부독재의 명확한 구별이 가능할 듯 하면서도 다시 아리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맥락을 잘 짚어주신 것 같아서 많이 배우네요.
endogeneity
14/03/01 00:56
수정 아이콘
가장 유명한 '전체주의자'인 히틀러 사례를 생각해봐도 좀 아리송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배경엔 분명 '맥주홀 선동가'를 따르는 전투적인 지지자들(대부분 가난한 '대중'들인)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엔 결국 가톨릭 세력이나 장군들, 자본가들 같은 '기득권 세력'의 비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세력들이 히틀러를 '간택'한 배경엔 분명히 바이마르 공화국이 열어둔 대의민주주의라는 공간을 틈타 공산당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즉 '아래로부터의 혼돈'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고려가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정치학 저작'으로 유명한 '브뤼뫼르 18일'에서 그려지는 '보나파르티즘'의 발호도 그렇고요.

물론 이런 개념구분이 완전히 무익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어떤 구체적인 역사적, 공간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온전히 드러내는 성격의 구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로 그게 정치학의 학문적인 속성에 부합하는 것 같고요.
我無嶋
14/03/01 00:48
수정 아이콘
닉들은 좀 가려주시는게...
endogeneity
14/03/01 00:59
수정 아이콘
제 글이 기본적으로 '저격글'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닉을 지우지 않았고
궁극적으론 사실 저기 언급된 댓글을 쓰신 분들이 자기 댓글이 언급된 것을 알고 '이 글에 대한 논평'을 하게끔 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에 부합하는 것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목적에 입각해서 봐도 꼭 닉이 걸려있을 필요는 없는 것도 같습니다.
我無嶋
14/03/01 01:04
수정 아이콘
네 글이 공격적이라거나 하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인상적으로 잘 읽었고 생각해볼 점도 많았던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03/01 00:5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박정희를 부정하면 자신들의 치열했던 삶을 부정당한다고 생각하는듯"이라는 댓글과 관련해서, 제가 우리나라 말 중에 참 듣기 싫어하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 군요.

"내가 누군줄 알아? 내가 누구누구 친구야!!"

비슷한 메카니즘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귤이씁니다SE
14/03/01 00:5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흐흐 옛 가카의 따님께서 아버님 후광을 바탕으로 가카가 되셨으니 이 떡밥은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ndogeneity
14/03/01 03:01
수정 아이콘
따님 서강대 시절 찝적대던 놈팽이들을 잘 타일러서(?) 오늘까지도 손주가 태어나지 않게끔 배려하신 각하의 혜안을 감탄할 따름입니다. 3대 세습은 안한다! 3대세습은!
콩먹는군락
14/03/01 10:41
수정 아이콘
바보가 아닌이상 세번은 안되요~
엽기토끼
14/03/01 01:05
수정 아이콘
식견을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미스의 또 다른 명저인 도덕감정론을 인용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겠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미스하면 보이지 않는 손만 기억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곤 했었는데, 알고보니 저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네요.

합리성과 관련하여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서, 전 합리성을 '아버지가 잘했으니 그 딸도 잘할 것이다란 생각은 비합리적이다.'와 '당시에 경제성장률이 높았으므로 체감상 살기 더 좋았을 것이고 따라서 그 때에 대한 향수는 비합리적이 아니다.'는 두 구문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고, 후자는 경험적으로 검증된 명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노년층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합리적'이라고 했다면 마지막 줄이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노년층의 박통에 대한 향수가 합리적'이라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마지막 줄을 쓰지 말 걸 그랬습니다. 제가 합리성이란 개념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남용한 것 같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론 정치학을 공부하는데, 전체주의와 권위주의의 구분에 대해선 스페인의 정치학자 '후안 린츠'의 책들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린츠는 전체주의로는 이해되지 않는 국가들, 예컨대 스페인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 권위주의 체제란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그것을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학계에선, 박정희 시절을 권위주의 체제로 구분합니다. 최근엔 3공화국과 4공화국을 또 따로 구분하여 3공화국은 준권위주의 유신체제는 권위주의로 구분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학 개념들이 워낙 합의가 안 되어 있고(될 수도 없고) 중구난방인지라 정답은 없는 게 맞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개념들을 통해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해하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ndogeneity
14/03/01 01:20
수정 아이콘
저는 사실 합리성에 대해 약간 달리 생각함으로서, 저 댓글의 논리구성이 타당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3공과 4공의 그와 같은 구분이 '적절한지'에 최대 관건은 아무래도 당시 있었던 선거들의 공정성 문제일텐데, 저는 일단 잠정적으로 저 구분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치면, 각하께서 71년에 하신 약속('다시는 여러분께 표를 구걸하지 않겠습니다')를 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키셨으면 아주 훌륭한 정치지도자였을 거란 뜻도 되는데...

본문의 진영재 교수님의 기술 자체가 아마 린츠의 저작에서 나온 것이지 싶습니다. 린츠가 내각제를 옹호하면서 대통령제에 가한 거의 '폭격' 수준의 공격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몰라도 몹시 통쾌했습니다.(워낙 대통령에 울화병이 있는지라...) 그러고보면 은근히 린츠의 생각을 빌렸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엽기토끼
14/03/01 01:40
수정 아이콘
무엇을 논의함에 있어서 가장 선행되어야할 것은, 무엇보다 엄밀한 개념 정의란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훌륭한 정치지도자라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한 정치지도자란 표현이 어떨까 싶습니다. 흐흐흐

최근엔 흥미를 잃었으나, 한참 정부 형태 및 선거 제도의 개혁이 대한민국 정치의 1순위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저도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비교하면서 내각제로의 개헌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개탄하곤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뭐 사실, 진영재씨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정말 유명한 최장집씨도 그렇고, 대부분의 한국 정치학자들이 그들만의 독창적인 이론이나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서양의 세련된 이론들을(지금은 구식이지만) 들여와 한국적 현실에 적용하면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해온 게 현실이긴 합니다. 물론 독자적인 이론화가 무척 어려운 일이며, 해외의 이론을 한국의 현실에 대입하는 작업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학문적 능력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업적 또한 대단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젠다지나버린일
14/03/01 02:39
수정 아이콘
쓸데없이 무식한 주제에 아랫글에서 지분만 많이 차지한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ㅠ
그렇지만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 정도의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인것 같기도 하구요 크크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4/03/01 02:47
수정 아이콘
원글을 읽으면서 드는 감정은 다음의 솔직히 두 가지군요..
1. 꿈보다 해몽이 좋다
2. 글이 굉장히 어렵다.

행간마다 읽기를 멈추고, 한 번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뜻을 각인한 후에, 다음 행간으로 넘어가도록 압박하는 글입니다. ^^
최근에 피지알에서 본 글 중에 제일 어려운 글인거 같네요..어쨌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히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endogeneity
14/03/01 16:38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제가 보기에도 이 글은 '불친절 글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있는 것 같습니다.(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든가...)

무진장 할일 없으실때 한번 읽어주십쇼.
영원한초보
14/03/01 16:30
수정 아이콘
박정희를 부정하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말에서
주체성이란 것이 인간다움으로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씀하신대로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의 노예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러면 반대편해서 발끈하게 되서 이야기 진행이 되질 않아 함부로 꺼내기 힘들더라고요.
박정희 시절때 노동자였던 분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주체라고 생각했을건데
사회라는 것이 지도자에 부속되있는 것 처럼 생각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경제성장률이 경제수준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게임에서도 잘 느낄 수 있는게
완성된 만렙보다 레벨업이 잘 될때가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간인것과 같은 것 같네요
노력한 만큼 더 나은 미래가 보이니까요
한국은 만렙에 다 왔다고 봐야 하는데 국민소득은 왜 다른 만렙국가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지
endogeneity
14/03/01 16:43
수정 아이콘
저도 본문에서 그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가장 '살금살금' 처신하게 되더군요. '인간성=주체성=자유'라는 도식은 어떤 의미에선 우리 문명의 정신적 주춧돌이니까요. 함부로 건드리는건 늘 압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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