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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07 16:48:32
Name 포포탄
Subject [일반] 사람들은 안철수에게 무엇을 바라나?

원래 페이스북에 있는 글을 옮겨오느라고 과감하고 예의없는 말투로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밑의 글을 보고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썼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 대선과 지지난 대선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사람들은 더이상 이념지표에 따라 누군가에게 한표를 던지지 않는다.

현대 정당정치, 즉 포괄정당 대 포괄정당의 대결에서는 결국 이념에 상관없이 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는가가 어떤 사람들을 대표하느냐보다 더 중요한데, 이 점에서 지난, 그리고 지지난 대선에서 확실하게 유권자들은 "테크노크라시"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지난 민주당은 이를 간과했고, 이정희가 여기에 역사논쟁에 불을 지피며 기름을 붇는 격이 되었다. 그리고 패배했다.

작금에 이르러, 특히 민주당의 2012 대선분석보고서가 나오고 지난 대선에 대한 반성의 열풍이 한차례 스쳐지나갔지만, 여전히 새정연은 여기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람들이 안철수를 그토록 열렬히 지지했던 이유는 그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이였기 때문이 아니였다. 안철수는 마치 MB와 같이 기업'신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원하는 완벽한 '기능인'이였기 때문이였다. 안철수라면 내가 30년동안 눈빠지게 배워온 기술을 어디 써먹을 수 라도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 내 주었을 것 같았고, V3를 만들었던 것과 같이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나를 구원해 줄 것 같은 느낌때문에 사람들은 지지했다.

안철수가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그도 우리와 똑같은 진보정치인이 되려한다는 것을 느꼈고, 누군가는 환영했고, 누군가는 실망해서 떠나갔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가지고 있던 장점은 완전히 퇴색되어 버렸다. 그가 정치를 알았든 몰랐든 간에 안철수 자신은 자신이 가진 장점이 무엇이였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었던 것 같다. 결과론적으로 그는 최장집과 윤여준을 만날게 아니라, 정몽구를 만나고 이건희를 만났어야 했다. 설령 그가 기업프렌들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을런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본인을 위해서는 그러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민주당에 입당을 하든 통합을 하든 했다면 더 큰 파괴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해 본다.

어찌되었든 안철수는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 끝에 새정연을 만들었고 당장 지방선거를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양새 좋게 선방해야하는 임무를 받았다. 지방선거에서는 사실 안철수가 가지고 있던, 또는 가졌어야 했던 그러한 장점들을 발현하기 어려운 선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 자신 스스로는 기능인 이상의 모습, 다시 말해 저어기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처럼 거대담론 하나쯤은 툭 던질 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사람들은 이번 무대를 시험대로 삼을 것이다. 새정연에서는 또한 이런 좌충우돌하는 안철수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력임을 보여주며 '무능'이미지를 벗어버려야 한다.

물론 이번 새정연의 창당이 당장의 지방선거만을 바라보고 한 일은 아니므로 더 장기적으로는 안철수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즉 직능정치인과 직업정치인 사이의 어디엔가에 있는 그 무엇을 더욱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지체되었다간 안철수는 그저 평범한 직업정치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요 며칠간 속칭 "레이디가카"께 구애를 보내며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만, 사람들은 약속이니 정의니 하는것에 사실 별 관심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이것들이 깨어져 나가는것에 너무나 둔감해져버린 상태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새정치는 그저 내가 배운것 아깝지 않게 써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내가 이루었던 업적을 인정받고 대접받고 싶은 것 뿐이다. 이때까지의 정치인들은 그마저도 못했고, 그 누군가는 이루었지만 또 무참히 다음 집권세력이 깨뜨려버렸다. 지금 속칭 "레이디가카"께서 왜 그렇게 "창조"경제에 메달리시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더 늦지않게, 서둘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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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바라
14/04/07 17:04
수정 아이콘
폴라리스 랩소디에 이런 대사가 있었죠.
복수는 복수를 원하는 자에게 복수한다.

안철수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때는..
사람들은 안철수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멘토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멘토로 보였고, 혁명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혁명가로 보였고, 왕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왕으로 보였겠죠.

이제 안철수가 무언가 하려고 하니까..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느끼고 떠나가는 것이죠.
포포탄
14/04/07 17:2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이 글이 말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지점에 있습니다.
솔로9년차
14/04/07 17:05
수정 아이콘
지지자들이 안철수에게 바라던 것은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인을 바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기본적으로 그런 건 있을 수 없고, 만약에 있게 될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애초에 세력이 없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던 무모함을 본 후부터는 뭐...

현실을 알고 그 현실을 이겨 낼 꿈을 보여 줄 사람이라 기대했지만,
알고보니 현실도 몰랐던 것일 뿐입니다.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한다. 글쎄요...
저 쪽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약속도 안 지킨 것이 널려있습니다.
거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공천제도 폐지가 공약이지, 무공천이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비상식이거든요.
언론이 일방적이었던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방적이더라도 일정수의 사람들은 언론과 상관없이 옳으면 지지해줍니다.
지금은 그냥 틀린 거에요. 그냥 틀린 건데 생각이 다를 뿐이라며 옹호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포포탄
14/04/07 17:21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무공천도 한참 맥락을 잘못짚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이런 글을 쓴 것이기도 하구요.
유권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게 아니라 합당한 선택을 하는 존재니까요. 맞든 맞지않든 누가 관심가져주는 주제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이건 본인 빼고는 아무도 관심없는 주제라서.. 뚝심이 아니라 아집으로 보입니다.
14/04/07 17:16
수정 아이콘
문재인 의원과 함께 적어도 [양심]은 있는 정치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치적 능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그 [양심]이 앞으로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인간실격
14/04/07 17:20
수정 아이콘
안철수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는 분들 좀 계시죠? 아마 안지지자분들 스스로도 자기가 뭘 원하고 있는지 잘 모를껄요?
포포탄
14/04/07 17:24
수정 아이콘
정치라는게 원래 그렇기는 합니다. 아래로부터의 요구도 있기는 하겠지만 보통은 위에서 유권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형태로 이루어 지는게 정치이지요. 예상밖으로 안철수는 자기가 뭐하고 싶은지는 확실하게 알 겁니다. 안철수는 시종일관 정치의 축소를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거든요. 다만 그게 저희들 구미를 하나도 못 당기고 있다는게 문제이지요.
인간실격
14/04/07 17:27
수정 아이콘
네 안철수 스스로의 신념은 꽤 명확하죠 말씀하신 부분이 정확하네요.. 외부에서 볼 때 잘 모르겠는 거죠 그게 바로 그 유명한 '불통'이라는 거고요.
단지날드
14/04/07 17:23
수정 아이콘
저는 최장집 윤여준을 만난게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만나서 배운게 아무것도 없다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최장집교수를 영입했다고 했을때 안철수의원이 제대로 된 정치를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좀 많이 아쉬워요
포포탄
14/04/07 17:32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정치를 배우러 간게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최장집교수가 뛰쳐나올 때 "자기 생각과 달랐다" 라고 한 것이나, 주변에서 최장집교수의 정치참여를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최 교수는 정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싶다는 학문적 호기심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한 것을 볼 때 최장집교수도 동반자의 느낌으로 안철수와 함께 뛰어보고 싶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지점에서 안철수도 일명 '십고초려'해서 최장집교수를 맞이했구요. 그런데 서로 가진 생각이 확연히 달라버리니 배우기는 커녕 서로 쿨하게 내친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쁨아붕
14/04/07 17:37
수정 아이콘
지난 대선에서도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정권교체"를 한다 해도 그 이후를 생각해보면 명확한 비전이 안보였던 부분이 있죠..

친노 세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복수를 해주길 그토록 바랬던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내가 문재인 후보에게 행사한 표가 [[친노의 한풀이]]의 수단으로 전락하는게 아닐까?" 하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부동층이 상당수 있었고요..

그러한 부동층 중에서 상다수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었죠.
안철수라면, 안철수라면 새누리당의 부패와 친노의 증오와 복수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무언가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기존의 새누리당하고도 다르고 민주당과도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무능함이 아닌가 싶네요.
무선마우스
14/04/07 20:16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했던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기존 정치인들과 다를 것 같은 이미지 때문이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을 안철수에게 투영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화 되기 전에는 인기가 어마어마 했지만, 안철수가 점차 그 무엇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면서, 또는 보여주는 것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끼면서 사람들은 떠나가기 시작했죠. 같은 신을 믿으면서 전쟁에서 서로간에 자국이 이기기를 기도하는 사람들과 똑같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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