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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8 22:13:52
Name AraTa_Higgs
Subject [일반] [여러이야기] 글을 쓰고 싶은 날, 그리고 민선이와의 통화..
아라타입니다.

오늘 전국에 비가와서,
그나마 바람에 날리던 미세먼지 같던 송화가루가 좀 씻겨 나갔나 모르겠습니다..

하루종일 창문을 반쯤만 열어놔도,
어느새 책상 스탠드 아래엔 뽀얀 가루들이 내려와 앉아있지요..

간혹 알레르기도 일으킨다고 하니, 되도록 주의하는게 낫겠네요..





1.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있던 그 날.
우리집 고양이(이름 : 살찐이)가 새끼를 4마리나 낳았습니다..

옆집 딸기농장 주인이 한 마리 갖다줘서 새끼 때부터 키우던 살찐이가,
며칠새 배가 불러오고 하루종일 잠만 퍼질러 자서,
혹시 냥이임신을 의심해 몇가지 관찰을 한 결과,
일주일도 채 안되어 혼자 새끼를 쑴풍 낳았습니다..하핫

16일 그 날 피지알에 글을 써서 알리고 싶었으나,
아시다시피.. 결코 이 글을 그 때는 쓸 수 없더군요..

이 살찐이가 낳은 4마리는 희한하게도 모두 암컷들입니다..
엄마 생각으론, 딸기집에 한 마리 주고 나머지 3마리 모두 쥐잡는 스킬을 가르쳐서 키운다는데..
과연 3마리의 냥이들이 다시 새끼를 낳는다면...?
바글바글 냐옹냐옹 쥐지옥이 펼쳐지겠네요..

참, 고양이 새끼는 따로 부르는 말 없지요?
이 새끼들이 어제야 드디어 4마리 모두 완벽하게 눈을 떳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빨이 좀 자라고 있는지 제 손가락을 연신 깨무작거리고 있네요..
확실이 갓 태어났을 때보다 열흘정도 크니까 어찌나 귀여운지..크크크..
목소리도 좀 커져서 냥냥대는게 귀여워 죽겠네요..

살찐이 모성애도 역시 어머니의 마음인지라,
제가 일부로 한 마리를 밖에 놔두면,
'너 뭐하냥?!'하듯 저를 보곤 금새 일어나서 입으로 물고 다시 상자로 들어갑니다..

사진 보여드릴까용??



살찌니는 황색종인데, 대체 어느 아빠를 만난건지 꼬물이들은 모두 흑색계열입니다..
둘은 발이 핑크, 둘은 검정.. 그렇네요..
핑크색 발을 가진 녀석들은 자라면서 좀 색이 변하려나요...

여튼 이 4마리가 모두 살찌니만큼 잘 커줬으면 좋겠습니다..



2. 열흘전 꼬물이들 4마리가 태어나더니,
오늘 8년간 같이 살았던, 우리집 개(이름 : 복동이)가 차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래에도 글을 썼었지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이젠 복동이 묘에 가서 복동이 부를수도 있습니다만,
아까 묻어주고 그 후, 어찌나 감정이 북받쳐 오르던지요..
이 나이에 눈물 많이 흘렀습니다..
죽은게 아니라, 어디 먼 외국 나가버렸다고 생각하려고도 합니다..

아마 제게있어, 인간외에 살아있는 생물 중 가장 마음아픈 죽음이 아닐까 싶어요..
얘도 생명인데.. 부르면 반드시 힘차게 달려오던..
복동아, 좋은 곳에서 밥 많이 먹고 편하게 지내라.... 꼭.... 기도할께..



3. 복동이의 죽음을, 민선이에게도 알렸습니다..
민선이는 아직 복동이와 살찐이를 한번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제가 늘 얘네들 관련해서 얘기도 해주고,
사진/영상도 보내주고 해서,
지난주에는

"오빠, 복동이랑 살찐이, 밍키(또다른 강아지)는 내가 직접 안봐도 눈에 훤 한것 같아"

"구랭?? 밍키가 요즘 복동이를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복동이가 나보고 얘 좀 어떻게 해 달라고 난리야"

"이긍?! 그래도 밍키한테 소리지르지 말기!!"

"그래서 그냥 둘이 뭔짓하든 가만 내비두고 있어.. 그러다 밍키가 복동이한테 한 대 쳐맞으면 좀 나아지거든.."

"크히힛힉히힛, 꼬물이들은 잘 있오??"

"꼬물이는, 식사 중.. 얘네들 때문에 찌니는 또 홀쭉해지고 있어.."

"찌니, 고기 구워주기!!"

".... 시끄렁시끄렁..."


이렇죠 뭐.. 실제 대화임.....;;


그런 민선이에게, 카톡으로 아래있던 이 사진 보내주면서 복동이가 죽었다고 말해줬습니다..
민선이는 흥분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가해자인 차주를 잡아야 된다고 하지만,
차가 뭔 잘못이겠습니까.. 그리고, 어느 차인지는 모르는걸요..

제가 너무 슬퍼하는걸 알곤, 내내 저 위로해주고..
자기는 무거운 마음을 지고, 알바를 하러 갔습니다..
이따 끝나고 전화한다는대, 또 복동이 얘기로 왈칵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습니다..

'오빠가 너무 슬퍼하면, 복동이도 많이 슬플거야....'

잘가, 복동아~



4. 요즘 제가 너무 디아블로에 푹 빠져 살았는지,
제가 디아를 한다고 하면 가급적 민선이가 통화를 안하려 합니다..

이유인 즉, 제가 디아할 동안은 벽보고 얘기하는 느낌이라나..?

그러나, 민선이와의 이 통화라는게 처음 어떻게 길들여졌는지,
정말 한시간은 기본일 정도로 길게합니다..
잘 때는 같이 자는 기분이라고,
제 숨소리 들으면서 자려고 끊지도 않고 그대로 잠드는 버릇이 들어,
그렇지 않은 날엔 새벽에 꼭 깨서 잠안온다고 징징이가 되어 버립니다..

이런 일상적인 통화에, 그것도 이 긴시간동안 아무것도 하고있지 말라는 건 말이 안도는 것 같아,
어느정도 예를 들면서( 부부가 한 집에 사는데 서로 이야기만 하더냐, 자기할 일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냐 등등),
설득을 하려 하면 아주 풀죽은 목소리로 '그래그럼... '이러고 대답합니다.....으휴..... 이게 아닌데...

그럼 내가 게임을 안하고, 책을 읽던지 뉴스를 보던지 글을 쓸때도 똑같이 적용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네요.. 뭔가 제 설득에 대한 반발심에서 나온 대답인 듯 하지만, 그걸 또 그렇다고 대답하니 원..

그래서 최근엔, 나 이것이것하는데 전화해도 되니? 라고 먼저 물어 봅니다..
그럼 얘는, 나도 집에 가는 길이니까 봐줄께...하면서, 제게 전화를 하라고 시킵니다..;;
뭐야 이게..

어느 날은 내가 과제를 하고 있으니까, 오빠도 악마잡아..라고 하곤 통화를 유도합니다..
아니, 자기가 뭘 하고 있을 때 통화하고 싶으면, 넓은 아량인양 말을 합니다.. 헐...
자기가 하고 싶은 거면서.. 마치 나를 봐주는 것처럼...... 자기합리화......쩔어......

여튼 이따가 카톡이 울릴 겁니다..

'콜미콜미'



5. 개인적인 생각.

아래, 대한민국에서 살기싫어 이민을 준비한다는 글과
대한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글이 동시에 올라와 있네요..

저는 27살부터 30살까지 3년간 캄보디아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습니다..
세계 최빈국, 캄보디아에서 지내봤다는 경험은 아마 많은 분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처음 그 나라에 가자마자, 현지시간 밤 12시 도착 시엠립공항에 비행기에서 내리니까,
일순간 숨이 턱! 막히더군요..
어찌나 습하면서도 더운 공기던지..
이 나라는 평생 이런 기후에서 사는구나..싶은게, 앞으로의 날이 막막했습니다..

아, 캄보디아 글은 너무 길어질 듯 하여.. 회원분들의 요구가 있으면 조금씩 풀어볼게요...


여튼 제가 드리고픈 말씀은,
불과 100년도 안되어 매국노에 의해 일순간 나라를 잃어버린,
순국선열 조상들이 계셨던 슬픈 역사의 나라입니다..
그 세대의 사람들이 현재 살아계신분들도 계실테지요..

저희 할아버지께서도 일제시대 때 일본제철소로 강제로 끌려 가셨다가,
광복 후 풀려나셨는데 그 때 허리를 어찌나 심하게 다치셨는지,
생전 고생을 많이 하시다가, 2010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글쎄, 저는 그렇습니다..


어찌 이런 분들의 힘으로 되찾은 나라를, 감히 제가 버릴 수 있겠습니까..
배가 침몰할 때 끝까지 선장이 남아 모든 승객을 구하듯이,
저도 대한민국이 침몰 위기라면 어떻게든 침몰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라를 버린다는건, 아주 추상적인 의미겠지만,
국적을 바꾼다는 것으로 표면에 드러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마 나라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국적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알게모르게 이 나라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구요..

캄보디아가면, 한국인을 어찌나 부러워하는데...
그네들은 한국에서 월급 80만원 받고 일하는게 최고의 꿈이기도 합니다..
뭐 이건 별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지 못할 때는,
그 이상의 질책으로 더 나아짐을 바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지겠지요..

아랫글 댓글처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길 바라면서,
저도 보탬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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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uelCabrera
14/04/28 22:29
수정 아이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여친분과 사귀게 되는 에피소드와 여친측 부모님이 교제를 아실때 이야기는 언제쯤 들을 수 있습니까 흑흑
AraTa_Higgs
14/04/29 00:41
수정 아이콘
헛...
차차....
크흐......
생겼어요
14/04/28 22:53
수정 아이콘
요즘은 그냥 이런글이 보고 싶었어요. 잘 읽고 갑니다. 아참, 늦었지만 복동이의 명복을 빕니다.
커피보다홍차
14/04/29 01:55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근황 얘기가 보기 좋네요. 이런 얘기 참 좋습니다.
그렇지만 고딩딩이 아니라 이제는 민선양이라고 해야 하난요 크크 여친분과의 연재글 더 올려주세요.
그리고 늦게나마 복동이의 명복을 빕니다.
14/04/29 02:05
수정 아이콘
복동이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꼬물이들 사진 플리즈.... 사실 악마 새끼 같은데 저때 정말 귀엽죠.
자판기냉커피
14/04/29 03:44
수정 아이콘
저도 13년간 함께 하던 녀석을 보낸지 두달쯤 됐는데 그게 참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분명 그전에도 서너마리 보내본적이 있지만 유난히 이번에는 담담하더군요
정말 아끼고 사랑하던 녀석인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였을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커지더라구요
아마 담담했다기 보다는 믿고싶지않았던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이런글을 보고 있자니 더 보고싶네요
좋은곳에서 잘지내고 있으면 좋겠네요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죠
비스군
14/04/29 15:38
수정 아이콘
이젠 여친분과의 에피소드 외에도 꼬물이들 사진때문에 부들부들해질 게 더 생겨질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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