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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7 14:28:24
Name 습격왕라인갱킹
Subject [일반] 여자사람과 약속을 잡는다는 것. 그 묘한 패턴.
저는 여타 친구들에 비해 군대를 조금 늦게 갔다 온 터라 군 복학을 2011년에 했습니다. 그때는 여러모로 묘한 근자감이 넘치던 때라 11학번 새내기들 새터도 따라가고 같이 동아리 활동도 하고 그랬지요. 덕분에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이 몇 있는데, 여자 후배 중에 특히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얼굴이 그렇게 예쁜건 아니지만 워낙에 통통튀는 매력을 가진 귀여운 친구라서 얘기하고 있으면 아빠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아이 있잖아요? 아예 여자로 안 느껴진다면 거짓말이지만 친한 후배와 사귄 적도 있고 해서 딱히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여동생 같은 후배입니다.

이 친구가 교환학생을 갔다 온 이후로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작년에 고시공부 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찾아가서 밥도 사주고 서로 응원도 하고 그랬는데, 언제 꼭 제 회사 근처로 와서 보은 하겠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다 지난 주 친한 형들이랑 맥주한잔 하다가 이 친구 생각이 나서 술 언제 살 거냐고 연락을 했더니 대뜸,

「오빠 나 썸남 생겼음!!!!!!!」

이라면서 얼마 전 미팅으로 만난 남자 얘기를 한참 하더군요. “그래 그래, 우쭈쭈 우리 동생 썸도타고 장하네~” 라며 한참 대화를 주고 받다가 얘기를 듣자 하니 썸은 썸인데, 설레발을 통한 숱한 패배의 경험을 지닌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뭔가 좀 남자가 어장 관리하는 냄새가 나기는 하더라구요. 워낙 거침없는 친구인지라 걱정도 되고 해서 여자 입장에서 너무 티 내지는 말되, 잘 되길 바란다고 얘기해줬지요. 잘 되면 자기가 술을 사겠다, 안 되면… 그래 잘 안 되면 내가 한잔 사주마 대화를 끝내고 며칠 뒤 오늘,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오빠ㅠㅠㅠㅠㅠㅠㅠ 저 술 사줘요ㅠㅠㅠㅠㅠㅠㅠ」

허허. 이럼 안 되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또 한참 썸남 욕에 맞장구를 쳐 주고 언제 만날지 약속을 잡는데, 이 털털한 친구도 여자는 여자인건지…

「금요일 어때?」
「그날은 학회가ㅠㅠ」
「토요일은?」
「그날도 학회가ㅠㅠ」

어디서 많이 보던 남녀 약속 잡는 패턴이 나왔습니다. 결국 되는 날을 맞추다 급하게 오늘 저녁에 바로 보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

「오빠 ○○이도 같이 가고 싶다는데 괜찮아요?」

역시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 이 친구의 동기이지만 동아리를 같이 하지 않아서 지금은 좀 멀어진 후배... 안 친하지만 어찌 오지 말라고 하겠습니까. 여자는 단 둘이 만나면 데이트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부담스러운 걸까요? 흔쾌히 같이 나오라고 답장을 보내고 나니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드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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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7 14:35
수정 아이콘
역시 이래야 피지알이지!
훈훈한 결말 잘 보고 갑니다
부평의K
14/05/07 14:35
수정 아이콘
약속은 그래서 가끔은 느닷없이 잡는것도 좋더군요... 지금도 홍대나온김에 점심이나 먹자고 불러내서 점심을...
두꺼비
14/05/07 14:36
수정 아이콘
"같이 가고 싶다는데 괜찮아요?" 라고 했을 때 "싫은데?"라고 대답하는 상상을 수십번 해 보았으나 실행에 옮겨보질 못했네요.
해 보신 분 있을까요?
14/05/07 14:38
수정 아이콘
역시 많이 보던 이 패턴! 이래야 피지알이죠.
14/05/07 14:40
수정 아이콘
습격왕라인갱킹님께서 아는 피쟐러 동석해도 되냐고 하신다면 이글이 매우 유쾌해질거 같네요
미메시스
14/05/07 14:42
수정 아이콘
크크. 님도 친구한분 데리고 나가시는게 어떨까요
14/05/07 14:45
수정 아이콘
전 귀찮아서...'오빠 우리 밥 먹어요' 이딴 소리 하지 말고 '오빠 몇 일 저녁 몇 시에 밥 먹어요' 라고 보내라고 합니다.
문앞의늑대
14/05/07 14:51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싫다고 했습니다.
학교 다닐때 오고가며 얼굴 정도만 보고 친분이 없는데 같이 보자고 해서 불편하니 그럼 다음에 따로 보던가 하자고 했더니
수긍하고 둘이봤습니다.
나중에는 한번 모르는 직장 친구 데려와서 소개팅 시켜준건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물론 안됐죠..
습격왕라인갱킹
14/05/07 14:57
수정 아이콘
흐흐.. 뭔가 진지하게 맘에 두고있는 친구면 저도 그렇게 하겠는데.. 예전에 돌직구로 왜? 둘이보긴 불편해? 라고 했던 친구도 있었드랬죠.. 뭔가 애매하네요 크
수타군
14/05/07 14:55
수정 아이콘
정말 나쁘다 여자.
저는 안 나갑니다.
Love&Hate
14/05/07 15:01
수정 아이콘
그냥 '오늘 술 니가 사는거였지? '라고 편하게 물어보시면 되는데..
본인이 사든지 안데리고 나오든지 둘중하나는 할겁니다.
습격왕라인갱킹
14/05/07 15:03
수정 아이콘
잘 안 되거든 제가 술을 사주겠다고 해놔서 ^^; 빼박못이네요. 같이 나온다는 친구도 그날 같이 미팅했다가 똑같이 어장에 당했다고...
Love&Hate
14/05/07 15:06
수정 아이콘
사실 별로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상대도 약속을 조정하는건데 누가사느냐도 마찬가지로 조정가능하죠.
다음에 사면 되잖아요~

그리고 그분이 사실일이 일어나진 않을거에요
소독용 에탄올
14/05/07 15:03
수정 아이콘
연애상담도 해주고, 불평불만도 들어주고, 왜 화가나나 같이 생각도 해보고, 뒷담화 치는것도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하다보니,
여자친구 혹은 후배와 단둘이 만나서 술먹고, 자취방에 재워도 주고(가서 자기도 하고) 한 경험이 수두룩 하게 되더랍니다.
물론 이 일이 상당 수준의 체력을 소요하는 감정노동이라 요즈음에는 못하고 있네요.......
푸른봄
14/05/07 15:04
수정 아이콘
갑자기 다른 사람 껴서 셋이 보는 거는 뭐 그렇다 쳐도
자신이 얻어먹기로 한 상황에서 입을 하나 보태는 건 조금 이해가 안 되네요.^^;
14/05/07 15:11
수정 아이콘
저같으면 '그럼 너한테 술 사주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더치하는거지?' 이래버립니다.
습격왕라인갱킹
14/05/07 15:26
수정 아이콘
하하... 다들 부들부들 하신가보네요... 다들 한번쯤은 이런 경험 있으셔서 동병상련 느껴주고 계신거라 믿습니다ㅠㅠ
더령이
14/05/07 15:29
수정 아이콘
저도 안나갑니다 부들부들 이라고 적지만 현실은 응 괜찮아 그래 헤헤헤 거릴듯 하네요
14/05/07 15:31
수정 아이콘
"아니, 다른 시선이 겹치면 우리의 대화가 방해받잖아"
적토마
14/05/07 15:43
수정 아이콘
아니 하나가 아닌 두명의 여자와 술잔을 기우는건데 무조껀 좋은거 아닌가요? 여자를 무서워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습격왕라인갱킹
14/05/07 15:44
수정 아이콘
좋은 사고방식이다!
정신승리라도 해야겠어요 크크
Varangian Guard
14/05/07 15:59
수정 아이콘
역시 마중적토라던데
초식성육식동물
14/05/07 16:05
수정 아이콘
긍정왕!
박서날다
14/05/07 16:16
수정 아이콘
그렇죠~직장인이 여대생 두명과 술먹는게 어디 흔한일인가요? 잘해봐야겠다 그런거 생각하지 마시고 즐겁게 놀다오세요. 술값 뭐 엄청많이나오는것도 아니고 돈벌고 있는데 한번쯤 사줘도 괜찮죠.
껀후이
14/05/07 16:26
수정 아이콘
좀 여우같지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베풀어놓은 은혜는 나중에 돌아옵니다.
소개팅으로...크크 베푸시지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4/05/07 16:38
수정 아이콘
저같으면, "그여자친구 이쁘고 남자친구 없으면! 나야 고맙지!" 이라고 했을텐데... 아쉽네요. 그 후배랑 긴장감조성도 되고 그 여자 괜찮으면 자연스레 연락처 하나 더 따는거고.
지나가는회원1
14/05/07 16:41
수정 아이콘
이 패턴 되게 짜증나요.... 약속이 한 한달정도 밀리면 좀 짜증납니다 크크
넥센히어로즈
14/05/07 17:03
수정 아이콘
여자와 잘해보기위한 목적이라면 그냥관두시고
친한 선후배로 지내실꺼면 더치하자고 하세요 크크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느끼는건데 저런 경우에서는 남녀관계로 발전하기 힘들다 생각합니다
코코볼
14/05/07 17:1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희망적인 글이네요.
하하하하하..
캐터필러
14/05/07 18:09
수정 아이콘
저런만남........시간아깝습니다.
롤 이나 한판더하겟네요..
날돌고래
14/05/07 18:20
수정 아이콘
잘해볼 마음이 그득그득 하네요. 입장을 확실히 하세요.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네요.

보통 그냥 친한 여후배라면, 다음 만날 약속을 미리 잡지 않는 편이 많을듯 싶네요.

그냥 갑작스럽게 당일이나 그 전날 연락해서 약속을 잡지...무슨 소개팅 하는 패턴이네요.

그리고 저는 레드라이트 띄워 드립니다.
14/05/07 18:28
수정 아이콘
이래야 내 피지알 답지!!!
타임트래블
14/05/07 20:04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만남 많이 해봤지만, 정말 영양가 없더군요. 마치 후배 둘이 술 먹다가 불러내서 술값 내달라 하는 것 보다 못 하더군요.
YoungDuck
14/05/07 22:29
수정 아이콘
애휴.. 이제는 이런 타입 보면 짜증부터 나네요.
그리고 약속 시간에 대한 질문자체가 틀리지 않았나요? "너 언제 시간 돼?" 라고 하면 되는건데요.
습격왕라인갱킹
14/05/07 23:40
수정 아이콘
하하; 나름 유머코드로 쓴 글인데 짜증내실 것까지야... 동병상련 내지는 이런 호구놈 낄낄 하며 웃어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의도로 쓴 자학 유머에 가까운 글이고...
14/05/08 10:32
수정 아이콘
저라면.. 오빠 술사줘요 에서
언제?
라고만 단답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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