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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14 18:42:13
Name 불량공돌이
Subject [일반] 자존감은 어디서 찾아야하나?
대학생활 4년중 가장 힘들었던 때를 말하라면 3학년 1학기라고 대답할거다.

학기가 시작하고 한달도 안되어, 태어나 처음 사귄 여자친구가 나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헤어질 조짐은 있었지만 실제로 맞닥뜨려 의연하게 대처하기엔 내 연애 경험이 너무 부족했고, 그녀의 연애 경험도 너무 부족했다.
아예 처음부터 홀로였다면 모르되, 낯선 타지 생활에 정을 주던 대상이 사라졌다는건 꽤 많은 상실감을 내게 안겼다.

정신적인 타격을 수습하기도 전에 닥쳐온 시험들은 나를 황폐화 시켰다.
1학년때는 모두 듣는 교양을, 2학년때는 모두 듣는 전공을. 아무 생각없이 커리큘럼대로만 수강을 신청했었고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바빴던지라 과목선택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전공다운 전공을 듣는 3학년, 여러 수업 과목들은 내게 선택을 요구했고, 나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부족했다. 남들이 비추천하는 과목들을, 그 과목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없이 신청한건 어찌보면 만용이었고, 그럼에도 좋은 학점을 기대한건 자만이었다.
중간,기말고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받아든 학점은 꽤 많은 자괴감을 안겨줬다. 특히 몇몇 과목은 채점한 과제나 시험지를 성적의 내림차순으로 돌려줬는데 거의 마지막에 내 이름이 불릴때는 아예 돌려받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 다 한다는 휴학 한번 없이 1학년때부터 계절학기까지 꼬박꼬박 들으며 쉼없이 달려온게 문제였을까? 1학기가 끝날 무렵 나는 도피의 느낌으로 입대를 생각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중 대체복무를 생각하지 않은 친구들은 벌써 복무중이었고, 나는 별 계획이 없었던지라 이제라도 군대를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을 했다. 친구들이 가장 많이 복무중이기도 했고, 기왕 복무하는것 사람 살리는 일을 하는게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어 의무소방 모집에 응시를 했다. 결과는 탈락. 어려울줄 알았던 체력검정은 통과하고 정작 필기에서 떨어질 줄이야.

연애도 실패, 학업도 실패, 입대도 실패한 상태로 방학을 맞이했을때 내 자존감은 극도로 떨어져있었다. 남들은 이럴때 술을 마신다는데 나는 술이 약해 그러지도 못하고 좁은 자취방구석에 누워만 있었다. 하는일 없이 방구석에 처박혀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생활비를 축내고만 있으면 더 죄책감만 들고 계속 악순환에 빠질것 같아 여기서 뭔가 벗어날 계기가 필요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부직 신청을 했고, 그 결과 과외자리가 하나 툭 떨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본 과외였고, 아니 그 이전에 처음 해 본 알바였고, 어찌됐듣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돈을 벌어서 기분이 좋았다기 보다는 '나도 가치가 있구나 쓸모가 있구나'하는 느낌이 좋았다. 한번의 실패로 더 이상의 연애는 엄두도 못내고, 내 주위의 사람들은 좋은 학점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것만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것 같고 나만 실패하는거 같고 나는 쓸모가 없는 존재 인것 같은 기분이, 고작 50만원을 벌었다고 자존감을 회복하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기 그지없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합격 후 높았던 자존감은 거듭된 논문 반려로 꽤 상처를 입었고, 동기들 먼저 졸업하고 후배님들도 이번학기 졸업하는걸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도트 데미지를 입는 중이다. 나는 내년 2월에나 졸업이 가능할텐데... 괜시리 후배들이 눈치밥 주는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아직도 학교에 있나?'라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한 기업으로부터 이력서를 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서류심사와 면접 그리고 연봉협상이 어버버 하는 사이 일사천리로 쭉 진행이 되어버렸다. 직장 선택의 기준이라 생각했던 고용 안정성, 내 전공과의 연계성, 주말부부하지 않아도 될 거리, 연봉이라는 네가지 조건 중 후순위 2가지만을 만족하는 곳이라, 2학기가 되면 졸업전까지 계속 취업활동을 할거고 더 좋은 곳에 합격하면 뒤도 안돌아 볼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한군데가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든든해진다.

연락을 받고 연봉계약서를 쓰는 그 3주라는 시간동안 나라는 존재의 가치가 그다지 바뀌지는 않았을텐데, 내가 느끼는 자존감은 꽤 차이가 난다. 대학교 3학년때나 지금이나 멘탈이 약해서인지 스스로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지 못하고, 그저 돈을 벌수 있나 취업이 되었나로 나를 평가하게 된다. 뭐 지금은 좋다.
문제는 많은 시간이 흘러 내가 퇴직을 해야 할때 나는 나의 자존감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때도 지금과 같다면 퇴직과 동시에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지 않을까? 공자가 나이 40은 외부 요인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나이(四十而不惑)라 하였는데, 서른이 지났음에도 뚯을 세우지(三十而立) 못한 나로써는 참으로 요원한 일이 아닐까 푸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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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3장
14/05/14 19:05
수정 아이콘
불량공돌이 님 만큼이나 깊은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자존감은 무게를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자존감이 잘 무너지는 사람중 하나인데, 의외로 회복도 사소한데서(?) 잘 됐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가벼운거죠.

그렇다면, 무게를 늘리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리고 그것이 숙달이 된다면?
아직은 실험중이지만, 결과가 살짝 기대가 되네요.
불량공돌이
14/05/15 10:50
수정 아이콘
무게를 늘린다는게 어떤의미인지 감이 잘 안오네요. 일희일비하지 않게 부동심을 잡아 가는걸까요?

저는 삶의 목표를 명확화&다양화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글 말미에 적은대로 저는 서른이 넘었음에도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습니다. 그저 '내 가족 건강하고 풍족하게'가 목표지요. 아마 30대 가장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삶의 목표를 뚝딱 정하는것도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삶의 목표라는걸 어떤 큰 한가지로 제한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행해야 할 소소하고 세부적인것들로 보고 이런것을을 구체화 시킨다면 하나하나 실현시켜 나가면서 얻은 성취감으로 제 자존감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중 몇가지를 실패하더라도 다른 몇가지를 이루어 내면서 위안을 얻으려구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필수적인 가치들이 있을겁니다. 그게 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돈이라든가 소속감이라든가 하는것들 처럼요. 미래는 어찌될지 모르니 일단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수밖에 없겠죠.
2막3장
14/05/15 13:20
수정 아이콘
네 짐작하신 그 의도가 맞습니다 맞구요.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내가 감당하기에 대충 큰일에 대해서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작은 일이 되는 것처럼
마음에 스스로 주는 부담을 떨쳐버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시포요~
말해놓고 보니 방법론이 비슷하네요.
다만 저는 목표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제 마음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고요.

반대로, 기뻐서 어쩔쭐을 모를때(... 과연 그런때가 있기나 한건지..)는 살짝 정제된 웃음을 보이는 걸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 참 멋있어 보이더군요
캡슐유산균
14/05/14 19:07
수정 아이콘
나이들면 자존감은 돈으로 형성됩니다.

아주아주 비교되고 더럽게 뒷다마를 때리죠.
불량공돌이
14/05/15 11:02
수정 아이콘
학창시절에서는 성적이 곧 자존감이었죠. 모의고사 점수 등으로 은근히 잘난척을 즐기기도 했구요. 다른 부수적인 잣대보다 우월한 성적이라는 비교할 기준이 있었습닏.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남과 비교할 잣대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그 잣대 중 가장 손쉽게 남들과 비교할 수있는게 돈이 아닐까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보이니까요.
나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겠고, 이리저리 기준을 정해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요인 등으로 분류도 가능하겠습니다만 그 중에 일정량 이상의 돈 혹은 그 돈을 벌수있는 잠재력(높은 연봉의 직업 등)도 필수로 포함되고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그렇다면 퇴직 이후에도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려면 그 전에 준비를 해놔야 한다는건데.. 이게 쉽지 않네요. 보통 당장의 내 한몸 혹은 내 가족 건사하기도 힘들잖아요. 허허
14/05/14 19:10
수정 아이콘
최근에 저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너의 행동, 너의 말투 전부 다 싫다.
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더군요. 사실 엄청 무너졌었습니다. 결국 내 주위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고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길 바랬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인지하는 건 좀 괴롭더군요. 그 때 예비군 훈련 통지서 날아오면 참 아놔... 진짜 매년 꼬박꼬박 설추석 안부 챙기고 필요하다고 연락주는 놈이 국방부 니놈밖에 없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건 다른가 보군 내가 정말 싫어하는 국방부가 날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근데 그래도 가끔 사람들이 필요로 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 저한테 도움됐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는 한마디에 또 제 자존감?의 기복이 절정을 달리는 거 보면 참 내 자존감이라는 것도 별볼일 없구나 생각도 들고 모르겠네요 크크 전 내년에 서른인데 저도 입지는 불가능 해 보이네요 크크크크
알킬칼켈콜
14/05/14 19:28
수정 아이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선천적인 성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가만히 떠올려보면, 갓 스무살 때나 스물 두살 때 군대 있을 때 아무것도 없을 때인데도 동기나 선후임 중에 자존감이 철철 넘쳐흐르는 친구들이 있었죠. 남들이 뭐라 그러든 내가 맞다 싶으면 스트레스 안 받고, 뒷다마나 너 싫다는 소리 직격으로 들어도 상처 안 받는..

제 동기는 선천적인 지병이 있어서 군생활 와중에도 병원을 왔다갔다 했는데 축구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겨서 허구언날 입실하는 거에 비해 선후임들이 다 아껴주고 챙겨줬습니다. 근데 아픈걸 약점 잡아서 괜히 갈구고 욕하고 괴롭히는 선임 하나가 있었거든요. [아무리 내가 잘 지내려고 노력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씩은 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러지 않았냐] 면서 신경도 안쓰고 욕먹자마자 룰루랄라 다른 선임들이랑 PX에 가더군요..결국 의가사 제대했는데 의가사 할 정도의 불편한 지병을 몸에 안고 병원 왔다갔다하면서 간부나 일부 선임들한테 눈총도 받고 이러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고 멋있을까 부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잘생겨서 그런가?
불량공돌이
14/05/15 11:09
수정 아이콘
내가 필요한 사람이고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나 똑같지 않겠습니까.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저는 그 기대치를 낮춘채 살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호의적으로 평하는건 불가능 하다는걸 매번 의식하려 합니다. 부처님, 예수님도 안티가 있는 세상인데요 뭐.
물론 주위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걸 아예 포기하면서 사는건 아니고 노력은 하는거죠. 그리고 꼭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 (아내와 아이)에게서는 어떻게 해서든 인정을 받으려하는 노력을 집중하는거지요.
알킬칼켈콜
14/05/14 19:32
수정 아이콘
두살 터울의 제 사촌형이 전형적인 오타쿠 스타일에 그런 자기 취향에 열등감도 있고 모쏠이었는데 번듯한 곳에 취직하고 자기돈 벌어서 덕질을 하기 시작하더니 사람도 당당해지고 성격도 유쾌하지고 여자친구도 생기고..자신감 자존감이 있으니까 여자친구 조언 받아서 패션도 이것저것 시도하더니 어느샌가 리얼충..어 그러니까 훈남이 되더군요 ㅡㅡ

돈과 직장이라는게 어떤 물질적인 척도를 떠나 내가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한다는 큰 증거가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불량공돌이
14/05/15 11:17
수정 아이콘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사람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생일때는 학교가 큰 울타리가 되고 취업을 하면 직장이 큰 울타리가 되어 나를 보호해 줍니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느끼는 상실감이 건보료 낼때나 대출심사 받을때라 하던가요. 어쨋건 직장소속이든 자영업이든 프리랜서든 내가 어떤 용역을 제공하고 재화를 번다는것은 그 시스템에서 내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조금 다른이야기인데 그래서 노숙자 혹은 중독자 같은 사람들의 재활프로그램에 대해 어느정도 찬성을 하는 편입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성취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을 열어주는거니까요. 내가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인간의 기본적인 품위 유지나 정신적인 안녕에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홍승식
14/05/14 21:02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개인적으로 꽤 힘든 일이 겹쳐서 있었었습니다.
그때 인생에 대한 의욕도 없어지고 힘들었는데 인정하고 나니까 세상사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데 뭐?] 라고 말할 수 있게 되니까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안 쓰게 되더군요.
그런데 단점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그런다는 거고, 그래서 가족들이 저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거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위 사람이 힘들더라도 내가 맘 편한 것이 좋은 걸 보니 전 나쁜 사람인거 같습니다.
불량공돌이
14/05/15 11:19
수정 아이콘
주변의 기대치를 낮추는것도 즐겁게 사는 방법이긴 하지만, 소소한것부터 성취해 나가는것도 즐겁게 사는 방법일겁니다.
홍승식님도 스스로의 상황과 그에 따른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계시니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리라 봅니다.
wish buRn
14/05/14 21:19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의 자뻑은 삶의 윤활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량공돌이
14/05/15 11:18
수정 아이콘
남자에게서 자뻑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흐흐
YoungDuck
14/05/14 22:09
수정 아이콘
남자는 돈 버는가 못 버는가로 자존감이 극도로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남자에게 원하는 것은 생존능력이거든요. 현대사회에서 생존능력은 돈에서 나오고요.
인간관계에서는 남들이 나를 인정해줄 때만이 자존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평범한 남자에게는 돈 만큼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돈 잘벌면 무시하는 사람 거의 없죠.
여자들이 원하는 평범한 남자... 하지만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면 적당한 수입이 있어야 평범한 남자죠.
저도 최근 취직했는데 사람대할 때 여러모로 편해지더라구요. 사회의 일원이 된 기분도 들고요.
14/05/14 23:31
수정 아이콘
우리는 낮은 자존감과 높은 자존심 사이의 간극에서 신음하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그리 못나지 않았는데, 주변이 소란스럽게 구는 바람에 자꾸 '나는 못난 거 아닌가'라는 불안에 빠지곤 하죠. 사소한 일로 오그라들었다가 사소한 일로 부풀어오르는 패턴 자체가, 본질이 오락가락하는 문제는 아님을 뒷받침해주는 거겠지요.

강철의 멘탈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거나, 강철의 의지로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성과를 내는 길도 있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고독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몇몇 천재들은 그렇게 하던데, 저는 못하겠더라구요. 역시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게 부드럽고 따뜻한 방식이 아닐까 싶네요.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일들, 가령 연애, 우정, 우애, 사회활동, 직장생활…. 나서기만 하면 길은 많지요. 가정을 만드는 것도 정석적인 길이겠구요.

다만, 음, 뭐랄까. 표현을 잘 못하겠는데요. 자기자신을 원천적으로 존중하려는 마음도 중요하다 싶습니다. 비교 없이,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가장 좋은 존중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웨트
14/05/14 23:46
수정 아이콘
살면 살수록 돈은 정말 자존감의 원천이 아닌가 뼈져리게 느껴집니다
내 자신을 내가 못믿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까 좋은걸 좋다라고, 싫은걸 싫다라고 하지 않게 되고,
괜히 성질내고, 주변사람 보다 내 얘기를 우선적으로 하게 되고 하더라구요. 나좀 봐달라고.. 내 얘기좀 들어달라고..

저는 우울한 기간이 오래되어서,어느 때 부터 사진을 찍을 때 일부러 유쾌하게 찍으려고 웃긴 포즈를 잡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슬쩍슬쩍 저를 찍은 사진을 보는데.. 표정이 전부 우울하더군요. 전부 다요. 스스로 억지로 웃는거 외엔 얼굴에 그대로 투영되는건지..
저도 정말 웃으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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