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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24 18:06:01
Name 캡슐유산균
Subject [일반]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악당은 누구인가?
어린시절 블레이드 러너를 처음 보았을때 주인공이 참으로 무력하고 이런 무력한 주인공에게 쫓기는 안드로이드들이 처음은 악해 보였다 나중에 불쌍해 보였습니다.

영화속 세계에서 안드로이드들은 전쟁 매춘 노동 등의 인류를 위해 노역하며 5년이던가? 6년이던가? 아주 짧은 수명을 삽니다.

몇몇 소수의 안드로이드들은 자신들의 짧은 생명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인간인 창조주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사실 이게 제일 주된 줄거리죠.

그리고 천신만고끝에 찾아간 안드로이드 생산 기업 중심부에서 연약한 노인 인간 창조주를 만나고 창조주에게 생산품에 불과한 너희에 죽음은 유전자 조작으로 정해져 있는 불변이며 인생에 감사하고 죽으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분노한 안드로이드는 창조주를 죽입니다.

어린시절 저는 이 장면에서 안드로이드에게 좀 더 감정 이입이 되었습니다.

영리한 영화감독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는 인간이 터무니 없이 나약하게 묘사했고 대비된 안드로이드는 강력한 육체와 저돌성에 짧은 생만큼  결여된 도덕성을 가진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렇지만 비를 맞으며 죽어간 안드로이드 대장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대사를 뱉습니다.

대충 기억나는데로,,,

"전장에서 난 안드로메다 성운을 지나는  광자력 빔의 빛도 보았어. 그건 너무도 아름다웠지. 하지만 이제 이 모든게 사라지겠지. 내 눈에 흐르는 빗물처럼."

해리슨포드는 권총 하나 들고 이들을 잡으려다 몇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런 강력한 안드로이드들은 거침없는 살인을 벌입니다.

죽어간 창조주도 그리고 안드로이드를 잡아야 하는 해리슨포드도 안드로이드 앞이서는 참으로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반면 인간을 위해 전장에서 전투를 벌렸던 안드로이드 대장은 가공할 살상병기였습니다.

해리슨포드를 살려주고 나서 시 구절 같은 유언을 뱉고 죽기 직전까지는 말이죠.

영화는 교묘하고 난해합니다.

그래서 가끔 공상 과학영화를 보면 몇가지 생각을 맴돌이 하네요.

저는 어린시절 하지 못했던 의문을 품습니다.

1. 안드로이드가 더 잔인한가 ? 인간이 더 잔인한가?

2. 창조주 사장이 준비한 5년의 생명은 안드로이드들의 반란을 제어할 참으로 똑똑한 판단이 아니었는가?

그리고 자문자답해봅니다.

1. 안드로이드가 더 잔인하다. 짧은 생만큼 도덕적 결여가 있으며 영화 내내 기계적인 모습만 보였다. 숀영  해리슨포드의 경우 조작된 기억일지 모르지만 사랑을 하는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2. 창조주의 판단은 옳다. 안드로이드에게 발전한 기회인 긴 시간 그리고 사회성을 키울 기반을 준다면 인류는 바로 멸망이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인류만큼 아니 인류보다 훨씬 더 인류가 만든 안드로이드는 위험한 존재 입니다.

미래세계에 인공지능이 있다면 아톰같은 유토피아 보단 매트릭스 같은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인격체로 그들을 대해서는 안되며 영화속 사회와 같이 폭력과 억압 그리고 차별과 멸시 생명시한장치를 가해야만 인류의 생존이 기능할 것이라 믿습니다.

더 잔인하고 교활하게 억압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어리석은 인류가 그런 인공지능에게 평등과 자유를 준다면 10만년 동안 후회할 것입니다. 동물원에서 말이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꿈에 유니콘을 본 숀영 뿐만아니라 해리슨포드도 기억이 조작된 안드로이드일지 모른다는 가설이 있더군요.

인류 입장에서 악당은 안드로이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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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ndertal
14/05/24 18:25
수정 아이콘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ve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http://www.youtube.com/watch?v=a_saUN4j7Gw

명장면이죠...
캡슐유산균
14/05/24 19:31
수정 아이콘
다시봐도 좋네요.
14/05/24 18:39
수정 아이콘
기억이 정확한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숀영은 안드로이드이고

해리슨 포드는 언드로이드로 해석하는 설이 더 강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캡슐유산균
14/05/24 19:32
수정 아이콘
감독판인지 본판인지 좀 다른 것으로 압니다.
닉부이치치
14/05/24 18:50
수정 아이콘
해리슨포드 안드로이드는 해석이 아니라 삭제된 부분에서 그렇게 나오는데 당시 관객에게는 충격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워 삭제된거 아닌가요?
캡슐유산균
14/05/24 19:33
수정 아이콘
저도 본지 오래되서 어떤판을 본지 기억이 안나네요.
중년의 럴커
14/05/24 19:21
수정 아이콘
레플리컨트.
캡슐유산균
14/05/24 19:34
수정 아이콘
검색해봤더니 좋은 자료가 많네요. 감사합니다.
빅토리고
14/05/24 19:31
수정 아이콘
해리슨 포드가 안드로이드라는건 감독이 인정했다고 하더군요.
캡슐유산균
14/05/24 19:35
수정 아이콘
감독들은 생각이 많네요.
토르트문트카가와
14/05/24 19:38
수정 아이콘
원작 소설 읽어보셨나요? 영화는 정말 가벼운 질문만 던져주는 편이더라구요.
tannenbaum
14/05/24 20:01
수정 아이콘
필립 k 딕은 정말 천재입니다
캡슐유산균
14/05/25 10:37
수정 아이콘
구매해 봐야겠네요.
비연회상
14/05/24 20:20
수정 아이콘
최근에 원작을 읽었는데 영화는 각색을 넘어서 아예 배경과 설정 몇개만 빌려온 별개작품으로 봐도 무방할듯..;
혹시 안읽어보신 분들께 추천해봅니다. 재미야 당연히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리저리 해석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정말 먹음직스럽고(?)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안드로이드(레플리컨트라는 명칭은 영화의 독자적 설정)들이 상당히 위협적이고 강력한 느낌을 주는데, 원작에선 분위기가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추적자인 주인공이 오히려 쫓기는 느낌이었다면, 원작의 주인공은 일상업무를 보는 공무원처럼 담담하게(?) 안드로이드를 제거해나가죠.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건 인간도 아닌 것들이니까' '이것들하고 인간은 본질적인 차이(감정이입 능력)가 있어'라는 정당성을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물론 이 가치관은 흔들리지만, 그렇다고 '아아! 가엾은 기계인간들!'하고 신파로 흐르진 않습니다. '업무'는 업무대로 처리하고, 주인공은 꼭 돈을 벌어야 하죠.

원작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전기동물'과 '머서리즘'이 있는데, 이것도 영화각본에선 거세해버렸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캡슐유산균
14/05/25 10:38
수정 아이콘
절판 안났으면 좋겠네요. 요즘 구하는 책이란 책들이 다 절판이네요.
비연회상
14/05/24 20:27
수정 아이콘
영화의 로이 배티의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의 무서움'의 부분을 좀더 얘기해보면... 원작의 안드로이드들은 인간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뛰어날수도 있는 지성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궁지에 몰리고 인간 사냥꾼에게 무력한 약자, 살균 대상인 벌레로서의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에게 잡혀 '은퇴' 직전의 상황에 몰린 안드로이드들의 기계적인 체념이었습니다(그래서 주인공은 안드로이드들의 이런 면모에 진절머리를 내죠). '전기 양' 신세가 아니라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점은 묘사되지만, 어떻게든 인간에게 맞서겠다는 자신감이나 열렬한 생의 의지는 부족해 보이죠. 그래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인간보다 더 연민을 느끼고 감정이입이 되죠.
캡슐유산균
14/05/25 10:40
수정 아이콘
저는 인간의 잔인성이 종을 보존하는 특성이라 생각합니다.

초식화가 진행되다 보면 언젠가 안드로이드에게 연민을 느끼는 평화주의 자들이 나오고 그들이 안드로이드의 목줄을 풀어주고 인류를 파멸시키겠죠.
비연회상
14/05/24 20:34
수정 아이콘
영화는 해리슨 포드가 안드로이드일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지만(심지어 그게 확실히 맞다는 얘기까지 있던데 잘은 모릅니다) 원작의 데커드는 100% 인간이 맞아요. 하지만 도중에 자기 자신을 의심해서 스스로에게 voigt-kampf 테스트를 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여기서 착안했던 모양이죠.

그리고 제 기억으론 안드로이드의 짧은 수명은 의도된게 아니라 기술적 한계때문이었습니다.
캡슐유산균
14/05/25 10:40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렵풋이 기억나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4/05/24 23:56
수정 아이콘
블레이드 러너 세계관까지 5년 남았군요 크..
캡슐유산균
14/05/25 10:40
수정 아이콘
오 그러네요.
14/05/25 00:21
수정 아이콘
감독은 데커드가 레플리컨트이기를 원했지만
제작자는 데커드가 인간이기를 원해서 단 한장면을 자르고 나레이션을 추가했죠

레플리컨트 보다는 인간이 더 잔인한것 같네요
레플리컨트를 사냥하는 레플리컨트를 만들고 그 레플리컨트가 반항하지 않도록 인간이라 믿게 만드는것으로 봐서도 인간이 제일 잔인한것 같아요
캡슐유산균
14/05/25 10:42
수정 아이콘
잔인해도 종족 보전을 위한거니 인간의 잔인성은 봐줘야 합니다.
14/05/25 11:10
수정 아이콘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의 잔인함을 합리화 할 수는 있겠지만
인간이 잔인하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돼겠죠
ArcanumToss
14/05/25 11:13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보고는 엄청난 감성적, 철학적 충격을 받았던 영화죠.
그래서 지금도 가끔 보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둘 다 악당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둘 다 생존을 위해 정당한 선택을 하는 존재들일 뿐이라고 보고 있죠.
자연 자체에 먹이사슬이 존재하듯이.
그리고 자기가 '싫은 것'을 '악'이라고 칭하고 '좋은 것'을 '선'이라 칭할 뿐 사실 선과 악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이차적인 '해석'과 '가치 이입'인 것이기도 하고 상대편 입장에서는 싫은 것과 좋은 것 그리고 선과 악도 정반대의 것이 되어버리니까요.
제가 볼 때 블레이드 러너는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구별하게 하기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짧은 생을 가진 레플리컨트를 통해 삶과 생명, 인간의 본질 그리고 '기억'과 '자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다시금 하게 해 주는 영화라고 봅니다.

ps.
감독이 데커드도 레플리컨트라고 했으니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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