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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21 19:50:54
Name 뛰어서돌려차
Subject [일반] 보수주의와 정치(일본의 경우)
지난 대선과 총선을 치른 후 결과의 분석에 있어 관심의 대상중 하나가 되었던 것이
갈수록 낮아지는 투표율(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갈수록 짙어져가는 정치의 보수화(진보세력의 몰락)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여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제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조금 옮겨보았습니다.

옆동네 일본도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보수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옆동네의 경우를 살펴보고 우리와는 공통점이 있는가, 우리와는 문제가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 [이념의 종말][감상주의적 보수주의]인데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현재의 정부와
별다른 이유 없이 보수정당에 기표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사정과 관련해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책이 조금 오래되어(1999년 출판) 현재의 사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점을 감안하시고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서부터는 번역문입니다.

번역 텍스트: 槪設 現代日本の政治(1999, 理念社)에서 Page220~223
[저자 - 阿部斉(아베 히토시), 新藤宗幸(신도 무네유키), 川人貞史(카와토 사다후미)]

보수주의 정치

보수와 혁신

1955년 이래 일본에서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보수정당으로 위치를 굳히고 있는 자민당이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보수정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정치에서 보수주의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보수주의란 어떠한 가치 또는 그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 제도를 지키고자 하는 사상 또는 운동이다. 이러한 사상 또는 운동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가치와 제도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라든가 또는 강력한 공격을 받고 있다하는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가치와 제도의 유지를 곤란케하는 중대한 도전이 있은 다음에 (위기를)자각한 보수주의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조건을 찾을 수 있는가? 확실히, 2차대전후의 [민주화]정책은 일본의 전통적인 제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고 고도경제성장기 이후의 사회적 변화는 일본의 전통적 가치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일본에도 (위기를)자각한 보수주의가 성립할 조건은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실제 보수정당 중에는 전통적 가치와 제도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정당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권자 중에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전통적 가치와 제도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보수주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막연히 현상유지를 바라는 감상이 보수정당의 장기정권을 가능케 해왔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 까닭으로 일본의 보수정당을 생각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보수적 감상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수에 대항하는 새력은 혁신이라 불린다. 혁신은 보수보다도 훨씬 모호한 개념이다. 혁신의 기원은 쇼와 10년(1935년)대의 혁신관료부터라고 말해지지만 혁신관료는 2차 대전 이전의 좌익이나 우익에 대항하여 군부와 결탁을 맺어 광의적 국방국가(comprehensive defense state)의 건설을 하고자 했던 관료집단의 한 세력이었다. "이 관료집단의 기본적인 사상은 관료가 주도하여 사회의 조직을 국민적 생산력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한다.]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근대주의, 합리주의, 민족주의, 생산력 신앙, 계획주의, 반재벌, 반봉건신분제라는 의미로의 민주주의 등의 여러가지가 모두 혼합되어 섞이게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제 2차 대전 후에 이 혁신이 보수의 대항개념이 되는데까지의 경위는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그 배경에는 [혁신][좌익],[혁명],[사회주의]라는 상징(symbol)보다도 모호한 개념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혁신]이라는 상징(symbol)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근대화 - 도시화 -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메이지 시대 이래의 <근대화>기대의식과 전쟁과 패전의 참상에서 오는 <평화>에의 기대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평화=근대화>라고도 해야할 의식}이 었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사회*공산양당의 이름이었던 혁신이 이후에는 중도정당도 포함한 광범위한 세력권을 가리키게 되었던 이유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의 보수성

일본의 정치가 총체적으로 보아 보수적이라는 것은 1948년 이래 40년 이상에 걸쳐 일본정부가 보수정당에 의해 장악되어 왔다는 것에서부터 보아도 명백하다. 확실히 일본에는 (인구 전체의)반수에 가까운, 혁신정당 또는 중도정당의 지지자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의 정치가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보수적 경향이 강한 것일까?

일본인의 보수성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의 경우 역사적으로 (정치사회적)변화가 항상 온건한 형태로 이루어져 왔고 역사는 거시적으로 보아 연속성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메이지 시대의 일본의 근대화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봉건적인 또는 전근대적인 요소를 한 번에 쓸어버리는게 아니라 도리어 이러한 전근대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보존하면서 근대화를 추진해 왔었다는 것으로 제도상의 커다란 변화에 관계 없이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는 혁명적이라고 할만한 극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메이지 헌법도 한편으로는 근대적 입헌군주제를 제도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복고적 절대군주제를 (법전에)실어 변화의 단절성(과거와의 단절)보다는 변화의 연속성을 강조했었다 할 수 있다.

제 2차 대전후의 커다란 변화도 또한 국내의 갈등의 결과가 아닌 국외적 압력의 결과였다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의식과 행동에 생겨난 변화라는 점에서는 이른바 전후개혁(2차 대전 후의 개혁운동)보다도 경제부흥과 여기에 따르는 [풍요로운 사회]의 도래가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생각된다. 어떻든, 의식과 행동에 있어 변화는 짧은 기간에 집중해 일어난게 아닌, 장기간에 걸쳐 완만한 형태로 일어났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보수적 경향은 일본의 역사에서 보이는 연속성에서 유래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이후의 보수화에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졌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사회에서는 정치문제나 사회문제도 발달한 기술의 활용으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에서)지배적인 사상이 된다. 이러한 사고 방식이 지배적 사고방식이 되면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이념(ideology)에 대한 기대는 급속히 쇠퇴하여 저하된다. 이것이 [이념의 종말]이라 불리는 경향에 다름 아니다. 혁신정당에 대한 지지는 많은 경우 이념에 대한 기대에 근거해 있기 때문에 이념의 종말은 반사적으로 현상유지적 보수주의 성향을 강화시키게 된다.

일본에서 보이는 보수화 경향에도 이러한 [이념의 종말]에 근거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에 행해진 조사에 따르면 자본주의*자유주의, 또는 사회주의*공산주의를 [대단히 이상적으로]이념으로서 지지하는 사람은 일본인 전체에서도 1할 내외(11%)에 지나지 않고 [정치적 주의(political ism)에는 관심 없다]는 사람은 전체의 42%에 달했다. 오늘날의 일본에서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유권자는 보수주의적 이념에 근거하여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유지적 보수감상(emotional advocacy of status quo, 현상유지에 대한 감정적 옹호)에 근거를 두고 (보수정당을)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일본의 평균적 보수파는 어떤, 보수주의자가 가지고 있어야할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기에 보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현실을 대폭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완고하게 거부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변화가 다소라도 현실을 개선한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적지 않다. 실제, 일본은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경제*사회적 제도에서는 혁신을 많이 이루어 냈다. 일본의 보수는 언제나 변화를 거부하고 정체현상(bottle neck)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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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08/04/21 20:41
수정 아이콘
보통 보수, 극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건데 우리나라 보수는 조공을 퍼다 갖다 바치고 있으니...참...자국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죠...
戰國時代
08/04/21 20:50
수정 아이콘
뭐 일단, 일본의 보수우익이라는 자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나쁜 놈들 같지만.....,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애국자 집단이기도 하니까요.
메이지유신을 일으켜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근대화 영웅들의 후손들이자,
2차대전시 자진입대하여 미국 전함을 향해 자살공격을 하던 자들의 후손이기도 하죠.
갖은 비리로 세금 탈루하고, 자식들 군대 빼고, 미국시민 만들어 주고, 한국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한국의 보수우익(?)이라는 자들하고는 많이 다르죠.
뛰어서돌려차
08/04/21 21:14
수정 아이콘
몽키.D.루피님// 오죽하면 갑제옹께서 노여움을 폭발시키셨겠습니까-_-
戰國時代님//도덕성이나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면에서 확실히 한국이 낯이 없어지는 것도 있습니다-_-.
사실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보수화 과정이 어떻게 다른가 생각을 해보고 있는데 말씀하신 면(도덕성, 사회적 책임)도
상당부분 이런 과정과 관계가 있겠지요.
08/04/22 00:44
수정 아이콘
보수/우익의 최대 가치는 '자국의 이익' 그리고, '자주' 입니다만...
이게 어딜 봐서... 요즘 자칭 우익이 하는 꼴을 보면, 이건 사이비입니다. 사이비!!
보수의 탈을 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밖에는...
장군보살
08/04/22 04:02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는 우익은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하여 (어차피 인생사는데 개인이 가장 중요한 가치죠) 그만큼 국가에게도 개인만큼의 가치를 적용하여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고 ,그것이 나 개인에게도 돌아온다.. 뭐 이런건데요.. 그래서 국가를 위해서 개인을 위해서 군복무도 성실히 수행하는 점에서 울나라는 우익지향인것같은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우익이라고 떠들어대는사람은 국가의 발전은 관심없고 자기 개인의 이익에만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이게 완전히 가짜우익 아닐까요. 진정한 우익 정치인들이 있기나한지
08/04/22 04:10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에 보수/진보라는 개념이 솔직히 있긴 할까요. 그저 자기이익에만 급급한 저질 정치꾼들이 난무할 따름이죠.
戰國時代
08/04/23 19:32
수정 아이콘
Tech85님// 수는 적지만 진보정당은 있잖습니까. 평생을 진보라는 가치 하나를 위해 살아온 분들이 적지만 있습니다.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님들을 대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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