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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26 04:53:50
Name 소오강호
Subject [일반] 동양적 가치와 현대성
동양철학은 '내면의 초월성'에 경도되어 '과학적 형이상학'을 도외시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 위잉스의 '동양적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책과 EBS다큐 '동과 서'를 발견하였고 이를 참조하여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동양적 가치 비판

1-1 과학적 형이상학
위잉스는 말합니다. "동양 사람들은 이 초월적 근원에 대해 단지 긍정을 했을 뿐, 그 근본을 철저히 파헤쳐 연구하지는 않았다. 이는 바로 장자가 말한 '성인은 육합이외의 세계가 있음을 알지만 이를 논하지 않는다.'라는 태도이다."
동양에서 형이상학을 중점으로 탐구한 사상은 베단타-도가-불교입니다. 이들은 초월적 근원에 대한 장대한 논서를 남기고 수행문화를(명상,참선) 일궜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에는 '분별심을 버리고 내면의 초월적 근원을 보라'는 종교적 태도가 담겨있었기에, 서양철학의 역동적 변천과 과학의 발전에 버금가는 눈에 띄는 학문적 혁신의 역사를 일으키진 못했습니다.(예컨대 선불교는 이성적 사유를 '지해종사' 취급하며 폄하해왔으며, 현대 한국 불교 역시 고승의 어떤 주장에 이성적 비판을 하면 무차별 몰매를 맞습니다. 그래서 철학으로서의 불교와 종교로서의 불교가 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소 예외가 있다면 경험적 사실에 기인하여 논지를 펼친 초기불교, 서양 사상을 흡수한 근대 실학-기학이 있을 것입니다. 근대 실학-기학은 현상적(경험적) 사실에 기반을 둔 이론을 펼치고자 노력했기에 전반적으로 탈성리학을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는 '학문적 기틀'을 갖추긴 했으나, 경험에 입각한 형이상학이 아닌 공상적 형이상학을 토대로 인성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이의 성학집요를 보더라도 윤리학을(정치학, 제왕학) 논하기 위해 약간의 형이상학을 곁들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가 에티카(윤리학)를 빌미로 과학적 형이상학을 선보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불교의 경우 시작은 "와서 보라"는 경험과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나, 동북아 불교로 넘어오며 종교적 초월성에(일심-진아 사상) 몰두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대승불교의 시작은 설일체유부의 실재론을 비판하며 철저한 공성을 논한 것이었지만, 이 공성이 결국엔 진아-아트만-브라만-신성으로 변질됩니다.(내세관, 영원불변하는 아트만을 논하는 조계종 종정  http://www.youtube.com/watch?v=ZngCaBzywUk) 동북아 불교를 둘로 나누어, 이 초월적 일원론에 입각한 불교를 '대중 불교'로 규정하고, 일부 선사들의 세계는 그와 달랐다는 시각을 지닐 수는 있겠습니다.

서양철학은 이데아, 신, 물자체라는 이성으로 파악이 안 되는 외재 초월적 개념을 논하기도 했으나 그것이 자신들의 이론적 한계임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형이상학'을 발전시키고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진보를 이뤘으며, 현대 철학은 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위잉스의 책에는 서양문화는 외재적이라고만 나오고 현대철학의 내재적 성격은 소개되지 않고 있는데, 현대프랑스철학은 내재적 사상을 동양보다도 더욱 철저히 연마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잉스는 서양은 외재적-종교적 신화에 경도된 사유를 지녀오기도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동양은 내면적 초월성에 경도된 사유를 지녀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했느냐의 여부이고, 여기서 서양철학-과학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1-2. 이성적 탐구심
위잉스는 동양이 기술은 뛰어났으나 과학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과학이 없었던 이유는 외향문화가 아닌 내향문화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논리는 동양이 왜 기술은 뛰어났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적절한 해석은 '근원에 대한 이성적(객관적, 분석적) 탐구심'의 결여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요? 저는 특히 어린 시절에 어떤 현상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던지면 따지기 좋아하는 자의 귀찮은 행동이라는 핍박을 받곤 했습니다. 동양문화가 '왜 그런가를 정교하게 따지는 일', '논쟁과 토론'을 꺼려하고 감성적 유대감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는 상명하복적 유가의 가치관과 관련 있을 것입니다.





1-3. 창의성
EBS다큐 '동과 서'에 의하면(http://www.youtube.com/watch?v=LDYy0Zp6wUo) 서양인은 내적 기준으로(스스로의 선택) 공부를 할때 효율을 발휘하고 동양인은 타인이 정해준 것을 습득할 때 효율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서양적 가치에 완전히 동조하고 있으며,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를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 영상은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타인의 평가에(일반화된 타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창조적 삶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2. 동양적 가치의 현대성

2-1. 장이론
위잉스의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동양의 장이론적 성격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긍정의 결여입니다. 현대 철학의 구조주의-후기 구조주의는 장이론-관계적 사유라고 볼 수 있으며, 물리학은 존재자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점점 더 밝혀내고 있습니다.

"고대 중국인은 중력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물체끼리도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 물체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18세기 후반까지도 서양인들은 서로 떨어진 물체 사이에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반면, 고대 중국인들은 2500년 전에도 파장이나 자기장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조수의 원리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갈릴레오도 조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지요. 갈릴레오는 조수작용의 원리에 대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가설을 세웠지만 모두 틀린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사물과 환경 간의 관계와 맥락을 유심히 살폈기 때문에 2500년 전부터 이런 사실들을 잘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리처드 니스벳

"중국어에서는 굳이 '하나의 오렌지를 먹어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는 '이 사과를 먹어라' '하나의 사과를 먹어라'하는 식으로 말해야 하죠. 중국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문맥을 통해서 추론하도록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펑 카이핑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EBS다큐 동과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2. 사후관
동양의 사후관은 오래전부터 상당한 세련미를 지녀왔습니다. 민간 차원에선 영혼이나 윤회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며 이런 사상을 지닌 종교지도자들도 존재해왔으나, 또한 다수의 성현들은 "삶도 제대로 모르면서 죽음을 알겠는가?"라는 진솔하고 대범한 자세를 취하거나 "생사란 기의 취합과 흩어짐에 불과함", "생명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우주적 원리"로 여겨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서양보다 훨씬 앞서서 영혼불멸에 의지하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삶을 긍정한 것이며, 니체의 사상과 닮아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무색하게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2-3. 비움의 미학
위잉스가 논하는 동양 사상은 유가적 가치관에 치우져 있으며, 노불사상적 가치관은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물이 되게 친구"라는 이소룡의 한마디에 동양적 창의성의 결정적 힌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대상과 하나 되는 비움의 미학이란 무감각하고 피동적인 바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민감한 물이 되는 것입니다. 물이라는 이미지는 수동적이지만 이것이 창의성을 띄려면,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주체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상은 이소룡과 스티브 잡스의 어록, 무협적 세계관 등에서 간헐적으로 접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이런 사상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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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jyess
14/11/2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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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철학vs철학에 있던 구절이 생각나네요. [서양철학은 니체 혹은 비트겐슈타인의 등장 이후에야 사물의 ‘본질’이란 단지 우리 인간의 가치가 투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찰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사유 전통에서는 본질이란 것이 하나의 언어적 관습에 불과하다는 통찰이 2,000여 년 전부터 이미 상식적인 견해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거 동양의 철학자들이 본질이란 것이 얼마만큼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지 이미 성찰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수면왕 김수면
14/11/26 07:55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이련 류의 결과론적 사고 방식(즉, 현재의 결과를 놓고 그 원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양의 분석적 사고 방식이 근대 서양 과학 발전의 기폭이 되었다는 논증은 근대 서양 과학의 승리의 원인은 설명하겠지만, 그 이전 시기에 상당히 오래 유지되었던 동양 과학의 선구적 발견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거든요.

오히려 저는 서양 과학의 발전이 동아시아 국가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심지어는 능가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 이유를 동아시아가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토대로 한 관료사회에서 높은 생산성을 누렸으나 그 체제의 경직성으로 발전의 속도가 정체된 사이 서양 국가들은 분권화와 (전 세계 전반적으로) 향상된 생산성이 맞물려 경직성의 폐혜를 겪지 않고 비중앙집권적 확장의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동아시아적 중앙집권 체계의 쇠퇴기와 서유럽적 분권 체계의 흥성의 시기가 겹치면서 나타난 체제 전복이라는 거죠. 굳이 그 시기적 우연에 사고방식의 차이에서부터 비롯된 유서깊은 (혹은 그렇게 되리라 운명 지어진) 필연성을 부여하려는 이런 시도들이 별로 달가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극단적으로 이런 논리를 끌고가자면 나치스의 [아리아인의 인종적 우수성은 짱짱맨임] => [고로 인종적 우수성을 가진 우리가 못난 너님들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함] 식의 우생학적 논리도 나올 수 있거든요.
김연우
14/11/26 12:10
수정 아이콘
오, 저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유럽은 중동, 인도, 중국과 달리 로마제국 이후 현재까지 계속 분열되어있는데, 이것이 경쟁을 통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보거든요.
중국의 경우에도, 중국 역사상 가장 다양하며 혁명적인 사상 발전이 있었던 시기가 춘추전국시대였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즉 할거 및 분할이 사상적 발전에는 유리하다구요.

교과서에서 역사를 배울때, 고대 왕국 -> 중세 봉건주의 -> 근대 절대왕권 -> 현재 민주주의 식으로 배우는데, 그건 유럽과 일본의 봉건적 특수사항으로 '집중되었던 왕권이 분산되는 상황'이 이상한거라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봉건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전 교황과 천왕이라는 '종교적 색체가 강한 1인자'덕에 명분과 실권의 분리가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소오강호
14/11/26 15:18
수정 아이콘
수면왕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위잉스도 그런 점을 언급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위잉스의 주장은 중국에는 기술은 있었어도 과학은 없었다는 주장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과학과 기술을 헷갈려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런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서한교초천
14/11/26 08:13
수정 아이콘
프로그마티즘이나 다원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 파괴주의자, 과학원론자들의 글을 읽어서
동양철학이나 형이상학에 대해 무슨 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기껏해야 그것들을 파괴하고 새로이 창조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철학으로 변화시키고
결국은 동양의 부정, 형이상학의 부정, 신의 부정으로 이어질뿐
아무 답도 얻을 수 없습니다.
yangjyess님의 리플에서 강신주씨의 말을 보십시요. 결국 그들의 관심사는
"그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것때문에 우리가 불행해진것 아니냐?"하는 것 뿐입니다.
소오강호
14/11/26 15:22
수정 아이콘
저는 동양철학만 깊이 파고 고유의 세계에 빠져있다가, 다른 시각도 살핀 상황입니다.
중서한교초천
14/11/26 16:14
수정 아이콘
그 동양철학의 주류 자체가 다른 시각을 극도로 경계하는 세계일텐데
다른 시각을 살핀다... 동양철학에 깊이 빠지셨다면 그건 분명 경계의 의미일텐데
글의 내용은 오히려 그쪽으로 넘어가시는거 같아 동지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swordfish-72만세
14/11/26 11:03
수정 아이콘
저는 동양적 가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 사람입니다. 일단 많은 동양적 가치라는 것들이 그게 근본적으로 뭐였던 간에
형식적으로 과도한 극우민족주의와 파시즘을 치장하는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게 동양철학과 관계 없다는 건 알지만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막돋아서...
소독용 에탄올
14/11/26 16:03
수정 아이콘
사실 서양이랑 동양형태의 구분 자체가 '서양', '나머지중 덩치큰 양반들 걍 다' 같은 느낌의 구분이라 ㅡㅡ;
동양이란 범주가 동서로는 이집트~알레스카, 남북으로는 북극권~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세계인구의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영역을 묶어놓은 물건이니까요.
(아브라함 계열전통~유교전통에 이르는) 동양 내부의 이질성이 동서양간 차이보다 커보이기도 하고요 ㅡㅡ;

이런의미에서 '동양/서양적 가치'란 물건에 과연 실체가 있는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열역학제2법칙
14/11/26 12:07
수정 아이콘
이번학기 듣는과목이 동양철학과 현대물리학이라는 과목인데...
성리학으로 현대물리학을 설명하시려는 교수님의 생각이 참 흥미롭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11/26 16:08
수정 아이콘
범주를 동양/서양으로 나누는 것 보다 각 지역철학사와 지역철학 간 관계사 연구를 해야 하는것 아닌가 합니다.
소오강호
14/11/26 17:28
수정 아이콘
동양에서 과학적 사고가 발달한 지역이 있다면 저도 그래야 마땅하리라 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11/26 17:31
수정 아이콘
애초에 '동양'이라고 묶여있지만 이집트~일본에 걸친 장대한 영역인지라,
철학에서 말하는 '과학적 사고'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과학적 형이상학이면 '인지-사고'와 관련된 '뇌과학'영역을 말하는 걸까요?)
그냥 한 덩어리로 묶어서 특정한 '성격'을 갖는다 라고 하기에 부적합한 범주라고 봅니다.

(사실 전 '동양'이 지칭하는 의미나 '동양의', '동양적'이라는 수식어가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오강호
14/11/26 18:48
수정 아이콘
동양적 가치는 간단히 말해 내향적 가치에 경도된 세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서양의 과학은 피타고라스의 철학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경험적 객관세계에 대한 묘사를 바탕으로 형이상학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학'과 유사한 형태라는 의미죠.
소독용 에탄올
14/11/26 21:02
수정 아이콘
동양의 '가치'라고하는 '내향적 가치'들은 동양에서만 강조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경험적 객관세계에 대한 묘사,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탐구 자체도 '서양'만의 경험이 아니고요.
물론 해당하는 경향이 '형이상학'의 형태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자원'이 갖추어진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수이긴 합니다만...

'과학적 형이상학'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적어도 현 시점에선 아주 분명하게) 모르는 제가 할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초월적 근원에 대한 탐구'가 가지는 중요성을 조금 더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철학의 변천과 과학의 발전의 관계에 대한 '부연'도 포함해서요.
(저야 철학 기반이 아니라 아무리 잘 봐줘도 '지식의 사회적 구성'이나 '사고의 생리적 기초'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
소오강호
14/11/27 00:20
수정 아이콘
동서양의 가치관 차이는 동서양의 철학을 공부하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철학의 주요 목적은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근원을 탐구하는 것인데,
본문에 언급했듯이 동양의 성현들은 대부분 근원에 대해 말할 수 없고 직관할 수 있을 뿐이라는 태도를 지녔습니다.(도가도 비상도)
반면 서양철학자들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근원을 묘사하려고 했고 이것이 변천된 것이 과학이란 의미입니다.
이런 사실은 제가 동서양 철학을 공부하며 느낀 것이고 그 이상은 잘 모릅니다.(위잉스의 저서와 ebs다큐가 이를 보충해주었을 뿐)
소독용 에탄올
14/11/27 00:40
수정 아이콘
(너무나 당연하게도) 동서양의 철학간에 교류가 있었고, CE가 시작된 이후 '이집트'나 이슬람 쪽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양반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신플라톤주의같은 형태의 시도들도 이루어져 왔고요.
물론 이 양반들이 '동양의 성현'에 이를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긴 했지만요.
소오강호
14/11/27 05:23
수정 아이콘
그런 교류로 이집트나 이슬람에서 과학이 발전했는지 궁금하군요.

동양철학이라는 용어는 인도와 동아시아의 철학을 가리키고 일반적 사조가 직관 중심적이라는 의미인데(위잉스의 책을 보면 '장재'라는 예외적 인물이 있었으나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과연 동양의 어떤 지역에서 '서양철학적 사조'가 잠깐 등장한 수준이 아닌 체계적 발전을 이룬 사례가 있을지 의문이고, 인도와 동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에 대해선 거의 아는 바가 없기에 함부로 같은 사조로 묶기는 애매한 감이 있네요.
소독용 에탄올
14/11/27 17:08
수정 아이콘
인도와 동아시아면 '동양'의 전부가 아니죠,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이지만요.
말씀하시는 바를 통해 '동양적 가치'가 '동양철학'이라고 학계에서 부르는 '인도와 동아시아의 철학' '사조'의 주류가 가진 '특성'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서양 철학은 '그리스-로마'->유럽으로 이어지는 전통의 '일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우선, 장기16세기 이후 동서양교류가 늘어나고, 제국주의시대에 더 활발한 교류가 있어서 현재까지 해당하는 '일'이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사실 한국만해도 '동양철학'이건 '서양철학'이건 다 내다버리는 느낌이고요 ㅡㅡ;). 현재의 주도적인 '사조'인 자본주의는 어떠한 유형의 '형이상학' 혹은 철학적 접근하고도 잘 어울리는지라...

거기에 더해서 과학의 발전은 '특정한 사상적 기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사회적인 구조의 영향도 받으며, 이쪽이 더 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요.
원글에서는 (구분된다고 주장하며) 구분하고 있지만, 기술과 과학은 완전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물론 형이상학이나 다른 철학 영역에서야 구분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근대과학은 '철학적 사조'보다는 '학자재생산을 위한 교육체계'와 그에대한 '자본투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소오강호
14/11/27 20:16
수정 아이콘
소독용 에탄올 님//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보면 일본이 서양의 다른 국가보다 자본을 더 투척해도 과학적 발전이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이를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차이에 대해선 본문에 적어놓았고, 이런 경향을 내적 차이라고 한다면 에탄올님 말씀은 외적 차이라고 할 수 있으며 둘다 중요한 요소겠지요.
소오강호
14/11/26 17:29
수정 아이콘
얼마전 교육 관련 다큐를 여러 편 보았는데,
거기서도 한국 대학에선 질문하는 사람을 나대는 사람으로 못 마땅히 여긴다는 실험이 나오더군요.
질문-토론-새로운 시각을 꺼리는 문화가 강하다는 증거죠.
(관련 영상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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