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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5/06 14:21:27
Name OrBef
Subject [일반] 정치와 무관한 그냥 뻘글입니다.
여기 현지시각은 지금 새벽 1시네요. 아들놈 재워놓고 잠이 안와서 학교에 잠깐 나왔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공부가 하기 싫어서 피지알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뻘글 좀 쓰고 그 다음에 공부 좀 하다가 들어가야겠습니다.
--

미국생활이 햇수로는 5년째, 실제로도 5년 들어가려는 시점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사는게 막막했었는데, 이제는 그럭저럭 미국 사람들이랑 농담도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말의 뉘앙스라는 것들도 슬슬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낮은 인구밀도에 익숙해졌습니다. 작년에 한국에 출장차 일주일 정도 들어갔었는데, 30년을 살았던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홍대앞의 악소리나는 인파앞에서는 정말 공포가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이틀정도 지나고나니 익숙해지더군요 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미국인의 어떤 사고방식의 핵심에는 접근이 안된다는 느낌은 항상 있습니다. 뭐랄까.. 블랙박스같다고 할까요? 인풋을 뭘 넣어주면 아웃풋이 어떻게 나온다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른다는 기분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회생활 자체는 가능하지만 '교감'이라는 느낌을 가지기가 참 어렵더군요. 물론 저와는 비교도 안되게 잘 적응하시는 분들도 많고, 한국 돌아가기 싫다.. 자긴 여기 생활이 더 좋다.. 이런 분들도 많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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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히 설명드리기도 힘들고 관심도 없으실테니 굳이 설명 안드리겠지만, 제 세부 전공 분야는 나름대로 새로운 분야입니다. 그러다보니 5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석학.. 이런 사람이 없고, 빅 플레이어라고 해봤자 나이 50 정도의 중견 교수들이 대부분이죠. 그중 A 라는 교수팀이 있는데, 이 팀은 상당한 수준의 도덕적 문제가 있는 팀입니다. 타 그룹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이너한 수준의 데이타 조작, 결과가 가지는 의미의 과대 해석 등등, 법적 하자는 없지만 눈쌀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이 팀과 저희 팀이 지금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저희가 발표한 논문의 연구 내용은 자기들이 10년전에 이미 다 했던 것이니 그 저널에 실릴만한 연구가 아니다.. 뭐 이런 식의 클레임을 저희가 발표한 저널에 보냈더군요. 그 자체는 전혀 욕먹을 짓이 아닙니다. 서로들 원래 전쟁이니까요. 다만, 그 팀에서 10년전에 했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일단 제가 보기에는 조작이고, 조작이 아니더라도 저희 연구에 비해서는 상당히 원시적인 연구입니다. (당연하잖습니까. 10년전에 한 연구랑 저희 연구가 내용이 같으면.. 저희가 뭐 원숭이도 아니고..)

근데 저희가 지금 준비하는 추가 논문이 B 라는 저널을 목표로 작성 중인데, 그 부도덕한 교수가 그 B 저널의 편집위원입니다. 고로 이런 문제는 상당히 정치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게 된 것이죠. 제 입장에서야 그 사람이 부도덕한 사람이던 뭐던간에 '친해지면' 앞으로 좋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기분이 중요한 상황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기분을 관철하고 싶습니다. 근데 (무한반복)

--

저는 인생을 '즐긴다' 라는 개념이 약간 적은 편입니다. 하루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5잔 이상 마셔온지 4년째지만 Roma 와 Lungo 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아직도 모릅니다.

매일 3시에 기상해서 11시에 취침하는 생활을 20년째 해온 교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저는 그분도 당연히 저같을 줄 알았는데, 수십가지의 커피, 수십가지의 치즈, 수십가지의 와인을 구별할 줄 아시는 것은 기본이고, 천 권은 됨직한 교양서적이 집에 있더군요. 근데 그분은 자기 따님이 선수로 뛰고 있는 고등학교 축구팀의 감독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논문은 이백 편이 넘게 가지고 계시죠.

저와 그분의 차이점은, 그분은 '즐기거나 일하거나' 의 모드로 인생을 사시는 데 반해, 저는 '즐기거나 일하거나 그냥 있거나' 의 모드로 산다는 것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근데 '그냥 있기'를 제외하고 나면 전 제가 아니게 됩니다. 고로 전 생긴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허허허.. !@$%@#$%@#%^

저런 분들은 7시 이전에 기상하지 못하게 하는 법령을 제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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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inae
08/05/06 14:31
수정 아이콘
그런 '정치적 문제'는 어디서나 발생하는 군요. 사람사는 곳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있거나 모드는 저도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 도저히 포기할수 없는 부분이죠. 특히 요즘 같이
스트레스가 많은 날들엔 일요일 하루쯤 죽은 듯이 있어줘야 피로가 풀립니다. 가끔 보면 모든 스트레스와
피로를 엄청난 활동으로 푸는 친구들이 있어 신기할때도 있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출근하는데 집옆 초등학교에서
출근전 미친듯이 공을 차는 조기축구회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난 그 시간이 있으면 잘텐데...
My name is J
08/05/06 14:32
수정 아이콘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있어도 왜저러나..싶을때가 있는 것이 사람인데요 뭘....^^

그냥있기-를 포기하는건 너무 어렵지요.
또 무엇보다 굳이 포기해야 하는가-라는데 근본적일듯....으하하하-

시간보내기, 시간낭비는 너무 좋단말입니다.흐흐흐-
(엄여사님은 ***같다는둥, ****같이 있지 말라는둥, 너 혹시 *****아니냐는둥...하시지만.
궁극적으로 '좋아요'라는 대답에는 별 말씀 없으시단 말입니다. 다들 원하고 있을뿐이예요~~빙글~)
The xian
08/05/06 14:33
수정 아이콘
본래 인생살이에 정치적인 부분이 안 낄 수가 없는 일이죠.;; 먹고 살기 위해서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든. 어떤 이유이든 정치적인 부분은 우리들 사이에 항상 공존한다 봅니다.

그리고 그게 정상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성야무인
08/05/06 14:35
수정 아이콘
OrBef님// 어느 대학을 가도 부도덕한 교수도 있지만, 부도덕한 학생도 많습니다. 제가 석사했던 대학에서 S잡지에 논문이 통과되었습니다. 학교로썬 경사지만, 주위 교수들한테는 수많은 테클이 들어오고, 나중에 알고보니 학생이 그데이타가 재연도 안되고, 그리고 모든 데이터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_-!! 근데 그 학생은 이미 미국으로 포닥으로 날랐고, 담당교수만 징계먹고 학교 옮겼습니다. 그 교수 옮긴대학에서 잘 나가긴 하지만요. 대학사회라는 게 그렇습니다. 북미권의 대학은 같은 대학내에서도 똑같은 분야가지고 서로 경쟁하고 잡아먹을려고 하죠. 한국보다 좀더 심각한가요??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fund 따내는데 교수간에 알력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그나저나 예시를 든 교수님을 부럽네요. 저희는 교수자리에 올라가도 머리가 하얗게 변하거나 스트레스성 탈모로 고생하는 교수들이 많은데, 부럽네요!! ^^; 근데 한국들어가실건가요? 자녀교육 걱정많이 되시겠습니다... 혹시 지방대나 사립대에 강의교수자리를 노리는건 아니겠죠. 후후후~~ 누가 그러더군요. 유학갔다와서, 강의만하고 월급만 받는 교수하면 걱정없이 살수 있다구요. 될수 있으면 지방사립대가셔서 학생모집하러 연말마다 돌아다니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전 졸업해도 포닥질과 펀드질에 머리빠질것 같습니다. (세상에 주저자로 impact factor 총합 40이 넘어도 교수자리 되기 힘든 이분야는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Dr.faust
08/05/06 14:37
수정 아이콘
음...... 무슨 말씀을 하실려는 건지 대충 알 것 같긴 하지만 ^^;
일단 저는 미국 생활을 오래 안해봐서 아마 Orbef님 보다는 체감상 아는 것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서양인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읽은 '생각의 지도'라는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제까지 막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동서양인의 사고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한 '문화 심리학'의 리뷰 형식인데,
쉽게 써져있고 저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아마 원서 제목은 'Geometry of thought'일꺼예요 아마......
짬이 되면 서평을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아직 못 쓰고 있네요.

그리고 저도 얼마전에 약 2달정도 Visiting student 로 NIH에 다녀왔지만 짧은 시간 동안 거기서 느낀 점은 미국인들이 대체적으로 상당히 여유롭게 산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제적인 면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국에 비해서 덜 불안해 하고 덜 쫓기면서 산다는 거죠. 그 이유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면을 느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Orbef님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Orbef님도 지금부터 축구, 치즈 & 독서에 조금만 관심을 두시면 20년 뒤에는 그 분처럼 되실 수 있으껍니다 ^^;
그리고 3시에 일어나서 11시에 자는 사람은 어딜가도 흔한 사람은 아닌거 같습니다~ 저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려 좀 시도해 봤지만 요즘에는 그냥 생긴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다만,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겠죠 (지금도 잘 못하고 있지만 -_-a)
08/05/06 14:44
수정 아이콘
뭐, 학부때까지는 학문을 배우느라 정신없지만, 석사/박사 과정은 정치력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석박사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공공연히 이야기하던데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 없을듯 합니다.
단, 정치력을 발휘하는 방법론이 약간 다를 뿐이겠죠.
08/05/06 14:49
수정 아이콘
오오 커피 한 잔 뽑아왔더니 댓글이 5개나! 주륵주륵 ㅠ.ㅠ

Dr.faust님/ 그렇죠. 이친구들은 일단 자기한테 중요한 일이 아니면 완전히 '신경을 꺼버리는' 성향이 강해보이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쁜건 아니고,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이 오히려 '별거 아닌 것들에도 유난떠는' 성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보는 중국인들은 한국인보다 훨씬 더 쫓기면서 사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국가의 현재 상태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야무인님/ 생명공학쪽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40점이면.. 주저자로 네이처 하나 먹고 바이오 메디컬 하나 먹어도 교수가 안되는 거군요! 오호 적절합니다. 음하하하!!!!!

Xian님, Withinae님/ 아아 정치 너무 싫어요 ㅠ.ㅠ 그러면서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제 모습도 싫구요.

J님/ J 님은 그냥 게으른 겁니다! 으하하하하~~!!
08/05/06 14:51
수정 아이콘
AhnGoon님/
그것도 사실이긴 하죠. 근데 안군님 표현을 빌자면, '레벨업! 축하합니다. 굇수급 연구력을 습득하였습니다.' 의 결과를 얻는 학생들이 종종 있더군요. 그리고 인간의 탈을 쓴 이 '굇수' 들이 교수가 되더군요. 그 다음에 정치력 부재로 거꾸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요.. 안타까운 일이죠.
Dr.faust
08/05/06 14:52
수정 아이콘
OrBef님// 중국인들은 많이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흐흐

PGR에 항즐이 님을 비롯해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많은데 서로간의 분야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면 좋겠네요.
요즘은 학제간 연구가 유행이니.
My name is J
08/05/06 15:15
수정 아이콘
OrBef님// 헉!!!!!...정체가 드러났군요...(울며 뛰어간다-)
사이몬PHD
08/05/06 15:54
수정 아이콘
저는 인문사회과학 쪽이라 팀(또는 랩) 단위로 움직이지는 않는데
논문을 쓰는 것과 논문을 퍼블리쉬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지난 1년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이 사실 제가 지도받고 있는 어드바이져의 특별한 요구로부터 출발하였는데요.
XXX가 쓴 논문을 beat하라는 특명아래 제 학위논문을 쓰기 시작하였는데
지금 저널에 제출한 버젼은 많이 tone down하게 되었습니다.
XXX가 Associate Editor중에 한 명인 관계로 어드바이져와 상의 끝에 전략적으로 일보 후퇴했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차 심사평을 받아보니 AE의 요구사항이 tone down되기 이전 버젼과
너무나도 흡사하더군요 (XXX가 AE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추측컨대 XXX의 논문을 싫어하는 YYY가 AE인 것 같더군요).
룰루랄라 기쁜 마음으로 수정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널에 논문 제출 준비하면서 느낀건대 한 문장 한 문장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써야 되더군요.
08/05/06 15:58
수정 아이콘
OrBef님// 후훗.. 그러니까 스킬은 골고루 찍어야 하는거죠. -_-;;
제가 와우는 거의 안해봤지만... 도적이 붕대스킬 안찍으면 아무리 은신/공격스킬이 높아봐야;;;
08/05/06 16:40
수정 아이콘
사이몬PHD님// 오호 그런 일도 있군요.. 재 경우와는 정 반대군요 흐흐흐
AhnGoon님// 천한 도닥이 닥붕하지 않으면 바로 /차단 입니다. 흐흐
Darwin4078
08/05/06 17:27
수정 아이콘
만렙성기사 3개 가지고 계신 분이 인생을 즐긴다는 개념이 적으시다니요..-_-a
최소한 와우로 님은 충분이 인생을 즐기고 계십니다.
08/05/06 17:30
수정 아이콘
Darwin4078님//
아니 그걸 아직도 기억하시다니요. 만렙 성기사 3마리 + 만렙 전사 1마리 키우는데 들인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500원을 내놓을 용의도 있으련면,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군요.

그나저나 그 박휘 3마리중 2마리는 오리지날때 키운거란 말입니다! 고로 플레이타임이 짧은 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공으로 검둥까지 뛰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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