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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17 11:31:42
Name yangjyess
Subject [일반] 고백의 제왕
고백의 제왕이라는 것은 곽의 별명이었다. 동아리 신입생 MT때 그 별명이 붙었다.

생김새는 눈에 뜨이는 인상은 아니었지만 자세히 보면 특이한 데가 있었다.

둥근 두상에 눈이 컸는데 두 눈의 균형이 좀 어긋나 보였다.

평균치의 키에 어깨가 좁았고 뭔가에 긁히는 듯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딘지 친근감이 들지 않는 인상이었지만 갓 대학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였던 우리들은 서로에게 관대했다.




서양사연구회답게 MT첫날은 근세 유럽사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선배들의 현학적인 논쟁에 신입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토론을 마친 후 강변에 나가 소주를 마시고 밤이 늦어서야 다시 민박집으로 들어왔다.

넓고 휑한 방에 모두가 둘러앉았을 때 누군가 진실게임을 제안했다.

첫 키스는 언제?  남자 친구는 몇 명이나? 가장 괴로웠을 때는,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나쁜 일은?

모두의 고백이 이어졌고 자정을 넘기며 자리는 흥겨워졌다.

그러다 곽의 차례가 되었다.

곽은 저녁 내내 별로 말이 없던 동기였고 곽에게 던져진 질문은 첫 경험을 언제 했느냐? 였다.

짖궂긴 했지만 상투적인 질문이었고 곽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곽에 대한 우리 모두의 기억이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첫 경험이라면 중학교 3학년 때입니다.

중학교 때 집에서 식당을 했어요. 함바집이었는데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 밥 대주는 일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중에 곱상한 분이 있었어요.



더듬더듬 말을 시작했지만 곽은 뜻밖에 달변이었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이야기에 몰입했다.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날 곽의 고백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날 밤 곽은 식당에 남아 혼자 일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도왔다고 한다.

밀린 설거지를 하고 내일 쓸 식재료들을 다듬어두는 일이었다.

무와 대파 등속을 썰어놓고 털 뽑힌 닭을 솥에 넣어 고느라 초복의 주방이 무덥고 어지러웠다.

곽은 후끈 달아오른 주방에서 아주머니를 도와 일하다가 아주머니의 투실투실한 허벅지를 보았다.

땀을 닦는 아주머니의 젖가슴이 흔들리는 것도.

솥 안에서는 중닭 여남은 마리가 펄펄 끓고 있었고

어느 결에 곽의 손은 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곽의 손이 아주머니의 허벅지에 닿은 것이 먼저였는지 아주머니의 손이 곽의 사타구니에 닿은 것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다.

곽과 아주머니는 어느새 엉겨 있었다... 그런 내용이었다.



화장실 낙서에서나 볼 만한 내용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곽의 묘사가 자세하면서도 자연스러웠고 생동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곽의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뭔가 어긋나 보이는 곽의 눈매가 조금씩 꿈틀거릴 때마다 우리의 상상력이 자극되는 느낌이었다.

그의 표정은 그의 말과 혼연일체였다.

너무도 세세하고 적나라한 곽의 이야기가 끝나고 어색한 침묵 끝에 여자 선배 하나가 손을 들어 호기롭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연세가 어느 정도셨나요?


그게... 환갑을 좀 넘기신 분이었어요. 아주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폐경이니 걱정 말라고.
사실 전 폐경이 뭔지도 몰랐지만... 나중에 폐경이 뭔지 알게 되었을 때는...


좌중이 더욱 조용해졌다. 곽이 무심결에 덧붙이듯 말했다.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그의 입가에 약간의 미소가 지나간 것처럼 보인 것은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좌중은 침묵에 빠져들었고 진실게임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선배 하나가 탁탁 손뼉을 치며 자 이제 술이나 마시자 하고 선언하듯 외쳤을 때에야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로 돌아왔다.




곽의 두 번째 고백은 그해 봄이 지나갈 무렵에 있었다.

'고전연습'이라는 교양과목이었나.

초짜임이 틀림없는 여강사는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백경> <죄와벌>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등의 고전을 설명할 때 그녀의 입에서는 서구의 이론들이 현란하게 오르내렸다.

프로이트 시간에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발표하라고 주문했는데

<도스토옙스키와 부친 살해>라는 프로이트의 글을 요약하던 곽이 자신의 가족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려는 듯 탁한 빛깔의 구름들로 창밖이 어둑해질 무렵이었고

곽의 이야기는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수강생들의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곽의 아버지는 곽이 어렸을 때 두 집 살림을 했다고 한다.

강인한 곽의 어머니는 식당의 궂은일을 혼자 해내면서 곽과 누이를 키웠다.

하지만 곽의 아버지가 찾아오는 날이면 기이하게 약한 여자가 되더라는 거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울며 매달렸다.

곽은 그걸 견딜 수 없었다.

'그런 것이 바로 여자라는 사실을 나는 진심으로 혐오했습니다'라고 곽은 말했다.

'그런 인생은 지나치게 솔직한 것이니까.'라고도 덧붙였다.

곽이 반복해서 그걸 강조했을 때 우리는 왜 그런 것인지 의아스러워하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는 거기에 무슨 당연하고 필연적인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찾아와 어머니를 때리던 어느 날 곽은 부엌에 있던 식칼을 들고 등뒤 45도 각도에서

아무 말도 없이 옆구리에 칼끝을 꽂아 넣였다.

사람의 가죽은 생각보다 튼튼합니다만... 그 칼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곽의 말은 건조하고 유장하게 이어졌다.

그 순간에 대한 생생한 묘사에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끈적해진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날 밤 곽의 아버지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죽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예 죽일 순 없었던 모양이지. 곽은 남의 말을 하듯 창밖에 시선을 두고 표정없이 말했다.

그 사건에도 불구하고 곽의 아버지는 곽을 고발하지 않았다.

왜 그가 나를 고발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돼. 고발이라도 했더라면 그 후로도 얼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곽은 어느새 반말을 쓰고 있었지만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강사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무거운 침묵이 교실을 메웠고 곽은 천천히 교단을 내려갔다.

팔도 흔들지 않고 스르르 미끄러지듯 걷는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뒤편에 서있던 강사는 서둘러 수업 종료를 선언했다.




그날 곽의 고백 아닌 고백은 묘한 감정으로 우리의 마음 한켠에 남았다.

거칠면 거칠수록 진짜 인생인 듯이 느끼는 청년들만의 습성도 거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지난 후 우리는 곽의 누이에 관한 또 다른 비극을 들었다.

기말고사 기간의 어느 날인가 우리는 곽의 자취방으로 모여들었다.

당연하다는 듯 공부를 작파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너나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신산한 인생, 아득한 사랑, 생각보다 세속적인 대학.

누군가 먼저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슨 열기에 들떠서인지 나 역시 내 첫사랑 얘기를 꺼냈다.

나의 고백이 끝나자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곽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역시도 친구들의 시선을 따라 곽을 쳐다보았고 곽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누이를 사랑했다. 그 사랑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만.'

곽의 누이는 비관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쥐새끼처럼 생긴 얼굴에 쥐새끼처럼 겁먹은 얼굴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이었지.>라고 곽은 표현했다.

비애나 우수 같은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텅 빈 얼굴을 알고 있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창문으로 달려가서 뛰어내려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나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황폐한 표정을 상상하며 곽의 이야기를 들었다.

손바닥만한 앞마당에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던 오후였다고 한다.

곽의 누이는 툇마루에 앉아 작은 종이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누이가 사온 병아리 두 마리가 봄볕을 받으며 썩어가고 있었다.

한 마리에 백원씩인 싸구려 생물들.

몇 번 쓰다듬자 곧 죽어버린 뒤였고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누이는 썩어가는 생물들에게 시선을 둔 채 곽에게 말했다.


너는... 왜 사니?


곽은 그 순간 누이의 표정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나치게 순수한 표정이었다는데, 그때 곽이 사용한 순수라는 단어는 우리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질문을 하는 누이라면 내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타들어갔을 텐데 곽은 달랐던 모양이다.

곽은 누이에게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죽어버려. 죽어버리라구.


곽의 누이는 며칠 후 정말 자살했다.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이미 뭔가를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이키려고 하지 않았지...'

그렇게 말하는 곽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속죄받은 살인자처럼 담담했다.

그 순간 곽의 얼굴에 어떤 쾌감 같은 게 그의 얼굴 근육을 잔물결처럼 흔들고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동아리 회원들 중 곽의 불우한 과거사를 듣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 과거사를 듣고 동정을 표하지 않은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동정이라는 표현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다.

아마 그건 동경과 혐오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불쾌감 쪽에 더 가까웠다.

곽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동아리에서 서양사 공부를 하면서 점점 굳어져갔다.

동아리 방에 모여 프랑스 혁명을 공부할 때였다.

로베스피에르가 주도하는 공포정치가 상퀼로트 운동과 연계하여 만 칠천 명을 처형하던 살육과정에 대해서,

그리고 로베스피에르가 테르미도르라고 불리는 7월의 어느 날 반동정치가들에 의해 처형되던 시기에 대해서.

그런데 그때 곽의 관심사는 어딘지 우리와는 어긋나 있었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프랑스혁명의 전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것이 유럽사에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곽은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 올라간 순간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도망치다가 턱에 총을 맞은 그가 단두대에 올라왔을 때 누군가 턱을 감싸고 있던 붕대를 잡아떼어버렸다더군.

입에서 피가 뚝뚝 방울져 흘러내렸는데 그날은 보기 드물게 맑고 화창한 날씨였지.

환한 햇살이 쏟아지는 파리의 광장, 파리의 하늘, 태양, 사람들,...

곽은 마치 그날의 광장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탁, 칼날이 목에 떨어진 거지.

곽의 마지막 말에 우리는 일제히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지엽적이지 않은가? 하고 누군가 정당한 의문을 제기하긴 했지만,

우리는 아직 그 광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제 목을 공연히 쓰다듬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런 이상한 토론이 자꾸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곽과 우리 사이엔 뭔가 알 수 없는 벽이 가로놓여 있었다.

매사에 그런 식이었으니 곽이 참석하는 토론 모임은 갈수록 한산해졌다.





그러다가 우리 대학에 가짜 대학생 소동이 있었다.

우리 동아리에서도 선배 Y가 가짜 대학생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Y는 자취를 감췄다.

복학생 선배라고 믿었던 Y는 선량하고 박학한 사람이었다.

특히 중세철학과 연금술과 유대 신비주의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깊게 말할 수 있는 선배였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헌신적이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

그가 가짜 대학생이라는 건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우리가 술자리에 모여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곽이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나도 가짜 대학생이었어.

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곽의 입을 바라보았다.

곽은 사실 삼수생이며 재작년에는 가짜 대학생으로 이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그때 학적과 직원에게 발각되었지만 학교 측에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갔고

그 후 일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진짜 대학생이 되어 다시 교정으로 돌아왔다... 그런 얘기였다.

가짜 대학생 신분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한 후 뜻밖에도 곽은 눈물을 흘렸다.

당황한 선배 하나가 곽을 위로했다.

괜찮아. 다 지난 일이고 지금 진짜 대학생이면 되는 거지 뭐.



또 하나 고백을 하자면, 하고 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 울먹였는가 싶게 메마른 목소리였다.

Y선배가 사라진 건 내 탓이야. 그가 가짜라는 건 교무과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지.



우리는 사태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곽은 학과명부를 정리하다가 Y가 등록된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곽은 곧바로 Y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Y에게 그대로 전했다.

자신은 아무런 과장 없이 사실들만을 나열했다고 곽은 강조했다.

평소에 Y를 좋아하던 여자 선배 하나가 고개를 숙인 채 감정을 겨우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너는 꼭 진실을 말했어야 했어?

조금은 힐난하는 목소리였지만 힘은 없었다. 나머지는 그저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모두들 곽에게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것이 곽의 목소리 때문인지 표정 때문인지 곽의 입에서 나오는 밑도 끝도 없는 고백들 때문이지 정확히 모르겠다.

팔조차 흔들지 않고 부유하듯 걷는 모습이 싫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곽에게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된 사건이 있었다.





필리핀으로 이민 간 J는 남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여학생이었다.

단아한 외모에 천성이 다정해서 유별나게 남을 챙기는 친구였다.

엠티를 가면 식료품 준비부터 조리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었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어떤 여선배는 그런 헌신이 성 역할을 고정시킨다고 정색을 하고 충고할 정도였다.

어쨌든 모두의 사랑을 받던 J가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동아리에 나오지 않았다.

몇몇 선배와 동료들이 J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J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의 생일날에 동기생들이 모여 축하주를 마셨다.

하지만 J가 화제에 오르자 모두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J은 몇몇 동기들의 연모의 대상이기도 했으니까.





그때 곽이 예의 그 고백을 시작했다.

실은...





곽의 입이 열렸을 때 뭔가 불길한 느낌이 좌중을 압도한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건... 나 때문이다.

그날 곽의 고백은 특별히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새까지 떠오를 정도다.

곽의 고백에 의하면 사건은 그해 여름의 어느 날 명동 거리에서 시작되었다.

그 여름의 명동에서는 빈번히 시위가 벌어졌는데 시위에 관심이 없는 곽이 그때 명동에 있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었다.

동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는 학과 소속으로 '출정'을 했다고 말했다.

'출정'이라는 단어에서 기묘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명동 거리의 어느 골목에서 최루탄에 쫓기던 그는 한 여학생과 같이 좁은 골목길을 달렸다.

등 뒤에서는 계속 발자국 소리가 따라왔고 곽은 뒷골목 어딘가에서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게 하필이면 여관 건물이었다.

안에 들어서고 보니 함께 뛰어 들어온 여학생은 다름 아닌 J였다.

유리문 바깥에서는 헬멧을 쓴 전경들이 타닥타닥 뛰어가고 있었다.

곽과 J는 급한 대로 돈을 지불하고 여관방에 몸을 숨겼다.

곽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몇몇은 소주잔을 비웠고 몇몇은 담배를 새로 피워 물었다.

시선은 곽의 입에서 떼지 못한 채였다.

뒷얘기는 듣지 않아도 뻔했다.

어느 어름에 곽이 '청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을 때 술자리에 있던 모두의 가슴이 묘하게 뒤틀렸다.

곽의 묘사는 여전히 견딜 수 없이 생생했고 그에 비례해 우리의 질투와 적의 역시 끓어올랐다.

곽의 고백에 의하면 먼저 상대를 끌어안은 것은 자신이 아니라 J였다.

곽은 J의 흰 블라우스의 부드러운 결에 대해서, 형광등 불빛의 조도에 대해서, 벽지의 물결무늬와 낙서들에 대해서,

그리고 이불을 펴고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의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학생이 있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테지만 그때 그 술자리의 수컷들은 곽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여관방의 흐릿한 분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밖에서 군화 소리가 들리니까 더 자극적이 되더군.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임신을 한 거야.

그러니까 그녀가 동아리에 안 나오게 된건 확실히 내 책임이지.

모두들 숨을 멈추었다.

누군가 탁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소주잔을 내려놓는 순간 J를 짝사랑했었던 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이 신발놈아 그 얘기를 왜 여기서 하는데. 니가 걔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모두들 듣는 데서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되는거 아냐?

강은 J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녀석이었지만 정작 말은 꺼내지도 못한 숙맥이기도 했다.

곽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지.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니까... 나는 병원에도 같이 갔었고...

곽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술자리는 뒤집어지고 말았다.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H가 곽에게 달려들어 술집 바닥을 뒹굴었고 강이 합세했다.

그때 막 교내문학상을 받았던 김과 나도 역시 그 난장판을 향해 몸을 던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때 곽이 저항을 했는지 그냥 맞고만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심야의 파출소까지 가서 훈계를 들은 후에야 새벽 거리로 터덜터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그 후 곽은 동아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들 곽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알 수 없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의 고백에 이끌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자기 자신에게 탐닉할 때 느껴지는 집중력으로 매번 곽의 이야기를 경청했던 것은 바로 우리였다.

이제 와서 고백하거니와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동아리 밖에서 곽을 만나 술을 마시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걸 즐겼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나는 곽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지껄였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누군가에 대한 흠모나 적의이기도 했으며 타인의 허점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다.

곽의 이야기는 건조하면서도 감상적이고 잔인하면서도 달콤했는데 그럴수록 나의 고백도 더욱 노골적이 되었다.

곽의 침묵이 나의 고백을 부추길 때, 나는 쾌감에 몸을 떨며 나의 내밀한 모든 것을 곽에게 고백했다.

그런데 그게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곽은 우리에게서 사라졌으되 우리 각자와는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날 곽에게 달려들었던 강과 H조차도 때때로 곽과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까지 나중에 알았다.

곽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누구나 그의 고백을 듣고 그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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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장욱씨의 '고백의 제왕'중 일부 발췌 요약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읽으려고 제목도 모르고 집어든 책을 변기에 앉아 아무 페이지나 펼쳤을 때 디시 섹드립 갤에서나 보일법한 성 경험담이 보이더니

이어지는 화자의 고백을 계속 읽게 만들고 어느새 용변은 뒷전이 되어 버렸던 그런 이야기였네요.

각종 문학상 작품집에 여러번 이름을 올리는 작가라 많이들 알고 계실수도 있지만

순문학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도 재미있을거 같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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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트
15/05/17 11:37
수정 아이콘
뭔가, 굉장히 흡입력있네요
RookieKid
15/05/17 11:47
수정 아이콘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더딘 하루
15/05/17 11:56
수정 아이콘
크..와 이분 엄청난 필력의 소유자시구나.. 피지알 클라스 후덜덜하면서 읽어갔었는데..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15/05/17 11:58
수정 아이콘
~~였다.
~~다.

문체는 건조한데 글은 왜 이렇게 끈적할까요, 이런걸 내공이라고 하는 건가요. 메이웨더 파퀴아오 1라운드급으로 시간 순삭되었습니다.
레이드
15/05/17 11:58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타인의 경험에 우리는 불쾌감과 궁금증을 함께 느끼곤 하죠.
15/05/17 11:59
수정 아이콘
yangjyess님이 '곽'일거라는 자전적 글로 생각하면서 숨죽이고 읽었네요.
곽이란 사람에 대해 연민을 가졌었는데 절취선 아래 '소설'이란 단어를 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BetterSuweet
15/05/17 12:01
수정 아이콘
이런게 잘 쓴 글이군요
마스터충달
15/05/17 12:02
수정 아이콘
이 정도로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덜덜;;
iAndroid
15/05/17 12:02
수정 아이콘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장욱씨의 '고백의 제왕'중 일부 발췌 요약했습니다." 란 말이 앞에 있었다면 이정도로 집중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방송중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인줄 알고 열심히 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작진이 각본이었다라는 것을 고백하더라, 란 느낌이랄까요.
스물넷감성
15/05/17 12:0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lupin188
15/05/17 12:08
수정 아이콘
몰입하였지만 한편으로 정말 경험담일까 의문했는데 소설이었군요~
도들도들
15/05/17 12:10
수정 아이콘
와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옆에 두고 직접 타이핑을 하신건가요. 크크
python3.x
15/05/17 12:15
수정 아이콘
와....대박.....
엄청나군요. 소설 같지가 않아요.
Cazorla Who?
15/05/17 12:16
수정 아이콘
빨려들었어요
종이사진
15/05/17 12:20
수정 아이콘
시간과 장소를 잊고 읽었네요.

재미있습니다.
꿈꾸는사나이
15/05/17 12:24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우와 이정도면 소설 쓰셔도...
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설이였네요 크크
재미있네요.
15/05/17 12:24
수정 아이콘
중간부터 소설이네 라며 읽게되니까 몰입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잘 봤습니다.
엔하위키
15/05/17 12:26
수정 아이콘
흡입력이 장난아니네요.. 간만에 예전에 사모은 이상문학상 전집 꺼내 읽어야겠습니다.
아수라발발타
15/05/17 12:40
수정 아이콘
역시 너무 잘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프로의 글은 다르군요
노련한곰탱이
15/05/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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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작가세요?라고 할 뻔 했는데 작가의 글이었군요.. 잘 봤습니다!
15/05/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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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같지않은. 그런 이야기네요. 잘 보고갑니다^^
15/05/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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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잘쓴다 작가해야겠네 하고생각했는데 작가가 쓴글이군요ㅡ.ㅡ
매직동키라이드
15/05/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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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소설 같은 문체라고 생각했는데 나온지 얼마 안 되었군요.
그나저나 다른 의미의 '고백의 제왕'일 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VinnyDaddy
15/05/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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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타임워프잼
스웨트
15/05/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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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진짜.... 진짜 작가는 다르네요
파랑파랑
15/05/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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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눈을 떼지못하고 읽었네요
사랑하는우정
15/05/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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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박이네요. 다시한번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러워지고...
바위처럼
15/05/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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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이 장난 아니군요.
ZolaChobo
15/05/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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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간만에 보네요. 이상문학상에 실려 있던가요? 엔딩은 좀 허무하던...
행복한하루
15/05/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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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원래 이렇게 긴 글은 인터넷으로는 안 읽는 편인데, 금방 읽었네요. 굉장합니다.
15/05/17 14:43
수정 아이콘
내내 김승옥이 쓴 글이거나, 누군가 김승옥에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쓴 글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이쥴레이
15/05/17 14:50
수정 아이콘
비슷한 사람이 생각나네요.
헥스밤
15/05/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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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하신년
-코끼리군의 엽서-

너에게 나는 소문이다
나는 사라지지 않지.
나는 종로 상공을 떠가는
비닐봉지처럼 유연해
자동차들이 착지점을 통과한다.
나는 자꾸
몸무게가 제로에 가까워져
밤새 고개를 들고 열심히
너를 떠올렸다.
속도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물과 사물사이의 거리가 있을 뿐.
나는 아무 때나 정지할 수 있다.
완벽하게 복고적인 정신으로 충만하고 싶어.
가령 부르주아에 대한 고전적인 적의 같은 것.
나를 지배하는
기압골의 이동 경로, 혹은
저녁 여덟 시 홈드라마의 웃음.
나는 명랑해질 것이다.
교보문고 상공에
순간 정지한 비닐봉지.
비닐의 몸을 통과하는 무한한 확율들.
우리는 유려해지지 말자.
널 사랑해.


이장욱이 쓴 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입니다. 첫 두 행과 마지막 두 행이 주는 힘이 너무 엄청나서 한때는 외우고 다녔던 시. 이장욱의 시는 몇 개 읽어보고 감탄했는데, 소설은 처음 읽어보네요. 굉장하군요.
레이스티븐슨
15/05/17 15:12
수정 아이콘
실제 저런인물이 있다면 불쾌할까요 유쾌할까요
저는 불쾌하네요 크크
15/05/17 15:24
수정 아이콘
이분 다른 소설 추천좀해주세요..... 현기증 날꺼 같아요...
15/05/17 15:25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오랜만에 이런 흡입력 있는 글 보았네요
15/05/17 15:30
수정 아이콘
엄청난 필력의 피지알러구만...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프로는 다르네요
히히멘붕이넷
15/05/17 15:39
수정 아이콘
중간쯤 읽다가 아마추어라기엔 너무 완벽하게 다듬어진 글인데 싶어서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이장욱 시인이었네요;;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휴 엄청난 필력입니다
미모링쿳승Pile님
15/05/17 16:15
수정 아이콘
와 정신없이 끝까지 봤네요 덜덜;
해달사랑
15/05/17 17:11
수정 아이콘
낚인 느낌 크크 글 흡입력이 장난 아니네요.
기아트윈스
15/05/17 17:51
수정 아이콘
화장실에 용변보려고 들어와서 클릭했는데 정작 변보는 건 잊고 끝까지 읽었네요.

제 변 책임져요.
Colorful
15/05/17 18:18
수정 아이콘
미쳤다 진짜
박보미
15/05/17 19:26
수정 아이콘
어머니가 '밥먹어' 라고 하셨다는데 전 그 소리를 듣지못하였습니다...
티파남편
15/05/17 19:40
수정 아이콘
j 이야기는 제발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ㅠㅠ
곽군... 뭔가 그루누이 같은 느낌이네요. 볼쾌하지만 빠져들었습니다 하아..
김솔로
15/05/17 20:31
수정 아이콘
역시 프로는 다르네요.. 덜덜
웰시코기
15/05/17 21:18
수정 아이콘
여기있는 댓글들로 제가 느낀 감정을 대신합니다. 대단해요.
조셉고든레빗
15/05/18 00:43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몰입력 최강이네요.
지금뭐하고있니
15/05/18 01:17
수정 아이콘
정말 놀라울 정도의 흡입력입니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글을 읽었는데, 평소 소설을 읽는 내모습과는 달랐는데, 그게 이 소설 때문이었군요
포켓토이
15/05/18 09:06
수정 아이콘
실화라고 하기엔 너무 연출적인 티가 나서 좀 갸우뚱했는데 역시 소설이군요...
뭐 저런 백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세상에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스토리는 저 소설보다 더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그 사람에겐 일상이니까..
훨씬 더 무미건조할겁니다..
퐁퐁퐁퐁
15/05/18 09:38
수정 아이콘
진짜 숨죽이고 봤네요. 책 한 권 구입해서 봐야겠어요.
한달살이
15/05/18 09:45
수정 아이콘
발췌요약.. 이라는게..
글을 읽은 후로.. 그냥 생각나는대로 요약해서 쓰신건가요..?
아니면, 이런 이런 장면이 인상에 남아서, 책을 다시 펴고.. 적당히 편집하듯 발췌하고 적당히 엮은건가요..?

원작자의 글도 흡입력이 장난 아닙니다만, yangjyess 님도 적당히 힘빼고 양념뺀 원재료 맛을 잘 느끼게 해주신듯 하여..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15/05/18 11:07
수정 아이콘
방금 사무실에서 읽었는데... 직장 상사가 불러서 대답했더니, 저를 두번이나 불렀다네요. 어떻게 하실겁니까 이사태를 ㅠㅠ
바다와나비
15/05/18 13:03
수정 아이콘
전자책도 있어서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소개 감사드려요. 종종 좋은 책 소개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메모박스
15/05/18 14:02
수정 아이콘
허언증 환자네 하고 읽었네요...실제 소설 결말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프리템포
15/05/19 15:49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몰입해서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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